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바야흐로 인공위성 정국이다.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3월 1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돌을 맞아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고 발표하였다. 발사시기는 4월 12일부터 16일 사이의 시점이며 발사장소는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하였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발표한 순간, 북한의 위성발사는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제3차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평화협정 논의와 신뢰회복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오바마 행정부의 입지가 궁색해지고 있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위성발사계획 발표에 앞서 발표 계획을 미 국무부에 알렸다고 한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도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15일 늦게 뉴욕채널이 가동됐으며 미국은 위성 발사가 지닌 의미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하여 북미간 사전접촉을 시인하였다.
북한측은 인공위성 발사가 북미합의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일언론 <조선신보>는 "조선의 구상에 따르면 2009년에 발사된 시험통신위성의 다음 단계, 즉 나라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실용위성의 하나인 지구관측위성을 2012년의 태양절에 즈음하여 쏘아올리는것은 필연적인 흐름인 것이다"라며 위성발사가 이미 예전부터 추진되어 오던 과제라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장거리미싸일발사의 림시중지조치와 인공위성의 발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북한당국의 입장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동북아에 미치고 올 파장은 지대하다. 그런 면에서 바야흐로 인공위성 정국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용위성 : 북한경제에 절실한 설비
북한당국은 이미 1998년 8월 31일과 2009년 4월 5일에 인공위성 광명성 1호와 광명성 2호를 각각 성공리에 발사하였다고 주장한다. 당시의 기술축적에 토대해 이번에는 상용위성을 발사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이 상용위성이라 주장하는 광명성 3호는 발사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실시간으로 관측자료를 전송해주면서 인공위성으로 기능을 할 터인즉, 한미당국이 주장하는 “안보위협” 주장은 시간이 갈수록 명분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학 연구소 한호석 소장은 “광명성 3호는 투명한 인공위성이다”라는 글에서 2009년 2월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이 담화에서 “국가우주개발전망계획에 따라 우리는 1단계로 가까운 몇 해 안에 나라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통신, 자원탐사, 기상예보 등을 위한 실용위성들을 쏘아올리고 그 운영을 정상화할 것을 예견하고 있다”고 하였다고 기술하였다. 2012년 3월 16일, 재일 <조선신보>는 북한이 발사할 광명성 3호는 극궤도를 따라 도는 지구관측위성이라고 밝혔다.
극궤도위성은 지구의 북극과 남극 상공을 통과하는 궤도를 남북 방향으로 비행하는 위성이다.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극궤도위성은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구의 전 표면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극궤도위성은 기상위성과 해양관측위성 등에 활용된다. 지구관측위성이란 지구 궤도를 돌면서 지구를 관측하는 인공위성으로 지구표면과 대기 관찰사진을 촬영하는 위성을 뜻한다.
정부산하 국가기상위성센터에 따르면, 극궤도기상위성은 1960년에 미국에서 제1호기 TIROS-Ⅰ이 발사된 이래 세계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궤도높이가 약 1200km에 달하는 극궤도위성은 약 36000km의 높은 고도를 가지는 정지위성에 비해 궤도높이가 1/30∼1/40으로 낮기 때문에 훨씬 자세하게 기상을 관측할 수 있다. 다만 지구를 1바퀴 도는데 대략 100분이 소요되며 한 장소를 하루에 두 번밖에 볼 수 없어 극심한 기상변화의 추적, 연속관측에 의한 구름의 움직임으로부터 풍향과 풍속 산출, 자료 및 방송통신 등은 어렵다고 한다.
한국 기상청은 1970년대부터 미국의 극궤도 기상위성 NOAA로부터 기상자료를 전송받아 왔다고 한다. 2010년 10월 현재 한국은 실시간으로 정지궤도 위성인 MTSAT-2와 중국 FY-2D 위성자료를 수신하고 있으며, 극궤도 기상위성으로는 미국의 NOAA-15, 17, 18, 19호와 중국의 극궤도 위성인 FY-1D 자료, 극궤도 지구관측위성인 미국의 Terra와 Aqua 위성자료를 수신하여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미국의 극궤도위성인 NOAA로부터 얻은 한반도 기상상황 사진이다.
