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전쟁연습 동원규모를 왜 여섯 배나 부풀렸을까?
2011년 8월 16일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명의로 작성한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보도자료는 “한국과 미국, 7개 유엔참전국의 병력과 정부인원 등 53만 명이 한반도와 태평양지역, 미국 본토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에 530,000명이 동원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에 동원된 병력은 미국군 30,000명과 한국군 56,000명을 합해 모두 86,000명 수준이었데, 올해에는 530,000명이라니 올해 전쟁연습 동원규모를 예년보다 여섯 배 늘렸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북측과 미국이 모처럼 고위급회담을 열고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기 시작한 마당에 미국이 북침전쟁연습을 중지하지는 못할 망정 되레 동원규모를 여섯 배나 늘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해마다 8월에 진행되는 북침전쟁연습은, 남측 정부가 진행하는 을지연습과 미국 군부가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진행하는 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통합한 것이다. 올해 을지연습과 프리덤 가디언 연습은 8월 16일부터 동시에 시작되었는데, 을지연습은 8월 19일에 이미 끝났고, 프리덤 가디언 연습은 26일까지 계속된다. 따라서 을지연습과 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구별하는 뜻으로 을지-프리덤 가디언(Ulchi-Freedom Guardian)으로 표기해야 더 정확하다.
을지연습은 남측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동원한 전시 가상 행정훈련이다. 이를테면, 지식경제부는 전시물자를 조달하는 훈련을, 국토해양부는 주요시설 파괴를 방지하는 연습을, 행정안전부는 전시치안을 유지하는 연습을 진행한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을지연습을 지난 해보다 더 강도 높게 진행하였다. 반북대결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간 이명박 정부가 전시를 가상한 올해 행정훈련을 예년보다 더 강도 높게 진행한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8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3,800여 개 행정부처 공무원 444,000명을 을지연습에 동원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주한미국군사령부가 발표한 을지-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 동원규모 530,000명 가운데 444,000명이 을지연습에 동원된 공무원들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을지연습을 제외하고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에 동원된 한미연합군 병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86,000명 수준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을지-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 동원규모를 530,000명이라고 하지 않고 86,000명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미연합군 병력동원규모에 공무원동원규모까지 더하여 발표하였다. 주한미국군사령부가 동원규모를 여섯 배나 부풀려 발표한 데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북침전쟁연습 지휘관 4인방
세상에 알려진대로, 프리덤 가디언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된 한미연합군 86,000명은 한국군 수뇌부가 아니라 미국군 수뇌부의 지휘통제를 받는다.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이 시작되면, 작전지휘권이 없는 한국군 각군 참모총장들은 충청남도 계룡시 신도안면에 있는 계룡대 3군통합지휘소에 모여앉아 전쟁연습상황을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을 뿐 자기 예하부대에 작전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허수아비 신세가 된다. 한국군은 자존심마저 내버린 채 미국군 수뇌부 밑에 들어가 지휘통제를 받는 치욕을 당하고 있다.
해마다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은 지휘소 연습(command post exercise)을 위주로 진행되어왔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2011년 8월 16일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 연습은 고급 군사지휘관들의 의사결정능력을 연습하고 양국 지휘관과 참모들이 기획, 지휘통제, 정보, 군수, 인사절차를 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지휘통제연습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에서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평시에 한국군 지휘통제권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행사하지만, 전시에는 주한미국군사령관 휘하의 주둔군 병력만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 괌, 하와이, 알래스카, 미국 본토에서 전시증원병력도 동원되기 때문에, 전시에도 평시처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지휘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시를 가상하여 실시되는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에서는 미국군 합참의장 마이클 멀린(Michael G. Mullen)의 지휘감독 아래 주한미국군사령관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이 한미연합지상군을 지휘통제하고, 태평양공군사령관 대니얼 다멜(Daniel J. Darmell)이 한미연합공군을 지휘통제하고, 7함대사령관 스캇 밴 버스컥(Scott R. Van Buskirk)이 한미연합해군을 지휘통제한다. 미국군이 주도하는 한미연합군 북침전쟁연습은 미국군 합참의장의 지휘감독 아래 미국군 야전지휘관 세 사람이 첨단 위성통신장비를 이용해 지휘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미국의 군통수권(national command authority)은 총사령관인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 대통령과 리언 파네타(Leon E. Panetta) 국방장관이 공동으로 행사하도록 규정되었지만,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에 있는 국가군사지휘센터(National Military Command Center)에서 북침전쟁연습 상황을 보고받으며 지휘감독하는 사람은 마이클 멀린 미국군 합참의장이다.
