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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부동산의 대안을 찾아서-2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12.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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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부동산 투기 권력을 해부 한다

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앞의 글 ‘① 너무 올라버린 한국 부동산’에서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경제 규모와 국민 소득에 걸맞지 않게 너무 비싸다는 사실, 그리고 이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부동산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개발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부동산 가격 폭등 



<표 1>은 역대 한국 정부의 주요 부동산 개발정책이 실시된 시기와 내용, 그리고 같은 기간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한국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시기는 대체로 정부의 개발 정책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개발정책은 부족한 집을 공급하겠다는 이유로 시행되었는데, 어째서 이것이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을까.

먼저 부동산 개발 정책이 남발되는 원인을 살펴보자. 정부가 부동산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단지 부족한 집을 공급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투자효과를 내기 위해서이다. <표 2>를 보면 연구개발투자는 장기적으로 투자효과가 더욱 상승하는 반면, 건설투자의 경우 즉시 투자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용직 건설 인력이 공사와 더불어 즉시 고용되며 각종 건설 자재 역시 바로바로 소모되므로 돈을 투자한 만큼 경제적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건설투자의 경기부양 효과 때문에 정부는 경제가 불황일 때 부동산 개발 정책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건설 재벌은 이에 편승하여 정부 예산을 받아 공사를 벌이며 각종 개발이익을 챙겨왔다.

다음으로 정부는 부동산 개발 정책을 실시함과 더불어 주택 분양가를 건설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여 민간 건설사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었고, 주택을 사고팔 때 내는 세금인 양도세를 면제하는 등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해제하여 투기에 가담한 다른 재벌과 개인들의 불로소득까지 보장해 주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는 김대중 정부가 IMF직후 실시한 각종 부동산 경기부양책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한국의 건설 산업이 국내총생산의 8.5%나 차지하며, 이는 미국 4.7%, 영국 4.6%, 대만 3.4%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비대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구조조정하지 않았다. 대신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분하에 수도권 주택 25만호 공급을 비롯한 각종 개발정책을 실시하고 분양가 전면 자율화, 양도세 한시 면제, 토지거래 허가-신고제 폐지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전면적으로 해제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도 빠질 수 없는 사례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한 해 동안 일반주택 층수 제한을 기존 15층에서 18층으로 완화하고 의무적인 임대주택, 소형주택 건설 비율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서민 주거 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사의 개발 이익을 보장해 주는 한편, 양도세를 낮추고 부동산 임대 사업자가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는 것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부동산 규제를 대폭 해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명박 정부는 2011년 12월 7일,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집을 팔 때 생기는 불로소득에 대해 50% 이상 부과하던 세금을 6% ~ 35%로 대폭 감면하였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경기를 부양하고 서민 주거를 안정시킨다는 명분하에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셈이다.

이렇게 부동산 투기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면 개발 관련 공무원이나 일부 학자, 언론은 가격이 오르는 원인을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주장하여 다시 정부가 대규모로 개발 정책을 내놓도록 한다.

<그림 2>는 정부 부동산 개발정책 남발로부터 시작된 부동산 투기의 악순환 고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한국의 서울과 대도시의 부동산은 1963년을 기준으로 세계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 대략 1000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노동자 실질임금이 15배 상승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건설 재벌 성장의 뒷면에 있는 정부와 미국

재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의 개발정책에 적극 편승하여 성장하였다. 그런데 과거 정권의 개발정책은 대체로 미국의 개입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한국에 차관을 제공하면서 차관의 사용 계획을 한국의 자율에 맞기지 않았다. 미국은 한미간 협의에 의해 사용 계획을 작성하여 차관의 사용처를 사실상 고정하였다. 이렇게 하여 차관 중 상당 부분이 재벌에게 돌아갔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 계획이 바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국토종합개발계획’이다. 차관은 당시 시중 은행 이자보다 낮게 재벌에게 제공되어 그 자체로 특혜가 되었으며 재벌은 이 자금을 부동산 투기에 쏟아 부었다. 



건설 재벌도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서울의 지하철이나 경부고속도로도 차관에 의해 건설되었고, 1970년대 지어진 서울 반포동과 삼성동의 아파트는 아예 차관을 제공한 미국 국제 개발처(AID, 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의 이름을 따서 ‘반포AID차관아파트’, ‘삼성동AID차관아파트’로 하였다(그림 3).

