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고농축우라늄탄은 물론 핵 총알, 중성자탄, 핵융합 부스팅 등 다양한 핵무기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아직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북한의 원심분리기는 열심히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보유한 각종 핵무기들
동북아의 문
지난 4월 16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하면서 각국에 보름 내로 대북 추가 제재 리스트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현재 3개 기업이 추가되는 것으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3일이면 최종 제재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주도의 북한 압박과 북한의 군사적 대응은 이제 하나의 공식처럼 되고 있다. 한편 일부 언론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농축우라늄을 사용한 핵실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한만큼 새로운 종류의 핵실험을 해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2010년 4월 9일 외무성 대변인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핵위협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억제력으로 각종 핵무기를 필요한 만큼 늘리고 현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미국이 핵태세검토(NPR)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핵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당시 북한의 입장에서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첫째는 핵무기 종류가 다양하며, 현대적 기술을 동원한 최신형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실험 장면
흔히 알려진 핵무기로는 핵폭탄, 수소폭탄, 중성자탄 등이 있다. 여기서 핵폭탄은 핵무기를 통칭해서 부르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핵분열을 이용한 폭탄을 뜻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다양한 종류의 핵무기가 등장한다.
북한은 우라늄 천국
우선 핵분열을 이용한 핵폭탄의 경우 핵분열 물질에 따라서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으로 나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폭탄이 우라늄탄이며 나가사키에 투하한 폭탄은 플루토늄탄이다. 우라늄탄의 경우 천연우라늄을 고농축하여 제조하며, 플루토늄탄의 경우 우라늄을 연료봉으로 만든 다음 핵발전소에서 발전을 하고 난 뒤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여 뽑아낸 플루토늄을 이용해 제조한다. 플루토늄탄 제조 공정이 복잡한 이유는 플루토늄이 자연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원소이기 때문이다.
▲핵무기 제조 과정
전문가들은 북한의 중수로 가동 기간과 재처리 능력 등을 감안해 현재 북한에 약 40kg의 플루토늄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핵무기 1개에 플루토늄이 6~8kg 들어가므로 대략 6~7기 가량의 플루토늄탄이 있을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며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10개 이상의 플루토늄탄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소도 있다.
북한이 우라늄탄을 보유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공개한 2000대의 원심분리기가 정상 작동한다면 연간 40㎏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며 이는 우라늄탄 2개가량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미 북한이 100kg이 넘는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했으며 이를 통해 최소 5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의 우라늄탄을 우려하는 이유는 제조 과정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의 경우 중수로 가동 여부, 재처리시설 가동 여부를 통해 어느 정도 생산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고농축우라늄의 경우 우라늄농축시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했는지 알 길이 없다. 또한 플루토늄에 비해 소형화도 쉽다.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농축활동에 민감한 이유다.
특히 북한에는 우라늄농축에 필요한 천연우라늄이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다. 북한에는 2,600만 톤의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으며 가채량(채굴 가능한 양)만 40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우라늄 자원량이 전세계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순도도 높다고 한다. 한마디로 북한은 우라늄 천국인 셈이다.
핵 총알에 도전하는 북한
핵분열을 이용한 핵폭탄에는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만 있을까?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둘 뿐이다. 하지만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무거운 원소라면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원소주기율표를 보면 원자번호 92번이 우라늄이며 94번은 플루토늄이다. 93번 넵투늄, 95번 아메리슘도 핵폭탄 제조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1992년 미국 에너지부는 넵투늄이 핵폭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밀 해제하였다. 또한 1999년 3월 중순에는 미국 워싱턴의 과학 및 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새로운 원자폭탄의 원료인 넵투늄과 아메리슘이 있음을 공개했고 넵투늄은 이미 핵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1개의 핵폭탄에 넵투늄 혹은 아메리슘은 40mg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극소형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것이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홍성표 국제정보경제연구소장이 1999년 발표한 <핵탄의 초소형화>에 따르면 ≪아메리슘-241은 북한이 핵물질의 샘플로 IAEA와 미국측에 내놓았을 때 분석된 주된 물질≫이며 ≪넵투늄이나 아메리슘이 핵무기가 될 수 있≫다면 ≪초소형 핵무기 제조기술도 더욱 발전되어 소총용 핵탄의 출현이 상상의 핵무기만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한편 2006년 10월 13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래전부터 소형 핵무기 개발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미사일과 일반 포에도 장착할 수 있고 인민군 연대와 대대 단위에서까지 이용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 개발을 지시했다≫, ≪심지어 자동소총으로도 쏠 수 있는 극소형 핵탄알 개발을 지시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의 소설에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소설 <총대>(박윤, 문학예술출판사, 2003)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볼이 능금알 같은 초급병사는 자동보총을 들고 목표를 겨냥하였다. 크지 않은 총성이 울렸다. 순간 눈앞에서 비상한 기적이 일어났다. 거대한 재빛 물기둥이 치솟더니 이윽고 물보라가 사라지자 집채 같은 목표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 버리고 말았다. 놀란 페리와 리오타가 벌떡 일어나 넋을 잃은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까지 개발된 폭약기술로는 소총 탄환 크기로 바다 위의 암초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 하지만 핵탄환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현재 공개된 가장 작은 핵탄두는 미국의 W54로 무반동총(군대에서는 혼자서 들고 쏠 수 있는 무기를 <총>이라 부른다)으로 발사하며 탄두는 약 23kg이다.
