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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정희 효과를 생각한다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12. 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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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간 내내 지지율 1%에 불과했던 이정희 후보가 아직까지도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이정희 후보의 영향력이 크고, 향후 자신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 아닐까?


다시 이정희 효과를 생각한다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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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정희가 두려운가


선거가 끝나면 논공행상, 책임추궁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권교체를 열망한 국민들 사이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엉뚱하게도 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이정희 후보가 티비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맹공격하는 바람에 보수표가 결집됐고, 그래서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티비토론 장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누구 때문에 낙선했을까? 박근혜 후보 때문이다. 이는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을 공격할 대신 진보당을 공격하는 이유는 뭘까? 힘 센 사람에겐 꼼짝 못하면서 약자들을 괴롭히는 동네 양아치의 심리와 비슷한 것일까?


실제로 보수 유권자 중에는 박근혜 후보를 찍은 이유로 <동정론>을 드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가 티비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지 않았으면 이들이 문재인 후보를 찍었을까? 아니면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지 않았을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어차피 박근혜 후보를 찍었을 사람들이 핑계를 대는 것뿐이다. 이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을 때다. 오히려 이정희 후보가 젊은층 유권자들을 결집한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이정희 후보는 제1의 공적이다. 자신들이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박근혜 당선자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것은 이정희 때문>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대선 기간 내내 지지율 1%에 불과했던 이정희 후보가 아직까지도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이정희 후보의 영향력이 크고, 향후 자신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대선 기간에 폭발적 반향을 일으킨 <이정희 효과>에 대해 다시 논하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근본 모순을 드러냈다


이정희 효과의 가장 큰 위력은 한국사회 모순의 본질을 폭로했다는 점이다. 이는 첫 티비토론의 발언에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난다.


≪외교의 기본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것입니다.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아실 겁니다. 한국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고는 사대매국 한일협정 밀어붙인 장본인입니다. 좌경용공으로부터 나라 지킨다면서 유신독재 철권 휘둘렀습니다.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1년 전 한미 FTA 날치기해서 경제주권 팔아넘겼습니다. 대대로 나라주권 팔아먹는 이들이야말로 애국가 부를 자격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날치기 한 뒤에 애국가 부르면 용서가 됩니까?≫


이정희 후보의 이 발언이 담긴 영상은 <이정희 돌직구>, <다카키 마사오>, <이정희 레전드(전설) 발언>등의 제목으로 유튜브 등에 퍼지면서 백만 회 이상 재생되었다. 다른 토론 영상보다도 훨씬 많은 조회수를 자랑한다.


많은 이들이 이 발언에서 충격을 받은 이유가 뭘까? 시청률 30%에 달하는 공중파 방송에서, 그동안 <영웅>으로 추앙받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실체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폭로된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카키 마사오>는 순식간에 각종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떠올랐으며 다음날까지 상위권에 머물렀다. 보수세력의 아킬레스건인 친일 문제를 전 국민에게 과감히 드러낸 이정희 후보는 일약 유명인이 되었다.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된 <다카키 마사오>


이정희 후보가 티비토론에서 드러낸 한국 사회의 치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친일과 친미로 점철된 국가 주권 훼손 역사, 경제개발로 위장된 군부독재의 실상, 분단 상황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면서 통일을 가로막아온 역대 정권의 죄악상, 삼성공화국으로 대변되는 재벌의 횡포, 노동자·농민·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민주개혁세력의 한계 등 한국 사회의 근본 모순들을 남김없이 폭로하였다.


대선은 5년 마다 돌아온다. 하지만 아무리 대선을 반복한다 해도 국민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는 정권이 저절로 세워지는 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근본 모순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춰 새 사회 건설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까지 있었던 수차례 대선 가운데 이번 대선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대선은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 역사를 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만들었다.


잔잔한 호수에 바위를 던졌다


이정희 효과의 두 번째 위력은 지지부진하던 대선판을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공식은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 그리고 반 이명박, 반 새누리당 대중투쟁이었다. 그러나 야권연대는 깨졌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역시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대중투쟁도 폭발적으로 일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별다른 변화 없이 선거 중반까지 계속됐다. 대선은 별다른 이슈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갔다.


잔잔하던 대선 판에 바위를 던져 출렁이게 만든 인물은 문재인도, 안철수도 아닌 이정희 후보였다. 이정희 후보가 첫 티비토론으로 국민들의 대선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고, 특히 젊은층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젊은층의 열광은 이정희 후보 유세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티비토론 후 이정희 후보 유세장에는 젊은층이 모여들었고 너도나도 사진찍기를 청했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이정희 후보를 알아보고 환호했다. 이런 현상은 사퇴 후 투표독려 캠페인을 하는 동안에도 나타났다.



▲홍대 앞 유세현장


이정희 후보의 인기는 2차 토론회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이 후보가 3차 토론회 직전 사퇴하자 3차 토론회 시청률은 2차 토론회 시청률보다 8.1% 포인트 낮은 26.6%에 머물렀다.


1차 티비토론이 끝나자 곧바로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에 뛰어들었다. 이정희 후보 때문에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맹공격하고,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지지 유세에 동참하면서 패색이 짙던 대선은 박빙 승부로 변하였다.


단 1%의 지지율을 가진 진보당 후보가 이처럼 대선판을 뒤흔들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진심의 정치, 진보정치의 정형을 창조했다


이정희 효과의 위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이정희 후보가 진보정치의 원리 원칙을 그대로 따른 데서 왔다.


진보정치는 노동자·농민·서민의 요구에 충실하고 조국과 민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정치다. 진보정치인은 권력을 탐하지 않고 출세에 눈이 멀지 않으며 진실과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치인이다.


이정희 후보는 진보당 사태를 겪으면서도 자신이 살기위해 진실에 눈감고 당원을 버리지 않았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투쟁하는 민중, 고통 받는 민중 속에 들어가 함께 비를 맞고 눈물을 흘렸다. 언론이 외면하고 시민사회단체들과 지식인들이 냉대해도 이정희 후보는 민중 속으로 들어가는 발길을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이정희 후보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혼신을 바쳐 천배를 올렸고, 철탑을 방문했다. 이 후보와 함께 쌍용차 노동자가 농성하는 철탑을 방문한 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처음으로 철탑에 올라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아도 노동자, 농민들의 투쟁 현장마다 찾아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머리띠를 묶고 투쟁하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운 대선후보가 되었다.



▲천배를 올리는 이정희 후보


이정희 후보는 티비토론에서도 민중들의 처절한 사연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진보당 사태의 진실과 자신의 결백을 알리는 데는 단 1초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정희 후보는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언제나 진실의 편에서 싸웠다. 새누리당에서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색깔론 공세를 펼쳤을 때 문재인 후보는 ≪사실이라면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 대신 제가 사과드리겠다≫며 진실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이정희 후보는 ≪사실이라면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며 정면으로 승부했다.


또 박근혜 후보가 축하 메시지까지 보내며 격려한 반북단체가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겠다며 전쟁 위기를 불러오자 곧바로 촛불집회를 개최하여 반전평화를 외쳤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정희 후보


새누리당뿐 아니라 모든 언론과 지식인들이 종북마녀사냥을 했기에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정희 후보와 진보당은 <상상하라 코리아연방>을 대북정책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평화협정 체결, 임기내 1단계 통일 등을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통일만이 민족모순을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정희 후보는 진보정치의 정형을 만들었고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대중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었고 대선을 떠나 한국 사회에 새로운 근본 변화를 가져올 <이정희 효과>를 만들 수 있었다. 시사저널 창간23주년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는 유망한 진보적 정치지도자를 얻었다.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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