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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환율‧통화 갈등...너 죽고 나 살자!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3. 3. 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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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볼만한 2013 경제이슈] -2
백남주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13년에도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각 국들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경제위기시의 경제적 갈등은 정치‧군사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2013년을 전망하는데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목해 봐야하는 것 중 한 가지는 세계적인 환율·통화전쟁과 그에 따른 갈등이다. 

환율전쟁이란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대국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나 자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인위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경쟁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제품의 해외가격을 낮출 수 있어 물건을 많이 팔수 있게 된다. 이는 다른 나라의 희생을 기초로 자국의 번영이나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정책으로 일종의 근린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이라고 볼 수 있다. 

환율‧통화전쟁 왜 일어나나? 

2013년 들어 이러한 환율정쟁이 본격화 되는 양상이다. 최근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가들이 앞 다투어 화폐를 찍어내면서 통화(돈)가치를 낮추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자국 화폐를 더 많이 발행할수록 시중에 풀린 화폐의 양이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돈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에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팔 수 있어 수출 경쟁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상품을 팔아 1$를 얻는 한국의 수출업체가 있다고 하자. 이 업체는 이전에는 1$를 벌어서 한국 돈으로 1000원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1$를 1500원과 교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하면, 이 업체는 같은 물건을 약0.66달러에 팔아도 기존의 1000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환율전쟁이 촉발되고 있는가?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적 경제위기는 아직도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위기가 터지자 각 국가들은 중앙은행에서 결정하는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데 까지 낮추고 국가재정을 투입해 경제위기에 대처했다. 그에 따라 추가적인 경기하락을 멈출 수는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더 이상 쓸 마땅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막대한 국가의 돈을 쏟아 부은 결과 금융위기가 국가재정위기로 전이된 상황이다. 그에 따라 더 이상 국가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기는 어려워졌고 오히려 나라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지출을 줄이는 긴축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했다. 이미 재정위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역시 긴축의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각종 부양정책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던 세계경제가 더 침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뿐더러 설령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재정긴축이 불가피하고, 정책금리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경기부양 수단은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국경제 내의 부양여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은 수출을 늘리는 일이다. 결국 주변국들의 부를 뺏어오지 않고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수출을 늘리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통화전쟁의 양상 

통화전쟁의 도화선은 미국의 무제한 양적완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1, 2차 양적완화를 시행한데 이어 2012년 9월 중순 월 400억불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 부동산 담보대출 증서를 근거로 발행된 증권)을 매입하는 형태의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하였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양적완화 규모를 월 400억불에서 850억불(연 1조 달러)로 확대키로 하며 사실상의 4차 양적완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져야 제로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며, 긴축을 하더라도 상당히 느린 속도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군다나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2000년대 초반 자신의 논문에서 불황탈출을 위한 통화정책의 마지막 수단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추구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머니투데이 2012.12.18). 이는 단순한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수준을 넘어서 더 강력한 환율개입 가능성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최근 환율전쟁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은 일본의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이전부터 “인플레 목표를 2%(기존에는 1%)로 설정하고, 달성될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심지어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라도”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실재 1월 22일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2% 물가 목표를 ‘가능한 한 빨리’ 달성하기로 합의했고, 2014년부터 매월 13조엔 규모로 기한을 정하지 않고 국채 등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매입하기로 했다. 

4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일본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무토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통화 정책을 더 완화하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어 향후 일본의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은 더욱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역시 형태는 다르지만 양적환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2년 9월 유럽중앙은행이 재정위기 국가의 3년 미만 국채를 무제한 매입할 수 있는 유럽판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전부터 미국과 환율갈등을 빚어오고 있는 중국의 경우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한 공세를 이전보다는 늦추고 있다1). 하지만 미국, 일본 등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 할 경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내수확대를 목적으로 위안화가치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있지만 엔화 가치 등이 가파르게 떨어져 상대적인 위안화가치 인상속도가 빨라진다면 중국 역시 특정 조치를 취할 것이다. 중국이 내수로 무게중심을 이동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국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수출이며, 장기간의 경제위기로 수출여건이 좋지 않아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큰 목소리로 반발해 왔던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9월 미국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귀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보호무역 조치”이며 “환율전쟁을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며 쓴 소리를 쏟아낸바 있다. 브라질은 2010년 이후 헤알화 강세를 막기 위해 해외 투자 자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 

2011년 9월 환율 하한선을 1유로당 1.20스위스프랑으로 못 박고 외환을 무제한 사들여 환율 하한선을 사수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스위스를 비롯해 터키는 환율방어의 일환으로 금리 변동 폭 상한선을 낮추는 저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는 등 각 국들이 환율방어에 동참하고 있다. 