중성자탄에 핵융합 부스팅까지
핵폭탄 다음으로 개발된 것은 수소폭탄이다. 수소폭탄은 수소에 높은 열을 가해 핵융합을 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얻는 폭탄으로 열핵폭탄이라고도 한다.
▲수소폭탄 실험 장면
수소폭탄은 다단계 핵폭탄을 이용해 초고온을 만드는데 이 과정은 군사기밀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 수소폭탄은 보통 핵분열-핵융합이라는 2단계 과정을 밟는데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인 구 소련의 차르 봄바는 핵분열-핵융합-핵융합이라는 3단계 과정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단계를 늘리면 이론상 수소폭탄의 폭발력에는 한계가 없다.
수소폭탄을 응용한 갖가지 폭탄들이 있다.
첫째는 코발트 폭탄 혹은 salted 폭탄이다. 수소폭탄 외피에 코발트를 씌운 것이다. 수소폭탄이 폭발하면서 코발트가 방사성 동위원소로 변해 5년 이상 방사선을 내뿜어 주변 일대를 심각한 방사능 오염지대로 만든다. 적군의 진격을 막기 위한 용도로 고안되었으며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사령관이 중국 인민지원군의 참전을 막기 위해 압록강변에 뿌릴 계획을 세웠던 것이기도 하다. 고안만 됐을 뿐 공개적으로는 아무도 제작한 적이 없는 폭탄이다.
둘째는 중성자탄이다. 수소폭탄 외피를 크롬이나 니켈로 만들어 고속 중성자가 빠져나가게 만든 것이다. 중성자탄이 폭발하면 엄청난 양의 고속 중성자가 퍼져나가 장애물을 뚫고 생명체만 파괴한다.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로이터 통신은 북한이 실험한 폭탄이 중성자탄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왕립 연합군사학원의 분석가도 이 주장에 신빈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성자탄은 미사일에 탑재하기 쉽고 전술핵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매우 위협적인 무기다.
셋째는 핵융합 부스팅이다. 핵폭탄 속에 수소를 넣어 효율을 높인 폭탄이다. 보통 핵폭탄은 내장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25% 이하만 핵분열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는 겨우 1.4%만 분열했다. 그런데 핵융합 부스팅을 이용하면 핵분열 효율을 40%까지 높일 수 있다.
▲핵융합 부스팅 구조
핵융합 부스팅의 원리는 핵폭탄이 터지면서 안에 있는 수소가 핵융합을 해 고속 중성자를 내보내 미처 분열하지 않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마저 분열시키는 방식이다. 기존의 핵폭탄에 수소만 넣어 폭발력을 두 배로 키울 수 있으며, 핵물질을 감싸는 탬퍼(보통 무거운 금속을 사용한다)를 제거해도 되므로 핵폭탄 소형화에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하겠다.
핵융합 부스팅 과정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실제 폭발력은 전체 핵폭발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99%는 핵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다. 따라서 핵융합 부스팅을 이용한 핵무기는 보통 핵분열을 이용한 핵폭탄으로 구분한다.
지난 2월 3일 <네이처>에 실린 스웨덴 국방연구청의 대기과학 전문가 라스 에릭 데 예르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이 2010년 4월과 5월에 핵융합 부스팅 실험을 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상당부분 축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소형화는 핵무기를 미사일에 싣기 위한 필수 공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아직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북한의 원심분리기는 열심히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핵무기 증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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