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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4. 평화협정 어떻게 논의되어 왔나 (2)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3. 7. 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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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

 

* 이 글은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 소식지에 연재한 글입니다.

 

1. 정전협정 어떻게 체결됐나

2. 정전협정 어떻게 파괴됐나

3. 평화협정 어떻게 논의되어 왔나 (1)

4. 평화협정 어떻게 논의되어 왔나 (2)

5. 평화협정에 대한 몇 가지 논쟁 지점들

 

올해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보수언론들은 청소년들이 한국전쟁 발발일을 모른다며 역사교육이 어떻고 안보관이 어떻고 개탄합니다. 하지만 전쟁 발발만큼이나 중요한 전쟁 중단에 대해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습는다. 정전협정 체결일이 몇 일인지는커녕 몇 년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19537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은 지금까지 한반도 질서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합의입니다. 그리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 역시 60년 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한반도 질서를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전협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에 정전협정이 어떻게 체결되었고, 어떤 내용이며,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그리고 평화협정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4. 평화협정 어떻게 논의되어 왔나 (2)

 

80년대 말, 90년대 초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한 중대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하나는 냉전의 해체입니다. 탈냉전의 분위기를 타고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북방외교를 시작하면서 소련, 중국과 관계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는 북핵 문제입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한다는 의혹이 일면서 북미 사이에 접촉이 시작되었습니다. “핵개발은 미국, 서방의 문을 여는데 있어 최고의 방법이라고 한 중국의 마오쩌뚱 주석의 주장처럼 북핵 문제는 미국이 더 이상 북한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내외의 정세변화는 1991년 남북불가침선언을 이끌어 냈으며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 팀스피리트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이어졌습니다. 1994년 북미제네바합의에는 북미관계정상화, 즉 북미수교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합니다. 주한미군 철수를 피하고 싶은 것이지요.

북한은 평화협정 문제를 북미협상의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1994524일 군사정전위원회를 폐쇄하고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합니다. 정전협정 무력화에 들어간 것입니다. 1996222일에는 평화협정 체결까지 과도적 단계로 잠정협정 체결을 제안합니다.

사태 수습을 위해 한미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제안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합니다. 4자회담에서 한반도평화체제구축 분과위와 한반도긴장완화 분과위 구성까지 합의되지만 주한미군철수와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의제로 삼는 문제로 마찰이 발생, 19996차 회담을 끝으로 4자회담은 결렬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평화협정 문제는 북핵문제와 함께 북미협상의 양대 의제로 부각되었습니다. 20001012일 북미공동코뮤니케에는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한국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데서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들이 있다는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하였다는 문구가 담깁니다. 북미 사이의 고위급 공식 문서에 처음으로 평화협정 관련 내용이 들어간 셈입니다.

북미공동코뮤니케로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되는 듯 했으나 미국에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평화협정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결국 북한은 2005년 핵보유 선언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그 성과로 2005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내용을 명시합니다.

9.19공동성명은 바로 다음날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북한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제재하면서 위기를 맞습니다. 북한은 20061차 핵실험을 통해 미국을 다시 협상장에 끌어냅니다. 그리고 이후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13합의, 10.3합의 등 단계적 조치들이 합의되면서 다시 평화협정 논의에 불을 지핍니다.

특히 11월에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하고 싶다고 발언하면서 급물살을 탑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10.4선언이 발표되었는데 여기에도 3, 4자 종전선언이 등장합니다. 종전선언은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것으로 북한이 제안한 과도적 성격의 잠정협정과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핵실험 하나가 분위기를 반전시킨 셈입니다.

그러나 한국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남북관계, 북미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이명박 정부는 종전선언 약속이 담긴 10.4선언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중단해버렸습니다. 특히 2008년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미국은 이를 미사일 발사로 규정하고 제재를 가했고, 북한은 미국이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2차 핵실험으로 대응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본격화되자 200912월 미국은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북한에 보냅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귀국 후 “6자회담의 6개 당사국 모두 한반도의 정전협정이 언젠가는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미국 고위 관리 가운데 처음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인정하는 발언을 합니다.

그러나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전략적 인내정책으로 돌아섭니다. 북한과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정책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북미 사이에 전쟁 직전까지 가는 치열한 군사적 대결이 펼쳐졌고 이 과정에서 북한은 정전협정을 완전히 백지화하면서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묵묵부답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공격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만약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다고 판명나면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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