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해보면 한미 정부는 북한과 대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며, 대화할 의사도 없음이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여러 언론들의 분석과 달리 한반도 정세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본 한반도 위기 전망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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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한미 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 위기에 대한 입장이 과연 변화를 보일 것이냐에 있었다. 특히 지난 존 케리 미 국무장관 한중일 순방과 그에 앞선 박근혜 정부의 대북대화 제의로 대치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대화 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통역 없이 산책하는 두 정상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미 정부는 북한과 대화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을 뿐이다.
대화 상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화 상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다. 대화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대화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대화 상대를 인정하는 첫걸음은 호칭 문제다.
과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당시 부시 대통령을 ≪각하≫라고 표현했다.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때 나온 표현이다. 그 직전에 부시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선생(Mr.)≫으로 표현했다. 한 달 전에 ≪폭군(tyrant)≫이라 표현한 것에 비해 크게 변화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당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국방위원장(Chairman)≫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6자회담이 재개됐으며 마침내 9.19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이처럼 호칭 문제는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출발점이라 하겠다. 이런 이유로 심재권 민주당 의원도 지난 4월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통일부 장관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식 호칭이 무엇이냐 물으며 정부 공식 문서에서 공식 호칭을 쓰지 않고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두 정상은 김정은 제1위원장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을 직접 호칭한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는 두 번의 표현에서 모두 아무런 직책 없이 이름만 말했다. 그의 발언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동 기자회견 장면
≪명백하게도 나는 개인적으로 <김정은>을 모른다.(Obviously, I don’t know Kim Jong-un personally.)≫
≪만약 지금까지 북한의 행보가 강성국가 건설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제 <김정은>은 역사를 교훈삼아 새로운 길을 찾을 때다.(If what North Korea has been doing has not resulted in a strong, prosperous nation, then now is a good time for Kim Jong-un to evaluate that history and take a different path.)≫
(언론은 이 대목을 ≪북한의 계속된 노력이 강성국가를 만드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면 역사가 김정은 제1위원장을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꾸로 번역,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해 ≪도발을 해 왔고 막다른 길로 내달렸다(taken have been provocative and seem to pursue a dead end)≫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에 대한 적대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통해 한미 정부의 의도를 더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양 정상은 북한의 경제발전이 실패하기를 기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내세운 강성국가 건설 노선이 실패하기를 은근히 기대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제시한 경제-핵무기 병진노선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언급 다음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사회주의 체제 문제다. 사실 자신들의 경제발전 노선이 실패할 것이라고 악담을 하는데 좋아할 나라는 없다. 북한은 워낙 오랜 기간 자본주의 국가들의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 노선에 대해 실패할 것이다, 실패하면 좋겠다 이런 발언들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데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겠다>고 할 가능성은 애초에 없다.
▲상하원 합동연설
핵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북한이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먼저 약속과 의무를 지키고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을 한반도에서 먼저 시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하면서 또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통해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재확인했다. 자신들의 핵무기는 문제없고 북한의 핵무기만 문제니 없애면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핵위협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북한과 대화가 될 수 없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하면 일정기간 제재를 하다가 적당히 타협해서 보상을 해주는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 현 한반도 정세를 보는 시야가 얼마나 좁은지 드러낸 셈이다.
지금의 한반도 전쟁 위기는 북한이 적당한 보상이나 받으려고 조성한 위기가 아니다. 미국은 정치군사적 지위하락을 막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반도에서 위기를 증폭시키며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북한은 이에 맞서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봉쇄와 압박을 용인하지 않고 끝을 보겠다는 게 지금 한반도 전쟁 위기의 본질이다. 즉, 북한과 미국 둘 중 하나가 굴복하거나 전면전을 벌이거나 해야 끝나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저런 정세인식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대북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양 정상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흡수통일을 합의하여 논란을 키웠다. 양 정상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에서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합의하였는데 이는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로 흡수통일 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를 미국과 가서 합의하고 온 것도 한심하지만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흡수통일을 합의한 것은 결국 북한을 인정하지 않고 붕괴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결국 종합해보면 한미 정부는 북한과 대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며, 대화할 의사도 없음이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여러 언론들의 분석과 달리 한반도 정세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3.5.10.)
* 팟캐스트 <주간 정세동향>을 들으시려면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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