주한미국군사령관 제임스 서먼은 남측에 있는 전술지휘소 탱고(TANGO)에서 한미연합지상군작전을 지휘통제한다.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에 있는 50억 달러 짜리 전술지휘소 탱고는, 일본 오키나와현(沖繩縣) 나카가미군(中頭郡) 요미탄(讀谷村)에 있는 전술지휘소 토리 스테이션(Torii Station), 미국 펜실베니아주 애덤스 카운티(Adams County)에 있는 전술지휘소 레이븐 롹 마운틴 콤플렉스(Raven Rock Mountain Complex), 독일 남서부 란트슈툴(Landstuhl)에 있는 람슈테인 공군기지(Ramstein Air Base) 전술지휘소와 연결되어 있다.
미국 텍사스주 중부에서 송출되는 지방텔레비전방송 KCEN-TV 2011년 8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미국 육군 제3군단 휘하 병력 250여 명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에 동원되었다. 이 병력은 미국 텍사스주 벨 카운티(Bell County) 카일린(Killeen)에 있는 육군기지 포트 후드(Fort Hood)에서 수송기편으로 남측에 도착하였다. 포트 후드는 2009년 11월 5일 그 기지에 근무하는 정신과 의무장교가 동료 군인들에게 총기를 난사하여 13명을 사살하고 30명에게 총상을 입힌 사건으로 전세계에 악명을 떨친 곳이다.
미국군 제3군단 병력 250여 명은 포트 후드에서 남측에 간 도널드 캠벨(Donald M. Campbell, Jr.) 육군 중장의 현장지휘에 따라 남측에 임시작전센터를 세우고 컴퓨터 350대를 사용하여 주한미국군 2사단과 한국군 제3야전군의 도상합동작전을 컴퓨터 상에서 지휘통제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주한미국군 2사단과 한국군 제3야전군의 주임무는 서부전선과 서울을 방어하는 것인데, 한국군 제3야전군 예하 부대는 수도군단, 제1군단, 제5군단, 제6군단, 제7기동군단, 직할부대, 지원부대다.
북침전쟁연습에 참가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성남시 청계산에 있는 전술지휘소 탱고에서 한미연합지상군을 어떻게 지휘통제하고 있을까? 군사기밀인 지휘통제연습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실상을 알 길이 없다.
다른 한 편, 북침전쟁연습에 참가한 태평양공군사령관 대니얼 다멜은 미국 하와이의 진주항-힉캄 합동기지(Joint Base Pearl Harbor-Hickam)에 있는 전술지휘소에서 한미연합공군을 지휘통제한다. 그는 한미연합공군을 어떻게 지휘통제하고 있을까? 언론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실상을 알 길이 없다.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정박한 상륙지휘함
북침전쟁연습 기간 중 한미연합해군작전을 지휘통제하는 7함대사령관 스캇 밴 버스컥은 어디서 어떻게 지휘통제를 하고 있을까? 그는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삼고 작전하는 상륙지휘함 블루리지호(USS Blue Ridge)를 타고 지휘통제를 하는데, 그 상륙지휘함에는 전술기함지휘본부, 합동작전본부, 합동정보본부, 상륙군작전지휘소가 있다. 그의 지휘통제에 따라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이 작전임무를 수행한다. 그가 타고 다니는 상륙지휘함 블루리지호는 배수량 19,609t, 길이 194m, 폭 32.9m이며, 시속 43km의 속도로 19,000km를 항해하며, SH-60 씨호크(Seahawk) 해상작전헬기 두 대를 갑판에 싣고 다닌다.
