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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천안함 사태 부르는 키리졸브 훈련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2. 1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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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이 이달 말 열릴 키리졸브 훈련과 관련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 훈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 공보를 통해 남측이 2월 말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개최할 것을 주장했다고 폭로했고 한국의 문상균 대령(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도 이를 인정했다. 2월 말에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남측이 이 시기를 고집하여 사실상 회담을 결렬시켰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미연합사령부는 실무회담이 결렬된 후인 지난 15일 오전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을 2월 28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하였다. 한미연합사는 이 훈련에 미 항공모함, 미군 병력 만2800명, 한국군 20만 여명이 참가하며, 3월 10일까지 진행된다고 하였다. 또 키리졸브 훈련과 함께 진행되는 독수리훈련은 4월 30일까지 장장 두 달을 진행한다고 발표하였다.


북한을 자극하는 키리졸브 훈련 내용


키리졸브 훈련은 2008년 처음 실시되었으나 그 뿌리는 19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의 남침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한미 양국은 ‘포커스레티너’라는 합동군사훈련을 처음 실시하였다. 이후 71년부터는 ‘프리덤볼트’, 76년부터는 ‘팀스피리트’라는 이름으로 매년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였다. 물론 북한은 ‘북침용 핵공격 전쟁훈련’이라며 크게 반발하였다. 수십 년을 이어온 팀스피리트 훈련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요구로 1992년 중단되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의 문제로 93년 한 차례 재개되기도 하였다.


한미는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의 공백을 보충하기 위해 94년부터 한미연합전시증원훈련(RSOI훈련)을 실시하였으며 96년부터는 군단급 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을 추가 실시하였다. 한편 1961년부터 매년 가을 실시되던 한미합동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oal Eagle)을 2002년부터 RSOI훈련과 통합하여 함께 진행하였다. 그리고 2008년, RSOI훈련의 명칭을 키리졸브 훈련으로 변경하였다. 이 복잡한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을 두고 ‘북침전쟁훈련’이라고 주장하며 매번 강력한 비난과 군사적 조치들을 취해왔다. 북한이 키리졸브 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키리졸브 훈련이 작전계획 5027을 연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전계획 5027은 보통 2년 단위로 개정되는 한미연합군의 전시작전계획이다. 기본 골격은 1단계 미군 신속억제전력 배치, 2단계 북한 전략목표 파괴, 3단계 북진 및 대규모 상륙작전, 4단계 점령지 군사통제 확립, 5단계 한국 정부 주도의 한반도 통일 등 5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는 북한의 남침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1998년 개정하면서 선제타격전략을 채택했고, 2002년에는 한국과 상의 없이 북한을 폭격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한 작전목적도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으로 명시(2002년 12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하고 있어 북한에 대한 공격적 성격이 뚜렷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작전계획 5029도 연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2월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붕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이 “개념계획 5029와 관련해선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훈련할 것”이라며 이런 의혹을 부정하지 않았다. 또 작년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때부터 이 계획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2월 16일자 사설에 따르면 ‘미측은 기존의 전면전 대비 작전계획 5027 외에 급변사태 대비 작전계획 5029의 필요성을 김대중 정부에 제안했고, 1999년 작전계획 전 단계의 추상적 시나리오인 개념계획 5029가 만들어졌다. 미측은 이를 병력 동원 및 부대 배치 등 구체적 계획까지 담은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키려 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제의를 거부했다’고 한다. 한편 북한은 2006년부터 한미 군당국이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승격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미 군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2009년에는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이 문제를 다시 보도하면서 한미 군당국이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작전계획’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주장했다.


