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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정당의 강령은 어떠해야 하는가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12.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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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새진보통합연대 3자 사이에 통합진보정당 건설이 합의되었다. 이제 각 정당, 단체의 인준 절차만 거치면 조만간 통합진보정당이 탄생한다.

 

3자는 실무 협의를 통해 통합진보정당 강령안을 작성하여 발표하였다. 정당의 강령은 정당의 이념과 노선, 사명을 담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통합진보정당의 강령안을 분석, 평가해보고 올바른 통합진보정당의 강령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일단 강령안은 5.31합의문에 기초하여 대체로 무난하게 작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내용에서 심각하게 문제될만한 부분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이 강령안이 통합진보정당의 강령안으로 적당한가를 따져보면 부족함이 많다.

 

강령이란 일의 근본이 되는 큰 줄거리를 말하며 특히 정당의 강령은 그 정당의 기본 입장이나 방침을 명시한 것을 말한다. 모든 정당은 강령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강령에 따라 세부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정당의 강령이라면 뿌리와 이념, 정권 혹은 국가의 상을 기본적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

 

정당의 뿌리는 이 정당이 어떤 정당이나 운동을 계승하는 정당인지를 명시하여 정당의 출발점이 무엇이며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는지를 확인시켜준다.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은 정강정책에서 갑오농민전쟁과 3.1민족해방운동, 4.3민중항쟁, 4.19혁명, 5.18민중항쟁, 6월민주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 촛불항쟁 등 도도히 이어져온 민중투쟁을 계승하는 정치세력이라고 명시하였다. 국민참여당은 정강정책에서 “3.1 만세운동과 항일독립투쟁, 4.19 혁명, 5.18 광주시민항쟁, 6월 민주화 대행진“2002년의 월드컵 응원과 2004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 2008년 미국산 축산물 수입협정 규탄 촛불시위를 명시했다.

 

그런데 통합진보정당의 강령안에는 이러한 당의 뿌리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세상에는 부모 없는 자식 없고, 조상 없는 후손 없는 법이다. 통합진보정당이 정체불명의 정당이 되지 않으려면 당의 강령에 반드시 자신의 뿌리를 채워 넣어야 한다. 통합진보정당의 뿌리는 3자가 상호의 역사성을 인정, 존중하고 통합의 정신을 살리는 방향에서 큰 어려움 없이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당의 이념은 그 정당의 노선, 정책의 기초가 무엇인지를 밝혀준다.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은 강령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자신의 이념으로 명시했다. 국민참여당은 참여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정신을 자신의 이념으로 삼았다.

 

그런데 통합진보정당의 강령안에는 이런 이념이 나와 있지 않다. 40개나 되는 강령이 제시되었지만 어디에도 이념이 명시되지 않았다. 통합진보정당은 당리당략을 위한 당도 아니고 시류에 편승하는 당도 아니다. 통합진보정당이 진정한 진보정당이 되려면 자신의 이념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통합진보정당의 이념은 진보적 민주주의가 가장 적당하다. 다른 이념들, 이를테면 사회주의나 사회민주주의 등은 한국 사회의 현실이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통합진보정당 내에서도 합의되기 힘들다. 하지만 진보적 민주주의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를 보장하며, 정치적 민주화는 물론 경제적 민주화까지 실현하며, 간접 민주주의를 뛰어넘어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하기에 한국 사회의 현실에 부합하는 개념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민족자주, 민중주체, 민생평등, 평화통일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며 이와 함께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와 생태, 성평등, 공동체 등의 이념과 가치 실현을 포괄하기에 통합진보정당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모두 합의할 수 있으며 국민들에게도 지지 받을 수 있다.

