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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진보당 사태 해부①] 2012년의 무게에 짓눌린 통합진보당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5. 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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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운명도 불투명해졌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2012년 정권교체를 갈구한 국민들의 실망감이다. 억측과 의심, 마녀사냥과 감정만 남은 통합진보당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현 사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동북아의 문>은 특별기획 <진보당 사태 해부>를 준비하였다.


① 2012년의 무게에 짓눌린 통합진보당
② 부정과 부실, 관행 사이의 진실
③ 이정희 전 대표는 무엇을 원했는가
④ 선 책임사퇴론 vs 선 진상조사론 무엇이 정답인가
⑤ 사태의 본질은 내부에 있나 외부에 있나
⑥ 진보대통합당 창당은 무리수였을까
⑦ 진보언론, 진보지식인들은 무엇을 바라는가


2012년의 무게에 짓눌린 통합진보당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모든 사건은 내부와 외부의 시각에서 각각 바라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그 본질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논란 속의 사건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당 내 비례후보 경선 시비로 불거진 통합진보당 사태의 경우 당 내부 문제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어느 계파의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가 하는 지엽적인 문제만 파고들어서는 현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이번 사태를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2년은 모두에게 중요한 해


작년부터 많은 이들이 2012년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적으로는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되면서 신자유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며 특히 미국의 지위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동북아와 한반도 차원에서는 러시아, 미국, 한국에서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으며 중국 지도부도 시진핑 체제로 교체되고 북한도 김정은 시대의 개막과 <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시기가 겹쳐 큰 틀의 변화가 예상되었다. 이 속에서 한국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가 몰리면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급격히 몰락하고 진보개혁정당들이 정국을 주도하리라 예상하였다.



▲미국의 몰락


이런 정세변화를 종합해보면 냉전과 분단, 대결로 유지되던 미국과 신자유주의세력, 수구독재세력은 몰락하고 평화와 통일, 평등과 민주를 추구하는 진보개혁세력이 성장하는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진보개혁세력뿐 아니라 미국과 신자유주의세력, 수구독재세력도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에게는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강성국가 건설>을 목표로 빠르게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북한, 그리고 G2에 등극하여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 막강한 군사력과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러시아. 이 세 나라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중-러의 전선은 점차 북-중-러의 우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미국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며,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북미수교 등 관계정상화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서 한국의 정치 지형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갈수록 국민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역시 국민적 반감에 내부 권력다툼이 더해지면서 정권재창출이 힘든 지경에 내몰렸다. 반면 진보개혁세력은 진보대통합당 건설과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었다.


만약 총선, 대선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며, 평화와 통일, 국민주권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득세하게 된다면 미국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공들여 성공시킨 한미FTA마저 지킬 수 없을지 모른다. 미국의 지원이 사라졌을 때 수구냉전세력, 독재세력이 와해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여기에 설상가상 북한이 특별행동을 통고하고 나섰다. 북한의 특별행동이 어떤 형태가 될지 알 수는 없으나 이명박 정부와 수구독재세력에게 치명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미 북한이 지난 4월 15일에 열병식에서 다수의 차량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친미세력들이 치명타를 입는데도 미국이 섣불리 개입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잠을 못 잔다고 실토한 것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통합진보당은 진정한 <위협세력>


이렇게 놓고 볼 때 미국과 수구독재세력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시급히 총력전을 펼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이들이 힘을 집중한 곳은 통합진보당이다. 왜일까?


일단 통합진보당은 국민주권, 신자유주의 반대, 민주주의, 평화통일 등 선명한 노선을 들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내부에서 노선 갈등이 심하기 때문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또 과거 10년 동안 두 정권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는 통제를 할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이들이 통제하기도 어렵고 노선도 선명한데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들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위협세력>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민주통합당이 훨씬 더 큰 세력을 가지고 있기에 결과적으로 야권연대의 많은 열매를 민주통합당이 가져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과정을 보면 민주통합당은 시종일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반면 통합진보당은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태도로 야권연대를 실현시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야권연대를 파괴하기 위해서도 통합진보당에 화력을 집중하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이들은 그 동안 통합진보당을 파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노골적인 공안탄압도 하였고 <종북> 논란 같은 색깔론 시비도 걸어보았다. 외곽의 지지단체들을 공격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공격들은 결정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정하게 흔들어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오히려 더 단결하고, 내성을 키우는 효과가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꺼낼 결정적 카드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내부 분열 카드다. 통합진보당을 여러 세력으로 분류하고 가장 위협이 되는 세력부터 집중 공격하면서 당 내부에 불평불만을 가진 세력들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히 진행하는 이런 분열 카드는 단결력이 높지 못한 조직을 와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노린 표적은 아마도 이정희 전 대표였을 것이다. 이정희 전 대표는 강기갑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위기의 민주노동당을 살려냈으며, 광우병 촛불부터 시작해서 국민들이 투쟁하는 곳, 약자들이 핍박받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원내에서도 한미FTA 저지에 큰 역할을 하는 등 다른 당에서도 호감을 가질 정도의 원숙한 실력을 과시하였다. 그리고 진보대통합의 전 과정을 주도하며 사실상 통합진보당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수난을 마다 않는 이정희 전 대표