작전계획 5029의 문제는 북한의 급변사태 시 한미 군당국이 직접 개입한다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급변사태의 구체적 내용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유출 ▲정권교체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상황 ▲북한 내 한국인 인질 사태 ▲대규모 주민 탈북 사태 ▲대규모 자연 재해 등 6가지다. 역으로 생각해서 한국에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대규모 자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일본이 자위대를 파견해서 주요 거점을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게다가 급변사태의 일부 내용 가운데는 외부에서 영향을 주거나 판단 기준이 불분명한 것들도 있다. 다시 말해 북한에 조그만 사건이 일어나도 한미 군당국이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났다’고 과장하여 주장한 다음 이를 명분으로 북한에 군병력을 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처럼 작전계획 5029는 그 존재 자체가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헌법도 무시하는 키리졸브 훈련


키리졸브 훈련은 수행하는 작전계획도 문제지만 그 규모도 방대하여 군사적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키리졸브 훈련은 함께 진행하는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까지 포함하여 기간이 장장 두 달이나 되며 참여 병력도 미군 2만 여명, 한국군 20만 여명이나 된다. 또한 항공모함을 포함하여 대규모 첨단 무기들이 한반도에 집결한다. 이정도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급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 훈련으로 공인받는 훈련은 격년제로 열리는 환태평양 훈련(림팩:RIMPAC)으로 약 한 달 동안 십 수 개 나라 해군 2만 여명이 항공모함, 군함, 잠수함, 전투기 등 다양한 무기들을 동원하여 진행한다. 그런데 기간이나 병력만 보면 림팩 훈련보다 키리졸브 훈련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재작년 여름 중국이 사상 최대 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해 미국과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 당시 규모도 2개월 동안 5만 여명이 동원되는 수준으로 키리졸브 훈련에 미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규모의 훈련이 진행되면 동북아 여러 나라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으며 군사적 긴장감이 증폭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런 훈련이 매년 진행되었고 비슷한 규모의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까지 여름에 열리기 때문에 한반도는 항상 전쟁의 분위기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으로 북한이 중국군 수 만 명을 초청해 휴전선 근방에서 20만 명의 인민군을 동원해 두 달 동안 전쟁훈련을 한다면 한국 국민들은 얼마나 불안해하겠는가. 키리졸브 훈련을 두고 한미 군당국은 방어적 훈련이니, 연례 훈련이니 강조하지만 이 훈련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 도수를 끌어올린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키리졸브 훈련은 한국의 헌법과 국제법의 기본 정신에도 위배된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 ‘세계평화에 이바지’ 등의 문구가 명문화되어 있으며 5조에도 ‘국제평화의 유지 노력’, ‘침략적 전쟁 부인’ 조항이 있다. 또 4조 ‘통일지향과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 및 촉진’ 조항도 있는데 키리졸브 훈련은 이런 조항들을 모두 위반하고 있다. 이 훈련으로 전쟁위기가 고조되기 때문이다.


또 1974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침략의 정의’ 결의 제3조에 따르면 무력공격을 당한 경우 자위권으로서 ‘무력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최소한도’로만 무력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키리졸브 훈련은 작전계획 5027에 따라 북한의 ‘공격’을 막는 수준을 넘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또 북한의 ‘공격’을 당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하도록 하고 있어 유엔 총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한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더라도 제1, 2, 3조에서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한 방어’로 조약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키리졸브 훈련은 명백한 조약 위반이다.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부르는 키리졸브 훈련


미중 정상회담이 끝날 때만 해도 대화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긴장국면이 연출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는 정세를 볼 때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분석을 동시에 해야 하며, 사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아야 한다.


북미 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본 이유는 북한의 군사적 견인을 미국이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1월 17일자 경향신문 보도 “미, 모순되는 ‘2가지 대북 원칙’”에 따르면 “북한 문제는 미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문제가 됐고 ...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북 접촉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미국이 자발적으로 대화국면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하게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당국자들은 현재 어떻게 하면 북한이 틀어쥔 주도권을 뒤집고 북한을 압박하는 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북한의 군사력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초강대국’ 미국이 북한에게 끌려가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북한에 압박을 가해보려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져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미국은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더라도 북한을 자극하여 자신의 체면을 살려보고자 하는 무모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특히 군부의 입장에서는 ‘나 아직 살아있다!’고 외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정황 속에서 키리졸브 훈련 시기가 다가왔다. 물론 미국이 진심으로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이 훈련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직접 협상과정에 돌입하지 않은 지금 훈련 취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한 경우는 1992년 단 한 번뿐인데 북미 사이의 협상 결과였다. 따라서 아직 협상에 돌입한 것도 아니고, 미국이 대화를 성사할 의도도 없는 지금은 전쟁 훈련이 강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그러면 북한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한미 군당국은 북한에 사전 통보했다고 하지만 판문점에서 확성기로 전달한 것을 두고 ‘통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또 사전 통보했다고 해서 북한을 자극하는 키리졸브 훈련의 성격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역대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강한 반발을 해왔다. 이번에도 지난 10일 발표한 ‘공보’를 통해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이라고 규정하였다.


