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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사회분석> 재벌 틈바구니에서 퇴출당하는 중소기업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4. 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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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연구소 창립 기념 논문 <우리사회분석>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3년을 거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6.15 공동선언으로 급진전한 남북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국민들의 주권의식은 급성장하고 있으며 한반도 문제는 근본적 해결을 향해 빨은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사회 변화는 자칫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면밀히 분석한데 기초하지 않으면 진보운동이 나아갈 길을 잘못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시기에는 언제나 올바른 이론이 필요한 법입니다.


우리사회연구소는 창립을 기념하여 우리 사회 전반을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정치, 외교, 경제, 군사, 문화, 학문 등 다방면에 대하여 현미경을 들이대고 우리 사회의 현실이 어떠한지 고찰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함께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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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사회분석>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 

 

① 외국자본이 한국경제에 끼친 영향과 문제점

② 한국경제의 부끄러운 자화상 재벌

③ 재벌 틈바구니에서 퇴출당하는 중소기업

 

최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상생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입물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단가는 그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대-중소기업 간의 힘의 격차,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의 문제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 역시 정책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그만큼 현재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처지가 힘들어지고 있고,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극심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마트 피자’나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를 단순한 경쟁의 논리로 대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래에서는 현재 한국 중소기업의 현황과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알아보고, 이러한 문제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중소기업의 현황

 

통계상의 중소기업의 범위는 국가마다 다르며, 각 산업마다도 다르다. 유의할 점은 보통 중소기업하면 중소제조업체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중소기업의 범위에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즉 통계적인 중소기업에는 우리가 보통 자영업자라고 생각하는 업체들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통계자료가 사실상 자영업 일부를 포함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 글에서도 중소기업을 큰 규모의 자영업까지 포괄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① 중소기업의 비중

 

한국경제에 있어 중소기업의 비중은 매우 크다. 2008년 말 기준 중소기업 사업체 수는 304만(3,044,169)개로 전체 사업체 수의 99.9%에 달하고 있다. 중소기업 부문의 종사자 수는 1140만(11,468,000)명으로 전체 고용의 87.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재벌대기업들이 고용을 늘린다고 해도 전체 사회적으로 고용여건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사업체 수 비중은 대체로 비슷하나 종업원 수 비중은 한국이 매우 높은 편이다.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중소기업체수의 비중은 대부분 99%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49.6%, 영국 59.8%, 일본 77.8% 등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만큼 한국의 경우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이 커 고용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높은 중소기업 고용비중은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취약한 구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0년 중소기업현황(2010.4)’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소상공인의 수는 약270만(2,675,270)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87.8%에 달하고, 소상공인 부문의 종업원 수는 약320만(3,194,991)명으로 전체 중소기업의 39.7%에 해당한다.

 

중소기업1.jpg

▲ 중소기업 비중

주 : 국가별 중소기업 기준

1. 한국 : 종사자수 1인 이상 300인 미만의 사업체

2. 미국 : 종사자수 500인 미만 기업체

3. 일본 : 종사자수 1인 이상 300인 미만의 민영? 비1차산업 사업체

4. 대만 : 납입자본금 8천만 NT$ 미만의 기업체

5. 독일 : 연간매출액 5천만 유로 미만 기업체

6. 영국 : 종사자수 250인 미만 기업체

7. 캐나다 : 종사자수 500인 미만 사업체

자료 : 중소기업중앙회(2010.12), ‘해외 중소기업 통계’

 

제조업의 경우 중소제조업체 수는 2008년 기준 전체 제조업체 중 99.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생산액은 46.4%, 부가가치 비중은 49.2%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은 대기업에 비해 30.1%에 불과한 실정이다.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은 2000년 35.4%에서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놓여있다.

 

② 수출

 

그동안 수출은 한국경제 성장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아래 그림에서 보여 지듯이 한국의 수출은 2008년 4,22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미국발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그에 비해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다. 중소기업의 수출 실적은 2008년 기준 1,305억 달러로 총 수출액의 30.9%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전체 수출액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1년 42.9%를 차지하던 중소기업의 수출액 비중은 2008년 30.9%로 급감한 상황이다. 2009년 중소기업 수출의 비중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경제위기의 여파로 절대액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의 수출이 둔화되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상승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를 가지고 추세의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소기업의 낮은 수출 비중은 수출기업을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대다수의 혜택이 재벌 대기업에게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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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수출액 추이(단위 : 억달러) / 붉은선 : 전체수출액, 푸른선 : 중소기업 수출액

(우) 전체수출액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자료 : 중소기업 조사통계시스템

 

③ 투자

 

다음으로 중소기업의 투자와 관련해서 ▲설비투자, ▲해외투자, ▲기술개발, 연구개발투자 등의 순으로 살펴보자.

