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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잔치’는 최후의 만찬이다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6.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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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2년 06월 18일 



주한미국군사령관의 두 가지 발언 

2012년 6월 12일 서울에 있는 코리아나 호텔에서 육군협회가 주최한 조찬강연회가 열렸다. 주한미국군사령관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이 강연회에 연사로 출연하여 ‘미국의 신국방전략과 한미동맹’이라는 그럴 듯한 제목으로 연설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미2사단과 35방공포여단의 인력과 전력 확충을 (미국군 지휘부에) 요청했다. 공격정찰헬기 대대 확충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요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미국군 지휘부에 주한미국군 전력증강을 요청하면서 특히 공격헬기 항공대대 증편을 강조하였음을 말해준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의 강연에서 그런 증편 요청 발언이 나오자, 남측 수구언론매체들은 일제히 그 발언을 증폭시키는 확성기 노릇을 하였다. 예컨대 <중앙일보> 2012년 6월 13일 보도기사는 “서먼 사령관이 지난 5월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주한미군 항공전력의 증강을 국방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충분치 않은 항공전력을 강조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차출된 아파치 대대의 한국 복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한 한국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는 것은, 미국인들은 Apache라고 쓰고 어파쉬(uhpahsh)라고 발음하는데, 이 땅에서는 아파치라고 잘못 발음한 것이 언론을 통해 널리 퍼져 그대로 쓰인다는 점이다. 겨레의 넋이 깃든 소중한 우리말을 홀대하고 우리말과 영어를 마구 섞어놓은 ‘잡탕말’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 땅의 종미주의자들은 미국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괴상한 영어를 쓰고 있으니 중증 언어장애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위의 <중앙일보>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시간감각이 엉망이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미국 연방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때는 2012년 5월이 아니라 2012년 3월 29일이었다. 시간감각만 엉망인 것이 아니라, 공간감각도 엉망이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출석한 청문회는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가 아니라, '연방하원 세출위원회 군사건설, 퇴역군인 및 관계부처 소위원회' 청문회였다. 

그 청문회에 출석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무슨 말을 하였을까? 그가 청문회에서 하원 의원들과 주고받은 발언을 적어놓은 속기록을 찾을 수 없지만, 그가 청문회에 제출한 문건이 남아있다. 그 문건에는 ‘연방하원 세출위원회 군사건설, 퇴역군인 및 관계부처 소위원회에 제출하는 유엔군사령관, 미한연합군사령관, 주한미국군사령관 제임스 서먼 대장의 발언록’이라는 긴 제목이 붙어있다. 그런데 그 발언록에는 주한미국군 전력증강을 미국군 지휘부에 요청하였다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2012년 3월 29일 미국군 소식지 <성조지(Stars and Stripes)>는 그 날 청문회에서 서먼이 발언한 대목 가운데 어느 특정대목을 의도적으로 골라 인용보도하였다. 그 인용보도에 따르면, 서먼은 “미국은 오판을 불러올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위태로운 불확실성의 기간(dangerously uncertain period)을 한반도에서 맞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북측의 불안정 또는 극단적인 경우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갈등을 고조시키는 도발이 가장 커다란 위협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인용보도를 읽으면,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한반도 군사정세를 매우 위태롭다고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의 인용보도는 전체 문맥을 벗어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서먼의 청문회 발언 가운데 인용된 문제의 두 문장을 원문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첫째 문장은 “나는 한반도가 오판을 불러올 예상치 못할 사건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매우 불확실한 시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문장은 “북측의 침공으로부터 미국과 한국을 방어할 준비를 갖추고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변화들에 연동되는 불확실성 때문에 위태로운 불확실성의 시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 두 문장에 불확실한 시기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들어있지만, 그가 말한 불확실성이란, 그의 발언록에서 명백히 지적된 것처럼 북측, 남측,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에서 올해 실시되는 정권교체 선거에 따른 동북아시아 전반의 정치적 변화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그는 동북아시아에서 올해에 진행되는 각국 선거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서 역내 정치정세가 불확실하다고 말한 것이지, 한반도 전쟁위험이 비상히 고조되고 있어서 군사정세가 위태롭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주한미국군사령관이 6월 12일 조찬강연회에서 주한미국군 전력증강을 미국군 지휘부에 요청하였다고 밝힌 것과 그가 3월 29일 연방하원 세출위원회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동북아시아 정치정세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발언한 것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의미맥락이 아니다. 

