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NLL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이었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NLL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합의한 서해평화수역을 설치하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에 다시 대결과 전쟁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하루빨리 10.4선언을 이행해야 한다.
풀리지 않는 NLL 미스터리, 다른 의도가 있다
지금 필요한 건 NLL 공방이 아니라 서해평화수역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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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한 중간발표를 통해 이지원 시스템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았으며, 대화록 초안이 삭제된 흔적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가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다며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008년 검찰 수사 당시 국가기록원과 이지원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며 이관된 대화록이 왜 삭제됐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핵심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고 문재인 의원은 차라리 자신을 소환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왜 아직도 NLL타령인가
박근혜 정부 들어 잊을 만하면 다시 불거지며 정치권을 흔들어놓는 NLL(북방한계선) 문제. 이 사안은 단순히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덮기 위한 물타기용이 결코 아니다. 대선 당시 권영세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은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대화록을) 까고≫라며 국정원 사건과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NLL 문제를 통해 민주당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민주당 공격이 전부는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새누리당이 주장할 때 민주당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NLL 수호 의지를 담은 여야공동선언문을 제안했다. 이는 결국 10.4선언 체결 당사자가 10.4선언을 부정하게 만들어 10.4선언을 확실히 백지화하고 남북화해통일 세력을 분열시키자는 것이다. 즉 NLL 공방은 처음부터 이런 목적을 가진 장기 플랜의 일환이었을 수 있다.
NLL 수호를 주장하면 10.4선언이 위험해진다
왜 NLL 수호 주장이 10.4선언 백지화로 이어지는 것일까? 일단 NLL은 법적 근거가 없는 선이다. 정전협정에도, 이후 어느 협정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1973년 12월23일 미국 정부는 주한미대사관에 보낸 지침에서 ≪북한에게 NLL을 부과하려는 시도에 우리가 동참할 것이라고 한국 정부가 가정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했고, 1989년 6월3일 메네트리 유엔군 총사령관이 이상훈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서한에도 ≪북한 선박들이 단순히 북방한계선을 월선한 데 대해 유엔군 사령부는 항의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1996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양호 당시 국방부장관은 ≪북방한계선은 어선 보호를 위해 우리가 그어놓은 것으로,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은 아니다≫고 증언했다. 조선일보도 1996년 7월18일자 보도에서 ≪서로간의 수역을 침범했을 경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나 국제법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NLL을 인정할 이유도 없고 인정한 적도 없다. 오히려 NLL 남쪽에 남북 해안선의 등거리선을 기준으로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선포했다. 서해에 남북이 합의한 경계선이 없다보니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막기 위해 남북은 2007년 10.4선언에 서해평화수역을 설치하는 방안을 담았다. 남북이 각기 다른 경계선을 주장하는 조건에서 선(線)이라는 1차원적 해법 대신 면(面)이라는 2차원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고차원적 해법에 따라 해상경계선 논란은 완전히 해결될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다시 NLL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해평화수역 설치가 늦어졌다. 당시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공동어로수역의 전제조건은 해상경계선인 북방한계선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며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아서 회담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북한이 NLL을 인정한다면 구태여 평화수역 설치 같은 복잡한 일을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김 전 장관은 NLL 해결을 위해 평화수역을 설치해야하는 상황에서 거꾸로 평화수역 설치를 위해 NLL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10.4선언은 서랍 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이처럼 법적 근거도 없고, 북한도 인정하지 않는 NLL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할수록 서해 평화수역 설치는 어려워지고 10.4선언도 이행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이 NLL 수호를 이야기하는 순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합의한 10.4선언을 저버리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걸려든 민주당
국방부는 10월 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준수 원칙을 승인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공세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좋아하지만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자리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NLL을) 영토선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다≫고 하면서 ≪정치권에서 사실관계를 국민들에게 잘못 인식시키면 바로잡기 어렵다≫고 당부도 했다. 서해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NLL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새누리당이 주장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사실이라면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 대신 제가 사과하겠다≫고 했다. 당장의 비판을 모면하려고 NLL 포기가 맞냐 틀리냐를 따지는 순간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다.
한반도 위기가 닥칠수록 10.4선언 이행해야
지금 필요한 건 NLL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이었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NLL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합의한 서해평화수역을 설치하는 것이다. 10.4선언이야말로 NLL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서해 평화를 지켜낼 최고의 해법이다. 특히 한반도에 다시 대결과 전쟁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하루빨리 10.4선언을 이행해야 한다.
당면해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이 빠진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을 철회시키는 게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2차 기본계획을 통해 10.4선언을 백지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과 같은 기존 남북합의를 부정한다면 남북관계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남북 정상 간의 합의와 약속은 정권이 바뀐다고 저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민족의 번영과 통일을 위해 10.4선언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 진보정치 63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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