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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조 돌파한 외국자본, 그들의 폭리 구조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9.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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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주가와 환율이 또 한 번 크게 출렁이고 있다. 한국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규모가 매우 큰 데다 이들의 급격한 출입을 규제하는 장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외국 자본의 움직임에 이렇게 큰 영향을 받는 계기가 된 것은 한국정부가 민중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미국 주도의 IMF가 강요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모조리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로 한국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는 2010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8%, 600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자본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대체로 한국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등, 각각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외국자본의 투자와 문제점을 분석하여 왔다. 그러나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현실, 치열한 경쟁 속에 상품을 생산하여 이윤을 얻는 전통적 산업자본가들이 금융을 통해 손쉽게 이윤을 획득하려는 경향이 강해져가는 현실, 그리고 여전히 무차별적으로 확장해가는 금융부문의 현실을 볼 때, 외국자본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직접투자와 금융상품 매매를 개별적으로 파악하게 되면 그들의 움직임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생기게 마련이다. 또한 단순히 외국자본이 개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보아서는 이들이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 입각하여 IMF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에 투자된 외국자본의 규모 뿐 아니라 이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동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600조를 돌파한 외국자본의 투자총액
 



외국자본의 총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개념으로 설정한 ‘외국자본 투자총액’은 외국자본의 직접투자 누적금액과 외국자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그리고 채권보유액과 파생상품투자금액의 합계로 정의하였다.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은 이 외에도 은행 또는 기업 간의 ‘차입’과 ‘무역신용’ 등이 있으나 그 성격이 모두 ‘투자’라 고 볼 수 없어 제외하였다.

외국자본의 투자총액은 지난 10년 사이 네 배나 증가하여 2010년에 604조 8천억 원에 달하였다(표 1).이는 2011년 한국 정부예산 총액 309조 1천억 원의 약 2배에 달하는 자본이다.

600조원이 넘는 외국자본의 투자액은 어디서 생겨난 돈일까? 외국자본이 600조를 투자했다고 해서 그 돈이 모두 외국자본의 금고에서 나온 돈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600조에 이르는 자본의 상당부분은 본질적으로 한국 민중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돈이다. 그들의 투자 자본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각종 특혜와 편법이 난무하는 가운데 거두어들인 수익 중 일부는 소비하고, 일부는 끊임없이 재투자함으로써 형성된 자본인 것이다. 지금부터 그들의 행태와 본질을 살펴보자.

분단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국

외국자본의 증가를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차지한 미국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자국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군사력을 앞세우고 전쟁을 일으키며, 세계 각국과 통상마찰을 야기하여 시장개방을 강요해왔다.

특히 민족 분단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집권세력이 대대로 미국에 의존적인 한국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통상압력에 자주적으로 대처할 수 없으며 그들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하는 처지에 있다. 정전 이후,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구도 하에 동북아시아 전략을 수립하면서 한국을 공산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전진기지로 삼기 위하여 이승만을 비롯한 친미세력을 지원, 양성하고 대규모의 미군을 주둔시켰다. 미국은 지금도 전쟁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무력남침으로부터 남한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작전통제권조차 없는 한국의 군사안보는 미국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이 정치, 외교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국가의 안보를 미국의 손에 맡겨 놓은 한국이 각종 특혜를 요구하는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정치 군사적 상황에 의해 미국의 독점자본은 한국에 손쉽게 들어올 수 있으며, 그 결과로 한국 내 존재하는 외국자본 중 그 비중이 가장 높게 형성되어 있다. 미국은 이미 조선시대 말기부터 탄광 개발과 철도부설권을 획득하여 직접투자를 진행했으며, 최근에도 통상압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쇠고기 수입을 최대로 확대하고 한미FTA 재협상까지 자신의 의도대로 모두 타결 지었다. 미국 자본은 2010년 기준으로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국자본 중 30%가량, 채권시장에 들어온 외국자본의 20%가량을 차지하여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권시장에서 종합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주요 산업 분야를 헐값에 장악

미국은 한국에 대한 특별한 정치군사적 기반을 기초로 한 위에 막대한 자본과 정보를 이용하여 경제를 좌우하여왔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산업은 석유산업이다.

