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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름잡는 국제질서, '대마불사론'은 착각"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5. 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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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강연문] "아랍 민주화와 위스콘신 사태 본질 같아"

기사입력 2011-05-10 오전 10:09:04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과 리비아 내전으로 인해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열기는 지금도 꺾이지 않고 있다. 바레인, 예멘, 시리아 등지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권의 탄압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만 해도 시리아에서는 정부가 시위대 진압에 탱크를 투입해 3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다. 바레인 정부는 지난 1일 체포된 시위대 4명에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막기 위해서라며 리비아 공습을 감행한 미국은 친미 왕정 국가 바레인에는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바레인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개혁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더욱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도록'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이는 아랍 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 미국의 언어학자이며 진보적 지성인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미국은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아랍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촘스키 교수는 만약 아랍이 정말로 민주화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아예 이 지역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은 중동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이 지역의 민주화 사태에 개입하고 있을 뿐이며, 이를 통해 국익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촘스키 교수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란과 중국의 위협은 과장되고 있으며, 국민국가의 정당한 주권 행사라 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면 비난과 제재에 직면하게 된다고 그는 비판했다.

또 '미국의 국익'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이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며 부와 권력을 소유한 1%의 미국인들만이 진정한 수혜자라고 촘스키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거대한 기업들은 금융위기 때에도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공무원노조와 교사,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오히려 공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미국의 웹사이트 <톰디스패치>가 촘스키 교수의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강연을 정리해 지난달 21일 게제한 글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 지난 2월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에 모인 민주화 시위대 ⓒ로이터=뉴시스

세계가 '대마불사'라고?
(Is the World Too Big to Fail?)

아랍 세계의 민주화 시위는 용기, 헌신, 민중의 힘에 의한 약속을 보여주는 가슴벅찬 장관이었다. 우연히도 이와 동시에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과 다른 도시들에서는 수만 명이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카이로와 매디슨에서 일어난 봉기의 궤적은 교차하지만 이 둘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카이로의 시위가 독재정권에 의해 부정당한 기본적 권리를 향한 것이었다면, 매디슨의 시위는 길고 어려운 투쟁 끝에 얻어냈으나 현재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각각의 시위는 다양한 경로를 따라 일어난 국제사회의 경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에서 쇠퇴하고 있는 산업의 심장부와[매디슨],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 일컬었고 1940년대 미 국무부가 "전략적 힘의 거대한 원천"이며 "해외 투자의 영역에서 가장 값진 상품"(당시 세계 질서 구축을 위해 자신과 동맹국들에게 미국이 내놓은 '상품')이라고 부른 곳[중동]에서 일어난 시위는 모두 막대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이제까지 일어난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미국] 정책결정자들 역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영향력있는 참모였던 아돌프 A. 벌의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벌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막대한 중동의 에너지 매장량이 "실질적인 세계의 통제력"을 낳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다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확립됐으며 당시 세계질서의 변화 와중에도 유지됐던 미국의 '전지구적 지배 계획'을 위협할 것이다.

2차 대전이 시작된 1939년부터 미국 정부는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위치로 올라설 것을 예견했다. 국무부 고위관계자들과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전쟁 중에 이미 전후 세계 재편 계획을 논의했다. 그들은 미국이 지배할 "대(大) 영역"(Grand Area)으로 서반구와 극동, 옛 영국 식민지, 그리고 중동의 에너지 저장고를 꼽았다. 소련군이 스탈린그라드 전투 후 나치 독일의 군대를 분쇄하기 시작하자, 미국은 이 '대영역'에 최소한 서유럽의 경제 핵심부를 포함해 유라시아 대륙의 가능한 많은 부분을 끌어넣으려 했다.

이 영역 안에서 미국은 군사적‧경제적으로 절대적인 권력을 유지했고, 미국의 계획을 방해하는 국가의 주권은 제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 전쟁 시기의 이 조심스러운 계획은 곧 실행에 옮겨졌다.