건설 재벌은 미국으로부터 도입된 차관의 혜택을 받은데 이어 박정희 정권이 부동산 개발에 부족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한 ‘선분양제도’의 수혜자가 되었다. 보통 소비자들이 완성된 상품을 보고 그 값을 치르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 집은 완성되기도 전에 소비자들에게 팔린다. 이를테면, 건설회사는 견본주택을 지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소비자는 견본주택만 보고 미리 집을 계약하는 것이다. 그러면 건설회사는 소비자들에게서 미리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상당부분 공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러한 ‘선분양제도’를 통해 재벌은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자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재벌은 미국 주도로 진행된 각종 개발정책과 독특한 ‘선분양제도’를 통해 다른 나라의 두 배 이상으로 비대하게 성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손낙구는 그의 저서 《부동산 계급사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건설 재벌은 ‘조국 근대화’란 이름 아래 성장 제일주의에 올인한 군부정권이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와 고용 창출 효과가 커 경기 부양에 화끈하다’는 이유로 건설 산업을 비대하게 육성한 덕에 성장했으나, 이제는 정권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정글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관료와 재벌의 뒤에는 부동산 개발 정책을 옹호하고 부추기는 언론과 학자들이 있다. 언론과 학자는 건설경기를 부양해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하며, 부동산 개발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 부동산 투기의 악순환 고리는 개발 정책을 입안하는 관료와 미국, 그리고 이에 결탁한 재벌, 그리고 지역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과 이를 비호하는 언론과 학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나치게 사유화된 부동산

부동산 투기가 유독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은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2007년 하반기 부동산 가격 거품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부동산 가격 상승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 부동산 투기 현상이 유독 심각한 이유는 1차적으로 정부의 개발정책 남발과 이에 결탁한 재벌, 관료, 언론들에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부동산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한국의 부동산이 지나치게 사유화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즉 건물과 토지는 지나치게 사유화되어 있다. 집의 경우 국공유 건물 3%를 제외한 97%가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고, 땅은 2006년 기준으로 국토면적의 약 70%가 사유지다. 특히 땅은 이스라엘의 경우 14%, 아시아의 싱가포르는 19%, 대만은 31%, 심지어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도 사유지가 50%인데 반하여 한국은 사유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제 지나치게 사유화된 부동산이 어떻게 부동산 투기를 야기하는지 들여다보자. 건물이나 토지의 경우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소비자가 원한다고 해도 즉시 얻기가 어렵다. 만약 건물을 지어야 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장 부지를 마련하려고 해도 토지 정리, 상하수도 설치, 전기 공급 등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정부가 부동산 공급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예측과 대응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사유지 비율이 높으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세우더라도 그 집행의 상당부분을 민간 영역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가 부동산 수요를 예측하여 부족한 만큼의 주택을 마련하려고 해도 민간 건설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민간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므로, 요즘 같이 부동산 경기가 불황이거나 기업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공사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민간 건설 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해 줘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부동산 문제가 안고 있는 중요한 구조적인 문제다.

여기에 더하여, 사유지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부동산이 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유지 비율이 높은 만큼 일부 지역에서 투기가 발생했을 때 주변 지역으로 파급될 확률이 높고, 투기로 인한 영향이 전국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세력과 결별해야

지금까지 한국에서 벌어지는 부동산 투기의 과정과 배경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한국의 부동산 투기 세력은 그 배경과 구조에 있어서 거대한 하나의 권력으로 존재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인해 고통 받는 서민들의 뒤에는 정부 관료와 재벌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 세력이 있으며 그 뒤에는 한국의 개발 정책과 자본을 좌우하는 미국을 위시한 외국 자본, 그리고 지나치게 사유화된 한국 부동산 소유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 정부가 경제 정책을 남의 손에 맡겨놓은 이상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부와 재벌이 부동산 개발 이익을 놓고 결탁한 이상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실행하는 것 또한 어렵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자 큰 소리를 낸 적은 있어도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결국 부동산 투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자본과 관료, 그리고 재벌과 결별할 수 있는 자주적, 자립적인 정권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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