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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통합당’ 건설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9. 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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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진보통합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진보대통합당’ 건설에도 난관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기존 진보세력의 틀을 넘어 새로운 세력을 포괄해내는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되면 좋고 안 되면 마는 그런 문제가 결코 아니다.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진보정치세력의 단결을 실현하고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며 2012년 한반도 대전환의 국면을 주동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진보정당과 단체, 인사들은 당면한 일시적 난관 앞에서 좌절하지 말고 시급히 진보대통합당 건설의 활로를 열어 민중들에게 새세상 건설의 희망을 안겨주어야 한다.

 

1. 요동치는 국제 질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그동안 세계 질서를 지탱해 온 미국이 크게 쇠퇴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후 이를 회복하기는커녕 계속되는 위기 속에서 헤매고 있다. 지난 8월 초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요동쳤다. 최초로 떨어진 미국의 신용등급 앞에서 많은 이들은 미국 경제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회복되기는 어려우며 나아가 더블딥, 경제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 일자리 법안을 제안하면서 4,470억 달러(한화 500조 원 상당)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업률을 낮추지 않고서는 천문학적 양적완화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가 과연 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위기에 몰려 있다. 리비아전에서 보여준 미국의 모습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미군은 아프간, 이라크전의 장기화로 심각한 피로를 느끼고 있으며 2조6천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전비를 지출하여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몰려 있다. 오죽하면 지난달 초 오바마 행정부가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국방비를 줄이겠다고 하자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펜타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인을 보내놓고, 줄어든 월급봉투를 걱정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초음속 순항미사일(HCV), 첨단 첩보 비행선 개발 등 첨단무기 개발에 힘을 쏟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나아가 군사용 위성 발사 실패,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발사 실험 중 폭발, F-22 랩터 무기한 전면 비행금지 등 군사적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의 첨단무기 개발이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부족한 재정을 가지고 무리하게 무기 개발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처럼 조급성을 보이는 이유는 최근년 들어 강화된 러시아, 중국의 군사력 팽창, 그리고 북-중-러 동맹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구 소련 붕괴 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러시아는 2000년 푸틴의 등장과 더불어 군력 강화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 차세대 잠수함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SLBM) 블라바, 시네바 개발에 성공하였으며 최신형 보레이급 전략 핵잠수함 유리 돌고루키도 진수하였다. 러시아는 핵탄두 120개를 실은 유리 돌고루키를 극동지방에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 역시 지난 4월 자체 개발 스텔스기인 젠-20의 두 번째 시험 비행에 성공하였으며, 지난달에는 첫 항공모함인 바랴그 호의 시운전을 마쳤다. 중국은 내년 바랴그 호를 취역하면서 제4함대를 신설할 계획을 밝혔으며, 앞으로 항공모함도 추가로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중국 방문을 통해 북-중-러 동맹을 강화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신형 탄도 미사일과 요격 미사일을 공개하여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월터 샤프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군사력을 세계 4위라고 평가하였으며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로버트 윌러드 미 태평양군 사령관 등도 계속해서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하였다.

 

북-중-러 동맹은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세계 경제 위기를 지탱하고 있는 중국과 에너지 부국 러시아, 최근 급격히 경제가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나선경제특구와 철도 연결 등을 통해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인데 앞으로 세계 경제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의 군사, 경제적 지위가 계속 위협받는 속에서 북-중-러 동맹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냉전 후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흔들리면서 국제 질서 자체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2. 한반도 주도권의 변화

 

이러한 질서 변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북-중-러 동맹이 한반도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확장하는 반면 한-미-일 동맹은 고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대지진 이후 정치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독도 문제, 동해 표기 문제를 일으켜 한-미-일 연대에 금이 가게 만들고 있다. 또 한국 정부 역시 집권 기간 내내 극단적인 반북정책을 펼친 결과 남북관계가 완전 파탄 났으며 이로 인해 한반도 문제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최근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북-중-러는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으나 한미는 북한의 선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쥐기는 힘든 조건이다. 이번에 북러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은 6자회담 재개시 핵실험과 핵물질 생산의 유예를 준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거꾸로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으면 행동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는 내년도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내용이다.

 

결국 미국은 지난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김계관 제1부상이 요구했다는 북미 정상회담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6자회담 전제조건을 강조하는 것은 회담 전 기싸움과 내부 결속용이라는 성격 이상을 갖기는 힘들다.