 

끝으로 정당이 추구하는 정권 혹은 국가의 상을 밝혀야 한다. 모든 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자신이 집권했을 때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정강정책에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해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중이 참 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건설할 것이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16개의 분야로 나눠 설명하였다. 국민참여당도 정강정책에서 국민의 민생복지를 살피는 역동적인 복지국가를 실현하고, 계층,지역,세대의 차이를 아우르는 균형발전을 추진하며, 참여민주주의를 국정 및 사회 운영의 원리로 뿌리내려 시민주권시대를 열고,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준비해 갈 것이라고 밝히고 6개 분야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였다.

 

통합진보정당 역시 강령안에서 한 마디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40개 조항을 통해 집권 후 국가의 상을 밝혔다. 통합진보정당 강령안을 분야별로 정리해보면 복지 분야가 1~7, 경제 분야가 8~13, 환경· 과학 분야가 14~15, 언론·문화 분야가 16~18, 노동 분야가 19~25, 여성 분야가 26~27, 청소년·청년 분야가 28~29, 장애인과 소수자 분야가 30~32, 민주개혁 분야가 33~34, 지역 분야가 35, 통일·외교 분야가 36, 38~39, 안보 분야가 37, 과거사 분야가 40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진보적인 내용이 종합적, 체계적으로 담기기보다는 특정 내용만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다. 복지 정책, 경제 정책과 관련된 항목이 13개로 전체의 32.5%나 차지하는 반면 한국 사회의 주요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 외교 분야나 정치, 민주주의 분야는 각각 4, 2개로 둘을 합쳐도 15.0%밖에 되지 않는다. 순서를 봐도 통일, 외교, 정치, 민주개혁 분야는 맨 뒤에 배치되어 있어 중요도가 낮게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복지나 경제 정책은 국민들의 생활에 피부로 와 닿는 분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데서는 정치, 외교 정책도 중요하며 특히 한국과 같이 분단 상태에 민주주의가 낙후한 나라에서 통일과 민주개혁도 매우 중요하게 나선다. 이를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다루지 않는다면 결국 복지나 경제 정책도 제대로 구현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는 다른 정당들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정강정책이 정치, 경제, 통일, 외교, 노동, 농민, 성평등, 생명·생태, 대안에너지, 복지공동체, 보건의료, 교육, 토지, 문화, 인권, 과학기술 순으로 되어 있다. 국민참여당은 강령이 정치, 경제, 통일, 환경 순으로 되어 있다. 진보신당도 강령이 정치, 통일·외교·안보, 민주개혁, 경제, 노동, 농민, 생태, 개발·지역, 에너지, 여성, 빈민, 장애인, 청소년·청년·노년, 소수자, 복지, 교육, 보건의료, 주택, 문화, 언론, 과학기술 순으로 되어 있다. 모두 정치, 경제, 통일·외교가 항상 앞 순위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령만 봐도 이 정당이 정말 집권해서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겠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법이다. 지금의 강령안과 같이 국가 전체를 조망하는 상도 없이 박근혜 의원을 연상시키는 생애주기별복지 정책부터 들이대는 강령으로는 수권능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통합진보정당은 정치, 경제, 통일·외교 노선을 기본으로 여기에 각종 진보적인 노선들을 결합하여 강령을 작성해야 한다. 강령의 형식은 전문을 통해 당의 뿌리와 이념을 밝히고, 본문에서 분야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면 되는데 국민참여당의 경우 강령이 6개로 너무 간단하고, 현재의 통합진보정당 강령안이나 진보신당의 강령은 40개가 넘어 너무 자세하고 구체적이다. 민주노동당의 정강정책 수준이 가장 적당하다고 보이는데 이 역시 10여 개로 간추리고 별도의 정책을 통해 구체화하는 것이 좋겠다.

 

통합진보정당의 강령의 본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합하다고 본다.

 

1. 진보적 민주정부를 수립한다.

 

첫 항은 당이 추구하는 정부의 상을 집약하여 나타내는 것이 좋다. 통합진보정당은 진보적 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여 진보적 민주정부 혹은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 진보적 민주정부는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여 극소수 매국세력을 제외한 절대 다수 국민을 대변하는 정부며,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간섭을 거부하고 자주를 실현하는 정부다.

