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인민군 제11군단 병사들은 샘물을 마신다
북측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012년 1월 1일부터 인민군 부대를 시찰하는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군부대 시찰대상은 무작위로 선정되지 않는다. 군부대 시찰순서를 살펴보면, 어떤 기준에 따라 시찰대상들이 선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2012년 1월 1일 근위 서울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을 시찰하였다. 제105땅크사단 시찰에 대해서는 2012년 2월 6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기록영화가 전해준 계승의 역사’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제105땅크사단에 배치된 최신예 ‘폭풍전차’는 미국군의 북침전쟁도발에 대비해 오늘도 낙동강 도하를 가상한 작전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제105땅크사단을 시찰한 다음에 두 번째로 어느 부대를 시찰하였을까? 2012년 1월 19일 <로동신문>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두 번째로 제169군부대를 시찰하였다고 보도하였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굽이굽이 높은 령을 넘고 넘으시여” 제169군부대에 도착하였다고 보도기사에 서술된 것을 보면, 그 부대가 최전방 산악지대에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일정에서 제169군부대가 두 번째로 선정된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로동신문> 2012년 1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다섯 차례나 직접 현지에 나가 제169군부대가 주둔할 터전을 잡아주었으니, 그 부대는 제105땅크사단만큼 매우 중요한 군사전략임무를 수행하는 작전단위인 것이 분명하다.
제169군부대가 어떤 작전임무를 맡은 부대인지를 말해주는 것은, 부대 영내에서 사시사철 흘러나오는 맑은 샘물이다. 오래 전 김일성 주석은 그 부대가 주둔할 터전을 잡아줄 때, 몸소 샘까지 찾아주었다. 그 샘을 ‘은정샘’이라 부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5월과 2011년 11월에 제169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은정샘’을 돌아보았고, 김정은 부위원장도 이번에 그 부대를 시찰하면서 ‘은정샘’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2011년 12월 6일 평양에 있는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제35차 군무자 예술축전 공연무대에 ‘은정샘’이 등장하였다. 그 공연무대는 수많은 군부대들이 열띤 예선경연을 벌인 긴 선발과정을 거쳐 최종 당선된 5개 군부대의 병사들이 공연한 무대였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부위원장이 그 공연을 관람하고 출연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으니,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시한 공연이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제35차 군무자 예술축전을 ‘록화실황’으로 방영한 1시간 5분 길이의 동영상편집물이 <유투브(www.youtube.com)>에 올라 있는데, 군인들의 공연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노래와 기악연주, 설화와 막간극 등을 다채롭게 배합하여 자기들의 최고사령관에 대한 충성심과 전투기백, 그리고 훈련과 병영생활을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그런 예술공연이 지난 35년 동안 군대 안에서 계속되어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12월 8일 북측 언론에 보도된 공연무대 현장사진들 가운데는, ‘은정샘’이라는 글발을 들고 공연하는 병사들을 찍은 사진이 있다. 그 병사들은 ‘실화 우리 부대 은정샘’을 공연하였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실화 우리 부대 은정샘’을 공연한 병사들이 얼룩무늬 군복을 입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제169군부대가 육군부대가 아니라 특수전부대임을 말해준다. 인민군에서는 특수전부대라는 명칭을 쓰지 않지만, 특수전부대 병사들이 얼룩무늬 군복을 입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제35차 군무자 예술축전에 관한 북측 언론보도를 읽어보면, 그 예술축전에 출연한 군부대 단대호(單隊號, 숫자로 표시된 군부대 명칭)가 제762군부대, 제966군부대, 제630군부대, 제337군부대, 제233군부대로 나와있으나, 제169군부대라는 단대호는 보이지 않는다. ‘실화 우리 부대 은정샘’을 공연한 부대가 분명히 제169군부대인데, 그 부대 단대호가 출연명단에 있지 않으니 어찌된 일일까?
