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공위성 발사 실패는 흔히 있는 일이다. 발사에 성공하면 강성국가에 진입하고, 실패하면 진입하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논리라면 보수언론들이 과연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을 때 강성국가에 진입했다고 인정했을까? 자체 기술력으로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개발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며 발사 실패야 앞으로 계속 시도해서 성공하면 되는 문제다.
김정은 제1위원장 전면에 등장하다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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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즉 태양절을 맞아 북한은 다양한 일정을 진행하였다. 북한은 수 년 전부터 올해 2012년을 <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해로 선포했는데 이는 올해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탄생한 해를 기원으로 하는 주체 연호를 사용하는데 올해가 <주체 101년>, 즉 새로운 100년이 시작되는 해로 올해를 기점으로 <강성국가>에 진입하겠다는 자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4월 15일 태양절은 북한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국내에는 총선의 여파로 북한 소식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차원에서 4월 15일을 전후로 북한에서 진행한 각종 주요 일정들을 살펴보고 어떤 특징과 의미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영원한 총비서, 수령, 국방위원장>
날짜별로 북한의 주요 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1일 조선노동당 제4차 당대표자회
12~13일 주체사상세계대회
13일 광명성3호 발사,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회의
14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개관식
14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
15일 열병식, 축포야회 <태양조선은 무궁번영하리라>
일정별 주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조선노동당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는 당 규약을 개정했다. 주요 개정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김정은 제1비서를 추대한 당대표자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이자 영원한 수령으로 규정
▲당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으로 규정
▲당의 유일 지도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규정
▲당의 최고강령을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로 규정
▲당의 수반으로 제1비서직을 신설
▲김정은 제1비서를 당과 인민의 영도자로 규정
다음으로 주체사상세계대회에는 60여개 나라가 참가했는데 <주체사상세계대회 평양선언>을 채택하였다.
다음으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회의에서는 북한 사회주의헌법을 개정했으며 정부 예결산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
▲북한 최고 영도자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제 신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다음으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개관식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 정부, 군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무장장비관에는 총, 포, 탱크, 장갑차, 함선, 비행기, 전략로켓 등 수천 점의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다음으로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보고가 있었는데 주요 내용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회고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당의 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라고 정식화하였다. 또한 지난 100년을 정리하면서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위대한 혁명사상의 향도 따라 나가는 인민은 언제나 필승불패이며 자주와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로 곧바로 전진해 나가는 여기에 주체혁명위업의 완성이 있다는 바로 이것이 지나온 주체 100년대의 빛나는 총화≫라고 하였다. 그리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계승했음도 강조하였다. 이 대회는 각 지역에서도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열병식이 있었다.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첫 공개연설을 했으며 각급 군사학교, 대연합부대, 근위부대, 육해공군, 내무군,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혁명학원, 기계화부대 등이 행진했다. 역대 북한 열병식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이며 특히 34종 880여 개의 무기를 선보였다. 공개연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열병식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
▲100년사 결론. ≪김일성 민족의 100년사는 탁월한 수령을 모셔야 나라와 민족의 존엄도 강성번영도 있다는 철의 진리를 뚜렷이 확증해주는 역사≫
▲선군정치 성과. ≪오늘은 당당한 정치군사 강국으로 전변≫
▲인민군대 강화.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위업을 성과적으로 실현하자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야≫
▲당의 과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 만난시련을 이겨내며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
▲강성국가 정의.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
▲경제강국 과제. ≪우리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
▲통일에 대한 입장.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진정으로 나라의 통일을 원하고 민족의 평화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손잡고 나갈 것이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하기 위하여 책임적이고도 인내성 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
▲마지막 구호. ≪최후의 승리를 항하여 앞으로≫
마지막으로 축포야회 <태양조선은 무궁번영하리라>가 진행되었다. 축포야회는 불꽃놀이를 음악과 함께 대규모로 진행하는 북한만의 독특한 예술형태다. 이번 축포야회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며 또한 각 도에서도 진행했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과감한 등장
북한은 이번 태양절을 계기로 크게 세 가지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리는 데 주력했다. 열병식에 군부 인사들이 흰색 제복 차림에 구형 모자를 쓰고 등장했는데 일본의 <조선신보>는 이를 1953년 전승기념식을 재현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처음으로 기마종대가 등장했는데 마치 항일부대를 연상케 하였다. 각종 연설들도 김일성 주석의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이 첫머리에 등장했다.
▲1953년 전승기념식에 참석한 김일성 주석의 모습
▲열병식에 등장한 기마종대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 영원한 수령,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였으며 기존에 당의 지도사상이었던 <김일성주의>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규정하였고 당 규약 첫머리에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당≫이라고 명기했다. 또한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주석 동상 옆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건립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을 광명성절로 제정했다. 그동안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수령>이란 호칭을 쓰지 않았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령으로 동상 건립도 하지 않았다.