그러나 유럽은 독립적인 행로를 택할 것이라고 인식됐으며, 나토(NATO)는 부분적으로 이런 [미국의 국익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련으로부터 서유럽을 방위한다는] 나토의 공식 존재 이유는 1989년 [냉전 붕괴로] 사라졌지만, 나토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의 구두 약속을 깨트리고 동쪽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나토는 이제 넓은 개입 범위를 가진, 미국이 운영하는 침공군이 됐다. 야프 데 후프 셰퍼 전 나토 사무총장이 나토 회의에서 "나토군은 서방으로 연결된 송유관과 가스관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셰퍼 전 사무총장은 또 나토가 유조선이 오가는 항로와 에너지 시스템의 '중요한 기반시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영역' 노선은 임의의 군사 개입을 정당화했다. 이는 클린턴 행정부 때 명쾌하게 정리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핵심적 시장과 에너지 공급자, 전략적 자원에 무제한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으며, "미국에 대한 여론과 우리의 삶, 안보에 영향을 미칠 문제들을 관리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 전진배치된 거대한 군사력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침공도 같은 원칙에서 결정됐다. 미국이 자신의 의지를 이라크에서 관철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 명확해지자, 실제적인 침공의 목적은 더이상 아름다운 구호 뒤에 감춰질 수 없게 됐다. 2007년 11월 백악관은 미군이 반드시 이라크에 무기한 남아 있어야 하며, 미국 투자자들에게 특권을 달라고 이라크에 요구하는 '원칙 선언'을 발표했다. 이로부터 두 달 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영구적인 미군 주둔 또는 "이라크 석유자원에 대한 미국의 통제"를 제한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의회에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곧 이라크 저항세력과 직면하면서 이런 요구를 포기해야 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일어난 대중 봉기는 감동적인 승리를 낳았다. 하지만 카네기 국제평화 재단이 보고서를 통해 밝혔듯, 권력자의 이름은 바뀌었으나 '체제'는 남아 있다. 카네기 재단의 보고서는 "지배 엘리트층과 통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아직도 먼 목표"라고 지적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국내의 장애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중요한 요소인 국외의 장애는 무시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아랍 세계의 진정한 민주화를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 다. 왜냐고? 미국 여론 조사기관이 아랍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라. 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책결정자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조사 결과 압도적 다수의 아랍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협으로 여긴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집트인들의 90%, 이 지역 전체의 75%가 미국을 위협이라고 답했다. 이란을 위협으로 여긴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미국의 정책에 대한 반대는 너무나 강력해서,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가진다면 안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답이 다수일 지경이었다. 이집트인의 80%가 이렇게 답했고,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만약 [민주주의 제도가 수립돼] 여론이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단지 이 지역을 '통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예 이 지역에서 쫓겨날 것이고 이는 미국의 '세계 지배' 기본 원칙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 3월 29일 '리비아 연락그룹' 회의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미국은 '리비아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리비아 사태에 개입했지만, 촘스키 교수는 이를 부정한다. ⓒAP=연합뉴스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하는 것은 이데올로그들과 선동꾼들의 본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권력자들은 대개 민주주의를 싫어한다. 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 목적에 복무하는 한에서만 지지를 받는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 많은 진지한 학자들이 마지못해 인정하는 결론이다.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대한 반응은 권력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많은 주목과 호평을 받은 것은 아랍인들이 이란에 대한 미국입장을 지지한다는 외교 전문(電文)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아랍 대중들의 태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현재 카네기 재단 중동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마르완 무아셰르 전 요르단 부총리는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이 통제 하에 있다"는 지도적 원리를 밝혔다. 이는 '독재자들만 우리를 지지해 준다면 그 밖에 무엇이 문제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태도다.

무아셰르가 제시한 원칙은 유서깊은 것이다. 1958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내부 토론에서 아랍 세계의 민간인들에 의해 수행된 반미 행동인 "증오의 작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미국이 이 지역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독재를 지원하고 민주주의와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이 아랍 세계에 퍼져 있다며, 이런 인식은 정확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무아셰르가 제시한 원칙에 따르면, 이것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다. 9.11 테러 이후 미 국방부에 의해 수행된 연구들은 이런 사정이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임을 확인해 준다.