더욱 커져갈 환율‧통화갈등 

이러한 무기한의 양적완화와 그로인한 환율전쟁은 어떤 결과들을 초래하게 될까? 

우선 직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환율‧통화전쟁으로 인해 각 국들의 갈등은 깊어질 것이란 점이다. 물론 이러한 환율갈등은 2010년도에도 나타났다. 당시에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와 미국이 중국에게 위안화가치를 높이라는 압력을 가하며 환율전쟁이 촉발된 바 있다. 

2013년의 환율‧통화 갈등은 2010년보다 그 파고가 더욱 클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경제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각국들의 경제정책 여력이 2010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어있다. 더군다나 재정위기가 본격화 되어있는 상황에서 일정정도의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 국들은 더욱 수출확대 전략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당장에 산업경쟁력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손쉽고 신속하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돈을 풀고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둘째, 2010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이른바 신흥국들 간의 갈등이 분출된 것이라면 2013년은 일본을 필두로 소위 ‘선진국’ 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2012년 12월 말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미국은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고, 유로화도 강세를 유지할 것을” 주문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을 공식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13년 해외 10大 트렌드’, 2013.01.09). 그만큼 자국 내의 대응수단이 고갈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 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라 갈등의 강도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2010년과는 달리 신흥국들의 경제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2010년 당시에는 중국 등의 신흥국들은 세계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신흥국들의 성장세도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수출 말고는 경제 회복세를 이끌 만한 동력이 마땅치 않다. 소위 ‘선진국’들의 자국 통화가치 인하 경쟁을 용인할 여력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흥국들은 더 적극적인 환율방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세계적인 물가상승 압력이다. 각 국들이 돈 풀기 경쟁에 나선다면 통화(돈) 가치는 더욱 떨어져 물가상승 압력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물가상승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압력은 계속 증대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때와 같이 풀린 돈이 곡물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가며 제3세계 국가들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로 인해 세계적인 곡물가 상승이 나타나며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민중들의 저항이 촉발되었다. 이집트의 경우 친미정권이 무너지기도 했다. 3차 양적완화의 경우 아직 곡물가 폭등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각 국들이 무분별하게 돈을 뿌려댈 경우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만일 각 국들의 돈 풀기 경쟁, 통화가치 인하 경쟁이 곡물가격이나 원자재가격 폭등을 불러올 경우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뿐만 아니라 갈등이 제3세계 국가들까지 번져가게 될 것이다. 

환율전쟁 속 ‘박근혜 호’는? 

이러한 각 국들의 자국 통화가치 인하 경쟁 속에서 한국에 대한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정부 당국이 지속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시장이 무질서한 예외적 상황'이 아닌 한 개입 저지를 위해 압박을 가하겠다”고 노골적으로 공언했다. 심지어 구체적으로 “환율시장 개입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작년 12월 한국, 중국, 덴마크,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위스, 대만 등 8개국을 최악의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했다. 환율조작에 들인 돈만큼 해당국 제품에 관세를 물리고, 차후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마이크 미쇼드 하원의원(민주, 메인주)은 한국이 환율을 조작해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미국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아베 정부가 무제한으로 엔화를 찍어내겠다고 공언하면서 2012년 100엔당 1500원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70원대 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주력수출품들이 일본과 겹치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엔화 가치는 한국 수출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는데, 그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 떨어질 때마다 수출도 0.92% 줄어든다고 평가하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 “현안과 과제”, 2013.01.16).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이명박 정부와 같은 미국중심의 편중외교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월 16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올해가 한미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며 “한미간 동맹관계가 21세기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13.01.16). 단순한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 문화 등의 영역을 아우르는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압력과 일본의 무차별 공세 속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물론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는 세계 금융질서 속에서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미국 중심 편중외교, 그에 뒤따르는 일본에 대한 편향적 자세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2013년 한국경제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1) 하지만 미중간의 환율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위안화는 여전히 상당히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추가적인 절상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특히 위안화의 환율 변동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한 미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롬니는 주요 공약으로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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