▲ NOAA-19호 적외영상 (2010. 10. 2. 오전 02:40) (출처- 국가기상위성센터 공개자료)
이처럼 기상위성은 여름철 태풍의 접근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역별 강수량과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장비라 할 수 있다. 특히나 근접촬영에 의한 기상정보는 농업생산량 증대를 국가의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북한당국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반도 지역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피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북한도 매년 이른바 “큰물피해”라고 부르는 홍수피해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홍수피해가 농업생산량을 떨어뜨리고 북한경제 각 부문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기상위성이 없기 때문에 일기예보를 할 때마다 중국이 제공하는 위성사진 자료에 근거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중국의 극궤도 기상위성인 FY-1D위성 등으로부터 기상자료를 전송받아 일기예보에 활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FY-1D는 당연히 중국대륙의 기상자료에 집중할 것이므로 북한은 한반도 주변 기상정보를 종합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북한당국으로는 한반도 주변의 근접 기상영상을 풍부하게 분석하며 기상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이미 갖가지 관측위성을 보유한 한국
북한이 이번에 최초의 상용위성을 발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여러 해전부터 인공위성을 제작해 위탁발사 해왔다.
기상위성뿐 아니라 일반적인 지구관측위성도 경제적 활용도는 매우 높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 지구관측위성으로는 2006년 7월에 발사한 아리랑 2호가 있다. 아리랑 2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발사한 다목적실용위성(KOMPSATⅡ)이다. 아리랑 2호는 지구 위 685km 상공에서 100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씩 돌며 하루에 2번 한반도 상공을 지나간다. 한반도는 2분 정도면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리랑 2호는 흑백 1m급의 군사용 정찰위성에 해당하는 고성능 렌즈를 탑재하고 북한 상공 전역을 포함한 지구 전 지역을 촬영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군사용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가로-세로 15cm 수준의 정밀도라고 한다.
아리랑 2호가 촬영하는 영상은 어떻게 활용될까? 한겨레신문은 2006년 현재 1m 급 해상도로 가로-세로 15㎞ 지역을 찍은 위성 영상의 국제가격은 한 장에 약 1만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하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 2호가 찍는 국내와 미국·중동 일부 지역 촬영 영상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나머지 국외 지역 촬영 영상은 프랑스의 스팟이미지와 판매대행 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한다.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목적실용위성 2호가 설계 수명인 3년 동안 5400만 달러의 영상 판매 수입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리랑 2호의 개발예산이 600억 원이었다고 하니 개발비를 회수하고 남는 액수이다.
한국은 2010년 7월, 정지기상위성인 천리안을 발사하였다. 천리안 위성은 통신·해양·기상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위성에 탑재한 정지궤도 복합위성으로서 앞으로 7년 동안 하루 24시간 내내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반도 주변의 기상과 해양을 관측한다고 한다.