피격위험도가 전투기보다 세 배 높은 공격헬기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미국군 지휘부에 주한미국군 공격헬기 증파를 요청한 배경은 무엇일까? 세상에 알려진 대로, 지난 시기에 주한미국군은 아파치 공격헬기 72대를 보유한 3개 항공대대를 배치하고 있었는데, 2004년 8월에 1개 항공대대를 철수하였고, 2009년 3월에 1개 항공대대를 또 철수하였으며, 지금은 아파치 공격헬기 24대를 운용하는 1개 항공대대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증파를 요청한 아파치 공격헬기는, 전차, 장갑차, 자행포 같은 인민군 기갑전력의 고속진격을 저지하고, 육상, 해상, 공중에서 전개되는 인민군 특수전 병력의 기습작전을 차단하려고 배치하였다고 선전해온 첨단무기다. 아파치 공격헬기가 첨단무기라는 사실은, 그 공격헬기 판매가격이 F-16 최신형 전투기 판매가격과 맞먹는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한반도 전쟁상황을 예상한다면, 인민군 기갑전력이 군사분계선을 돌파하여 고속으로 진격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난 상황이고, 인민군 특수전 병력이 기습작전을 벌이는 것은 한국군이 방어하기 힘든 취약지역에서 국지전이 일어난 상황이다. 이 두 가지 예상상황 가운데서 인민군 기갑전력이 군사분계선을 돌파하고 고속으로 진격하는 전면전 상황을 가상하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방측 군사전문가들은 미국군이 작전배치한 아파치 공격헬기가 전차를 파괴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과대평가하였고, 친미언론매체들이 그런 과대평가를 ‘정설’로 가공하여 유포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들은 정말 그런 줄로 믿고 있다. 더욱이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미국군이 이라크군 기갑부대를 궤멸시켰다는 소문이 떠도는 바람에 아파치 공격헬기의 ‘최강 신화’가 진실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을 분석하면 전혀 다른 전황이 나타난다. 이를테면, 미국은 이라크 무력침공을 개시하기 전에 이라크군 내부에 ‘간첩단’을 침투시켜 첩보전과 심리전을 전개함으로써 이라크군 정신무장을 해제시켰으며, 무력침공을 개시하면서 강력한 전자전으로 이라크군 방공레이더망을 무력화하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군사전략거점을 파괴하였다. 그런 다음, 뒤늦게 침공에 나선 아파치 공격헬기가 파괴한 이라크군 전차와 장갑차들은, 이미 전투의지를 상실한 이라크군이 도주하면서 내버린 전차와 장갑차들을 파괴한 것이지, 치열한 교전 중에 파괴한 것이 아니었다. 

한반도에서는 이라크 전쟁과 같은 교전상황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므로, 아파치 공격헬기가 인민군 전차, 장갑차, 자행포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전황은 한반도 전쟁상황을 예측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려낸 엉터리 만화다. 