미국은 세계적 범위에서 석유자원을 장악한 기초 위에 한국경제의 석유화학산업에 직접 진출하여 경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에너지 측면을 공략하였다.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석유를 정제하는 장치산업을 건설하는 데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본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미국은 자신의 자본을 이용하여 한국 석유산업에 투자하고 상당한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현재 한국 석유기업 1위를 고수하고 있는 SK에너지는 1968년 설립 이래 1980년까지 미국 ‘걸프’석유사가 50%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현대오일뱅크 역시 1968년부터 미국 ‘로열 더치 셸’, 1984년부터 미국 ‘게티오일’의 합작투자가 진행되었다. 지금도 한국의 석유기업 중 S-Oil은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자본이 최대주주로 되어 외국자본의 직접적 지배하에 있으며, GS칼텍스는 GS그룹과 미국 석유기업 ‘칼텍스’와의 50:50 합작투자로 이루어져, 막대한 이익이 외국자본의 손에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외국자본은 한국의 은행업을 집중 공략했다. 은행은 국가경제의 자본을 형성하고 조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이 갖는 의미는 일반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과는 다른 중요한 측면이 있다. 한국 정부는 IMF 당시 ‘공적자금’을 조성하여 시중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거나 주식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부실해진 은행을 구제하였다. 그러나 외환위기에 시달리던 한국 정부는 국내 은행을 모두 구제할 만큼의 풍부한 자본을 마련하지 못했다. 외국자본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자본을 적극적으로 들이밀어 위기에 놓인 국내 은행산업 헐값에 장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이 외국인 보유지분이 60%를 상회하여 사실상 외국계 은행이 되었다.

이 외에도 외국자본의 진출분야는 제조업, 일반 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다양했는데, 특히 외국자본은 IMF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의 주요 제조업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매수하였다. 당시 한국 재벌이 극심한 자금난으로 수익성이 좋았던 핵심 계열사들을 헐값에 매각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은 55개 대기업이 매각 또는 청산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주요 제조업종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 대표 제조업종인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하이닉스 등이 회국자본에 매각된 것도 이 때다.

외국자본은 이처럼 국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석유기업과 은행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경제의 목줄을 쥐었으며, 헐값에 매각된 우량 기업을 인수하고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다. 

자본력과 정보 우위로 주식시장까지 주도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은 자금력 우위,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주도한다.

우선 외국자본의 자금력의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최근 석 달 간 외국인 순매수액과 주가지수를 그래프로 겹쳐보았다(그림 2). 



빨간 기둥이 위로 솟으면 주가는 상승하고, 반대로 빨간 기둥이 아래로 내려오면 주가는 하락하고 있는 것이 한 눈에 확인된다. 분명 주식시장에는 외국 자본 이외에도 한국의 개인 투자자와 연기금, 각종 펀드 등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처럼 사실상 주가 등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외국 자본이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나 기관의 자본 규모가 외국 자본의 규모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외국자본, 특히 미국계 자본의 앞선 정보력을 살펴보자.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자본이 시가 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세계 경제의 상황에 따라 매우 심하게 변동한다는 사실을 살펴본 바 있다. 그런데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는 한국의 경제 전문가들보다 외국, 특히 현재 경제위기의 중심에 놓여있는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훨씬 빨리 접할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주요 정보, 이를테면 국가 신용등급 조정 같은 중요한 정보와 동향들은 미국의 신용평가사와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는 미국계 자본이 당연히 빠르게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부터 2001년 사이 한국의 신용등급 회복을 전후로 한 외국인 순매수 사례이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IMF 외환위기로 1997년에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까지 강등되었다가 다시 2001년 BBB+등급까지 상향조정되었다.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면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되어 주가가 오르게 마련이다. 실제로 외국 자본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것을 미리 알고, 이미 상향조정되기 1개월 전부터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표 2). 반면, 한국의 투자자들은 상향조정 사실이 발표된 후에 주식을 사서 주가를 더 끌어올려 준 꼴이 되었다.