천리안 위성을 확보함으로 한국은 그동안 외국의 기상위성으로부터 받는 정보로 30분 간격으로 제공하던 기상예보 수준이 이제는 15분 간격, 위험 기상일 때에는 8분 간격으로 예보가 가능해 태풍, 황사, 집중호우, 가뭄 등 위험기상 발생 시 한반도 영역 중심으로 독자적인 관측영역 및 관측시각 조정이 가능해졌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나 한국은 천리안 위성의 보유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 7번째 독자 기상위성 보유국이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한국은 다가오는 5월 중순, 아리랑 2호보다 기동성이 더욱 향상된 아리랑 3호를 발사준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 위성 3호가 3월 15일, 일본 다네가시마 발사장에 도착해 발사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아리랑 3호는 위성체 상태점검과 연료주입, 발사체와 결합 등의 과정을 거쳐 5월18일께 발사되며 이후 3개월간 궤도상 시범운영을 하고 9월부터 본격적인 영상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위성발사는 국가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인 김수현과 여재현은 “국내 위성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란 논문에서 위성산업의 세계시장규모는 2005년 63조 34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통신과 방송을 제외한 기타서비스 영역만 보아도 2005년 10조 원 규모라고 한다. 이들은 국내 위성산업의 생산유발효과가 7조 5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3조 6000억 원, 취업유발효과가 4만 6000명으로 분석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정치적으로 유리한 북한의 상용위성발사
북한이 이제부터 상용위성을 발사하기 시작함에 따라 이제는 로켓뿐 아니라 인공위성의 효과까지 함께 고려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우주발사체는 2009년에 선보였던 바, 이번 발사의 주목점은 상용위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이 발사할 광명성 3호가 극궤도 기상위성이라면 광명성 3호는 평화적 목적의 위성이 된다. 태풍과 집중호우, 가뭄으로부터 농업과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체계적인 기상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북한주민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평화적 목적이므로 동북아 안정을 해치는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도 있다.
물론 친미보수진영은 북한이 지구관측위성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군사용 첩보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용 첩보위성은 해상도가 1m 이하에 달하는 초정밀의 카메라를 탑재해야 한다. 북한의 첫 단계 상용위성은 미군과 한국군 기지를 염탐하는 군사위성이라기보다는 한반도 기상조건을 촬영할 기상위성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한국에서는 주민생활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상위성이 북한에서는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한미일이 그러하듯이 북한사람들도 농사를 지어야 하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야 하며 날씨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상용위성 발사를 두고 북한주민을 외면한 로켓발사라고 규탄하고 있는데 만일 광명성 3호가 북한당국의 2009년 언급대로 기상위성이라면 북한주민들은 광명성 3호로 인해 홍수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강수량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얻어 농업생산량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상용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북한을 가로막을 한미 당국의 정치적 명분은 상당히 궁색할 수밖에 없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반대하는 순간, 평화적 목적의 상용위성 발사까지 가로막는다는 국제적 비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북한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출로가 막힌 한미 당국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를 통해 국제사회를 향해 주권존중과 평등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국제사회에서는 온갖 종류의 관측위성, 군사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소폭탄 등 갖가지 종류의 전략무기가 즐비한 미국은 피해자인양 행세하고 이제 막 상용화된 기상위성을 발사하려는 북한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황당한 논리가 무책임하게 통용되고 있다.
북한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이는 북한이 미국과 동등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모양새가 된다. 동북아 패권을 독점하려는 미국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관계정상화와 전쟁위기가 동시에 오바마 행정부의 탁자 위에 올라있다.
노골적인 대북 대결정책에 매달렸던 이명박 정부의 처지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북한당국은 광명성 3호를 남쪽으로 발사해 1단 로켓이 전라북도 변산반도 서쪽 140km 해상에 떨어지며 2단 로켓은 필리핀 동쪽 190km 지점에 떨어질 것이라고 공지하였다. 극단적인 대북 대결정책을 고수해 온 이명박 정부는 4.11 총선에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광명성 3호에 대해 무언가 조치를 취하는 시늉이라도 내야 한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광명성 3호를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였다.
이미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팽팽해 전쟁전야의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연일 대북 군사훈련에 여념이 없으며 서해바다는 조용할 날이 없다. 2월 20일, 남측의 서해 대잠훈련의 경우, 북한은 “단 한 개의 물기둥이라도 우리측 영해에 포착된다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하지만 남측은 3월 26일을 “천안함 응징의 날”로 규정한 채 서해상 군사훈련을 또 다시 공지하고 있다.
3월과 4월을 지나며 한반도 위기는 격화될 것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상용위성을 쏜다는 북한과 그것도 사실은 미사일이나 마찬가지라며 상용위성 발사까지 반대하는 한미.
인공위성을 하나 올리려 해도 힘의 대결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정전체제의 문제점이다.
-이 글은 <통일뉴스>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http://urisociety.kr/sub.php?board=C1&id=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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