 

한국경제에서 설비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국내투자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5인 이상 중소제조업의 설비투자액은 2007년도 기준 5조605억 원으로 제조업 총 설비투자액의 6.16%에 불과하다. 5인 이상 설비투자 업체 수는 42,430개로 중소제조업체의 37.6%만이 생산설비에 투자하였다.

 

중소기업 설비투자의 용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존설비 유지보수 64.8%, 신제품 생산이 17.8%, 설비자동화가 6.1%, 연구개발이 6.0%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설비투자액의 약 2/3 가량이 기존설비의 유지보수를 위해 지출되고 있다. 그나마 투자하는 것도 새로운 투자가 아니라 기존설비를 유지 보수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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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이의영, ‘중소기업의 경제구조와 개혁과제’

 

위의 그림에서 보여 지듯이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2000년도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이의영, ‘중소기업의 경제구조와 개혁과제’를 참조하면 2007년도 한국의 해외투자 총액은 20,352백만 달러이며 그 중 중소기업의 해외투자액은 5,662백만 달러로 27.8%를 점유하고 있고, 해외투자 신규법인 수는 총 5,540개 중 중소기업이 2,235개로 40.3%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대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고, 더 이상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내수시장 확대로 정책방향을 전환하면서 최저임금을 인상해 나가고 있는 등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도 저임금 구조로 버티기에는 점점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저임금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기술수준을 높여야한다. 하지만 한국의 중소기업의 기술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청의 ‘2010년 중소기업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중소제조업체의 28.5%만이 기술개발 투자를 하고 있었다. 2009년 중소제조업 전체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비 비율은 1.24%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기술기업군 중소기업은 21,272개로 전체 중소기업체수 약300만개에 비해 0.7%에 불과하다.

 

아래 그림은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나타낸 한국은행 자료다. 2007년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20%, 중소기업의 경우 1.12%로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율이 대기업의 1/2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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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소제조업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위 : 대기업, 아래 : 중소기업 / 자료 : 한국은행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구조조정,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 열풍 등으로 대-중소기업 간의 연구개발비 격차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벤처거품 붕괴 등으로 다시 격차가 확대되어가고 있다.

 

⑤ 하도급 현황

 

중소기업 문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중소기업 간의 하도급 문제다. 한국경제는 재벌대기업을 위주로 불균등하게 성장 해왔다. 정부는 가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재벌대기업에 집중시켰다. 그 결과 중소기업들이 그나마 성장 할 수 있는 방도는 재벌대기업과의 하도급 거래 속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아래의 그림에서 확일 할 수 있듯이 80년대 중반부터 하도급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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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중소기업 하도급 생산비중

자료 : 홍장표, ‘제조업 기업간 양극화에 대한 이중구조론적 검토’, 한국사회경제학회 발표논문집(2010.7)

 

최근 들어서는 중소기업의 하도급 비중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중소기업 성장의 동력으로 남아있던 대기업과의 하청관계가 끊기고 있는 것이다. 2009년 현재 중소제조업 가운데 수급기업(하청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43.2%, 수급기업의 전체 매출액에서 거래 모기업의 납품액이 차지하는 비중(모기업의존도)은 76.7%를 기록 중이다.

 

물론 하청관계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경의 선생의 현대중소기업경제론에 따르면, 후발자본주의 국가일수록 하청 제도가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후발자본주의에서는 독점이윤 축적의 요구가 더욱 치열하기 때문에 하청제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일, 일본 등에서도 하청관계가 광범위하게 형성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하청관계는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대기업과의 하청관계를 맺는 상호 보완적인 성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저임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열악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⑥ 일반적 현황 정리

 

전반적으로 중소기업은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한국경제의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수출부문에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새로운 설비투자에 나설 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보지만 중국의 임금인상 움직임 등 저임금 경쟁력에 기반을 둔 사업구조는 점점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기술개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을 고려해 보면 기술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등장하기에도 당장에는 힘들어 보인다.