 

2. 민주주의를 전면 구현한다.

 

두 번째 항은 정치 분야를 다루는 것이 좋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민주주의 수준이 낮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각종 악법과 제도를 철폐하고 언론, 출판,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며 국민을 탄압하는 폭압기구를 해체해야 한다. 또한 기술 발달을 고려하여 직접 민주주의 영역을 확대하여 진정한 국민주권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

 

3. 자립적 경제체제를 실현한다.

 

세 번째 항은 경제 분야를 다루는 것이 좋다. 한국 사회의 천박한 자본주의 부작용을 제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 여기에는 무분별한 시장개방 억제, 기간산업 국유화, 민생경제 확립, 중소기업 보호,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남북경제협력을 강화하여 민족통일경제를 이룩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4.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한다.

 

네 번째 항은 통일 분야를 다루는 것이 좋다. 통일은 기존의 남북 합의를 존중하는 바탕에서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따라서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 10.4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방향에서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5. 자주, 평화, 중립 외교를 시행한다

 

다섯 번째 항은 외교 분야를 다루는 것이 좋다. 자주의 원칙 아래 평화를 지향하며 중립을 지키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여기서는 기존의 조약과 협정 가운데 불평등한 부분은 모두 폐기한다는 내용,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국군의 해외 파병 금지의 내용, 특정 강대국에 기울지 않는 중립 노선을 지킨다는 내용, 동북아 공동체 건설과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을 수 있겠다.

 

6. 자주국방을 실현한다.

 

여섯 번째 항은 안보 분야를 다루는 것이 좋다. 안보의 핵심은 미국에 예속되어 있는 국방을 자주국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작전지휘권을 환수하고 종속적인 한미동맹을 폐기하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반도 비핵평화지대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3군의 균형 있는 발전과 국방개혁을 실현하며 모병제 전환, 군인 인권 보호의 내용도 담아야 한다.

 

7. 민생복지를 실현한다.

 

일곱 번째 항은 민생복지 내용을 담는 것이 좋다. 경제 위기와 양극화 심화로 인하여 민생복지에 담아야 할 내용이 방대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전부 열거하는 것보다는 기본 정신을 잘 밝히는 방향으로 가야 하겠다. 민생복지의 핵심은 노동자, 농민 등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현실적인 최저임금제를 확보하며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주권을 실현하며, 생태지역순환형 농촌을 지향하여 농민의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복지를 실현한다.

 

8.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건전한 문화 사회를 건설한다.

 

여덟 번째 항은 교육, 문화 분야를 담는 것이 좋다. 교육 분야에서는 충분한 교육 재정 확보로 단계적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경쟁 교육이 아닌 전인 교육, 개인의 미래를 위한 교육이 아닌 민족과 조국의 미래를 위한 교육, 인권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민주적인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문화 분야에서는 퇴폐적인 외래문화를 억제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창조하고 향유하는 문화를 장려하여야 한다.

 

9. 모든 부당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권을 보장한다.

 

아홉 번째 항은 평등과 인권의 내용을 담는 것이 좋다.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온갖 종류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10. 지속가능한 개발로 환경을 보호하며 대안에너지를 추구한다.

 

마지막 항은 환경, 생태, 에너지 문제를 담는 것이 좋다. 환경 보호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지역순환생태공동체를 지원하며, 환경친화적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 대처해야 한다. 핵발전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안에너지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이처럼 10가지 강령으로 정리하면 통합진보정당이 무엇을 추구하는 정당인지 대중들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기본 강령을 알기 쉽게 명확히 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보완해나가면 된다.

 

현재 합의된 강령안은 통합당이 과도기를 거치는 것처럼 잠정적인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되지 못했고 내용에도 한계와 부족함이 있다. 통합 이후 당을 안정화하면서 정강정책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통합을 계기로 진보정당의 강령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활발히 벌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111124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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