남측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지만, 상륙지휘함 블루리지호는 지금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정박 중이다. 올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에 동원된 미국군 증원병력 1,500명 가운데는 상륙지휘함 블루리지호에 탑승한 병력 1,173명이 포함되어 있다. 증원병력 가운데 상륙지휘함 탑승병력이 78%를 차지한 것은,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이 상륙지휘함 블루리지호를 중심으로 실시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휘통제연습 위주로 진행되는 프리덤 가디언 연습에서 상륙지휘함이 중심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군 증원병력 1,500명은, 상륙지휘함에 탑승한 병력 1,173명, 미국 육군 제3군단 증원병력 250여 명, 일본 요코스카에 주둔하는 함대 반테러보안대 태평양 중대(Fleet Antiterrorism Security Team Company Pacific) 소속 해병대원 50여 명 등이다. 이 해병대 중대병력은 지금 한국군 해병대 중대병력과 합동으로 실전연습을 실시하는 중이다.
상륙지휘함 블루리지호의 한미연합해군 지휘통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알 길이 없지만, 다행하게도 그 상륙지휘함의 동선을 알려주는 정보가 있다. 상륙지휘함 블루리지호의 동선을 살펴보면, 올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블루리지호의 동선은 7함대사령부 웹사이트에 실린 일련의 보도사진에서 포착된다. 보도사진들에 적힌 촬영날짜, 촬영지역, 사진설명이 블루리지호의 동선을 알려준다. 2011년 8월 12일 서해 해상에서 촬영한 사진 2장, 8월 13일 대한해협 해상과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 9장, 8월 15일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 3장, 8월 16일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 2장, 8월 17일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 2장, 8월 18일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 2장, 8월 19일 부산에서 촬영한 1장이 7함대사령부 웹사이트에 올랐다. 이 현장사진 21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을 시작한 날은 2011년 8월 16일인데, 블루리지호는 이미 8월 12일에 서해 해상에 있었다. 서해 해상에 있는 블루리지호 함상에서 승조원들은 물이 뿜어져 나오는 수도관의 파손구멍을 막는 훈련을 실시하였다. 수도관 파손통제훈련은 그들 스스로 ‘파손통제올림픽(Damage Control Olympics)’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긴박감 넘치는 해상작전훈련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진행하는 함상행사였다.
둘째, 이튿날 8월 13일 남해로 이동한 블루리지호는 대한해협을 통과하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였다. 상륙지휘함에서 내린 지휘관은 7함대 참모장 찰스 윌리엄스(Charles F. Williams)였다. 7함대 사령관 스캇 밴 버스컥, 7함대 부사령관 존 웨이골드(John F. Weigold, IV)는 올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7함대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나서지 않고 참모장만 나선 것은, 올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의 중요도가 예년에 비해 떨어졌음을 말해준다.
셋째, 상륙지휘함에 탑승한 지휘소 요원들이 지휘함에서 지휘통제체계를 작동하는 사이에, 승조원과 해병대원들은 한국군 해군병사들과 어울려 친선체육경기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를테면, 전쟁연습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인 8월 15일, 승조원들과 태평양함대 반테러안보담당부대 소속 해병대원들이 한국군 해군병사들과 어울려 8.15 경축 5km 친선 마라톤 경기를 벌였다. 또한 전쟁연습 첫날인 8월 16일에는 승조원들이 한국군 해군병사들과 어울려 친선축구경기를 벌였다. 블루리지호 공보실이 2011년 8월 13일에 내보낸 홍보자료에 따르면, 그들은 친선축구경기만이 아니라 친선농구경기와 친선배구경기까지 진행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전쟁연습 둘째날인 8월 17일, 승조원들은 부산시 금정구 노포동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희락원을 방문하여 봉사활동(COMSERV)을 벌였다. 블루리지호 공보실이 2011년 8월 13일에 내보낸 홍보자료에 따르면, 승조원들은 희락원만이 아니라 파랑새 노인건강센터에도 찾아갔고, 진해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희망의 집에도 찾아가 봉사활동을 벌였다. 그들의 봉사활동은 지난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 때도 있었는데, 올해는 봉사대상이 한 곳 더 늘었다.
