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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정상화에 한 걸음 다가간 제네바 회담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1. 10.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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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가을 날씨와 반대로 한반도에 봄이 찾아오려 한다. 내년에는 역사적인 변화들이 우리를 찾아올 듯하다. 여기에 한국의 정치 격동이 긍정적인 조응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북미관계 정상화에 한 걸음 다가간 제네바 회담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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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만나 2차 북미 고위급회담을 열었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중요한 의미가 있는 회담이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일련의 커다란 전진”


회담 후 김계관 제1부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일련의 커다란 전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1차 대화 때 합의한 데에 따라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구축 조치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면서 “아직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문제도 있으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토하고 다시 만나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그는 또 올 연말 이전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다시 대화를 가질 것을 희망한다고도 하였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도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매우 유용한 회담이었다”면서 “북한 대표단과 매우 긍정적이고 전반적으로 건설적인 대화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측의 지속된 노력으로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는 정식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합리적인 토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하였다.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기자회견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담의 중심 의제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구축 조치 문제’였으며 이는 1차 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신뢰구축이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구축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의 기본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6개국 협력 증진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북미관계 정상화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결국 북미 대결이며 따라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나머지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지금 북미 두 나라가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아 한반도 문제 해결의 본질에 다가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북미관계 정상화는 그간 북한이 계속 요구해온 주제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 이번 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의 입장이 더 차분하고 부정적이라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건설적이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


한편 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구축 조치’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아직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출발 단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신뢰구축 조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난 1차 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북미 정상회담도 이번에 다시 논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양국 모두 회담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그간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에게 사전조치를 요구해왔고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상반된 두 주장을 양립하게 만드는 절묘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미국이 제시한 사전조치 가운데 일부를 북한이 수용하되 미국 역시 반대급부의 행동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사전조치를 북한이 시행함으로써 미국이 체면을 살리면서 6자회담을 재개할 명분을 주면서, 동시에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도 살리는 길이다. 즉, 양국 모두를 만족시키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26일자 연합뉴스 보도 “북 김계관 언급 ‘커다란 전진’ 뭘까”도 미국이 북한의 사전조치 이행에 대해 북미관계 정상화나 경수로 제공 등의 행동 리스트를 회담에서 거론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이런 과정을 밟는다면 한반도 문제는 사실상 북미 협상에서 풀리게 되며 6자회담은 이를 추인하는 형식적 틀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에서 논의하고 이행해야 하는 내용이 사실상 북미 합의로 이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북미 직접대화를 주장해온 북한의 요구와도 일치한다.


이와 관련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는 정식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합리적인 토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배배 꼬면서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 말은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는 협상’은 아직 시작한 게 아니며 지금은 그 토대를 구축하는 단계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토대가 바로 북미관계 개선이다. 즉, 실질적인 문제가 다 풀리고 난 뒤에야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는 협상’이 시작되고 그 후 6자회담이 열리게 된다.


이처럼 이번 2차 북미 고위급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의미 있는 접근이 이뤄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연내에 다시 회담할 것을 희망했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가 이번 회담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연내에 3차 회담이 이뤄지면 더욱 진전된 성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며 내년에는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최소 장관급회담에서 크게는 정상회담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종전선언 발표, 평화협상 개시 선언, 외교관계 수립 등이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할까?


한편 북미 회담이 끝난 직후인 27~28일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동시에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방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교부 아태담당 차관과 회담을 하게 된다. 내용은 2차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와 관련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중국의 리커창 부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24일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데 이어 한국을 방문, 26일에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북미 대화 속에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타는 미국 군부


한편 이런 가운데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도 지속되고 있다.


일단 지난 27일부터 호국훈련이 시작됐다. “북한 국지도발과 전면전에 대비하는 합동작전 수행 능력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둔 이 훈련은 미 해군과 해병대 500여 명을 포함, 총 14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쟁훈련이다. 특히 백령도 일대에서 육군과 해군, 공군 전력이 대규모 참가하는 서북도서 방어훈련이 북한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고위급회담을 끝내자마자 서해 최북단에서 육해공 대규모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한반도 정세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호국훈련 장면


대체로 미국 군부는 북미대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국 경제 위기로 인해 국방비가 삭감되는 것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한반도에 위기 상황을 계속 조성해 국방비 삭감을 막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27일 북미대화에 대해 ‘회의감’을 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또 국방비 삭감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전혀 감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장관을 수행중인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도 “북한이 외교적 개입과 도발의 주기를 계속한 경험이 있다”면서 “다음 국면이 벌어질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27일 35차 한미군사위원회(MCM)가 열렸는데 여기서 정승조 신임 합참의장과 지난 1일 취임한 마틴 뎀시 미국 합참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나 북한의 군사위협 관리가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 회담에 참석한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은 “오늘 밤 당장 싸워 이길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이명박 대통령 방미 당시 미 국방부가 긴급 요청하여 이 대통령이 펜타곤 탱크룸을 방문한 것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 미국 군부는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기세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 군부도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좋게 발전하는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시종일관 ‘전쟁이든 대화든 모두 준비되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사숙고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 날씨와 반대로 한반도에 봄이 찾아오려 한다. 내년에는 역사적인 변화들이 우리를 찾아올 듯하다. 여기에 한국의 정치 격동이 긍정적인 조응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20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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