 

여전히 대기업과의 하도급 거래에 대한 의존도는 큰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불투명한 앞날은 고용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동안 한국경제가 재벌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온 결과 중소기업들과 대기업간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중소기업들의 성장 동력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재벌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화

 

위와 같은 열악한 중소기업의 현황 속에서 최근에는 또 다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계 고리가 끊어지고 이중 구조화 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 재벌대기업들은 역대 유례없는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운 처지다. 아래의 그림은 중소제조업과 전체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을 나타낸 것이다. 2009년 2분기부터 한국경제는 지표상의 회복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체제조업의 가동률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최근 80%를 상회하고 있는데, 중소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은 회복이 빠른 속도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는 재벌대기업들의 성과가 중소기업으로 연결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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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가동률 / 자료 : 중소기업중앙회

 

① 대-중소기업 간의 이중구조화

 

중소기업 문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다. 하지만 한국의 이원화된 산업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재벌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으로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원화가 더욱 고착되고 이원화된 부분(수출, 고기술 자본집약적인 부문과 내수, 저기술 노동집약적인 부문)간의 연계 고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여지 듯 한국의 중소기업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 속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성장세를 이어왔다. 한국경제가 대-중소기업 간의 불균형 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의 탈출구는 대기업의 하청계열로 편입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의 불평등은 심화되었지만 중소기업은 나름의 성장을 해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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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위당 노동비용 = 종사자 1인당 인건비 / 1인당 부가가치생산액

자료 : 홍장표(2010.7), ‘제조업 기업간 양극화에 대한 이중구조론적 검토’, 한국사회경제학회 발표논문집.

 

그러던 것이 2003년 이후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위 그림에서 보여지 듯 제조업 부분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전반적으로 2003년을 기점으로 정체 혹은 하락하고 있다. 중소기업 부문의 고용은 더 이상 증가하고 있지 않고,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생산액 비중이나 부가가치 비중은 감소추세에 놓여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단위당 노동비용 역시 더 이상 하락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2000년도에 들어와서 노동비용은 상승한 후 그 수준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노동생산성 향상이 되지 않거나 노동생산성이 저조한 만큼 임금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비용경쟁력 위주의 중소기업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아래 그림은 하도급중소업체수와 중소기업의 하도급생산비중은 감소추세에 놓여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기업 중 하도급업체 비중과 매출액 중 하도급 납품액 비중은 최근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성장하고 경쟁력이 생겨 더 이상 대기업을 상대로 한 하도급 체계가 필요 없어진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

 

물론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것처럼 그렇지 않다. 대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구조조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크다면 대기업의 외주 확대 등 하도급 생산은 확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하도급 업체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재벌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한 요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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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급중소업체수와 하도급생산비중 추이 /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실태조사

자료 : 홍장표(2010.7), ‘제조업 기업간 양극화에 대한 이중구조론적 검토’, 한국사회경제학회 발표논문집.

 

특히 1차 하도급 업체 수는 2008년 다시 상승세를 보인데 반해 2차 하도급 업체의 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하도급 업체 순위가 내려갈수록 재벌대기업과의 연계 고리가 더욱 빨리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② 대기업이 될 수 없는 중소기업

 

대-중소기업 간의 연관관계가 사라져가며 중소기업들이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 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중소기업이 설립해서 대기업이 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다른 리그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원(KDI) 김주훈의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역할’(2005)에 따르면 신생기업 중 51%는 2년 이내, 79%는 5년 이내에 퇴출된다고 한다. 1994년에 생겨난 업체들 중 13%만이 2003년까지 생존하고 있었다.

 

살아남기도 어려운 현황에서 대기업이 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위와 같은 자료에 따르면 1994년에 진입한 중소기업들이 10년간 300인 이상으로 성장한 비율은 0.13%, 500인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0.01%에 불과하다. 10,000개 기업 중 1개 기업만이 5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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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김주훈(2005),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역할’, KDI.