의문의 사연은 <조선일보> 2011년 12월 14일 보도에서 해명되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제630군부대라는 단대호는 대연합부대 단대호다. 아닌 게 아니라, <로동신문> 2012년 1월 19일 보도기사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제169군부대에 도착하자 “대련합부대 사령관을 비롯한 군부대 지휘관들이 맞이하였다”고 하였으니 제630군부대는 대연합부대 단대호이고, 제169군부대는 제603대연합부대 예하 단위부대 단대호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2011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제630대연합부대는 최정예 특수전부대인 제11군단이다. 제11군단을 지휘하는 최경성 군단장은 2010년 4월 15일 상장(한국군에서는 중장)으로 진급하였고, 같은 해 9월 28일에 진행된 제3차 당대표자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최경성 군단장의 이름이 북측 외부에 알려진 것은 그 때가 처음이다.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 가운데 군단장 직책을 맡은 위원은 최경성 군단장이 유일하다.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은 모두 인민군 대장인데, 제11군단 최경성 군단장, 정찰총국 김영철 총국장, 미사일지도국 최상려 국장만 상장이다. 정찰부대, 미사일부대와 함께 특수전부대를 가장 중시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제169군부대 예술공연 현장사진들 가운데는, 병사들이 우뢰라고 크게 쓴 글발을 높이 쳐들고 공연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다. 우뢰는 남측 표기법으로 우레다. 우뢰라고 쓴 글발은 무슨 뜻일까? <조선일보> 2011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제11군단 예하에 ‘번개’라고 불리는 경보려단, ‘우뢰’라고 불리는 항공륙전려단, ‘벼락’이라고 불리는 해상저격려단 등 10여 개 여단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뢰라고 쓴 글발을 들고 공연무대에 오른 그 병사들은 제11군단 예하 항공륙전려단 소속인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항공륙전려단은 공중침투작전을 벌이는 미국군 공수특전여단에 해당한다.
인민군은 모든 군단마다 6,000명에서 8,000명에 이르는 경보려단을 1개씩 배치하였는데, 제11군단은 특수전병력 가운데서도 최정예 병력을 선발하여 별도로 편성한 그야말로 특수한 군단이다. 그래서 제11군단 별칭이 ‘폭풍군단’이다. 2011년 2월 8일 월터 샤프(Walter L. Sharp)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주한미국군사령부를 방문한 남측 국회의원들에게 인민군 특수전병력이 20만명인데, 그 가운데 특수전병력이 6만명, 경보병이 14만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말한 특수전병력 6만명이 바로 ‘폭풍군단’ 병력이다.
‘폭풍군단’ 예하에 편성된 여단들은 저격려단, 경보려단, 해상저격려단, 해상정찰려단, 항공륙전려단, 공군저격려단 등인데, 특히 항공륙전려단에는 여군으로만 구성된 부대가 있다.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분렬식에서 특이한 모양의 전투모를 쓰고 자동보총을 메고 얼룩무늬 공중침투복을 입고 병력수송차량을 타고 등장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있는 사열대를 지날 때 자기들의 최고사령관을 우러르며 눈물 흘리던 여병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하늘, 땅, 바다에서 고속진격할 ‘폭풍군단’
<조선일보> 2011년 2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특수전병력은 한밤중에 25kg의 군장을 꾸려 10시간 동안 40km에 이르는 험한 산악지대를 돌파하는 야간산악행군을 하고, 휴식과 취침도 없이 사흘 동안 밤낮으로 120km를 계속 행군하는 초강도 훈련도 한다. 매복훈련, 습격훈련, 침투훈련, 격술훈련도 한다.
<조선일보> 2011년 11월 16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해상저격려단 병사들은 바다에서 부유기구를 타고 해상침투훈련을 하는데, 군사복무기간 중에 해상침투 훈련거리는 총연장 32,000km 이상이다. 지구 한 바퀴가 40,000km이니, 그들이 얼마나 고된 훈련으로 전투력을 연마하는지 알 수 있다. <동아일보> 2001년 3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바다수온이 섭씨 영하 30-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 속에서도 육지로부터 4km 정도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로 배를 타고 나가, 거기서부터 목표해안까지 겨울바다를 헤엄쳐 상륙하는 극한훈련을 하는가 하면, 폭 400m의 강을 30분 안에 헤엄쳐 건너는 신속도강훈련도 한다.