그런 엉터리 만화의 중심부에는 아파치 공격헬기가 무장한 AGM-114 헬파이어(Hellfire) 공대지 전술미사일이 놓여 있다. 아파치 공격헬기가 최단 사거리 500m, 최장 사거리 8km인 헬파이어 미사일을 쏘면 전차, 장갑차, 자행포에 명중한다는 것이 엉터리 만화의 전개에서 절정을 이룬다. 초등학생 수준의 단순논법으로 말하자면, 아파치 공격헬기는 8km밖에 있는 전차를 공격할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반면에, 8km밖에서 비행하는 아파치 공격헬기를 공격할 지대공미사일을 장착한 전차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아파치 공격헬기와 전차가 1 대 1로 맞붙으면 아파치 공격헬기가 이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군부가 아파치 공격헬기야말로 ‘전차 잡는 무기(tank killer)’라고 큰 소리를 치는 까닭은, 레이저유도장치와 전파추적유도장치를 이중으로 내장한 헬파이어 미사일이 그 공격헬기에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레이저유도장치 작동원리는, 아파치 공격헬기에 장착된 레이저발사기가 타격목표를 향해 레이저를 쏘면, 타격목표에 닿은 뒤에 반사된 레이저반사광(sparkle)을 헬파이어 미사일 탄두부에 내장된 레이저탐지기가 추적하여 타격목표를 맞춘다는 것이다. 또한 전파추적유도장치 작동원리는, 아파치 공격헬기에 장착된 발신 안테나(transit antenna)가 타격목표를 향해 전파를 쏘면, 타격목표에 닿은 뒤에 반사된 반사파를 헬파이어 미사일에 내장된 수신 안테나(receive antenna)가 추적하여 타격목표를 맞춘다는 것이다. 그처럼 유력한 유도장치를 헬파이어 미사일에 이중으로 달아놓았으니 첨단성능을 가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아파치 공격헬기가 레이저유도장치를 가동하기에 적합한 고도는 지상으로부터 6-9km 상공인데, 그 고도는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당하기에 딱 알맞은 고도다. 그래서 이스라엘 공군 F-16 전투기가 1981년 6월 7일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를 2.1km 저고도에서 기습폭격할 때, 이라크군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당하지 않으려고 레이저유도폭탄을 쓰지 못하고 비유도 재래식 폭탄 마크 84(Mark 84)를 쓸 수밖에 없었다. F-16 전투기가 그러한데, 전투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느린 속도로 비행하는 아파치 공격헬기가 저고도에서 느릿느릿 레이저유도장치를 가동하는 것은 적의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당하려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당할 위험도를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무인공격기 70%, 공격헬기 60%, 전투기 20%, 폭격기 12%, 전략폭격기 10%다. 첨단무기라는 공격헬기야말로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당할 위험이 가장 큰 취약무기다. 

아파치 공격헬기를 향해 레이저를 쏜 인민군 

아파치 공격헬기를 ‘전차 잡는 무기’라고 한때 자랑했던 미국 군부가 주한미국군에 배치한 아파치 공격헬기를 2004년부터 갑자기 철수하기 시작한 말 못할 사연이 있다. <워싱턴 타임스> 2003년 5월 13일 보도가 그 사연을 전해주었는데 사연은 이러하였다. 2003년 3월 초 어느 날 주한미국군 아파치 공격헬기 2대가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쪽으로 3.2km 떨어진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아파치 공격헬기가 그처럼 북측 상공에 바짝 근접하여 비행한 것은, 아파치 공격헬기를 공격할 첨단무기가 인민군에게 없을 것으로 주한미국군이 판단하고 안심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행 중인 아파치 공격헬기에서 레이저탐지장치에 갑자기 경보신호가 켜졌다. 인민군이 아파치 공격헬기 2대를 향해 레이저를 쏜 것이다. 그 보고를 받은 미국 정보기관들은 인민군이 아파치 공격헬기를 향해 ZM-87 대인레이저총(antipersonnel laser gun)을 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렇게 판단한 까닭은, 아파치 공격헬기의 비행위치가 비무장지대에서 3.2km 떨어진 남측 상공이고, 비무장지대 폭이 4km이고, 인민군이 비무장지대에서 북쪽으로 2-3km 쯤 떨어진 곳에서 레이저를 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미국 군부는 10km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레이저를 쏠 수 있는 무기가 대인레이저총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추정할 만도 하였다. 대인레이저총은 개인화기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는데, 유효사거리 3km 안에 있는 사람에게 레이저를 쏘아 눈을 멀게 만드는 무기다. 

