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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 누가 가로막았나② 협상 중 전쟁연습은 무슨 의도인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4. 9. 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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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속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남북화해와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었던 북한 응원단은 결국 남북관계 발전을 바라지 않은 미국의 위기 조성에 밀리고 말았다.


북한 응원단, 누가 가로막았나②

협상 중 전쟁연습은 무슨 의도인가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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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그러나 기다리던 응원단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이대로 끝내 오지 않는 것일까? 무엇이 응원단 입국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응원단 파견과 관련한 남북 실무협상을 했던 지난 7월 17일을 전후해 한반도에는 뜻밖의 긴장감이 조성됐다. 세계 최대 핵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7월 11일 부산에 입항해 16일부터 한미 연합해군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21일 훈련을 마친 조지 워싱턴호는 제주 남방해역으로 이동해 한미일 수색구조훈련(SAREX)을 진행했다. 


수색구조 훈련을 하는데 항공모함이 왜 참가하는 것일까? 한미일 수색구조훈련은 1999년부터 매년 했는데 그 때마다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했다. 말이 수색구조훈련이지 그동안 해상차단훈련, 검문검색훈련, 함대전술훈련 등 사실상 전쟁연습을 해왔다. 아마도 일본 자위대와 전쟁연습을 한다는 게 알려지면 비난을 받을까봐 수색구조훈련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그나마 한미일 수색구조훈련은 원래 예정된 훈련이었다. 그 전에 진행한 한미 연합해군훈련은 사전에 공지된 적도 없는 훈련이었다. 한미일 수색구조훈련을 하는 김에 미리 와서 훈련 한 번 더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조지 워싱턴호는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영구배치된 항공모함으로 그렇게 멀리서 오는 것도 아니다. 뭔가 갑작스런 필요에 의해 급히 훈련을 진행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상반기에도 있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이 있었던 지난 2월 5일 느닷없이 미 공군 전략핵폭격기 B-52가 군산 앞바다 직도 상공에 출현한 것이다. 지난해 3월 3차례 이상 한반도에 출격해 북한을 자극하고 극도의 전쟁위기를 불러왔던 B-52의 출현은 미국이 남북실무접촉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에 남북 실무협상이 예정된 시기에 맞춰 느닷없이 조지 워싱턴호가 부산에 들어오고 한미 연합해군훈련을 진행한 것 역시 미국이 북한 응원단 파견을 바라지 않는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지 워싱턴호 입항일에 맞춰 부산민중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훈련은 모처럼 마련된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한반도 기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더 크게 보면 지난 6월 30일 북한 국방위원회 특별제안과 7월 4일 정부성명에 대한 미국의 대답으로 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바라지 않으며 북미 혹은 남북 사이의 대화 역시 바라지 않고 있다는 점이겠다. 


한반도 긴장은 8월 18일부터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전쟁연습을 통해 더욱 증폭됐다. 이번 UFG는 처음으로 맞춤형 억제전략을 도입했는데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를 포착하면 선제공격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미국의 판단 아래 언제든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다름없는 전략이다. 게다가 미국은 UFG 연습을 앞두고 스텔스기인 B-2 전략핵폭격기 3대를 괌에 배치했다. 북한은 UFG 시작 전부터 자국을 겨냥한 핵선제공격 훈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으며 수차례에 걸쳐 미사일 발사훈련으로 맞섰다.


여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8월 13일 북한 인권문제를 다시 꺼내들면서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케리 장관은 앞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핵과 미사일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상반기에 나왔던 유엔 북한인권보고서 내용을 새삼스레 꺼내든 것은 결국 북한과 대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UFG 직전에 미국 고위관리가 극비리에 방북했다는 보도도 있고, 북한 외무상이 15년 만에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도 있다. UFG도 이례적으로 일주일 앞당겨 끝냈으며 언론에 떠들썩하게 부각되지 않고 <로우키>로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모두 북미 사이에 물밑 접촉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정황들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더 길고 큰 범위에서 북미관계에 변화가 가져오는 징후는 될 수 있어도 당장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북한 응원단 파견과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속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남북화해와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었던 북한 응원단은 결국 남북관계 발전을 바라지 않은 미국의 위기 조성에 밀리고 말았다. (201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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