▲만수대 동상
과거 북한은 김일성 주석 서거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석직을 승계하지 않고 김일성 주석을 영원한 국가주석으로 헌법에 명시하였으며 주체 연호를 제정하였고 김일성 주석을 안치한 금수산 의사당을 금수산 기념궁전으로 바꾼 경험이 있다. 이번 조치들도 이와 유사한 성격으로 볼 수 있겠다.
둘째는 김정은 제1위원장을 새로운 국가 지도자로 추대하였다.
북한에서 국가 지도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 군, 정 세 영역에서 최고 지위에 추대되어야 한다. 일단 군대의 경우 가장 먼저 최고사령관이 되었으며, 이번에 당의 제1비서가 되었는데 당 규약상 당의 수반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총비서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개정 헌법에 의해 국가 최고 지도자로 규정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되었는데 사실상 국방위원장의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 군, 정 세 영역의 실질적 최고 지위에 추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가장 먼저 축하를 보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된 당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공산당 총서기 자격으로 축전을 보냈다. 후진타오 주석은 ≪우리는 조선인민이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선노동당의 두리에 굳게 뭉쳐 김정은 동지의 영도 밑에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보고 있다≫고 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열병식에서 20여 분 동안 공개연설을 하며 북한 주민들은 물론 전 세계 앞에 과감히 등장하였다.
정지위성 개발에 돌입
셋째는 국력을 시위하고 강성국가 진입을 드러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을 통해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라고 정의했다. 이는 기존의 <정치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이라는 개념을 통속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정치강국, 군사강국을 이미 이뤘으며 경제강국만 건설하면 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연설에서도 ≪당당한 정치군사 강국으로 전변≫되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군사강국의 면모는 이번 열병식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무려 34종 880여 개의 무기를 선보인 열병식에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새롭게 선보인 대륙간탄도미사일, 무인정찰기 등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러시아가 자랑하는 토폴-M 미사일과 동일한 8축 차량에 실려 있었으며 미사일에 찍힌 일렬번호로 추정해보면 이미 대량생산에 들어가 실전 배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열병식에 등장한 무인정찰기
또한 새로 개관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도 각종 첨단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군사력을 시위했다. 이 밖에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축포야회도 국력 과시의 단면이라 하겠다.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그렇다면 초미의 관심사인 경제강국 건설 현황은 어떨까?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건설과 관련된 몇 가지 수치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경제지표는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따라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추론하는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강성국가의 대문을 열기 위한 올해의 투쟁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함으로써 사회주의강성대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새로운 높은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강성국가의 대문>을 열고나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연설 내용 가운데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또한 14일 있었던 중앙보고대회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도 ≪혁명적대고조진군을 다그쳐 경제강국의 확고한 토대를 마련하고 사회주의강성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높은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고 하였다. <강성국가 전면 건설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직 <들어섰다>고 볼 수는 없겠다. 아마도 연말에 즈음해 이와 관련한 선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이 경제강국 건설 징표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만수대거리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은 일정한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4월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데비 수카르노 여사가 평양을 방문한 후 2년 전 방문했을 때는 없었던 고층 빌딩이 많이 들어섰고, 밤에는 고층 빌딩군에 불이 밝혀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평양의 야경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발사 실패다. 보수 언론들은 인공위성 발사 실패로 인해 북한의 축제 분위기가 사라졌다느니, 책임자들이 처벌받았다느니 하는 거짓 보도를 통해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였다. 보수 언론의 보도와 달리 외신을 통해 본 북한 모습 어디에도 침울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인공위성 발사 책임자들 역시 당대표자회의나 최고인민회의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 실패는 흔히 있는 일이다. 발사에 성공하면 강성국가에 진입하고, 실패하면 진입하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논리라면 보수언론들이 과연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을 때 강성국가에 진입했다고 인정했을까? 자체 기술력으로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개발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며 발사 실패야 앞으로 계속 시도해서 성공하면 되는 문제다.
실제로 북한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인공위성을 발사할 뜻을 내비췄다. 4월 16일자 <통일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관계자가 ≪5년간에 지구관측위성의 다음 과제인 정지위성의 개발에 착수한다≫면서 ≪은하 3호보다 더 큰 대형 운반 로켓의 개발이 시작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이번 광명성 3호 발사가 올해부터 시작된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은하 3호
북한은 예정대로 태양절을 성대하게 보냈다. 앞으로 경제건설에 집중하면서 올해 안에 <강성국가의 문>을 열었다는 선언을 할 수 있도록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나 북미관계에서 주변의 조건이나 반응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서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201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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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불철주야>가 서버를 이전하면서 <주간 정세동향>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기존의 방송도 그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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