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영환 체포로 본 대북공작의 실태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5. 22. 08:30

본문

그동안 보수 언론들은 시시때때로 북한 일부 지역에서 반체제 삐라가 뿌려졌다거나, 담벼락에 반정부 낙서가 발견됐다거나 하면서 북한 주민들 속에 동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해왔다. 그런데 이번 김영환 사건을 통해 이런 사건들이 사실은 북한 체제 붕괴를 추구하는 외부 공작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핵심 세력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추정되는 김영환 일행이 대대적으로 검거됐다.


김영환 체포로 본 대북공작의 실태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강철서신의 저자로 알려진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중국에 구금 중인 것으로 드러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1980년대 강철서신이라는 필명으로 주체사상을 전파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체포, 전향서를 쓰고 풀려나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만들어 북한 민주화운동을 해온 대표적인 뉴라이트다.



▲김영환 연구위원


김영환과 동료 3명은 지난 3월 29일 중국에서 체포되어 단둥의 국가안전청에 구금되어 있다. 죄목은 국가안전위해죄로 구체적 범죄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김영환의 북한 붕괴 마스터플랜


김영환은 1999년 전향서를 쓰기 전부터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민주화운동을 해 왔다. 북한 민주화운동이란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외부에서 북한 정권과 사회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반체제 운동이다. 미국 정보기관의 적극적 개입으로 구 소련과 동구권을 붕괴시킨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체제 위협 세력인 것이다.


김영환은 전향서를 쓸 당시에도 ≪우리 민족 제1의 과제≫가 북한 정권을 ≪타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체제를 무너뜨리고 북한을 민주화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작년(2011년) 12월 김영환이 쓴 <포스트 김정일>이란 책을 보면 ≪북한의 급변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만큼 우리는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근대민주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고 공산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은 세계적으로 창피한 3대 세습에 대해 원칙적이고 준엄한 비판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고 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북한의 진실과 외부 소식을 알리며 북한 주민의 자발적인 민주화운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을 민주화시키는 것이 시급한 일이지 통일이 시급한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김영환이 북한 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5월 16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영환은 북한 정권교체와 체제변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었으며 2000년 이후 매년 3~4차례나 중국을 드나들면서 실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고 한다.



▲2011년 3월에 있었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기자회견


이번에 김영환과 함께 체포된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도 모두 전북 지역 출신으로 오래 전부터 김영환과 함께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사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 머물면서 북한 체제 붕괴 활동을 해왔다. 김영환은 중국을 드나들면서 이들 세 사람을 만나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대북활동 상황을 점검해온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대북 공작 활동들


5월 18일자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소식통이 ≪김영환씨 등이 중국 공안에 구금된 것은 중국에서 대북관련 모종의 공작을 하려다 사전에 들통 난 것≫이라며 ≪김씨 등이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 주요 서류를 빼내오거나, 유인물 살포 등의 공작을 벌여왔다≫고 한다.


또 5월 16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탈북자를 북한으로 들여보내 민주화 운동을 하도록 했다는 증언도 나온 상태≫라고 한다. 과거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했던 새누리당의 하태경 국회의원 당선자도 ≪탈북자 가운데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며 ≪나도 탈북자 가운데 북으로 들어간 사람을 정보원으로 활용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 체제 붕괴 활동을 하려 했다는 한 탈북자도 ≪사람을 북한으로 들여보내 반체제 삐라 뿌리기나 낙서, 장마당(사설시장) 여론 형성에 나서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친일 발언으로 논란이 된 하태경 당선자


중국의 북중 국경 지대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체류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탈북자들을 모집해 한국에 보내고 돈을 받는 <브로커>들이며, 또 일부는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들에게 접촉해 북한 내부 정보를 캐내고 언론이나 정보기관에 돈을 받고 넘기는 이들이다. 이 가운데 북한 주민들에게 접촉해 탈북을 유도하거나 알선하는 이들은 한국의 경찰에 해당하는 중국 공안의 단속 대상이다. 이들은 불법월경방조죄로 처벌을 받는데 벌금을 내고 한국으로 추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김영환 일행은 공안이 아닌 국가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에 체포됐으며 불법월경방조죄가 아닌 국가안전위해죄의 적용을 받고 있다. 국가안전위해죄는 중국의 주권·영토·안보 저해, 국가 분열, 정권 전복, 사회주의제도 파괴 행위를 말하며 국가배반죄, 국가분열선동죄, 간첩죄 등 11개의 죄로 구성돼 있다. 주모자와 주요 가담자의 최고 형량이 사형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일 정도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김영환 일행이 단순한 탈북자 알선 행위만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나아가 북한을 대상으로 한 공작활동을 했다 해도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김씨 일행에게 씌운 혐의는 중국 체제에 위협을 가할 때나 적용되는 어마어마한 죄목에 해당한다≫면서 ≪대체 김씨 일행이 중국 체제에 어떤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김영환 일행이 대북 활동만 한 게 아니라 중국 반체제 운동에도 관여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일각에서는 김영환 일행이 중국 내부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했거나 접근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혹은 북한 체제 붕괴 활동 과정에서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공작 자금줄은 미국