그런데 시속 265km로 날아가는 아파치 공격헬기는 10km 밖에서 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인민군이 그런 대인레이저총으로 아파치 공격헬기에 맞서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인레이저총은 평시에 테러진압작전에서 테러범을 향해 쏘는 단거리 대인무기이지, 전면전이 벌어진 격렬한 교전상황에서 공격헬기를 향해 쏘는 장거리 대공무기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워싱턴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대변인 새뮤얼 테일러(Samuel T. Taylor)는 레이저발사장비가 인민군에게 “널리 보급되어 있다”고 말하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미국군의 ‘최강 신화’를 선전 그대로 믿는 사람들에게는 곧이들리지 않겠지만, 인민군은 레이저 무기화에서 미국군보다 한 발 앞섰던 것이다. 미국군 레이저발사차량이 비행 중인 무인표적기를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한 때는 2009년 11월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인민군은 미국군 아파치 공격헬기를 향해 대인레이저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레이저발사차량에서 레이저를 쏠 것이다. 인민군 레이저발사차량은 아파치 공격헬기의 헬파이어 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군 전투기의 레이저 유도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폭탄을 모조리 무력화할 강력한 레이저를 쏠 것이다. 

예상되는 한반도 전쟁상황은 인민군 폭풍호 전차와 미국군 아파치 공격헬기가 1 대 1로 맞붙는 무기성능시험장 같은 조용한 상황이 아니라, 각종 무기와 군사장비가 동원되어 융합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격동적인 전면전이다. 그런 격동상황에서 인민군은 헬파이어 미사일 사거리 8km 밖에서 레이저발사차량과 방해전파발사차량을 동원해 레이저와 방해전파를 아파치 공격헬기를 향해 쏠 것이고, 비유도무기인 방사포를 집중사격하여 아파치 공격헬기의 미사일 탐지장치를 교란시킨 다음, 적외선 유도무기인 지대공미사일을 쏠 것이다. 아파치 공격헬기는 그것으로 끝이다. 

달 없는 그믐밤 서해안 갯벌에서 물골을 타고 

주한미국군사령관 제임스 서먼이 미국군 지휘부에게 증파를 요청한 아파치 공격헬기는, 전면전에서 인민군 기갑전력의 고속진격만 저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지전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인민군 특수전 병력의 기습작전도 차단할 수 있다고 널리 선전해온 첨단무기다. 

역대 주한미국군사령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실토해온 것처럼, 미국 군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인민군의 특수전 공격이다. 한국군이 방어하기에 어렵고 무력충돌위험이 높은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국지전이 벌어지는 경우, 인민군이 반드시 특수전 공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미국 군부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2011년 2월 1일 보도와 <조선일보> 2011년 8월 22일 보도를 종합하면, 북측은 백령도에서 50km 떨어진 곳에 공기부양정 70척을 배치할 대규모 발진기지를 건설하였다. 공기부양정 발진기지 위치는 황해남도 장산반도 고암포다. 또한 백령도에서 약 80km 떨어진 황해남도 과일군 비파곶 해군기지에는 인민군 해상저격여단 병력 3,000명이 배치되어 있다. 

인민군이 독자기술로 건조한 공기부양정은 특수전 병력 50명을 태우고 해수면 위에 살짝 떠서 시속 90km 이상으로 항해할 수 있는 20t급과 35t급 두 종류인데, 인민군은 그런 공기부양정을 서해에 140척이나 전진배치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인민군은 고속상륙정 90척도 서해에 전진배치하였다. 

<조선일보> 2007년 4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시속 110km로 항해할 수 있는 170t급 신형 공기부양전투함을 개발하였다. 이 신형 공기부양전투함에는 57mm 기관포와 30mm 기관포가 각각 1문씩 장착되었는데, 특수전 병력 150명이 탈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170t급 신형 공기부양전투함까지 개발하였으니, 2012년 6월 현재 인민군의 기습상륙작전능력은 엄청나게 강화되었다.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공기부양정 140척은 전차 40대와 병력 8,000명을 한꺼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데, 거기에 고속상륙정 90척과 신형 공기부양전투함 수 십 척까지 더하면 전차 및 장갑차 100대와 특수전 병력 10,000명을 한꺼번에 기습상륙작전에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인민군은 그처럼 강력한 상륙장비들을 서해에 전진배치한 것만이 아니라, 2011년 4월 초와 8월 말에 기습상륙훈련을 서해에서 실시하였다.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륙해공군합동타격훈련을 지도하시였다’는, 서해로 흘러나가는 대동강 하류에 건설된 서해갑문 일대에서 2012년 3월 14일에 진행된 육해공군 합동타격훈련 현장을 보여주는데, 그 훈련장면 가운데는 인민군 특수전 병력이 공기부양정을 타고 해안에 기습상륙하는 장면도 있다. 