 

6자회담 재개와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로 귀결될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주한미군 철수와 직결되며 이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상실함을 의미하고 따라서 한국 내 친미 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한반도 질서에도 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내년은 동북아시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해다. 한국과 미국, 러시아의 대선, 중국의 시진핑 주석 등장으로 각국의 정치 지형이 바뀌고 북한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선포한 해가 바로 2012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의 양대 선거가 어떻게 치러지느냐에 따라 한국이 국제 질서와 한반도 정치 지형 변화에 주동적으로 개입하느냐, 수동적으로 끌려가느냐가 결정된다.

 

진보개혁평화통일세력이 정권을 잡는다면 한반도 질서 변화에 적극 개입하여 평화와 통일, 번영을 앞당길 것이지만 친미보수냉전세력이 재집권한다면 변화하는 한반도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제사회의 따돌림을 당할 것이다. 이것이 내년 한국 대선이 국내적 의미만이 아니라 국제적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3. 안철수 현상의 원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이런 중대한 시기를 앞두고 국내 정치 지형은 예측불허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아무도 예상 못했던 안철수 신드롬은 한국 정치가 얼마나 취약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은 안철수 교수는 순식간에 난공불락의 박근혜 의원조차 누르고 대선 후보 1위로 등극했다. 이를 통해 지금 국민들이 기성 양당 체제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국민들의 염원은 비단 새로운 정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권력의 반민생, 반민주적 행태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비롯하여 용산 참사와 쌍용자동차 사태, 희망버스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반응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애플이 삼성을 특허 침해로 제소하자 전세계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삼성 지지가 높았는데 유독 한국 누리꾼들은 애플을 지지하여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전 국민적 선망의 대상이었던 삼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과거 ‘재벌이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재벌이 한국을 말아 먹는다’는 현실을 깨우치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은 새 사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열망이 안철수 현상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왜 국민들이 양당 체제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는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금 진보통합정당 건설에서 보여주는 모습으로 과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만약 진보정당이 중심이 되고 광범위한 진보세력이 대통합의 정신을 살려 이정희-조승수-유시민이 손을 잡고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했다면? 사사로운 정략적, 당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대의를 앞세운 단결로 참신한 진보의 기풍을 과시했다면? 안철수의 개인적 인기를 누구도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셋 중 누가 나가더라도 한번 해볼만 하지 않았을까? 사실 진보대통합당이 오세훈 사퇴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통합은 지지부진하고 이를 보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니 엉뚱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진보통합정당 건설 과정은 미스터리 그 자체다. 5.31합의문에 동의하는 세력은 통합의 대상이라고 합의하고서 5.31합의문을 승인한 국민참여당을 배제하지 않나,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의 요구를 100% 수용하는 합의를 해줬는데 민주노동당이 아닌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되지 않나,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뿐이다. 이래서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민중들에게 희망이 되는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할 수 없다.

 

내년 대선은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남북관계를 복원하며, 서민경제를 활성화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것인가, 아니면 한나라당의 재집권으로 절망의 나락에 떨어질 것인가가 대선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국민들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바라는 게 아니다. 안철수 현상에서 볼 수 있듯 국민들은 그저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후보 내면 그를 통해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민주당은 결코 대안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부득이 선택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와 두 차례의 재보궐 선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국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단일후보를 지지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에서 진보대통합당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으로 구성된 진보대통합당이 건설되면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는 내년 대선이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로 치러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진보대통합당 중심의 야권연대로 치러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내년 대선의 목표를 ‘민주정부’에서 ‘진보정부’로 상향 조정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4. 새로운 조건에서 진보대통합당 새롭게 추진하자

 

9.4 진보신당 당대회의 통합 부결로 진보통합정당 건설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이제는 새로운 조건에 맞게, 그리고 진보대통합의 애초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에서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논란은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다. 격변하는 세계 질서, 한반도에 다가올 평화와 번영, 새 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에 비춰볼 때 이제 국민참여당은 진보대통합당에 참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참여‘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과거 민주노동당으로 돌아가자는 게 진보대통합의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 볼 때 국민참여당이 참여하지 않으면 과거 분당 전 민주노동당 수준으로도 확대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이렇게 해서 의석 한 두 개 더 건지는 게 민주노동당의 운명에, 한국 사회의 미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진보도 큰 포부를 가지고 통 크게 정국을 바라봐야 한다.