<동아일보> 2001년 3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특수전병사들은 통나무 껍질을 벗기고 노끈을 촘촘히 감은 타격대를 만들어놓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5,000번씩 두 주먹으로 타격대를 때리는 주먹단련을 한다. 그렇게 한 달 동안 계속 때리면 두 주먹이 피고름 범벅으로 되는데, 그 때부터는 피고름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 소금더미를 두 주먹으로 때리는 단련을 계속한다. 그렇게 단련된 강철주먹으로 한 번 내리치면 시멘트 기왓장 20장이 깨져나가고, 그 강철주먹을 세 번 맞은 사람은 즉사한다. 또한 그들은 팔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웃통을 벗고 양팔을 길게 뻗어 앞사람의 어깨에 올리고 고개를 숙인 채 일렬로 서서 일제히 기합을 넣은 뒤에 그들의 팔과 어깨를 타고 자동차가 지나가게 하는 차력훈련도 한다. 또한 그들의 격술훈련은 특수전병사 1명이 맨주먹으로 싸워 10-15명을 제압하는 훈련이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11월 30일 제169군부대를 시찰하면서 그 군부대를 ‘백두산 호랑이 부대’라고 불렀다.
2011년 6월 7일 한국군 육군교육사령부 전력부장을 역임한 이원승 예비역 준장은 한국군 특전사병력을 남측의 중요시설에 침투시키는 훈련을 하였는데 90% 이상 뚫렸다고 지적하면서, 인민군 특수전병력이 남측의 중요시설에 90% 이상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실제로 2011년 12월 6일 한국군 합참본부가 실시한 훈련에서 인민군 특수전병력으로 가장한 한국군 특전사병력 24명이 중동부전선에 배치된 한국군 부대들에 침투하여 지휘소, 격납고, 레이더기지 등 핵심시설을 가상파괴하고 산으로 도주하였는데, 수색작전에 나선 대항부대들이 20명을 생포하고 4명을 가상사살하기까지 36시간이나 걸렸다. 인민군 특수전병력으로 가장한 한국군 특전사병력은 기지침투임무를 수행한 다음 산으로 도주하였지만, ‘자폭정신’으로 무장한 인민군 특수전병력은 기지침투임무를 수행하고 산으로 도주하지 않고 기지점령을 끝까지 사수할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11년 1월 18일에 펴낸 ‘2010 국방예산 분석, 평가 및 2011 전망’이라는 제목의 자료는 인민군이 공중침투기와 공기부양정을 결합한 배합전술능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폭풍군단’이 바다와 하늘에서 동시에 고속진격하는 작전연습을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땅 위에서도 고속진격할 것이다.
<조선일보> 2011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특수전병력 60명을 태우고 바다에서 시속 110km로 항해하는 신형 공기부양정을 개발하였다. 선체 길이가 34m, 배수량이 170t이나 되는 신형 공기부양정은 기존 공방급 공기부양정보다 두 배나 크므로, 공기부양정이 아니라 공기부양전투함이다. 2010년 12월 30일 남측 국방부가 펴낸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측이 1970년대 초반부터 자체로 공기부양정과 고속상륙정을 건조하기 시작하였으니, 그처럼 바다 위를 나는 듯이 항해하는 고성능 공기부양전투함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연합뉴스> 2012년 2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황해남도 고암포에 공기부양전투함 60-70척을 배치할 수 있는 기지를 완공하였다.
