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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나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4. 6. 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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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는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떨어졌을 때 사람들이 뛰어 내려가 꺼내면 방송에서 보도하고 의인이라고 막 칭찬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이기적이면 저런 방송이 나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북한은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나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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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재난에 대처하는 남북의 차이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탈북자가 바라본 세월호 참사


주 기자는 두 편의 글에서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을 비난하며 ≪적어도 북한에선 선원이 15명이나 타는 배에서 한명도 빠짐없이 먼저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경이 객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선원만 구조한 것에 대해 ≪구조에 맨 먼저 달려갔던 해경 함장은 엄청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북한이라면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 기자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료사회를 비판하면서 ≪북한은 상부 대책을 기다리지 않고 밑에서 나름 전문적인 사람들이 자기 소신대로 했을 것이다 이 말입니다. 물론 이런 일은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죠≫라면서 ≪농담이지만,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들 북한에 올려 보내서 1년 동안 목숨 걸고 정신교육 받고 오게 하고 싶습니다≫고 언급했다. 


주 기자는 북한의 각종 재난 사례를 설명하며 ≪화염 속 유조차로 달려간 용천역 사람들, 불붙은 화약을 몰고 간 화성 기관사, 학생을 덮고 숨진 여교사. 이런 행동은 총살에 대한 공포로 어쩔 수 없이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어려서부터 교육 받은 희생정신과 책임감으로 체질화된 북한 사람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세월호>가 북한 여객선이었다면. 그랬다면 가라앉는 배에 수백 명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선원들이 먼저 도망치는 일도, 먼저 도착한 구조선들에서 아무도 선박 내부에 뛰어들어 구조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던 일도 없었을 것이다. 위기에서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북한 사람들의 희생정신 때문에≫라고 결론지었다. 


대체로 탈북자들은 북한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 주 기자도 북한을 비난하는 글을 주로 올렸고 이번에 올린 두 편의 글도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처럼 <북한이라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글을 올린 것은 그만큼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남북의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재난관리체계


북한의 재난관리는 한국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가 맡아 하고 있다. 인민보안부는 <사회의 안전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와 인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부서로 소방관리, 지진관리, 지하철 운영관리, 교통사고 처리, 여객열차의 안전 및 여행 질서 단속 등 재난과 관련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인민보안부는 국방위원회 산하에 있으며 준군사조직이다. 인민보안부는 12개 특별시·직할시·도마다 보안국을, 2백여 개 시·군·구역에 보안부를, 4천여 개 동·리·노동자구에 보안소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재난관리와 직결되는 부서는 보안국 산하 인민보안소방대다. 인민보안소방대는 화재 진압과 구조를 기본으로 각종 재난관리를 한다. 


인민보안소방대 지휘관은 ▲화재경계구역 설정, 통행·교통 차단 ▲화재위험물질 수송 차단, 전력공급 중지 ▲기관, 기업소, 단체와 주민을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처치, 후송에 동원 ▲필요한 물, 건물, 시설물 이용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한 건물, 시설물 파손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처럼 준군사조직인 인민보안부 관할 아래 인민보안소방대 현장 지휘관이 재난관리 전권을 가지고 있어 재난이 발생하면 일사불란한 지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민보안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재난이 발생하면 인민군이 직접 나선다. 북한 언론보도에는 1975년 2월 얼음 위에서 바다에 표류하는 어민을 구조하기 위해 해군 함정과 헬기를 동원한 사례, 1977년 10월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는 어선을 구조하기 위해 해군 경비정과 비행기를 동원한 사례, 2010년 수해를 입은 신의주에 공군 헬기와 해군 함정들을 동원해 5천 명이 넘는 주민을 구조한 사례, 2011년 1월 풍랑에 휘말려 섬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공군 비행기를 동원한 사례, 2013년 1월 얼음 위에서 바다에 표류하는 어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공군 비행기를 동원한 사례 등 재난구조에 군이 동원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은 모든 사건사고를 국방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가 늦거나, 인민보안부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국방위원회는 산하 인민무력부를 통해 인민군을 즉각 투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빠른 피해 복구 - 용천역 폭발 사고


2004년 4월 22일 발생한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건이다. 북한은 이 사고가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차에 전기 불꽃이 튀면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는 160여 명이 사망하고 130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용천역 반경 1km 이내 지역은 폐허가 될 정도의 대규모 참사였다. 



북한은 내각 부총리를 중심으로 용천 피해복구 중앙 지휘부를 만들었으며 도 차원에서 평안북도인민위원장을 중심으로 용천 피해복구 평안북도 지휘부를, 군 차원에서 용천군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용천군 재해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용천역 참사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부상자 구조와 치료였을 것이다. 북한은 전국의 의료진을 용천역 부상자 치료에 투입했다. 마리아 카스티오 유럽연합 북한문제 담당자는 ≪북한 병원 관계자들이 피해자들을 보살피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매우 놀랄 만하고 눈물겹다≫고 말했다. 


북한을 방문했던 한 한국인사는 평양제일병원장에게서 당시 이야기를 들었는데 많은 의사들이 화상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피부를 이식용으로 기증했으며 심지어 각막을 기증한 의사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 그런 모습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언론에 나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주성하 기자도 자신의 글에서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떨어졌을 때 사람들이 뛰어 내려가 꺼내면 방송에서 보도하고 의인이라고 막 칭찬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이기적이면 저런 방송이 나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려움에 처한 일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언론에 나올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피해 상황도 빠르게 복구했다. 2004년 6월 26일 연합뉴스는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153명의 각국 대사관 및 국제기구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했으며 이들은 복구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감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부상을 입은 학생들을 위해 교원들을 병원이나 집으로 파견해 개별지도를 받게 했으며, 4개월 만에 새 학교를 짓고 수업을 시작했다. 새로 지은 학교는 원래 건물보다 두 배 가까이 크며 평양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의 현대적 학교가 됐다고 한다. 


직접 사과 - 평양시 아파트 붕괴 사고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 5월 13일 북한에서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북한 언론들은 ≪13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시공을 되는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하지 않은 일군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났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사고 원인은 부실시공과 무책임한 감독이며 ▲사고 소식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즉각 보고됐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지시가 이루어졌으며 ▲구조 작업에 당과 국가, 군대가 모두 동원됐고 ▲사고 발생 즉시 국가적인 비상대책기구가 발동됐으며 ▲13일에 사고가 발생해 17일 구조가 마무리됐고 ▲인민보안부, 조선인민내무군, 평양시인민위원회, 평천구역당위원회 등이 관계부서라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17일 만에 구조된 사람도 있는 반면 구조 작업이 4일 만에 끝난 것으로 보아 큰 규모의 붕괴 사고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 보도에서 특이한 점은 구조작업이 끝난 후 사고 현장에 정부 관계자들이 나가 피해자들 앞에서 사과했다는 것이다. 인민보안부장, 조선인민내무군 장령, 평양시인민위원회 위원장, 평천구역당위원회 책임비서 등 관계부문 책임자들은 각자 자기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죄하고 용서를 빌면서 피해 복구와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다른 부서나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은 없었다. 


당시 장면을 보도한 AP통신의 사진들을 보면 수백 명의 피해주민들이 모여 비통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며 몇 명은 오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책임자들에게 거세가 항의하는 모습은 없었다. 



탈북자조차 인정하는 북한의 재난관리의 원동력은 작은 사건사고까지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는 제도, 군대까지 일상적으로 동원하는 명령 체계, 구조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문가를 존중하는 관료문화, 체질화된 주민들의 헌신성 등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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