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일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지난 6월 17일 그리스에서 진행된 총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리스가 경제위기로 인해 돈을 빌린 댓가로 요구받은 긴축재정을 지킬지 여부가 총선의 주요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 재정 이행’을 선택했지만, 26.9%에 달하는 국민들(집권당이 된 신민당과의 득표 차이는 겨우 2.8%)은 ‘긴축 재정 반대’를 주장한 시리자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에 따라 잠시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을 뿐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논란은 계속 될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 국내 사안에 불과한 총선이 이처럼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로 붕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로의 탄생과 최근 위기의 원인, 이후 전망 및 해결 방안 등에 관해 2주에 걸쳐 이야기 하려고 한다.
‘유로’의 탄생
‘유로’는 1999년 1월 출범한 ‘유로통화동맹(EMU)’ 회원국의 공통화폐이다. 유로통화동맹 회원국(이하 유로존)은 모두 17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델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핀란드, 오스트리아, 그리스,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몰타,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이다.
흔히 ‘유럽연합(EU) 회원국=유로 회원국’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EU 회원국(27개국)중 17개국만 유로에 가입하였다. 여러 국가가 공통 화폐를 사용하는데 따른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들은 경제 상황에 맞게 통화량(화폐유통량), 금리 등을 조절한다.
보통 경기가 침체하면 화폐를 발행하여 시장에 직접 투입하거나 금리를 인하하여 대출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투자 및 소비를 독려한다. 또한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 가치가 떨어져(평가절하) 환율이 올라 수출에 유리하다(예를 들어 환율이 달러당 천원에서 2천원으로 상승하면 천원인 수출제품은 1달러에서 0.5달러로 떨어지게 된다).
만약 개별 국가가 자국 경제가 좋지 않다고 금리를 인하하면 다른 국가들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원치 않는 상황이 도래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에서 유로존 전체의 금리 조절 등 통화금융정책을 지휘하고 있고, 유로 회원국은 통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독자적으로 펼칠 수가 없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이다.
또한 여러 국가의 상황을 수렴하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회원국 경제상황이 비슷해야 하기에, 유로존 가입을 위해서는 ‘재정적자 국내총생산(GDP) 3% 이하, 국가채무 60% 이하’ 등을 이행해야 한다. 최근 유로 사태의 주요 원인중 하나는 경제규모가 다른 국가들(대표적으로 독일과 그리스)이 공통 화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럽 국가들은 왜 유로통화동맹을 결성했을까?
첫째, 독일을 묶어내려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전후 상실된 국제적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독일의 이해가 맞물린 것이다.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기에(이 때문에 세계 패권을 미국에게 넘겨주었다), 유럽 국가들은 독일의 재무장을 막기 위한 방도를 찾았다. 그중 하나가 ‘유럽 전체 통합’인데, 공통의 화폐를 사용하면 그만큼 다른 국가들 상황에 깊이 영향을 받기에 독일을 묶을 수 있다.
독일은 두차례나 전쟁을 일으켰던 원죄 때문에 ‘세계적 경제대국’에 걸맞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러한 독일에게 ‘유로존’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실제로 유로통화동맹의 주도권은 최강의 경제력을 보유한 독일에게 돌아갔고, 유로화 가치를 조절하는 유럽중앙은행도 독일에 위치해있다).
둘째,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등 달러 지위 하락에 따른 유럽 각 국간 환율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금 1온스 당 35달러로 고정한 환율체제인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유럽 국가들의 통화는 달러와의 교환비율(환율)이 안정적이었기에 유럽 각국간 환율도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1971년 미국이 달러에 대한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고 1973년 국제적으로 변동환율체제로 이행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달러 가치 하락으로 대 달러 환율 변동성이 심해졌고 그에 따라 유럽 국가간 환율 관계가 불안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고정된 환율체계’에 대한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 각국은 당시 룩셈부르크의 수상이었던 베르너(Pierre Werner)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베르너 보고서’를 완성하였고, 이 보고서는 ‘통화동맹을 달성하기 위하여 역내 각 통화간의 일일 환율변동 허용폭을 축소하여 환율 안정을 통하여 고정환율제도를 정착시킨 후 단일통화를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달콤했던 10년, 수면 위로 드러난 약점
출범 후 ‘유로’는 승승장구했다. 2011년 IMF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은 전세계 GDP 70조 달러 중 13조달러(19%)를 차지하여 15조달러(21%)인 미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전세계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26%)은 아직 달러(60%)에 못 미치지만, 99년 출범 당시(유로 17%, 달러 70%)와 비교하면 상승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원국도 혜택을 입었다. 독일은 유로 회원국들에 대해서는 무역 및 환율 장벽이 없어져서 이득을 봤고, 전세계적으로는 유로가 독일의 통합전 화폐인 마르크보다 저평가 되었기에 수출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리스는 유로 가입(2001년) 이후 국가신용도를 대변하는 국채 금리가 낮아져서(1999년 3월 5.97%→ 2005년 3월 3.92%), 이전보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이는 그리스의 통합전 화폐인 드라크마보다 유로가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로 달콤했던 시기는 종말을 빚었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간략히 정리하면 금융기관들은 이자놀이에 급급하여 갚을 여력이 되는지 확인도 않고 ‘묻지마 대출’을 했고, 미국 국민들은 언젠가는 갚아야할 남의 돈으로 잔치를 벌이다 망한 셈이다.
최근 유럽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으로 그리스는 국가복권수익, 국가공항이 미래에 받을 공항수익까지 담보로 제시하며 자금을 끌어왔는데, 이렇게 미래 수입을 증권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이들이 바로 미국 투자은행들이다.
위기에 직면하자 유로존은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다.
그리스는 제조업보다는 고대 유적지를 바탕으로 한 관광업이 주요 수입원이다.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 국가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위기국면에서 자국 화폐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환율을 높여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예를 들어 환율이 달러당 천원에서 2천원으로 상승하면 10만원짜리 관광상품은 100달러에서 50달러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앞에서 밝힌 것처럼 그리스에게는 이런 권한이 없다.
미국이 위기 모면을 위해 양적완화를 한 것처럼 그리스에도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이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부실 회사를 살리는데 국민이 낸 세금을 사용하듯이, 그리스를 살리는데 다른 나라 국민들이 낸 세금이 사용된다. 유럽통합이라는 대의를 인정하더라도 당장 내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면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기에 ‘왜 우리 돈으로 다른 나라를 도와줘야 하느냐’는 반발로 구제금융 합의도 만만치 않다.
구제금융을 받으면 해결될까?
그리스에 2010년 5월 이후 1천77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이 투입되었지만, 3분의 2가 부채상환으로 쓰이는 등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또한 구제금융에는 가혹한 단서조항(긴축재정)이 달려 있다. 물론 빚을 냈기에 지출을 줄여야 하겠지만, 돈을 벌어야 빚을 갚을 것 아닌가. 또한 긴축이라는 미명하에 임금, 연금, 의료비와 사회보장비 등이 축소되니 그리스 국민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최근 총선에서 긴축정책이 쟁점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유로존 회원국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스가 살아날 때까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위기를 야기한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는 방법은 극단적으로는 유로존 붕괴를 불러 올수 있다(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입장에서도 유로존 탈퇴는 재앙에 가깝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자국 화폐(드마르크)로 복귀하는 순간, 빚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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