인민군에 ‘폭풍전차’와 ‘폭풍군단’이 있으니, 공기부양전투함을 ‘폭풍전투함’으로 부를 법하다. 시속 110km로 나는 듯이 항해하는 ‘폭풍전투함’은 함포로는 격침하지 못하고, 대함미사일로 격침할 수 있다. 북측은 공방급 공기부양정에 기관포를 장착하였으나, ‘폭풍전투함’에는 대함미사일을 장착하였다. 만일 대함미사일로 무장하고 시속 110km로 항해하는 ‘폭풍전투함’이 편대를 지어 나타나면 한미연합함대는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정보를 종합하면, ‘폭풍군단’과 ‘폭풍전투함’이 인민군 비대칭전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측이 독자 개발한 최신형 ‘폭풍전투기’
지금 세계의 이목은 이란 대 미국-이스라엘의 정면대결에 쏠리고 있다. 이란은 자국의 군사력을 미국과 이스라엘이 과소평가할 오판 가능성에 대비하여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자국산 무기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란이 과시한 각종 자국산 무기들 가운데는 사에게(Saeghe) 전투기도 있다. 사에게는 우레라는 뜻이다. 사에게 전투기 시제기가 처녀비행에 성공한 때는 2004년 5월 30일인데, 그로부터 4년 뒤인 2008년부터 생산을 개시하였다. 이란은 2010년 9월에 실시한 공군훈련에 사에게 전투기 24대를 배치한 1개 비행대대를 처음 동원하였다.
이란은 두 종류의 선행기종 시제기를 개발하였던 경험에 기초하여 사에게 전투기를 만들었는데, 타자라브(Tazarav) 훈련기와 아자락쉬(Azarakhsh) 전투기가 선행기종이다. 타자라브는 꿩이라는 뜻이고, 아자락쉬는 번개라는 뜻이다. 타자라브 훈련기 시제기가 처녀비행에 성공한 때는 1995년이고, 아자락쉬 전투기 시제기가 처녀비행에 성공한 때는 1997년이다. 명백하게도, 이란은 전투기 생산국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문제는, 군사과학기술부문에서 이란보다 상당히 앞선 북측이 다른 종류의 무기들은 모두 자체 생산하면서 왜 전투기는 자체 생산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모든 종류의 무기들을 자체로 만드는 북측이 유독 전투기만 만들지 못해서 러시아에서 수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놀랍게도 북측은 이란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이미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하였는데, 미국 군사정보기관들의 정보차단으로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북측이 전투기를 자체 생산한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3년 3월 2일이다. 그 날, 미국군 첨단전략정찰기 RC-135S가 동해 상공에서 피격위협을 받는 중에 사상 처음으로 목격한 인민군 전투기는 미그-29와 다르게 생겼다. 미국 군부는 인민군 미그-29가 자기들의 전략정찰기를 위협하였다는 식으로 적당히 발표하고 넘어갔지만, 격퇴사건 당시 RC-135S 승조원이 기창을 통해 카메라로 황급히 촬영한 인민군 전투기의 근접비행사진을 분석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그 전투기가 미그-29 기본형(basic version)이 아니라 미그-29SE와 흡사하다고 평하였다. 미국 군부는 미그-29SE를 풀크럼(Fulcrum)-C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미그-29SE는 미그-29 기본형에 비해 무기탑재량과 비행거리를 크게 늘리고, 레이더전파회피장비, 미사일유도장비, 동시타격장비 등을 장착한 세계 정상급 최신예 전투기다.
북측이 1985년에 소련에서 수입한 미그-29 15대는 소련에서 1980년대 초반에 개발한 미그-29 기본형이다. 북측이 러시아에서 미그-29 기본형만 수입하였지 최신형 미그-29SE는 수입한 적이 없는데, 인민군 전투비행사가 어떻게 있지도 않은 최신형 미그 전투기를 몰고 동해 상공에 나타났을까? 두 말할 나위 없이, 동해 상공에서 미국군 전략정찰기 RC-135C를 격퇴한 인민군 전투기는 미그-29SE가 아니라 북측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국산 전투기인 것이다. 외형이 미그-29SE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현장사진만 보고 그 전투기를 미그-29SE처럼 생겼다고 평한 것이다.
