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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베를린선언, “통 큰 결단” 할까?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5. 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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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방북 이후, 가시권에 들어온 남북정상회담

최한욱 silchun615@hotmail.com              2011.05.04

카터 전 대통령이 2박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북이지만 이번 방북에는 더 큰 관심이 집중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카터 일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90% 이상” 확신했다. 더 나아가 김정은 부위원장과의 면담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카터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왜 카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일까?

 

두 번째 바람맞은 카터

 

4월21일 경향신문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경향신문과의 기자면담(interview)에서 “카터 방북단이 속한 엘더스 그룹의 실무자들이 3월22~25일 평양을 다녀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다룰 의제와 방북 일정을 다 얘기하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카터 방북단은 사실상 북한이 초청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90% 이상 만나기로 답을 듣고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방북 실무진이 만나 협의한 북측 상대가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 등이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이어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민간인 사망을 부른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과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안다”며 “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대화 진전 시 핵·미사일 실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허용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천안함 침몰 사건에는 ‘남측의 특대형 모략극’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경향신문은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미 대통령의 친서는 없겠지만 방북 전 전화통화를 통해 오바마의 뜻(구두친서)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과 면담한 대북소식통이 누군지 알 순 없지만 정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 듯하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카터 전 대통령의 면담은 상당히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터 전 대통령도 방북 직전 “북한에서 누구를 만날지 알 수 없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부위원장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아직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지만 만나게 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해 면담의 성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바람(?)을 맞은 셈이다. 비록 전직이지만 미국 대통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사유도 없었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도 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카터를 만나지 않을 것일까?

 

 

문제는 MB다

 

아직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카터를 만나지 않은 이유는 첫 째 성과가 불투명했기 때문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카터는 방북 목적과 관련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협정과 한반도의 비핵화, 그리고 굶어서 죽어가는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역경을 어떻게 하면 도울 것인가를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터는 시종일관 인도주의적 문제 - 과거에 비하면 그다지 긴급한 의제도 아니다. - 를 강조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채요리에 불과하다. 주요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이다. 그런데 카터는 주요리를 다룰 능력과 권한이 없다.

 

때문에 카터 전 대통령은 미 행정부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거나 - 94년 방북 때는 그랬다. - 적어도 오바마의 친서를 지참해야 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카터의 방북이 “사적인 자격”이며 미국 행정부의 어떤 메시지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믿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공식적으로 백악관은 카터 일행의 방북과 무관했다. 카터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강력히 원했지만 불행히도 대통령의 친서는 없었다. 2009년 8월 빌 클린턴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보증 없이 대충 말로 때우려 한 것이다. 이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여전히 “전략적 인내”의 끝자락을 부여잡은 채 모대기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만일 친서가 없었다면 이번 방북에서 카터 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나 친선적인 의견교환일 뿐이다. 친선적 의견교환은 박의춘 외무상이나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서도 충분히 나눌 수 있다. 확실한 담보도 없는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자칫 대화에 매달리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제일 혐오하는 것 중에 하나가 대화구걸이다.

 

또 하나는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방북에서 카터의 임무는 3단계 회담과 한반도 비핵평화공정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다. 이미 북중, 중미, 한미, 한중간에 논의되고 있는 남북 → 북미 → 6자회담 순의 3단계 회담의 첫 공정은 남북 비핵화 회담이다.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이는 남북정상회담과 동시에 추진될 수밖에 없다. 남북 비핵화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선사과, 후대화’ 기조를 고집하며 남북정상회담에 미온적이다. 때문에 설령 미국과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몽니를 부릴 수 있다. 북미합의가 실효를 발휘하려면 미국이 이명박 정부를 확실히 돌려 세워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은근히 MB의 몽니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대북정책은 한국이 이끌고 미국은 지원하는 기조를 계속 유지 하겠다”며 은근슬쩍 한국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미관계의 특수성 - 청와대에 대한 백악관의 압도적인 영향력 - 을 고려할 때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신뢰하기 힘들다.

