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모두가 말하는 재벌개혁...'양치기 소년'을 찾아라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3. 10. 09:00

본문

각 정당 재벌정책 비교와 올바른 재벌개혁 방향

백남주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재벌총수 자녀들이 빵집, 순대·떡볶이가게까지 하면 영세 상인들은 뭘 해 먹고살아야 하냐!’는 사회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재벌개혁’이 사회적 화두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는 재벌자녀들의 무분별한 사업진출 등의 단편적인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것은 아니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삼성, 현대차가 아무리 잘나가도 서민경제와는 딴 세상 이야기임을 서민들은 몸소 체험해왔고, 이명박 정부의 재벌 편들기(고환율, 부자감세, 출자총액제한제도․금산분리 등의 각종 규제철폐 등)에 서민들은 염증을 느껴왔다. 그 결과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재벌대기업 정책이 파탄 났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한국경제가 지금과 같은 재벌대기업 구조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총선을 앞둔 각 정당들은 재벌개혁에 대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지금껏 재벌대기업의 이익을 앞장서 대변해 왔던 새누리당(한나라당)까지 재벌개혁에 대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두가 재벌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지향해 나가야 할 재벌개혁의 방향이 무엇인가는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 못하다. 재벌개혁이 재벌대기업 집단의 구조를 개혁하자는 것인지(재벌해체 등), 재벌들의 불법을 엄격히 통제하자는 것인지 등 재벌개혁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래에서는 재벌개혁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그에 기초해 각 당의 재벌개혁에 대한 정책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재벌개혁의 방향 

우선 재벌개혁의 요구성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벌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재벌 총수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비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재벌 대기업이 아무리 잘 나가도 국내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등1) 우리는 현재 한국경제가 더 이상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이미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또한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산 순위 10대 그룹의 2010년 매출액(은행·보험·증권 제외 539곳)은 756조원으로 전체 제조업체 매출의 41.1%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이미 전체의 50%를 넘었다.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재벌대기업이 국내 88%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억압하는 체제가 고착화 되었다. 

따라서 단순히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재벌대기업의 확장을 억제하는 정도로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그려갈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재벌들의 규모로 볼 때 한두 가지 규제책만으로는 재벌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힘들다. 지금과 같은 재벌체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새 판을 짜야 할 시기인 것이다. 재벌대기업의 소유구조와 독과점구조를 개혁하는 것 없이 재벌개혁을 말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재벌대기업은 사회양극화의 주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재벌대기업의 화려한 실적 뒤에는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당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존재한다. 재벌 대기업들이 고환율 효과로 수출을 늘려 나갈 때 서민들은 물가부담에 시달려야 했다. 재벌 총수들의 불법과 비리혐의, 일감몰아주기 등은 개미투자자들과 일반서민,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다. 게다가 몸집을 불리며 권력화 된 재벌대기업들은 법과 제도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을 행사해 왔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노동자, 상인과 중소기업으로부터 독점대기업으로 이익과 부가 편중됨으로써 공평한 분배가 침해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이러한 양극화 과정을 바로잡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미 과도하게 경제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사후적 교정수단이 필요하다. 재벌총수들의 불법 상속, 증여 행위에 대해 부담을 물려야 하고, 부자증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재벌대기업의 이득을 사회와 공유하는 제도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재분배 정책은 대기업의 선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해서는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끝으로 외국자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벌대기업 규제와 관련하여 항상 재벌 측의 대응 논리로 나왔던 것이 외국자본과의 차별성 문제였다. 예를 들어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참여 제한으로 인해 외국계자본의 국내 금융산업 지배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등의 논리가 그것이다. 실제 재벌대기업 규제가 외국자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이러한 논리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게다가 론스타 사태 등에서 보여지 듯 외국자본 역시 한국경제에 많은 부정적인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재벌대기업 규제와 함께 외국자본 규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벌대기업 규제가 힘을 받기 어렵다. 예를 들어 1998년 2월 외환위기로 외국 기업들이 국내 알짜기업들을 대거 사들이는 것이 우려되자 한때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기도 했다. 중소기업 업종 지정 등의 방안은 국계 기업의 진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또한 재벌대기업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을 때 매각되는 계열사들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간다면 한국경제에 또 다른 문제점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특히 한미FTA는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재벌대기업으로 하여금 외국자본과의 형평성 논리를 들고 나오게 해 재벌대기업 규제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재벌해체 등 적극적으로 재벌의 구조를 개혁하고, 사회적으로 재벌의 이윤이 재분배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여기에 외국자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도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각 정당의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살펴보자. 