미국과 이집트가 이런 문제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세기 초반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경제사가들은 이집트와 미국이 모두 지리적 위치상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기에 좋다고 주장해 왔다. 이집트와 미국은 둘다 농업생산성이 높았고, 특히 초기 산업혁명의 원료였던 면화(목화) 농사가 잘 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고 그로 인해 경제이론의 간섭을 무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아담 스미스(1723~1790)가 전파한 경제이론이 오늘날 개발도상국들에게 [IMF나 세계은행 등에 의해] 강제되고 있는 조치들과 같은 역할을 했다. 스미스는 해방된 식민지들은 기초적인 상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영국으로부터 고급 생산품들을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중요한 상품, 특히 면화의 독점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연간 생산량의 전체 가치가 줄어들 것이고, 부(富)와 위대함의 길에서 퇴보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함으로써 스미스의 충고를 무시하고 독립적인 국가 주도의 발전을 해 나갔다.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 먼저 섬유에, 다음에는 철강과 다른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또한 면화의 독점을 통해 "다른 모든 국가들을 우리의 발 아래 두겠다"고 했는데, 이는 텍사스멕시코 영토 일부를 점령하면서 밝혔듯, 적국인 영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집트에서는 이와 유사한 과정이 영국의 힘에 의해 좌절됐다. 헨리 팔머스톤 전 영국 총리(1784~1865)는 영국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 유지를 강조하며 "중요하고 막대한 이익이 (이집트에 대한) 공정성이라는 생각으로 방해받아서는 안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집트의 독립을 추구한] '무식한 야만인' 마호메트 알리(1769~1849)에 대한 자신의 증오를 드러냈고, 독립과 경제 개발을 향한 이집트의 모색을 끝장내기 위해 대영제국 함대와 자본을 보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영국을 대신해 글로벌 헤게모니를 장악했을 때, 미국 역시 영국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미국은 이집트가 약자들에게 강요된 일반적인 규칙(미국 자신은 계속해서 어겨 온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집트산 면화에 높은 관세를 매겼으며, 이로써 이집트의 달러 부족 사태를 악화시켰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을 걱정시켰던 반미 성향의 '증오의 작전'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독재자를 지원하고 민주주의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 이집트 민주화 시위대들이 신발을 흔들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아담 스미스는 만약 영국이 (지금은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건전한 경제 법칙'을 지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고 있었다. 그는 영국 제조업자와 상인,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그들 자신은 이득을 볼지 모르지만 영국이라는 국가는 고통받을 것임을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투자의 '자국편중 현상'(home bias)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경제적 합리성 때문에 영국이 황폐화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도 이와 유사한 결론을 끌어냈다. 즉 리카도는 투자의 자국편중 현상으로 인해 "부유한 사람들은 해외에 모험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국내에 투자했을 때의 낮은 이윤율에 만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짐작컨대, 초기의 경제학자들은 천성적으로 건전한 사람들이었음이 틀림없다. [현재 신자유주의 세계경제는 이들의 예측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란과 중국의 '위협'

중동의 민주화 시위는 종종 1989년 동유럽의 상황과 비교된다. 하지만 이런 비교가 이뤄지는 맥락은 수상쩍다. 1989년에는 러시아가 시위를 용인했고, 서방 강대국들도 그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지지를 보냈다. 경제적, 전략목표가 명백히 설정됐고, 따라서 명예도 드높은 고귀한 성취가 있었다. 이는 당시 중남미에서 일어났던, 암살당한 엘살바도르의 대주교[오스카 로메로, 1917~1980]가 "기본권 방어 투쟁"이라고 부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로메로] 대주교는 미국 정부가 무장시키고 훈련시킨 군대에 의해 희생된 수십만 명 중 하나다. 이 공포스러운 기간 동안 서방에는 [1989년 민주화 시위를 용인했던] 고르바초프 같은 지도자가 없었으며, 지금도 없다, 그리고 서방 강대국들은 오늘날에도 아랍의 민주주의에 적대적인데,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