 

백악관의 “진정성”은 청와대를 통해 확인된다. 오바마 정부가 진정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원하고 있다면 이명박 정부를 설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친 소도 팔아먹을 수 있는 한국 정부를 미국이 설득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몽니는 백악관이 악의적으로 태업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이중행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의 강력한 증거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카터는 MB의 몽니 때문에 이번 방북 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카터가 오마마의 친서를 지참했거나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킬 확실한 담보를 가지고 평양으로 향했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기꺼이 그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평화의 전령사”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하지만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카터가 완전히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갑자기 전달된 친서

 

비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은 무산됐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큰 선물꾸러미를 가지고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방북의 최대 성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한국 정부 뿐 아니라 미국 정부, 6자회담 다른 당사국과도 언제든지 모든 주제를 놓고 사전조건 없이 협상할 용의가 있”으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공개 제의한 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절대적인 권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발언은 북한에서 법적 수준의 무게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만큼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94년에도 카터는 남북정상회담을 방북 선물로 가져 온 바 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염치불구하고 카터의 선물을 덥석 받아 물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는 4월28일 오전에 전달되었다. 카터 일행은 “초대소를 떠나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다시 초대소로 오라'는 요구”를 받았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친서를 대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왜 귀국길에 오르는 카터를 갑자기 돌려 세워 친서를 전달한 것일까? 그 전에도 친서를 전달할 시간은 충분했다. 굳이 돌아가는 사람을 다시 돌려 세워 친서를 전달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 있었을까? 혹자는 북한이 극적인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갑작스런 친서 전달은 한국의 내부 상황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4월27일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선거 결과는 28일 새벽 확정되었다. 예상대로 한나라당은 대참패했다. 그리고 선거후폭풍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강타하고 있다. 4월27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퇴임 날짜를 헤아리는 것 외에 이명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고 정국반전의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다. 4.27재보궐선거 참패로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갑작스럽게 카터 일행을 돌려세워 친서를 전달한 것은 아닐까?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4.27 이전보다는 이후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물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이 손 저 손 가릴 때가 아니다. 나중에 어떻게 되건 일단 물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을 잡을까? 물에 빠져 죽는 것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을 잡는 편이 훨씬 나을 듯하다. 적어도 상식적으로는 그렇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식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베를린선언과 “통 큰 결단”

 

5월2일 한국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10일쯤 독일을 방문했을 때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담은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 대통령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남북대화를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주목 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남북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등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 변한 것”은 없지만 “미국과 중국 등이 남북대화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므로 우리 정부도 남북대화를 전향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을 주도적으로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011년 5월 베를린선언은 북미대화 및 6자회담을 이뤄지게 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한 ‘통 큰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대표는 “2000년 3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이 6.15정상회담을 낳았고 한반도에 남북교류협력 등 평화정책이 계속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암시한 발언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선언 직후인 2000년 4월8일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되었다. 당시 박지원 대표는 막후에서 정상회담을 조율했다. 누구보다 박지원 대표가 잘 알고 있겠지만 베를린선언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이미 막후에서는 축배가 준비되고 있었다.

 

카터의 방북 직후 베를린선언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점은 매우 흥미롭다. 94년에는 카터 방북 직후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되었고 2000년에는 베를린선언 직후 정상회담이 발표되었다. 우연일지는 모른지만 이번에는 두 가지 경우(case)가 중첩되고 있다.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공개 제의한 상황에서 베를린선언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 큰 대화” 제의에 이명박 대통령이 답할 차례이기 때문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하거나 남북관계의 근본적 전환을 위한 “통 큰 결단”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 때 한미외무장관은 3단계 회담 재개 방안을 합의한 바 있고 우다웨이 중국 측 6자 회담 수석대표도 방한해 한국 정부와 이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중, 중미, 북미 사이에는 이미 일정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이제 남은 건 한국 정부의 결단뿐이다.

 

3단계 회담의 첫 관문은 남북 비핵화 회담이고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비핵화 회담의 출발점이다. 최고 지도자의 전략적 결단 없이 남북 비핵화 회담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회담이건, 북미회담이건, 6자회담이건 일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어야 추진 가능하다. 한반도 정책은 남북이 이끌고 주변국이 지원하는 모양새가 가장 좋다.

 

국내 정치 상황을 놓고 보아도 이명박 대통령이 던질 수 있는 정국반전의 마지막 패(card)는 남북정상회담뿐이다. 물론 보수층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정상회담 외에 집권말기 권력누수(lame duck) - 엄밀히 말하면 권력침수 - 을 지연시킬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친서를 전달한 것도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베를린선언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길까? 이명박 대통령은 “통 근 결단”, 즉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할 수 있을까? 이제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이명박 대통령의 입으로 모아지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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