북측이 자국산 전투기를 개발해온 간고분투의 긴 과정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월간조선> 2007년 7월호에 실린 관련기사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평안남도 순천 인근에 있는 지하공장에서 전투기 2대를 시험제작하였고, 1980년대 말 미그-29 기본형을 조립생산하였다. 이것은 북측이 1980년대 중반 전투기 시험제작에 성공하였고, 1980년대 말 세계 최강 전투기를 조립생산하는 기술력을 확보하였음을 말해준다. 남측에서 포니 승용차를 조립생산하던 그 시절에 벌써 북측에서는 세계 최강 전투기를 조립생산하였다.
1980년대 당시 북측의 전투기 개발사업은 국방공업의 자력갱생 원칙을 고수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력적인 지도에 의해 추진되고 있었다. 북측의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력갱생 지도방침에 따라 자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간고분투한 끝에, 마침내 김일성 주석 탄생 80주년을 맞은 1992년 4월 15일 전투기 시제기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였고, 그로부터 2년 뒤 자국산 전투기 생산을 개시하였다.
남측 군부 소식통의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1995년 7월 8일 보도와 한국군 국방정신교육원이 야전지휘관들을 위해 작성한 시사자료에 나온 정보를 종합하면, 북측은 1994년부터 미그-29를 연간 15대씩 자체 생산하고 있다. 남측 국방부가 펴낸 2000년판 ‘국방백서’에도 북측이 1990년대에 미그-29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씌여있다.
위에 인용한 자료들은 북측이 미그-29를 자체 생산하는 것처럼 서술하였지만, 북측이 미그-29를 자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외형이 미그-29와 비슷한 자국산 전투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만일 북측이 미그-29를 자체 생산한다면 면허생산을 한다는 뜻인데, 미그-29를 면허생산하는 나라는 중국과 인도밖에 없다. 북측이 미그-29를 면허생산하지 않는 까닭은, 러시아가 기술이전비용을 너무 많이 요구하고 핵심기술을 넘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6년 9월 인도와 러시아가 전투기 엔진 면허생산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협정에 따라 인도가 러시아에 지불한 비용은 2억7,500만 달러나 되었다.
북측은 시험제작 단계→조립생산 단계→독자개발 단계를 거치며 부지런히 축적, 연마한 기술력으로 독자 개발한 우수한 성능의 자국산 전투기를 생산하고 있다. ‘4월4일공장’으로 알려진 방현비행기공장은 평안북도 구성에 있는데, 박사학위를 가진 고급두뇌들과 기술자들 10,000명이 그 공장에서 독자 개발한 전투기를 생산한다.
북측이 생산하는 각종 자국산 미사일 명칭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처럼, 북측이 생산하는 자국산 전투기 명칭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북측이 생산하는 자국산 전투기 명칭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이 글에서는 ‘폭풍전투기’라 부른다. 인민군에게 ‘폭풍전차’도 있고 ‘폭풍군단’도 있으니 ‘폭풍전투기’도 있을 법하지 않은가.
위에서 언급한 정보에 따르면, 북측은 ‘폭풍전투기’를 연간 15대씩 생산한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폭풍전투기’를 17년 동안 연간 15대씩 생산하였으니, 지금쯤 ‘폭풍전투기’ 255대가 각지의 지하공군기지들에 분산배치되었을 것이다. 북측이 1994년부터 ‘폭풍전투기’를 연간 15대씩 생산하는 상황변화에 따라, 인민군 공군도 당연히 확대, 개편되었다. <조선일보> 1997년 10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공군 3개 전단이 대폭증편되어 6개 사단으로 늘었다.