북한은 현재 대화 의지가 없는 미국을 억지로 견인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이번 키리졸브 훈련을 묵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화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강한 군사적 메시지를 던져 대화 외에는 길이 없음을 인지시키고자 할 것이다. 많은 언론들이 이번 키리졸브 훈련 기간 북한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이른바 ‘3월 위기설’을 보도하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특히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한 다양한 보도들이 눈길을 끈다. 2월 11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황해남도 해주 일대 해안포 포문을 열고 닫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으며, ‘휴전선 쪽으로 전진 배치한 유도탄과 장사정포에 포탄을 장전·원위치하는 훈련’도 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날 서울경제도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가까운 서해안 해군기지에서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해상침투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고 보도하였다. 공기부양정은 공기의 힘으로 떠다니는 배로 바다는 물론 땅에서도 고속으로 다닐 수 있어 기습 상륙작전에 유용한 함정이다.


북한이 공기부양정을 가장 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연평도다. 북한은 작년 초에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포사격 훈련을 했고, 작년 말에는 연평도에 직접 포사격을 했다. 따라서 만약 북한이 군사 대응 수위를 높인다면 다음 순서는 연평도 점령이 될 것이다. 연평도 점령은 포사격 후 공기부양정을 활용한 상륙작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월 6일자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군당국도 북한의 공기부양정 상륙작전을 우려해 70㎜(2.75인치) 유도로켓(일명 메두사)을 서북도서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서해 충돌 외에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주목해야 한다. 16일자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클래퍼 미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연례안보위협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많은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실험했다”고 분석했다고 한다. 또 그는 “대포동2호(은하2호)는 최소한 미국의 일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날 <미국의 소리(VOA)>도 보도를 통해 “북한 북서부 평양북도 철산군 동창리 인근 제2미사일 기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입수”했으며 “발사대와 발사 타워 공사가 기본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2미사일 발사기지는 무수단리의 첫번째 미사일 발사기지보다 발전된 것이며 실험동과 관찰 타워 등의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갑자기 관심을 쏟는 것을 보면 이번 키리졸브 훈련 와중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키리졸브에 대응하는 북한의 이런 군사 행동에 대해 미국이 손 쓸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군사적 대응은 전면전 우려가 있어서 쉽지 않으며, 유엔 안보리 상정은 중국의 반대로 어렵고, 경제제재는 더 이상 효과도 없다. 결국 미국은 대북 비난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세계는 미국의 몸 사리기에 비웃음을 던질 것이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까지 확대되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최근 여러 평화애호단체들이 키리졸브 훈련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있다. 한반도 전쟁 위험도를 낮추는 길은 훈련을 취소하고 이제라도 대화와 협상에 돌입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정치인들도 할 일이 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되기 전에 북한이 보낸 국회회담 제안 편지가 얼마 전 국회와 각 정당에 도착했다. 정부와 군당국이 못하면 정치인들이 나서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전쟁을 바라지 않는 정치인이라면 남북 군사위기 해소를 위한 정치협상에 과감히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작년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과정에 천안함이 침몰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원인을 두고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어찌됐든 무모한 대규모 전쟁훈련이 부른 참사라는 점은 분명하다. 1년이 지난 지금 한미 군당국이 또 동일한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 피해는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공자 말씀을 인용해본다.


過而不改 是謂過矣 (과이불개 시위과의 :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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