인민군 특수전 병력과 전차와 장갑차를 실은 공기부양정, 고속상륙정, 공기부양전투함들이 달 없는 그믐밤에 한국군 레이더 사각지대인 서해안 갯벌에서 물골(미세기[潮水]가 세차게 흐르는 곳)을 타고 진격하면, 한국군 해군과 해병대는 속수무책이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민군 공기부양정, 고속상륙정, 공기부양전투함이 질풍처럼 고속으로 항해하기 때문에 서해 5도 인근에 배치된 한국군 해군이 함포를 아무리 쏘아대고, 서해 5도에 배치된 한국군 해병대가 해안포를 아무리 쏘아대도 격침시키지 못한다. 

둘째, 한국군이 훈련기 KT-1에 로켓포와 기관총을 달아 개조한 KA-1 경공격기를 동원하고, 한국군이 보유한 공격헬기 기종들인 AH-1 코브라와 500MD를 동원해도 인민군 공기부양정, 고속상륙정, 공기부양전투함의 진격을 저지하기 힘들다. 한국군이 보유한 코브라 공격헬기는 야간작전 중에는 미사일을 쏘지 못하는 ‘야맹증’에 걸렸고, 염분과 안개에 취약해서 해상에서는 작전하지 못하며, 엔진동력이 너무 약해서 완전무장을 하고 항공연료를 가득 채우면 이륙하지도 못한다. 더욱이 그런 노후기종들이 육지에서 출격하여 서해 5도 상공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민군의 신형 공기부양전투함이 20분만에 서해 5도에 기습적으로 상륙할 수 있다. 

셋째, 인민군의 기습상륙을 저지하려면 한국군 전투기들이 출격하는 수밖에 없는데, 황해남도 곳곳에 배치된 지대공미사일, 레이저발사차량, 방해전파발사차량들이 가동하면 한국군 전투기들은 격추위험이 두려워 황급히 3km로 저고도 회피비행을 하면서 남쪽으로 멀리 물러나야 한다. 

<조선일보> 2009년 1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은 1996년 10월 ‘독수리 연습’에서 처음으로 아파치 공격헬기를 동원하여 공기부양정을 공격하는 실험을 실시하였는데, 그 실험결과에 따라 아파치 공격헬기를 공기부양정 차단작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1996년에는 아파치 공격헬기의 성능만 믿고 자만하던 미국 군부가 2004년에는 인민군의 강력한 무장장비 전진배치에 밀려 아파치 공격헬기를 속속 철수하기 시작하였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미국 군부의 알량한 위안행동, 남측 군부의 무력한 자구책 

미국이 주한미국군 아파치 공격헬기를 철수하자, 그 공격헬기를 대신할 무기를 갖지 못한 한국 군부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본 미국은 F-16 전투기로 대체전력을 보강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연합뉴스> 2009년 1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 지휘부는 아파치 공격헬기를 남측에서 철수하는 대신 F-16 12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2008년 12월 워싱턴 디씨에서 열린 제2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된 것처럼 발표되었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2008년 4월 주한 미7공군에 배치된 F-16 3개 비행대대 가운데 1개 비행대대를 2008년 연말까지 철수하겠다고 남측 군부에 통보하였다. 원래 아파치 공격헬기 철수는 예정된 것이었으나, F-16 전투기 철수는 예정에 없었던 것인데 2008년 말에 갑자기 F-16까지 철수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아파치 공격헬기 1개 항공대대와 F-16 1개 비행대대를 한꺼번에 철수하자 한국 군부의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F-16 12대를 대체전력으로 긴급배치한다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 합의는 한국 군부의 불안감을 잠시나마 덜어주기 위한 미국 군부의 알량한 위안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은 F-16 12대를 주한미공군기지에 고정배치한 것이 아니라 순환배치하였던 것이다. 고정배치나 순환배치나 배치는 배치이므로 그게 그거가 아니겠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전혀 다르다. 