이렇듯, 외국자본은 막강한 자본력과 정보력을 앞세워 한국 주식시장을 저들의 장난감 다루듯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서점에 전시된 각종 주식투자 관련 서적에는 소위 ‘외국인 투자전략 따라 하기’ 방법이 주요하게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환율과 금리, 그리고 주식과 채권

그런데 외국자본은 단지 주식시장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외국자본은 주식시장 이외에도 채권을 비롯한 각종 파생상품에도 투자하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은 일종의 보완관계에 있다. 주식은 가격 변동이 자유롭고 경기변동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이익과 손해의 폭이 큰 위험한 투자 상품이다. 반면 채권은 발행할 때 기본적으로 수익률이 고정되어 있으며 채권을 사고파는 경우에도 그 변동 폭이 크지 않다. 따라서 채권은 주식에 비해 수익은 적지만 투자하기에 안전하다. 파생상품의 경우는 오히려 주식보다 변동 폭이 훨씬 크므로 매우 위험한 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도 있어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있어서 파생상품 거래는 아직 그 규모가 미미한 실정이므로 여기서는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자본의 이동을 살펴본다.

우선 외국자본은 주식과 채권을 매매할 때 환율과 기준금리를 반드시 고려한다. 특히 환율의 등락은 주식의 매매차익에, 기준금리는 채권의 수익률에 각각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주식 매매의 경우는 대체로 원/달러 환율이 높을 때 사서 원/달러 환율이 낮을 때 팔아야 더 이득이 된다. 따라서 외국자본은 환율이 다른 경제적 요인에 의해 꾸준하게 상승하는 경우, 환차익에 의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하여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려는 강한 요구를 느끼게 된다. 특히 외국자본은 주식을 팔고난 후 본국으로 돈을 송금하는 시기를 결정하는데 환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외국자본의 놀이터, 한국 주식시장’ 참조).

채권의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와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많이 나면 날수록 채권 수익률이 좋아진다. 달러를 낮은 금리로 빌려서 한국의 높은 금리에 투자하기 때문에 아무런 투자위험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를 ‘재정거래’라고 한다(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 채권시장, 과연 외국인에게서 자유로운가.’ 참조)

외국 자본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여 주식과 채권에 일정 비율로 투자하게 된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주식의 비중을 크게 하여 고수익을 노리며, 반대로 경제가 침체기라면 주식을 팔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익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외국 자본의 운동은 한국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선명하게 드러난다. 



2004년은 외국자본이 주식 시가총액의 42%를 차지하여 그 비중이 최대를 기록했다. 이후 3년간 외국자본은 가격이 많이 오른 한국 주식부터 팔고 싼 주식은 사면서 매매차익을 실현하는 동시에 한국 채권을 매수했다. 이러한 외국자본의 행보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이어졌다(그림 3 참조).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가게 되면 주식가격은 빨리 하락하게 되며 상대적으로 채권이 외국자본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외국자본은 주식을 대거 팔고 채권을 사게 되는데 이러한 자본이동은 2007년에 나타났다. 외국자본은 2007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 보다 상승률이 더 높았던 한국 주식을 엄청나게 팔았다(그림 3, 2007년 3분기 붉은 선 참조). 그런데 외국자본은 주식을 팔아서 번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채권을 대량으로 샀다. 왜냐면 미국 기준금리 하락으로 한국 채권 수익률이 급격히 좋아졌고 원/달러 환율도 계속 내려가 환차익이 확실히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2007년 3분기부터 2008년 2분기까지 1년 동안 외국자본은 483억 36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팔고 642억 9200만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였다(그림 3, 2007년 3분기 이후 파란 선 참조). 주식을 팔아서 번 돈으로 채권을 사서 다시 돈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외국자본이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대규모로 파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런 경우는 극심한 경제위기에서 나타나는데, 2008년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외국자본은 2008년 하반기 미국의 경제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많은 투자은행이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자 갖고 있는 주식과 채권을 모두 팔기 시작했다. 2007년 3분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의 경기부양책이 본격화되던 2009년 1분기까지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팔아치운 주식과 채권은 모두 합쳐 784억 1300만 달러에 이른다. 1달러에 1080원 환율을 적용해본다면, 84조 686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외국자본은 이처럼 주식과 채권 등의 시장에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동하면서 끊임없이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폭리를 미화하는 이데올로기 공세

외국자본은 그들이 남의 땅에서 벌이는 수탈적인 이윤 추구행위를 미화하기 위하여 각종 논리와 이론을 유포시킨다.