각 정당의 재벌개혁 정책 



①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2월 9일 ▲일감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영역 보호, ▲불공정거래관행 중단, ▲엄정한 법집행과 사회적 견제장치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기업 정책을 제시했다. 그동안 재벌대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적극 대변해왔던 새누리당의 재벌개혁 정책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는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마음에도 없는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 대기업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정책쇄신분과 활동을 거부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발표한 정책에 집중해 살펴보자. 

새누리당은 일감몰아주기 근절대책으로 재벌대기업이 법을 어기지 않는지 정부가 조사를 철저히 하는 내용의 정책을 제시했고, 중소기업이 시장점유율 2/3이상을 차지하는 업종에 대해 대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 한도를 5%에서 1%로 조절해 중소기업 업종을 보호하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재벌대기업의 부당단가 인하에 대해서는 현재 기술탈취에만 적용되는 징벌적(3배)손해배상제-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서민들과 차별 없는 법집행, 사면권 행사 억제, 상장기업 및 대기업집단 비상장 계열기업에 대해 “윤리헌장”제정 의무화 등을 강조했다. 

위와 같은 새누리당의 재벌개혁 정책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면, 재벌대기업이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재벌의 소유구조 문제, 재벌중심의 경제구조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법집행을 강제해 재벌대기업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보호 방향도 재벌대기업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기 보다는 중소기업을 적당한 선에서 보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부의 재분배 문제,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역할 문제 등은 법과 제도적으로 강제하기 보다는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맡긴다는 방향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안은 재벌대기업의 소유구조와 독과점구조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재벌구조개혁의 한 방도인 출자총액제한제도2) 부활과 순환출자3) 금지 방안 등은 대책에서 제외시켰다. 또한 부의 재분배 문제에 있어서는 재벌대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법치주의와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재벌대기업들은 법 자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어 왔다. 또한 재벌구조를 그대로 둔 채 공정경쟁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② 민주통합당 

다음으로 민주통합당의 정책을 살펴보자. 민주통합당은 1월30일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일감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부활 등을 골자로 하는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하였다. 

상위 10대 재벌에 한해서 자산규모에 상관없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출자총액을 순자산 40%까지 인정)시키기로 하였다.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고의적인 일감몰아주기에 관해 형사 처벌을 강화하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또는 상속세) 부과, 일감몰아주기로 피해를 본 주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정책을 제시하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보완을 위해 대기업의 진입위반 시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한미FT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대책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므로 (한미FTA 협정 무효화가 바람직하나) 이에 대비하여 대책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재벌세’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기업이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에 세금을 물려 재벌대기업이 무분별하게 계열사를 늘리는데 부담을 주겠다는 취지다. 또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채택하였다. 다만 일시적으로 순환출자를 금지할 경우 기업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의결권을 제한(10년에 걸쳐서 매년 10% 정도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통합당의 정책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 ‘재벌세’ 등 보다 적극적으로 재벌대기업의 몸집이 불어나는 것을 막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대기업의 소유구조를 개혁하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하였다. 새누리당이 공정한 법질서 확립과 사후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사전예방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재벌을 해체하는 수준의 강력한 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경우 규제한도를 40%로 설정해 큰 효과를 보기에는 어렵다4). 순환출자 금지의 경우에도 재벌대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단계적 도입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재벌대기업들이 시간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재벌대기업들의 막강한 힘을 고려했을 때 어떤 수를 써서든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하면 지금과 같은 거대몸집을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계열사 매각 없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재벌대기업의 소유구조를 단순화 시킬 수는 있지만 경제력 집중을 해소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는 민주통합당의 안은 재벌 규제를 대폭 강화하여서 재벌대기업의 폐해를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③ 통합진보당 

마지막으로 통합진보당의 재벌정책을 살펴보자.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이정희 의원은 2월2일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발표하였다5). 이 보고서는 각종 재벌개혁 수단을 동원해 10대 재벌을 해체6)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재벌세 등 몇 가지 규제만으로는 현재의 재벌 문제가 해소될 수 없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10대 재벌 각각의 상황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안이다. 재벌해체를 목표로 세워놓고 필요한 수단을 찾아나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에 있어 지금까지의 안들 중 수위가 가장 강력한 안으로 볼 수 있다. 

삼성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삼성그룹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삼성생명 주식을 19.34%가지고 있는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어 비금융회사인 삼성전자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게 된다7). 하지만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20.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이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에서 벗어났는데, 금융지주회사의 ‘최대주주’라는 요건을 ‘최대법인주주’로 변경하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또한 삼성의 경우 순환출자 금지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출총제부활, 재벌세 등은 효과가 미미하다. 이런 식으로 재벌해체를 목표로 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자는 내용이다. 