'대영역' 노선은 오늘날의 국면에서도 계속 적용됐다. 서방의 정책결정자 및 전문가 그룹에서는 이란을 세계질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외교정책도 기본적으로 이런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란의 위협'이 정확히 무엇인가? 미국 정보기관과 국방부는 지난해 세계 안보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란의 위협은 군사적인 것이 아님을 명백히 했다. 이란의 군사비에 대해 이들은 "이 지역 다른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결론내렸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정책에 대해 "방어적이며, 침공의 속도를 늦추도록 계획돼 있고, 적대국에는 외교적 해결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국경 밖으로 군사력을 투사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라고 보았다. 이란의 핵능력에 대해 이들은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억지 전략의 핵심"이라고 서술했다.

잔혹한 성직자 정권[이란의 '아야톨라' 체제]은 분명 그 나라 국민들에게는 위협이다. 결코 미국과 그 동맹국들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하나의 위협 요소는 이란의 잠재적 '억지력'[핵능력]이다. 이란이 주권을 '불법적'으로 행사한다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행동 자유는 제약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이 왜 억지력을 필요로 하는지는 명백하다. 이 지역에 배치된 군사 기지와 핵무기를 보라.

7년 전 이스라엘 군사(軍史) 전문가 마틴 반 크레벨드는 "세계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거기에는 아무 이유도 없음을 알게 됐다"며 "만약 이란인들이 핵무기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정신이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엔 헌장을 위반한 지속적인 공격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이 보기에] 이란의 위협은 억지력 수준을 넘어섰다. 이란은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의 영향력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이런 방식으로 이 지역을 '불안정화'시키고 있다고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은 강조했다. 미군이 이란의 이웃 나라들을 침공해 군사작전을 펴는 것은 '안정화'이며, 이란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노력은 '불안정화'이고 따라서 명백히 불법이라는 것이다.

'안정성'이라는 국제정치 분야의 전문용어는 보통 이런 용법으로 쓰인다. 저명한 외교정책 분석가 제임스 체이스는 칠레에서 '안정성'을 구축하기 위해 (선거에 의해 선출된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뒤엎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세움으로써) 나라 전체를 '불안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참모[아돌프 벌]가 현 세계체제의 태동 단계에서 이미 강조했듯이, 미국은 자신의 세계 전략을 방해하는 '어떠한 주권 행사'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란이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란을 응징하기 위해 단결했지만, 정작 자신들 역시 고립돼 있다. 비동맹 국가들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적극 지지해 왔다. 아랍 지역의 여론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강한 선호를 보였다. 지역 강대국인 터키와 남반구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가 브라질은 최근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제재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들의 불복종은 [서방의] 날카로운 비난을 샀지만, 이는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터키는 2003년에도 국민 95%의 뜻에 따라 이라크 침공에 동참하기를 거부함으로서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서방은 터키가 서구식 민주주의를 완전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에서 반대표를 던진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유럽 외교정책의 책임자인 필립 고든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는 "(터키는) 서방과의 파트너십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터키가 [미국 주도의] 질서에 복종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도 <뉴욕타임스>로부터 훈계를 들었다.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해 룰라 전 대통령이 터키 정부와 힘을 합쳐 노력한 것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브라질 대통령의 명성에 오점"이라는 제목의 머릿기사를 실었다.

한 흥미로운 설명에 따르면,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란-터키-브라질 간의 [2010년 핵연료교환] 협상은 사전에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이들의 노력이 아마도 실패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란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승인은 비난으로 바뀔 것이며 미국은 이를 제재하기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하겠지만 결의안 내용은 너무 약해서 중국조차 기꺼이 서명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지시를 따르는 대신 [예를 들어, 리비아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안보리 결의안을 글자 그대로 지킨다고 비난받고 있다. 미국에게 터키의 불복종은 당황스럽더라도 용인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무시하기 어렵다. 주요 언론들은 "중국 투자자들과 무역회사가 이란에서 다른 나라 기업인들, 특히 유럽인들이 빠져나간 빈틈을 메우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특히 중국은 이란 내 에너지 산업 분야의 지배적 역할을 확장해 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절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만약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국제사회'란 미국이나 미국에 동의하는 다른 국가들을 의미하는 전문용어다)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면 "명백한 국제적 의무를 피해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즉 미국의 명령을 따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 경고에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인다.