이런 이정희 전 대표 같은 인물들이 우후죽순 국회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미국과 수구독재세력에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이정희 전 대표였을 것이다.


잘 짜인 할리우드 시나리오


이들의 <이정희 죽이기 프로젝트>는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지난 4월 13일 <동북아의 문>에서 발표한 <이정희·김용민·정동영. 십자포화의 의미>(http://namoon.tistory.com/414)를 참조하기 바란다.) 문자메시지 파문을 거치면서 일단 이정희 전 대표가 국회에 재입성하는 것을 막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당 대표로 있는 것도 불안하기 때문에 아예 정계에서 몰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총선에서 당선된 여러 통합진보당 의원들 가운데 이정희 전 대표와 가까운 인물들도 모두 제거하고 싶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통합진보당 전체를 공격하는 것보다 특정 세력만 집중공격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표적을 고르는 기준은 첫째, 통합진보당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둘째, 통합진보당 내에서 쉽게 고립시킬 수 있는 세력이어야 한다. 여기에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이 표현은 물론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하지만 <당권파>니, <구 당권파>라는 표현은 더욱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부득이 이 표현을 사용함을 밝힌다)이 가장 적당한 세력으로 걸렸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그리고 절묘한 시점에 비례후보 경선 시비로 출발한 통합진보당 사태가 터졌다. 이 사태가 외부의 부추김으로 발생했는지, 내부의 모순 때문에 발생했는데 외부의 부추김이 더해졌는지는 역시 나중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어느 경우든 미국과 수구독재세력에게 통합진보당 사태는 다시없는 호기가 되었다. 말 그대로 총력을 동원해 사태를 키웠다.


모든 언론이 사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대서특필하고 있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도, 한미FTA도, 그 어떤 충격적인 사건도 이처럼 장기간, 광범위한 언론에게서 집중조명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도 나서서 다른 당선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만 국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며 관련 법규정을 뒤진다, 민주통합당에 협조 요청한다 난리다. 검찰도 빠질 수 없다. 통합진보당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기습, 서버를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 10만여 명에 달하는 진보계의 블랙리스트가 공안기관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전쟁위기가 심각한 지금, 예비검속 1순위 명단이 취합된 꼴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의 노골적인 정당 파괴


1차 성과를 올린 이들은 2차 성과를 얻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흔들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종북과 결별할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 강령을 재검토하겠다>는 등의 입장을 발표한 것처럼 갑자기 언론들이 왜곡보도를 쏟아내는 것이다. 모두 미국과 수구독재세력들이 바라는 내용들이다. 이런 내용을 받아들여야 <국민의 눈높이>를 만족시킨다는 식이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전 과정이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로 만든 할리우드 영화처럼 정신없이 빠르면서도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은 영화에 몰입한 관객이 되어 수많은 등장인물들 가운데 누가 주인공 편이고 누가 상대편인지 구분하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다. 만약 이 사태가 우발적인 게 아닌 철저히 준비된 것이라면 이 방면의 전문가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종합 정리해보자. 2012년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평화와 통일, 반신자유주의와 진보개혁이 실현될 중요한 해다. 역으로 미국과 수구독재세력에게는 중대한 위기의 해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총력전을 준비했고 그 핵심 표적으로 통합진보당을 골랐을 것이다. 그리고 <분열시켜 와해시킨다>는 전형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통합진보당 사태의 외부 배경이다.


통합진보당이 감당하려 했던 2012년의 무게, 그러나 순간의 방심이 통합진보당을 그 무게에 짓눌리게 하지는 않았을까? (201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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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불철주야>가 서버를 이전하면서 <주간 정세동향>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기존의 방송도 그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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