2012년 1월 20일과 1월 31일에 북측 언론매체들이 각각 보도한 김정은 부위원장의 공군부대 시찰 현장사진에는 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전투기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쓴 전투기 헬멧에는 시현장치(Helmet-Mounted Sights and Displays)가 달렸다. 시현장치가 달린 전투기 헬멧은 전투기의 공대공 미사일과 연동되므로, 비행 중 공군조종사가 적기를 발견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미사일을 조준할 수 있어 자유자재로 공격할 수 있다. 미국군 전투기 F-15E에는 시현장치가 없고 최신예 전투기 F-22에나 있지만, 러시아군 전투기 미그-29에는 일찌감치 설치되었고, 당연히 인민군 ‘폭풍전투기’에도 설치되었다.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성능개량을 거듭해온 ‘폭풍전투기’는 미그-29 최신 개량형만큼 우수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위의 정보를 읽어보면, 북측이 오래 전 소련에서 수입한 미그-29 기본형 몇 대를 이제껏 보유하고 있으며, 그 밖의 보유기종들은 모두 낡아서 공중전에서는 쓸모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는 전부 헛소리다. 만일 미국이 자기들의 공중우세를 믿고 북침전쟁을 도발하면, 지하공군기지에서 출격한 북측의 ‘폭풍전투기’들이 그야말로 ‘폭풍’을 일으켜 미국군의 공중우세신화를 깨버릴 것이다.
그들에게는 ‘폭풍미사일’이 있다
영국인 마틴 윌리엄스(Martyn Williams)가 운영하는 누리집 <노스 코리아 텍(North Korea Tech)>에 2012년 2월 12일 흥미로운 글 한 편이 올랐다. 그 글에는 미국의 상용위성이 평양을 공중촬영한 위성사진들이 나오는데, 지름이 16-18m로 보이는 거대한 위성접시들이 23개나 보인다. 평양에 있는 거대한 위성접시들은 무엇에 쓰는 것일까? 누구나 짐작하는 것처럼, 거대한 위성접시는 정찰위성으로부터 전자정보를 수신하는 군사장비다. 북측은 시험위성을 두 차례 발사한 적이 있지만, 정찰위성을 보유하지는 못하였다. 정찰위성이 없는데, 어찌하여 정찰위성으로부터 전자정보를 수신하는 장비를 평양에 설치해놓았을까? 북측과 러시아의 비공개 협정에 따라, 북측이 러시아군 정찰위성의 전자정보를 이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주목하는 것은, 정찰위성으로부터 수신하는 전자정보의 쓰임새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인민군 전략미사일부대가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Guam), 하와이, 알래스카에 있는 미국군기지들, 그리고 미국 본토에 있는 군사전략기지들을 중거리미사일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정밀타격하려면 정찰위성으로부터 수신하는 전자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전자정보가 없으면 정밀타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평양의 거대한 위성접시들이야말로 인민군이 중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한 전략미사일부대를 운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강력한 증거로 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군 분렬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등장시켜 미사일전력을 세상에 과시하지만, 북측은 이제껏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래서 미국 군부는 북측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라는 식의 거짓말을 안심하고 늘어놓고 있으며, 각국 친미언론매체들은 그런 거짓말을 버젓이 받아쓴 보도기사로 세상을 속여왔다.
미국 군부가 퍼뜨린 거짓말을 뒤집으려고 그러했는지는 모르나, 북측은 마침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음을 입증할 ‘물적 증거’를 세상에 공개하였다. 이처럼 종래의 비공개 방침에서 새로운 공개 방침으로 전환한 것은, 김정은 부위원장이 인민군을 지휘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에 일어난 내부방침변경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북측이 그 ‘물적 증거’를 공개하는 방식이 참으로 기상천외하였다. 북측은 201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분렬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싣는 발사차량만 공개한 것이다. 분렬식에 등장한 6축12륜 발사차량이 바로 그 ‘물적 증거’다. 인민군은 6축12륜 발사차량에 원래 실려있는 거대한 원통형 수직발사관을 들어내고, 그 대신 발사차량 크기에 걸맞지 않게 작은 중거리미사일 한 기를 임시로 실어 분렬식에 내보냈다. 미국 군부가 ‘BM25 무수단’이라고 자의적으로 이름을 붙인, 탄두부가 우우병 꼭지처럼 생긴 바로 그 중거리미사일이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스티브 잘로가(Steve Zaloga)가 보도사진에 나온 ‘BM25 무수단’과 발사차량을 실측비율에 맞게 그린 도면이 2010년 10월 14일에 나왔는데, 그 도면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인민군 군사력을 과소평가하기 좋아하는 군사전문가들은 ‘BM25 무수단’이 마치 러시아군의 잠수함 발사 중거리미사일 R-27(미국 군부의 자의적 명칭은 SS-N-6 Serb)을 모방생산한 것처럼 헛소문을 퍼뜨렸지만, 스티브 잘로가가 실측비율로 그린 도면에는 ‘BM25 무수단’이 R-27보다 길이가 약 2.5m 더 길고, 지름이 약 0.5m 더 긴 것으로 나온다. 모방생산이 아니라 독자생산인 것이다.