 

진보가 언제까지 ‘집권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손 놓고 눈앞의 국회의원, 기초단체 의원 한 두석에 울고 웃어야 하는가. 이제 과감히 나아가 집권을 꿈꿔야 한다. 집권을 두려워 말자. 이것이 지금 진보에게 필요한 말이다. 국민참여당을 포괄한 진보대통합당은 정국 구도 자체를 뒤바꾸고 진보의 집권을 실현하여 민중이 주인된 참세상을 열어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에 국민참여당 참여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된 내용은 국민참여당 참여가 노동자 중심성을 훼손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 중심의 정당인데 국민참여당이 들어오면서 이 중심성이 훼손되고 ‘잡탕’ 정당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당 내에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보대통합당의 성격과 진보운동의 전략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진보운동은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은 물론 빈민, 자영업자, 소자산가 등 사회 진보를 바라는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대중적 운동이다. 여기서 노동자 중심성을 세우는 것은 진보운동의 기둥을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노동자만으로 진보운동이 승리할 수는 없다. 진보를 거부하는 소수 수구세력을 제외한 각계각층이 진보운동에 참여해야 결정적 승리를 안아올 수 있다. 중간층은 원래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입장이 바뀐다. 따라서 중간층이 진보에 붙느냐, 보수에 붙느냐에 따라 진보운동의 승패가 갈린다. 중간층을 꾸준히 견인하여 ‘타방’을 줄이고 ‘아방’을 늘리는 것은 진보운동의 기본 원리다.

 

한편 민주노동당, 그리고 지금 건설하려는 진보대통합당은 급진적 소수 정예로 만드는 노동자 전위정당이 아니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중심성을 보장하는 조건에서 진보에 동의하는 광범위한 세력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당에 합류하면 우려하는 대로 노동자 중심성이 무너지고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훼손될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진보대통합당은 진성당원제와 당원민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정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원 수에서 압도적인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에게 휘둘릴 수는 없다. 이렇게 놓고 볼 때 국민참여당이 민주노동당에 흡수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가 되도 그 반대를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참여당이 진보가 아니기 때문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국민참여당이 과거 참여정부 출신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으며 과거 행적을 볼 때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쳤던 한계가 있고, 지금도 진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두 가지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는 이들이 과거를 반성하고 5.31합의문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즉, 앞으로는 진보의 모습을 갖추겠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게 필요하다. 진보대통합당에 함께하면 다수 진보적인 당원들의 힘으로 이들이 진짜 진보가 되도록 할 수 있다.

 

둘째는 이들을 받아들이면 진보세력이 되지만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개혁세력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단적으로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놓고 보자.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당에 참여시키면 한미FTA를 반대할 것이다. 만약 개별 인사들이 한미FTA를 찬성한다 하더라도 다수 당원의 힘으로 반대를 강제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참여당을 배제하면 이들이 다시 자유주의세력, 개혁세력과 손을 잡고 한미FTA를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은 이들과도 대립하여 고립된 상태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이처럼 진보대통합당 건설에서 국민참여당을 참여시키는 것은 진보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일이다. 몇몇 집단이나 지역의 소소한 이익에 견줄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여 진보의 희망을 열어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당원민주주의를 구현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원총투표를 진행하는 것이다.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상층 협상이 아니라 기층 당원들의 힘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어야 하는 만큼 당론을 결정하기 어려운 순간에 당원 전체의 뜻을 묻는 것만큼 현명하고 좋은 방법은 없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곧 열릴 당대회에서 당원총투표를 발의해 당원들에게 당의 운명을 결정지을 권리를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보신당이 비록 통합안을 거부했지만 당 내에 진보대통합을 바라는 이들은 여전히 다수다. 따라서 이들이 진보대통합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문제는 구체적인 경로다. 진보신당이 이미 합의문을 부결했으므로 진보신당 차원에서 진보대통합에 결합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이제 유일한 방법은 이들이 당당히 진보신당의 틀을 박차고 나와 진보대통합당에 결합하는 것이다. 이런 결단을 한다면 진보대통합당은 언제나 이들을 환영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외에도 진보대통합당을 지지하는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있다. 이들도 함께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진보대통합당의 테두리에 묶을 수 있다면 안철수 교수와 같이 새 정치를 바라는 인사들도 상당수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새 정치를 희망하는 이들은 독자세력화하거나 결국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 더 시대 흐름에 맞고, 국민의 뜻을 따르며, 힘이 있는 곳을 택할 것이다.

 

미래는 고정불변하지 않다. 우리가 나서서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금성철벽 같던 박근혜 의원도 하룻밤 사이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인물에게 무너졌다.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이를 주도하기는커녕 쫓아가지도 못한다면 결코 진보의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없을 것이다. 멀리 내다보고, 더 큰 가치를 위해 결단할 시간이 왔다. 민주노동당이여, 높은 이상과 통 큰 포부를 가지고 새세상을 개척하자!

 

2011년 9월 10일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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