한편 특이한 점은 김영환 일행이 체포된 후 한국 영사 면담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김영환을 제외한 세 명은 영사면접권을 포기한다는 자필 각서를 제출하였고 김영환은 한 차례 영사 면담 과정에서 자신의 활동을 일체 이야기하지 않았고 정부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고 한다. 보통 한국인이 외국에서 체포되는 경우 가장 먼저 한국 영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김영환 일행의 활동이 한국 정부가 아닌 미국 정보기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사실 김영환 일행이 북한 체제 붕괴 활동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 어디서 얻는 것일까? 김영환이 속한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미국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기금(NED)은 매년 한국의 반북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2005년 이후에는 국가예산에서 130만 달러를 대북민주화 지원자금으로 책정해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2004년에만 20만 달러를 받았다. 이와 별도로 미국의 국무부도 반북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한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2009년 미 국무부와 30만 달러 지원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0년 NED 주최 <북한인권국제회의>에서 발표하는 김영환


한편 국내 정치인들이 대체로 이 사건을 외면하는 가운데 유독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끈다. 김문수 지사는 랴오닝성장에게 김씨의 영사접견을 허용해 달라며 편지를 보냈으며 트위터에도 ≪강철 김영환이 중국국가안전부에 체포되어 48일간 구금되어 있다≫며 ≪탈북자와 북한인권을 돕는 것은 우리 국민의 마땅한 의무이지 범죄가 아님을 중국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김영환씨를 빨리 석방하기 바란다≫고 글을 남겼다. 같은 전향자끼리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제국주의와 반(反)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대결은 어느 한 쪽이 무너질 때까지 지속되는 치열하고 장기적인 싸움이다. 정치, 군사, 경제적인 대결은 물론 비밀공작을 통한 싸움도 치열하다. 그리고 사실 비밀공작이 결정타를 날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구 소련과 동구권 붕괴 과정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져 왔다.


이런 이유로 중국과 북한은 미국의 체제 붕괴 공작에 항상 민감하게 대응한다. 북한은 최근에도 노동신문을 통해 ≪새로운 군사정탐기구 <국방기밀국>의 정체≫(5월 18일)라는 보도를 내보내면서 미국의 비밀공작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하였다. 중국도 최근 충칭시 사태나 천광청 사태를 통해 미국의 비밀공작에 경계심을 높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북한 붕괴 공작을 펼치고 있는 김영환 일행은 북한은 물론 중국에게도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듯하다.



▲미국에 망명한 천광청 변호사


그동안 보수 언론들은 시시때때로 북한 일부 지역에서 반체제 삐라가 뿌려졌다거나, 담벼락에 반정부 낙서가 발견됐다거나 하면서 북한 주민들 속에 동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해왔다. 그런데 이번 김영환 사건을 통해 이런 사건들이 사실은 북한 체제 붕괴를 추구하는 외부 공작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핵심 세력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추정되는 김영환 일행이 대대적으로 검거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들어 유독 북한 붕괴 가능성을 강조하고 다녔는데 혹시 대북 공작팀에게 기대한 것이었다면 지금쯤 무척 속이 쓰릴 것 같다. 겉으로는 북한 정권 붕괴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반북 단체, 인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며 체제 붕괴를 시도하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지 않을까. (2012.5.22.)




더 많은 <동북아 평화번영 프로젝트 문>의 글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


* 팟캐스트 <불철주야>가 서버를 이전하면서 <주간 정세동향>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기존의 방송도 그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http://itunes.apple.com/kr/podcast/jugan-jeongsedonghyang/id519727836


안드로이드폰은 별도 앱 설치 후 아래 주소 입력
feeds.feedburner.com/namoon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