가장 대표적인 공세는 ‘외자유치 만능론’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국자본, 특히 미국 자본은 한반도 분단에 의한 우월적 지위로 각종 경제적 특혜를 보장받는다. 특혜의 내용은 대체로 외국자본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므로, 외국자본은 손쉽게 한국에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외국자본과 이들의 조력자인 친미 성향의 한국 인사들은 외국자본의 이러한 투자행위의 결과로 고용이 창출되고 산업이 발전한다고 선전한다. 게다가 외국자본이 직접 투자한 돈은 갚아야할 필요도 없으니 한국 경제에 빚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정 반대의 사례들을 낳고 있다.

외국자본이 한국의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투자 했을 리 만무하다. 외국자본이 경영에 참여하는 이유는 회사를 잘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외국자본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들의 지표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투자는 줄어들었고 단기적 영업이익은 증가하였다.

단기적인 영업이익은 고스란히 배당금으로 유출된다. 외국자본은 ‘주주가치 증대’라는 기업경영 논리를 널리 유포하여 그들이 차지한 주식에 대해 배당금을 최대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기업의 자본을 조달하는 사람은 주식을 소유한 사람이므로 이들이 기업의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야한다는 것이 ‘주주가치 증대’의 내용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면 타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이들의 속셈은 다른데 있다. 즉, 기업의 투자는 줄이되 당기 순이익은 최대로 높여 자신이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이익을 회수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영업이익은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명분으로 상당부분 배당금으로 지급되어 외국자본의 손으로 들어가게 된다.

외국자본이 적극적으로 유포하는 또 하나의 주장은 ‘민영화 만능론’이다. 대체로 공기업은 한 국가에서 전화, 전력, 상하수도, 도로, 주택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한다. 외국자본은 이러한 공기업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비효율적, 비생산적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공기업의 민영화’만이 더욱 효율적인 국가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강변한다. 원래 공공서비스는 그 자체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이 아니라 손해가 나더라도 국민이 누구나 소외됨 없이 전력과 수도, 도로 등의 해택을 누리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외국자본과 이를 추종하는 세력은 이러한 공공서비스의 본래 목적은 철저히 가리고 공기업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만 강조함으로써 ‘민영화’만이 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외국자본이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서 이루려는 목적은 단순하다. 정부 소유의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그들이 이를 인수하여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자본의 ‘민영화’요구 대상은 끊임없이 확대된다. 외국자본은 ‘공적인 영역에서의 사적 이익 추구’를 점점 당연시하게끔 만들어 사회의 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키며 개인의 이기심은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결과로 그들의 수탈적 이윤추구 행위는 더욱 정당화, 미화되고, 외국 자본의 투자도 더욱 확대 재생산 된다.

특히 미국은 한미FTA를 통하여 기존 공공서비스 영역 이외에도 교육과 의료분야 까지 ‘사적 이익 추구’의 영역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가 발효되기도 전에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미명 하에 제주와 인천 등지의 경제자유구역을 설치하고 영리목적의 의료법인과 외국인학교 설립을 이미 추진 중에 있다. 교육이나 의료행위를 통하여 돈을 버는 것이 더욱 정당화, 합리화되면 앞으로 학교와 병원에서 서민계층과 상류층이 이용하는 시설과 지역이 확연히 구별되어 공공서비스의 불평등이 지금보다 한층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분단과 외세의존 극복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외국자본, 특히 미국의 폭리, 그리고 끊임없는 확대재생산과 이를 미화하는 사대적 논리는 분단 상황에 의해 강력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강대국 미국의 정치, 군사에 의존하는 것 뿐 만 아니라 그들의 자본에게까지 기대어 살아야 한다는 외세의존사상이 극복되기 위해서는 결국 분단의 극복, 민족의 통일만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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