미국 군부가 말하는 ‘항공우주원정군 전환부대(AEF)’의 순환배치란 F-16 비행대대를 남측에 고정배치하여 주한미7공군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게 하는 게 아니라 넉 달 동안만 임시로 배치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쇼공군기지(Shaw AFB)에서 미국 동부지역 방위임무를 맡고 있는 제9공군 제20전투비행단 예하 제79비행대대 소속 F-16 12대가 군산공군기지에 순환배치될 때, F-16 12대와 지원요원 300명이 나타난 것은 물론이고, 이례적으로 제20전투비행단 지휘소까지 따라갔다. 원래 군산공군기지에는 주한미7공군사령부 예하 제8전투비행단 지휘소가 있는 데도, 제20전투비행단 지휘소를 그 공군기지에 추가로 배치한 것은 제79비행대대가 주한미7공군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지 않고 잠깐 머물다가 떠난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군산공군기지에 나타난 제79비행대대는 2009년 3월부터 9월까지 넉 달 동안 잠깐 머물더니 어느 날 조용히 떠나버렸다. 미국은 2008년 6월에도 이탈리아 북동부의 아비아노공군기지(Aviano AFB)에 배치된 F-16 1개 비행대대와 지원병력 300명을 군산공군기지에 잠깐 배치하였다가 넉 달 뒤에 슬그머니 철수하였다. 이처럼 미국 군부는 아파치 공격헬기와 F-16 전투기를 일부 철수하면서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반환하기 위해 이른바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그 신조어에 걸맞는 알량한 위안행동만 보여주었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한국 군부는 서둘러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연합뉴스> 2011년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남측 군부가 외국산 대형 공격헬기 36대를 수입하여 그 가운데 일부를 백령도에 배치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령도에서 이미 진행 중인 공격헬기 격납고 공사는 2011년 말까지 끝날 것이라고 보도하였으니, 이제는 이미 완공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 특수전 병력의 기습상륙을 두려워하는 남측 군부가 아파치 공격헬기를 백령도에 배치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치 공격헬기를 백령도에 배치하려는 자구책은 자구책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아파치 공격헬기 1대 값은 1,800만 달러다. 36대를 수입하려면 6억4,800만 달러를 쏟아부어야 하며, 아파치 공격헬기 3개 항공대대를 운영하려면 엄청난 유지비를 해마다 계속 쏟아부어야 한다. F-16 최신형 전투기 1대 값은 1,880만 달러이므로, 전투기만큼 비싼 고가무기인 아파치 공격헬기를 인민군의 대구경 장거리포 사정권 안에 놓아두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의 어리석음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남측 군부가 아파치 공격헬기를 수입하여 작전배치하려면 15년 정도 사업추진기간이 요구된다. 그 15년 동안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남측 군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가 한반도 군사정세에 얼마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는지 남측 군부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변화를 전망하지 못하는 것은 주한미국군사령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미국군 지휘부에 주한미국군 전력증강을 요청하면서 특히 아파치 공격헬기 항공대대 증편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 미국과 남측은 똑같이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처럼 엄청난 경비를 잡아먹으면서도 실전효과는 미지수로 남아있는 아파치 공격헬기 항공대대를 크게 증편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로 보인다. 시력이 매우 나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내다보지 못하는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가 빚더미에 함께 올라앉아 ‘아파치 잔치’를 차려놓으면, 그것은 곧 최후의 만찬이 될 것이다.

(수정, 12:34)



* 출처 :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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