넷째, 전쟁연습 셋째날인 8월 18일, 예인선 한 척이 함선 우현이 부두쪽으로 향해 정박된 블루리지호를 끌어당겨 좌현이 부두쪽으로 향하도록 정박자세를 바꾸었다. 사진설명에 따르면, 상륙지휘함 정박자세를 바꾼 것은 선체우현을 먼저 정비한 다음 선체좌현을 정비하기 위해서였다. 전쟁연습 중이라는데, 상륙지휘함을 항구에 정박해놓고 선체를 정비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다섯째, 전쟁연습 나흘째인 8월 19일, 한국군 해군병사들을 블루리지호에 초청해 함상견학을 진행하였다. 전쟁연습 중이라는데, 한국군 해군병사들을 위한 함상견학을 진행하는 것도 비정상이다.
여섯째,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되곤 하는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는 올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 기간 중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 원래 강도 높은 북침전쟁연습을 하는 경우, 상륙지휘함은 동해 또는 서해에서 해상전술지휘소 역할을 맡고 항공모함은 해상작전기지 역할을 맡는다. 이를테면, 키 리졸브(Key Resolve) 북침전쟁연습이 진행되던 2009년 3월 17일 동해에 출동한 상륙지휘함 블루리지호는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John C. Stennis)와 함께 해상작전 중이었는데, 러시아군 장거리 폭격기 Tu-95 2대가 접근하여 600m 상공에서 저공비행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북침전쟁연습을 한다고 하면서, 항공모함은 싱가포르로 보냈고, 상륙지휘함은 부산에 정박시켰다.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사례를 보면, 올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에 참가한 상륙지휘함은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지 않은 지휘통제연습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들이 전쟁연습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느슨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뎀프시-한민구 비공개회담과 김빠진 전쟁연습
2011년 8월 8일 <한국일보>에 이상한 보도기사 한 편이 실렸다. 올해 프리덤 가디언 연습에서 한국군이 “미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은밀하게” 단독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남측 정부 관계자가 취재기자에게 말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또한 그 관계자는 “UFG 기간 중에 육, 해, 공군 참모총장들이 상부구조 개편안에 따라 군령(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훈련을 추가로 실시할 것이다. 그러나 UFG 연습을 주관하는 연합사에서는 총장들이 실제 무엇을 하는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같은 훈련이 UFG 연습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연합사에 실무차원에서 알려줬다. UFG 연습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술적으로 총장들의 군령권 행사 절차를 점검할 방침”이라고 취재기자에게 말했다.
그가 취재기자에게 말한 상부구조 개편안은 ‘307 군개혁의 상부구조 개편안’이다. 한국군이 미국군으로부터 작전지휘권을 반환받을 것에 대비하여, 한국군 지휘통제체계를 합참의장→각군 작전사령부로 이어지는 2단계 구조에서 합참의장→합참 작전담당 차장→각군 총장→각군 작전사령부로 이어지는 4단계 구조로 개편하려는 것이다. <중앙선데이> 2011년 8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관계자는 8월 16일부터 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활용해 새로운 상부지휘구조가 작동되는지 도상훈련을 통해 검증했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했다. 8월 8일 <한국일보> 관련기사에 나온 남측 정부 관계자는 한국군이 도상훈련만이 아니라 실전연습까지 단독으로 실시할 것처럼 큰 소리를 쳤지만, <중앙선데이> 8월 21일 관련기사에 나온 한국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실전연습을 하지 않았고 도상훈련만 실시하였다.