또 중국의 군사적 성장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있다. 최근 미 국방부 연구 결과는 중국의 군사 예산에 대해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데 든 비용의 1/5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쟁 비용은 미 국방부 예산의 한 작은 부분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군사력 성장으로 인해 "중국 연안으로부터 떨어진 공해상에서 미 해군 함정의 작전 능력이 방해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말들이 의미하는 것은, 미국이 카리브해[연안의 쿠바]에서 중국 군함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부정하는 군사력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규칙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중국 해안으로부터 고작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서해]에서 벌어지는 [한미] 해군 연합훈련에 미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다는 계획을 반대하고 나선 것을 보면 명확해진다. 조지워싱턴호는 훈련이 벌어진 위치에서라면 베이징을 타격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방국가들은 미국의 군사작전이 안정을 지키고 자국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성향의 미 시사주간지 <뉴 리퍼블릭>은 "중국이 일본 오키나와 근방의 공해상에 10척의 군함을 보냈다"며 이는 도발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언급되지 않은 사실은, 미국이 오키나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 섬을 주일미군의 주요 기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발이 아니다. 우리가 세계를 소유하는 원칙에 따르면 말이다.

물론 중국의 이웃나라들에게는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으며, 아랍 지역의 여론 어떻든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중동 역내에 '핵무기 없는 지대'(nuclear-weapons-free zone, NWFZ)를 만들자는 방안은 거의 토의된 바 없다. 이 주제는 지난해 5월 유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서 다시 제기됐다. 118개 비동맹 국가들의 회장국 이집트는 중동에 NWFZ 설치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 미국 등 서방은 1995년 이에 동의한 바 있다.

[NWFZ에 대한] 국제적 지지는 매우 압도적이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동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이 [핵무기 없는 국가에서] 제외돼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제안도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리 하에 놓여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으며, '이스라엘의 핵 시설과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란 핵문제는 왜 이런 식으로 다루지 않는가?

▲ 지난 3월 미 위스콘신주의 주도(州都) 매디신의 주의회 의사당 건물을 둘러싼 시위대. 이들은 공화당 소속 스콧 워커 주지사의 '반(反) 공무원노조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AP=연합뉴스


지구를 사유화하다

'대영역' 노선이 여전히 만연해 있는 동안에도 이 노선을 실행할 능력은 점점 감소했다. 미국 국력의 정점은 2차 대전 직후, 문자 그대로 '세계 절반의 부'를 가지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이는 다른 산업경제권들이 전쟁의 폐허와 식민지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회복됨으로써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1970년대 초 세계 전체의 부에 대한 미국의 지분은 약 25%로 줄었고, 세계 산업은 북아메리카, 유럽, 동아시아(당시 일본에 기반을 둔)로 3분됐다.

1970년대 미국 경제는 생산품 수출과 '금융화'를 위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변화의] 다양한 요인들은 주로 상위 1%(대개 기업 최고경영자와 헤지펀즈 매니저들 같은 부류들)에게 부를 급격히 집중시키는 악순환의 과정을 만드는 데 집중됐다. 이는 정치권력의 집중화를 이끌었고, 이로 인해 경제적 집중을 불러오는 정책들도 만들어졌다. 즉 재정 정책, 기업지배구조, 탈규제화 등이다. 선거운동 비용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정당은 자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선거는 홍보 산업에 의해 운영되는 게임이 되었다. 홍보 산업의 경영자들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후보자들을 '마케팅'해 왔다고 경제신문에 설명했다. 2012년 선거 비용은 2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부분 기업의 후원이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고의 기업인을 선택하리라는 것은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무아셰르의 원칙[독재자들만이 우리를 지지해 준다 해도 뭐가 문제이겠는가?]이 지배하는 한, 대중이 화를 내고 좌절한다 해도 그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부와 권력은 소수에게 집중된 반면, 인구 대부분의 실소득은 정체되고 노동 시간과 빚은 늘어났다. 또 사람들은 금융위기에 의해 주기적으로 붕괴되는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는 1980년대 초반 규제 기구해체되면서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소위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보장하는 정책에 의해 득을 보는 매우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다. 은행투자 회사들은 보상이 큰 위험한 거래를 하다가, 불가피하게 시스템이 붕괴되면 '유모 국가'(nanny state)에게 달려가 납세자의 돈에서 나오는 긴급 구제금융을 요구했다.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이런 과정은 일반적이었다. 현재 실질 실업률은 대공황 수준이지만, 위기의 주요 설계자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는 어느 때보다 부유하다.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무려 175억 달러를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했다는 사실이 조용히 발표됐으며, 특히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1억2600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았고 그의 본봉도 세 배로 뛰었다.

