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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부동산의 대안을 찾아서-1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12. 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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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너무 올라버린 한국 부동산

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한국은 여전히 집값 때문에 울고 웃는다. 부동산은 한국에서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 상품’으로 취급되어 왔다. IMF위기를 제외하면, 한국 부동산 가격은 1945년 이래 사실상 계속 올랐고, 세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이르러 ‘부동산 불패 신화’라고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한국 부동산이 심상치 않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경제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부동산 불패 신화’도 서서히 막을 내리려 하는 것일까.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금, 부동산 가격과 건설업계의 동향은 커다란 관심사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역사가 길었던 만큼,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과 이에 연계된 문제들이 갖는 파급력은 크게 다가온다.

1. 한국 부동산, 너무 비싸다

한국의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다. 2011년 현재 서울 시내 105.78㎡, 32평 아파트 가격은 평균 5억 4899만원이다. 빚 없이 이 아파트를 사려면 도시 근로자 가구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약 10년 4개월을 모아야 구입할 수 있다.1) 같은 집을 사는데 한 달에 164만 7천 원씩 저금하면 23년, 한 달에 80만원씩 저금하면 거의 50년이 걸린다.2) 평균 근로자 소득을 기준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미국의 뉴욕은 6.1년,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런던은 7.2년이 걸린다고 하니, 근로자 소득 수준에 비추어본 서울의 집값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싸다.3)

한국의 땅값도 비싸다. 땅을 사고 팔 이유가 없는 대다수 서민들은 땅값이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땅값이 집값, 건물 임대료 등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라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땅값이 비싸다는 사실은 이미 과거부터 문제가 되어왔다. 경북대 이정우 교수는 1991년 논문 “한국의 부 : 자본이득과 소득 불평등”에서 1980년대 말 한국 땅값 총액을 1조 4636억 달러로 추정하고 일본 4조 5400억 달러, 미국 2조 950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한 바 있다. 다음으로 권욱일은 1999년 논문에서 한국의 평당 땅값은 영국에 비해 4.3배, 미국에 비해서는 자그마치 50배가 비싸다고 평가하였다.

2. 너무 비싼 부동산으로 피폐해진 서민의 삶

이처럼 한국 부동산 가격은 도시 근로자소득에 비춰보아 너무 비싸다. 비싼 부동산가격은 서민의 주택구입은 더욱 힘들게 하는 반면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추가로 집을 사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부동산 소유 편중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또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은 전세나 월세의 보증금도 주택 구입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집값이 오르면 집을 가진 사람이 집을 더 많이 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결과로 2005년 기준 한국 최고 집 부자 30명은 9923채를 소유하게 되었다.4) 한국 전체 가구의 단 17%가 주택 100채 중 60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5) 특히 2000년대 은행 이자가 내려간 후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크게 증가하여 은행자금이 부동산 투기에 유입되었다. 2002년부터 한국의 총 주택수를 가구 수로 나눈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겨 통계상으로 1가구 1주택을 넘어섰지만, 무주택자는 오히려 1950년대 19%에서 2010년에 45.8%, 수도권의 경우 63.7%까지 증가하고 있다.6)

땅의 경우도 비슷하다. 2006년 말 현재 한국 총 인구의 27%가 사유지의 99%를 차지하고 있다.7)

고물가의 근원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은 한국에서 고물가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땅값이 비싸면 건물을 짓는데 비용이 증가한다. 건물을 지은 사람은 임대료를 받아 건축비용을 충당하려니 임대료가 상승한다. 점포를 임대한 사람은 임대료가 상승한 만큼 점포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을 올려 이를 만회하려 한다. 대체로 이런 과정으로 부동산 가격이 물가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이 서울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하루 동안 머물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을 비교하면 이 가설은 더욱 확실해진다. 일례로 2007년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머서'가 전 세계 214개국에 파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체류 비용 조사에서 서울은 모스크바, 런던에 이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부동산 가격이 비싸니 전, 월세도 당연히 비싸진다. 2008년 주거실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평균 근로자 월급에서 월세 등 주거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수도권의 경우 2008년에는 22.3%로, 광역시는 19.3%로 조사되었다.

가계 빚도 늘고 이사도 억지로 가야해

이 뿐만이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2011년 8월 8일 보도 자료를 통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전세자금 대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연 소득 3000만 원 이하인 가구주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3%나 늘었다.

서민들은 전세가 올라 더욱 변두리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경향신문이 2010년 4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살던 곳의 임대 보증금, 임대료 등 주거비용이 올라서 집의 크기를 줄이거나 집값이 싼 곳으로 이사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2.7%가 "그렇다"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응답자 3명 중 1명이 억지로 이사한 셈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부동산은 극소수 부유층에게는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줄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을 잡아먹는 주원인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서민의 생활이 풀릴 수 없으며 중산층도 생활의 여유를 되찾을 수 없게 된다.

2011년, 우리 국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부동산 문제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미주>



1)  매일경제, 2011년 6월 7일 보도.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 기준. 

2) 국민은행, 주택가격 및 소득 분위별 PIR, 2011년 9월 기준. 

3) 2011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 하우징 어퍼더빌리티 보고서 

4) 행정자치부, 2005년 세대별 주택보유현황

5) 행정자치부, 2003년 가구별 주택소유현황 

6) 국토해양부, 2010년 주거실태조사 

7)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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