둘째, 러시아군이 6축12륜 발사차량에 싣는 미사일은 RSD-10 파이오니어(Pioneer)다. 이 미사일은 150kt급 핵탄두를 탑재하고 7,500km를 날아간다. 인민군 분렬식에 등장한 6축12륜 발사차량에 원래 탑재되는 미사일도 그 정도의 성능을 지닌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북측이 매우 강한 추력을 내는 우주발사체 은하 2호를 자력으로 개발한 것을 보면, 사거리가 11,000km에 이르는 러시아군의 토폴(Topl)-M 같은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음이 확실하다. 그런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무게가 47t이나 나가기 때문에 6축12륜 발사차량에는 싣지 못하고 7축14륜 발사차량에 실어야 하는데, 북측은 자국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상에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인민군 전략미사일부대에 배치된 대륙간탄도미사일 존재 자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 미사일 이름이 알려질 리 없지만, 분단의 불행과 예속의 고통을 이 땅에 들씌우고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제국주의깡패국가들을 섬멸적 핵폭풍으로 징벌할 의지를 담았다는 뜻에서 ‘폭풍미사일’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민군에게 ‘폭풍전차’와 ‘폭풍군단’이 있으니 ‘폭풍미사일’도 있을 법하다.
‘폭풍전력’ 모르는 미국 군부의 경거망동
북측에서 쓰이는 선전문구 가운데 “선군의 직선주로 폭풍쳐가는 공격전”이라는 선전문구가 있다. 어떤 사람은 북측의 선전문구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게 아니다. 그 선전문구는 위에서 언급한 ‘폭풍전차’, ‘폭풍군단’, ‘폭풍전투함’, ‘폭풍전투기’, ‘폭풍미사일’을 동원한 비대칭전(asymmetry warfare)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민군의 비대칭전력은 적들이 방어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공격, 적들의 상상을 초월한 초고속 공격, 그리고 적들을 남김없이 무찌르는 섬멸적 공격을 특징으로 하는 ‘폭풍전력’이다.
이 글을 탈고하기 직전인 2012년 2월 19일, 인민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가 공개통보장을 발표하였다. 한국군 해병대가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강행하면 무자비한 대응타격을 가하겠다는 내용이다. 2012년 2월 16일 남측 군부는 2월 20일부터 닷새동안 서해에서 한미연합 대잠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백령도와 연평도의 해병대가 2월 20일에 실시하려는 해상사격훈련은 한미연합 대잠훈련의 일환이다. 따라서 한국군 해병대가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실시하려는 해상사격훈련은 한국군 해병대가 같은 수역에서 2012년 1월 26일에 실시하였던 해상사격훈련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누구나 짐작하는 것처럼, 서해상에서 벌어질 한미연합 대잠훈련과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벌어질 한국군 해병대 해상사격훈련은 기습적인 북침작전을 상정한 국지전연습이다. 북측을 극도로 자극하는 그런 한미합동 전쟁연습을 왜 하필이면 북측 해안에 아주 근접한 분쟁수역에서 강행하려는 것일까? ‘폭풍전력’ 앞에서 불장난처럼 위험천만한 짓은 없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일 북측과 러시아가 잠수함 연합함대를 편성하여 울릉도 앞바다에서 기습적인 남침작전을 상정한 국지전연습을 실시한다면,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는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겠는가?
미국 군부는 인민군의 군사력을 오판하지 말아야 하며, 한국군을 앞세워 북측의 전쟁의지를 시험해보려는 경거망동을 멈추어야 한다. 미국 군부는 인민군의 ‘폭풍전력’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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