 

아래의 표는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설립연도를 분석한 자료다. 1981년 이후 설립되어 200대 기업이 된 기업 수는 52개로 81년 이전 148개의 1/3수준이다. 50대 기업군을 보면 81년 이후 설립되어 50대 기업군이 된 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 특히 제조업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200대 기업 중 제조업체는 105개인데 이중 1981년 이후 설립된 업체는 16개에 불과하다. 특히 81년 이후 설립 되어 50대 기업군이 된 제조업체는 단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2006년 200대 기업 중 30대 재벌 그룹의 계열사들이 116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들 수치에는 재벌 대기업들의 계열사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독립적인 신생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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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2009), ‘1986~2006년간 한국의 200대 기업의 동태적 변화’

2006년 말 기준 200대 기업의 실질적 설립연도 분포 (단위: 개사)

( ) 안은 제조업 기업만을 표시. 나머지 차액은 비제조업

 

③ 악순환의 고리

 

위와 같은 사실들은 최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관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대기업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다른 세상에서 기업을 운용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재벌대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재벌대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증대할수록 중소기업들의 현황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경제위기 국면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중소기업들에게 전가시키려는 대기업들의 압력이 나타나는 것처럼 재벌 대기업들의 입지가 클수록 중소기업들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재벌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재벌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을수록 중소기업의 기술투자 유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재벌 대기업이 갈취하는 사건 등이 한 번씩 사회문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기술개발로 중소기업이 얻는 이득을 재벌 대기업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규복의 보고서 “대?중소기업간 수익성 양극화와 경제성장 : 기업간 협상력(bargaining power) 변화를 중심으로”(2009)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대기업의 수익성을 개선시키지만 중소기업 자신의 수익성을 개선시키지는 못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기술개발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면 중소기업의 발전은 더욱 정체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소기업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한국경제는 IMF위기 이전 재벌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대-중소기업 간의 불균등 성장을 해오다가 IMF를 거치면서는 그나마 남아있던 대-중소기업 간의 연계 고리가 약화되면서 관계자체가 단절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 이중구조화 된 원인

 

그렇다면 이렇게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척박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의 중소기업 문제는 단순히 정책적 지원 문제를 넘어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 중소기업부문에서 취약한 구조가 형성된 것은 ▲미국의 원조 등 외국자본에 의해 주도된 경제성장, ▲정부의 재벌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IMF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시장 개방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방 이후 한국경제가 성장해 오는 과정과 IMF이후 나타난 변화상 등 두 부문으로 나누어 중소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된 과정들을 살펴보자.

 

① 자본주의 발전의 유형과 중소기업

 

이경의 선생의 “현대중소기업경제론”(2002)에 의하면 서구 사회의 자본주의 발전 과정은 보통 수많은 소생산자들이 경쟁을 통해 한쪽에서는 몰락이 한쪽에서는 자본 축적을 통한 독점대기업이 형성된다. 이러한 경쟁 과정에서 중소의 산업경영자는 어느 정도 산업화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특정부문과 지역에서 일정 정도 영향력을 가지는 경우가 생겨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계성도 끊어지지 않고 유지된다.

 

반면 자본주의가 외부적인 영향으로 이식된 국가들(일본, 독일 등의 후발자본주의 국가들과 식민지 국가들을 모두 포함)의 경우 내재적인 생산력 발전에 따른 자연적인 과정이 아니라 낡은 사회 제도에 자본주의 제도가 접합된 것이다. 그 결과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여러 경제제도 사이에 상호 연관관계가 결여되고, 필연적으로 경제의 이중구조가 형성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낙후한 전근대적 부문에 머물러 있거나 외부에서 이식되어진 근대적 자본주의 부문에 하청구조로 편입되게 된다.

 

또한 후발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우 선진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경쟁 등을 위해서, 식민지 관계에 있던 국가들은 해방 이후(자발적인 요구였던, 그렇지 않던 간에) 경제를 재건해 나가는 상황에서 급속한 자본축적에 대한 요구가 컸다. 급속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용할 수 있는 자본을 집중시킬 필요성이 컸고, 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불균형 성장은 지속되었다.