주목하는 것은, 프리덤 가디언 연습에 동원된 한국군은 예외 없이 미국군의 지휘통제를 받게 되는데, 왜 한국군 수뇌부가 올해 프리덤 가디언 연습에서 자기들끼리 단독으로 지휘통제를 연습하려고 시도했을까 하는 문제다. 한국군 수뇌부가 예년과 달리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올해 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예년과 달리 느슨하게 진행될 것임을 미리 알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한국일보>가 한국군 수뇌부의 단독훈련계획을 보도하기 열흘 전에 있었던 뜻밖의 사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1년 7월 29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국군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는 미국군 지휘관들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선 미국군 고위지휘관들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미국 육군대장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였다. 남측에 거의 알려지지 알려지지 않은 마틴 뎀프시는 누구인가? 그는 2011년 4월 11일까지 미국 육군 훈련 및 교리 사령부(Training and Doctrine Command) 사령관을 지내고 육군참모총장이 되었는데,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지난 2011년 5월 30일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차기 합참의장으로 지명하였다. 2011년 9월 30일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마틴 뎀프시 육군참모총장이 합참의장직을 맡게 된다.
미국 합참의장 내정자가 임명을 두 달 앞두고 갑자기 서울에 왜 나타났을까? 그의 서울 방문은 7월 28일 오산 공군기지를 통한 극비방문이었는데, <동아일보>가 2011년 7월 30일에 보도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지명자는 한민구 합참의장을 만나 약 1시간 동안 비공개회담을 진행하였고, 회담 직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둘러본 뒤 워싱턴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현직 합참의장이 아니라 합참의장 지명자가 서울을 극비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뜻밖의 사건이다. 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을까?
뎀프시 합참의장 지명자가 주한미국군사령부 지휘관들을 대동하고 한국군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군 합참의장과 비공개회담을 진행하였던 바로 그 시각,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서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단장으로 한 북측 정부대표단이 스티븐 보스워즈(Stephen W. Bosworth)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단장으로 한 미국 정부대표단과 비공개회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과 뉴욕에서 매우 중대한 비공개회담이 동시에 진행된 기묘한 시간적 일치는 결코 우연한 현상이 아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에서 진행된 북미 고위급회담에 맞춰 합참의장 지명자를 서울에 급파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서울에 나타나 한국군 합참의장을 만난 뎀프시 합참의장 지명자는 무슨 말을 꺼냈을까? 보나 마나, 그 비공개회담으로부터 18일 뒤에 시작하기로 예정된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에 관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메세지를 전달한 것이 분명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합참의장 지명자를 통해 한국군 지휘부에 전달한 메시지는,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사례가 말해주듯이, 올해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을 실시하되 북측을 너무 자극하지 않고 느슨하게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2011년 8월 7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는 미국과 이명박 정부가 올해도 예년처럼 강행하려는 을지-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미국과 이명박 정부에게 보내면서, “우리의 공명정대한 요구에 긍정적인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을지-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을 중지하지 않았다. 그 대신 미국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김빠진 전쟁연습을 느슨하게 진행하는 중이다. 김빠진 전쟁연습은,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으로 근본문제를 해결하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격적이고 놀라운 제안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치를 살피며 행동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2011년 8월 18일 북측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 쪽으로는 대화의 간판을 내걸고 다른 쪽으로는 대화상대방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을 벌려놓은 미국의 행동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서 그들이 과연 대화에 진지한가 하는 의문만을 더해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처하여 우리가 자위적 핵억제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리치”라고 하였다. 이 담화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미국의 행동을 단죄, 규탄한다는 식의 강경한 표현을 쓰지 않고,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미국이 과연 대화에 진지한가 하는 의문이라는 식의 유연한 표현으로 미국을 책망하였다. 또한 자위적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식의 강경한 표현을 쓰지 않고, 자위적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는 식의 유연한 표현으로 미국을 책망하였다.
미국은 김빠진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을 중지하지 못해 북측으로부터 책망을 받고서도 2011년 8월 18일 이제껏 ‘대테러 비협력국’ 명단에 넣어왔던 북측을 처음으로 그 명단에서 삭제한 ‘2010년 국가별 테러보고서’를 발표하였고, 홍수피해를 입은 강원도 및 황해남도 일부지역에 90만 달러에 이르는 긴급구호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였다.
김빠진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이 진행 중이던 2011년 8월 20일 17량을 연결한 특별열차가 두만강 철교를 건너 러시아 연해주의 국경도시 하산에 도착하였다. 9년만에 러시아를 방문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