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장경호 칼럼]식량위기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11. 6. 18:35

본문

식량위기 연재① 2000년 이후 세계식량위기 만성화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올해 들어 부쩍 식량위기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나 미국,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등 주요 곡창지대가 기상악화로 흉작이 현실화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크게 오르기 시작하자 지난 2007/08년에 이어 내년에 또 다시 식량위기가 재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상대적 식량위기에서 절대적 식량위기 시대로

세계 곡물 생산량 및 소비량 변화 (단위 : 백만톤)

세계 곡물 생산량 및 소비량 변화 (단위 : 백만톤)



그런데 여기서 분명하게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지난 2007/08년에 식량위기가 지구촌을 강타하였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다시 식량위기가 올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사실 식량위기 상황을 절반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지난 2000년 이후로 전 세계는 이미 총체적인 식량위기 상황으로 접어들었고, 식량위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적어도 2000년 이전까지는 세계 총생산이 총소비 보다는 많지만 빈곤국가 혹은 빈곤층이 식량부족과 기아문제로 고통받는 상대적 식량위기의 시대였다. 그러나 2000/01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식량의 총생산량이 총소비량 보다 낮은 식량 부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 바 절대적 식량위기 상황이 겹쳐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주도하는 글로벌푸드시스템이 먹거리를 장악하면서 먹거리 안전도 위협받게 되었다. 식량과 먹거리의 총량적 부족문제, 상대적 기아문제, 질적 안전성의 위협 등이 한꺼번에 겹쳐서 발생하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식량위기의 시대가 되었다.

소비량이 증가한 주요 이유로는 육류 소비의 증가,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소비 증가, 바이오연료 소비 증가 등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에 있다. 농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단위 생산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산이 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화가 확산되고 물이 부족하여 경지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잦은 기상이변으로 태풍, 홍수, 가뭄 등이 빈발하는 등 자연재해가 식량생산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농산물의 자유무역과 농업구조조정은 경지이용률의 감소, 중소 가족농의 몰락을 초래하여 식량생산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일상적 애그플레이션에 흉작 겹쳐 식량위기 가중

간단히 살펴보았지만 지금의 식량부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경제성장에 따른 식량 소비구조의 변화 및 기후변화와 세계화로 인한 생산구조의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구조적인 위기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식량 수급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따른 식량위기의 구조화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이 구조적으로 고착되면서 2000년대에는 국제 곡물가격도 폭등하기 시작했다. 2010년 주요 곡물가격은 2000년에 비해 약 2∼2.5배 가량 올랐는데, 이는 1930년대 대공황 및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이미 식량위기에 의한 전반적인 먹거리의 가격폭등, 즉 애그플레이션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애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2007/08년처럼 기상악화로 인한 대규모 흉작이 벌어지면 공급부족은 더욱 심각하게 된다. 이 시기에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등 주요 곡물수출국들이 수출통제조치를 취하고, 곡물메이저와 국제투기자본에 의해 곡물투기가 성행하게 된다. 그러면 국제 곡물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면서 가격폭등이 아니라 가격의 광란이 벌어지게 된다. 

세계 주요 곡물가격의 증가율 (단위 : 달러/톤)

세계 주요 곡물가격의 증가율 (단위 : 달러/톤)



지난 2007/08년의 식량위기란 이와 같은 가격의 광란을 가리키는 것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우려되는 식량위기 역시 이러한 가격의 광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만성적인 식량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이러한 식량위기 시대를 헤쳐 나갈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한국은 식량위기로부터 안전지대에 속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얼마나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식량위기와 가격폭등의 구조

식량위기와 가격폭등의 구조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