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박해전 사람일보 회장
안녕하세요.
<안철수의 생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이명박 정권에 절망한 국민들의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희망으로 읽힙니다.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저자)이 우리 사회의 여러 과제와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힘으로써 대선 후보들의 정책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여는 글에서 자신의 생각에 대한 평가, 조언과 비판을 구하며, 향후 진로를 묻고 있습니다.
“내게 기대를 거는 분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내가 가진 생각이 그분들의 기대에 부합하는지, 또 내가 그럴 만한 최소한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분들께서 꼼꼼히 읽어주시고 허심탄회하게 조언과 비판을 해주신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새누리당을 빼고는 정치평론가들은 대체로 <안철수의 생각>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나는 솔직히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대선 출마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이 책에는 내가 보기엔 대선후보라면 반드시 밝혀야 할 핵심이 빠져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책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장차 다양한 자리를 통해 채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글에 대한 저자의 공식적인 답변이 나와야 <안철수의 생각>의 가치와 대선후보의 자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나는 저자가 미처 언급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사안을 중심으로 그가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마땅히 밝혀야 할 점을 유권자로서 말씀드립니다.
무엇보다 먼저, <안철수의 생각>에는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 선언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는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하다”며 “복지, 정의, 평화의 시대적 과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제 이를 가능케 하는 6.15 10.4 선언의 이행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1910년 일제 식민통치를 시작으로 지난 한 세기 식민과 분단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2012년 대선은 식민과 분단체제를 극복 청산하고 6.15 자주통일 10.4 평화번영 체제로 대전환해야 할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모든 대선후보들은 6.15 10.4 선언 완수를 핵심공약으로 밝혀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야권연대와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구상을 <안철수의 생각>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야권단일후보는 새누리당을 극복하는 선거운동의 정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야권연대와 야권단일후보는 올 대선 승리의 선결조건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경험한 것처럼 야권단일후보를 세우지 못하면 ‘선거혁명’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자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무소속을 아우르는 야권단일후보 경선과 이를 토대로 한 거국내각을 공약한다면 한국 정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크게 악화되었고 양심수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자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 방안을 <안철수의 생각>에 담았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민주언론운동을 펴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의 원상회복을 비롯한 언론개혁 방안도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친일파 청산과 고문조작 국가범죄 같은 과거청산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반인륜적 국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특별법’과 과거사청산법을 제정해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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