 

② 처음부터 설자리를 잃어버린 중소기업

 

한국의 경우 일제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 왜곡된 형태로 자본주의가 들어왔고,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될 시기는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시기였다. 그에 따라 한국경제는 서구의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되는 것과는 다른 경로를 거쳤고, 미국의 원조와 차관이라는 대외 자본에 의해 특혜를 받은 소수 대기업들이 육성되면서 출발하였다. 일제 식민지하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해방이후 한국경제는 중소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출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당시 미국은 사회주의권과의 경쟁에서 자본주의 진영의 정점에 서있는 국가였다. 그에 따라 한국을 더욱 공고히 자본주의 진영으로 편입시키고, 빠른 경제 성장세를 사회주의 진영에 보여줄 필요성이 컸다. 한반도는 가장 첨예한 냉전의 장이기도 했다. 그에 따라 단기간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 노동자, 중소기업 등에 돌아갈 몫을 최대한 줄이고 자본을 소수 재벌기업에게 집중시키는 외형적 성장 정책을 추구하게 되었다. 60년대 본격적인 경제 개발 과정에서 정부는 잠시 수입대체산업화 노선을 채택하기도 했지만 빠른 속도의 성장이 필요했던 미국의 요구로 바로 수출주도 정책으로 전환된다.

 

물론 이러한 수입대체산업화가 국내 중소기업과의 연관성을 고려한 정책은 아니었다. “민족경제론과 한국경제”에 의하면 오히려 수입대체산업은 국내의 중소기업과 대립하는 경쟁적 조건에서 중소기업을 도태시켰다고 한다.

 

둘째, 수출?재벌대기업 위주의 정책이 아닌 내수와 중소기업을 바탕으로 성장을 하기에는 이미 내수기반이 취약한 상황이었다. 해방이후 5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경제는 미국의 원조 등으로 자생적인 기업의 발전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미국의 원조물자나 차관을 등에 업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토착자본이나 중소기업들은 그 기반을 잃어갔다. 이러한 현황에서 단시간 내의 경제성장이란 소수 대기업에게 자본을 집중시켜 수출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다.

 

셋째, 원조와 차관을 제공한 미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자본을 모든 기업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소수 특권층을 형성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었다. 예를 들어 은행들이 대출을 해 줄 경우 소액대출자 여러 명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보다 특정 대출자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을 경우 그 한명에게 거액의 대출을 해 주는 것이 사후 감독을 하기에 유효하다. 또한 그 대출자는 거액의 대출을 해준 은행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재벌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 정책은 중소기업의 성장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었고, 중소기업의 성장은 자체적인 동력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편입되어야만 가능한 것이 되었다. 게다가 대외 시장에 의존적인 수출주도형 발전 전략은 더욱 중소기업의 설자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었다. 수출주도형 성장은 보통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과의 관계보다는 거대한 소비시장인 미국 등과의 대외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구조를 더욱 고착화 시킨 것이다.

 

③ IMF 이후 : 대-중소기업의 결별

 

위와 같이 해방이후 한국경제는 첫 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대-중소기업 간의 연계 고리가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출발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문제는 최근 들어서 해결되기 보다는 IMF이후 자본시장 개방이 가속화 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 부문의 성장세가 정체 혹은 하락하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들어와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 질서로 빠르게 재편되었고, 한국은 IMF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그러한 세계체제에 급속히 편입되어 갔다. 자본의 이동성은 극대화 되어갔다. 재벌 대기업들은 해외 공장 건설 등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었고, 해외에서도 손쉽게 제품 조달이 가능해졌다. 재벌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과의 하청관계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압력에 직면하게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 체제가 확산되면서 재벌 대기업은 단기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중심이 되었다. 그에 따라 하도급 중소기업에 대한 비용절감의 요구는 더욱 강화되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서는 기존의 ‘보호’차원에서 ‘경쟁’이라는 단어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의 기조 역시 전체적으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차원이 아닌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이 중심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아시아 신흥국들로부터의 수입증가로 기존의 저임금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힘든 구조가 되었다.

 

중소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더욱 더 높은 저임금 경쟁력을 확보하던지 기술개발을 통해 기술집약적인 구조로의 재편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 중소기업의 현황에서 확인했듯이 더 이상 저임금 구조로 버티기에는 한계에 직면해 있고, 그렇다고 기술투자, 연구개발 투자가 활성화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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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서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 오는 어려움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2008년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재벌대기업들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실적이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로 확산되고 있지 못함을 경제이론상의 주장이 아닌 직접 몸으로 확인하고 있다.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체제로는 중소기업들의 성장 동력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국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 없이 한국경제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단순한 시혜적 차원에서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어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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