현대차의 경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순환출자를 규제하게 되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모비스 주식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그 외에도 지주회사 요건강화8), 출총제부활(출자총액을 순자산 25%까지로 규정), 사업연관성 없는 계열사 출자금 과세9) 등의 방도를 통해 각 재벌 그룹에 맞는 처방을 내려 재벌을 해체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러한 통합진보당의 안은 명확히 재벌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을 표방하는, 재벌개혁에 있어 가장 강력한 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 적용 문제에 있어서는 넘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 현재 국민들이 재벌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삼성이 망하면 어쩌나’, ‘삼성 없이 어떻게 한국경제가 굴러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은 한국경제 전반의 대안을 제시하며 위와 같은 국민들의 의문을 풀어주어야 할 과제가 있다. 

또한 재벌 대기업들의 강력한 반발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재벌대기업 집단은 한국사회에서 이미 권력집단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따라서 재벌대기업의 소유 구조 근간을 뒤흔드는 통합진보당의 안은 재벌대기업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재벌의 저항에 맞서 재벌구조를 뜯어고치기에는 통합진보당의 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덧붙여 재벌개혁과 외국자본 규제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정책들은 각 정당에서 좀 더 논의와 고민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FTA 폐기를 반대하는 세력은 외국자본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재벌대기업들의 논리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각종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나하나의 정책을 놓고 보면 좋지 않은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때 한국사회에서 재벌개혁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실천의지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상생협력’과 ‘동반성장’ 등 화려한 구호들을 제시했지만 실제로 중소기업, 서민들이 느낄 수 있는 정책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보였던 초과이익공유제도 협력이익배분제라는 이름으로 원래의 취지는 상실한 채 권고사항으로 끝이 났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역시 말만 무성하고 아직까지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재벌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거대한 권력집단인 재벌과의 투쟁이 동반되는 과정이다. 지금껏 정치권에서 수많은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실제 재벌들의 영향력 앞에 무릎 꿇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정임을 보여준다. 

누가 재벌개혁에 대해 진솔한 마음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지, 누가 재벌대기업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지를 가려볼 수 있어야 할 때이다. 

<주석>

1)  4대 그룹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부가가치 기준 20% 안팎. 그러나 고용의 규모는 전체 2424만4000명의 2.1%에 불과. 4대 그룹이 신규로 만들어내는 일자리도 100명 중 5.9명에 불과. 

2) 한 기업이 회사 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여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 이명박 정부 들어 당시 자산 10조원이 넘는 기업그룹에 속한 자산 2조원 이상의 계열회사는 순자산의 40%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던 제도를 폐지. 

3)  A기업이 B기업에 출자하고, B기업이 C기업에게, C기업이 다시 A기업에게 출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이 계열사를 확장하는 방식. 계열사 간에 실질적인 출자 없이 가공적으로 자본금을 늘려 계열사 수를 확대하게 되고 특정기업의 경영이 부실해질 경우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수 있음. 현재는 A와 B계열사 간 상호출자는 금지하고 있지만,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 상호출자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와 규제가 완화. 2008년 4월 상호출자제한 기업 규모를 자산규모 2조원에서 5조원 이상인 경우로 완화). 

4) 삼성그룹은 현재 출자규모가 11.55%, 현대차 그룹은 18.23%, 롯데그룹은 11.34%. 40% 규제시 출자여력이 충분히 있음을 보여줌. SK그룹과 LG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상태.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은 출총제 적용에서 제외. 

5) 추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호, 총수일가 사익추구 방지 등의 정책을 발표할 예정. 이 글에서는 재벌구조 개혁의 측면에 집중해 평가하고자 함. 

6) 재벌 해체는 삼성전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소유구조를 해체해 삼성전자를 분리시키자는 것. 

7) 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산업자본 기업을 자회사로 둘 수 없음. 

8) 지주회사제도는 현재 재벌집단의 순환출자와는 달리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자회사-손자회사-증손자회사 등으로 출자관계를 단순 수직 체계화해 소유구조를 단순화시키는 것.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제도는 자회사에 대한 최소지분을 20%(비상장 20%, 상장 40%)로 규정. 이를 비상장 80%, 상장 40%로 상향조정하자는 것. 또한 과거 지주회사 설립 시 적은 총수의 지분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어 계열사를 확대하는 것을 막고자 부채비율을 100%로 규제하였음. 이것이 2007년 200%로 완화되었는데, 이를 다시 100%로 환원하자는 것. 또한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사업연관성 없는 손자회사의 지분을 취득하지 못하게 함. 

9) 업무와 무관한 계열사에 출자한 금액(지주회사 제외)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 



* 2월20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교양지 <새세대>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