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김원웅 전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남북화해협력정책은 바로 미국의 숨은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금강산관광의 중단으로 미국의 국익을 지켰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로 그 뒤를 이어갈 차례입니다≫라며 개성공단 폐쇄가 미국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왜 미국은 개성공단 폐쇄를 요구하는가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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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당국회담을 앞두고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보수언론들은 개성공단을 북한의 외화벌이 장소로 비하하면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를 불러왔는데 사실 이런 관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보수언론만큼이나 개성공단 폐쇄를 바라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소리(VOA:Voice of America)에서 5월 23일 발표한 미국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자못 흥미롭다. 개성공단 폐쇄와 재가동, 그리고 신중론이 팽팽히 맞붙은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정책에 영향력이 큰 이들은 대체로 개성공단 폐쇄를 바라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설문조사의 일부를 살펴보자.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하는 미국의 목소리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최근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는 적절했다고 본다. 이후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공단 폐쇄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폐쇄를 기대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영구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한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군부 쪽으로 빼돌려 왔다≫면서 ≪개성공단이라는 거대한 실험은 실패했으며, 최악의 경우 한국인들이 인질로 잡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 한국 정부가 즉각 개성공단에 대한 전기 공급을 끊고 투자를 완전히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보수언론과 국방장관이 주장한 이른바 <개성공단 인질론>에 동조한 것이 흥미롭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개성공단은 북한의 경제, 정치 개혁을 유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 등 도발도 막지 못했다≫면서 ≪북한이 또다시 공격과 심각한 도발을 저지를 경우 한국은 개성을 포함한 북한과의 모든 경제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은 머리에 총을 겨눈 상대와 사업을 해선 안 된다. 공단을 폐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을 북한 체제 변질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로 미국 정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체제를 변질시키려 했으나 실패했고, 개성공단을 통한 수익으로 북한이 군사력을 키웠기 때문에 하루빨리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밖에도 고든 창 포브스 컬럼니스트는 ≪한국 정부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 개성공단을 폐쇄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공단을 폐쇄해 북한이 이를 지렛대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IDA) 책임연구원 역시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 폐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부추겼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4월 30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국제포럼에서 ≪개성공단이 애초 기획되었던 취지나 의도에 비해 체계적인 개방으로 이어져온 것 같지는 않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성공단 폐쇄를 노린 미국의 행보들
그렇다면 전직 관료나 전문가들 말고 실제 백악관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4월 말 한국을 방문한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은 정부의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 철수 조치에 대해 공감과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찬성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미국이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관련 조치들에 찬성하기만 했을까? 아니다. 미국은 개성공단 폐쇄를 위해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장면
한미 군 당국은 2010년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부터 개성공단 인질 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또 지난 3월 22일 발효된 한미 공동국지도발 대비계획에도 국지도발 유형으로 개성공단 억류 사태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 개성공단 인질 구출작전이라는 것이 8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구출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북한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는 문제, 북한 영내에 군대를 투입하는 문제 때문에 필연코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게 된다. 실효성 없이 북한만 자극하는 훈련을 한미 군 당국이 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훈련을 해왔기에 김관진 국방장관은 4월 2일 <개성공단 인질> 발언을 자연스레 했다.
개성공단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미국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커트 캠벨 전 동아태 차관보는 4월 4일 ≪개성공단 등 남북 간에 남아있는 최후의 경제교류를 축소하는 것이 방법이지만, 이는 남한의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하였고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4월 9일 사설을 통해 ≪개성공단을 북한 스스로 차단한 만큼, 이 기회에 영원히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에 개성공단 폐쇄를 간접적으로 요구를 한 것이다.
왜 미국은 개성공단 폐쇄를 바라는 것일까?
미국은 현재 북한과 전쟁 상태에 있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압박을 통해 북한을 고립, 붕괴시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남북경제협력은 미국의 전략과 배치된다. 미국이 볼 때 개성공단은 대북경제봉쇄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지난 5월 26일 김원웅 전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남북화해협력정책은 바로 미국의 숨은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금강산관광의 중단으로 미국의 국익을 지켰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로 그 뒤를 이어갈 차례입니다≫라며 개성공단 폐쇄가 미국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김원웅 전 의원
사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남북경제협력을 불온시했고 각방으로 방해해왔다. 2002년에도 미국의 제임스 솔리건(James N. Soligan) 판문점 장성급회담 유엔사측 대표 겸 유엔사 부참모장은 ≪북측이 유엔군 사령부의 승인을 계속 배제하려 든다면 금강산 육로 관광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며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남북 교류협력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경제협력을 하려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10월 13일에 있었던 <개성공단 성공과 전략물자 반출입 문제 해결을 위한 범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단체들은 ≪개성공단 사업이 어려운 여건에 처하게 된 주된 원인은 미국의 북에 대한 경제봉쇄과 우리정부의 대미 눈치보기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테러지원국 지정, 바세나르 협약, 핵공급국 그룹, 호주 그룹 및 미국 내부의 법률을 통한 전방위적인 봉쇄 등 우리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수많은 통제체제를 통해 봉쇄≫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경제협력은 한국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며 통일의 예행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개성공단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밀려 폐쇄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쪼록 이번 남북당국회담에서 미국의 이익이 아닌 우리 민족의 이익을 지키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2013.6.11.)
* 팟캐스트 <주간 정세동향>을 들으시려면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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