▲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로이터=뉴시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주목받지 않는다. 따라서 선전꾼들은 지난 수 개월 동안 공공부문 노동자라는 다른 '탓할 대상'을 찾아야 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많은 임금과 과도한 연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망상에 불과하다. 레이건 숭배자들은 '리무진을 타고 복지 혜택을 받으러 오는 흑인 애엄마'라는 상상 속 모델을 만들어 냈다. '우리 모두는 허리띠를 바짝 조여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허리띠를 조이는 것은] '거의 전부'일 뿐이다.

교사들도 좋은 목표물이다. 이는 교육 부문의 사유화를 통해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공교육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고의적인 노력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공교육 시스템 파괴 역시 부유층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경제에 미칠 장기적 영향이나 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재앙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외부효과' 중 하나다.

또다른 좋은 목표물은 이민자들이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 나타나는 사실은, 이민자에 대한 공격은 경제가 어려울 때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백인 인구가 '유색인종'에 비해 곧 소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이민자에 대한 공격은 '우리 나라'를 뺏겼다는 감정에 의해 더 악화되고 있다. [이민자 차별] 정책의 잔인함은 충격적이다.

목표가 되는 이민자들은 누구인가?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 동부에서는, 레이건이 좋아했던 살인자들이 저지른 학살을 피해 과테말라 고원지대에서 피난해 온 마야인들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클린턴 정부가 체결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희생자들이다. 3개 참여국[미국, 캐나다, 멕시코] 모두에서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 매우 드문 협정 말이다.

1994년 대중의 반대에도 NAFTA가 힘겹게 의회를 통과했을 때, 클린턴 정부는 이전까지 개방적이었던 미국-멕시코 국경을 군사화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농장 노동자들은 높은 보조금을 지급받은 미국의 기업적 영농과 경쟁할 수 없으며, 멕시코 기업들은 잘못 이름붙여진 '자유무역협정' 아래 "내국인 대우"를 받을 미국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됐다. 특권은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법인(corporate person)들에게만 주어졌다. 이런 조치들은 당연히 절박한 난민들의 홍수를 낳았고 집에 앉은 채로 국가-기업 정책의 희생자가 된 이들에게는 반(反) 이민 히스테리를 불러 일으켰다.

유럽에서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의 인종주의는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 리비아 피난민들에 대한 이탈리아의 불만은 1차 대전 이후 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자행된 인종청소를 연상시킨다. 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민의 물결"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으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 물결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공격하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네오파시스트 정당들이 부상하는 것은 공포스러운 현상이다. 헝가리 총선에서는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요비크'가 17%를 득표했다. 3/4의 헝가리 국민들이 공산당 치하에서보다 지금 더 상황이 나빠졌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로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오스트리아 극우파 지도자인 요르크 하이더가 2008년 자신이 얻었던 표의 10%만을 득표했다는 것은 그나마 안도할 만한 일이다. 하이더보다 더 우파적 성향인 신자유당이 17% 이상을 득표했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말이다. 1928년 독일에서 나치당의 득표율이 3%미만이었음을 상기하면 이는 으스스한 일이다.

영국에서는 영국국민당(BNP)과 영국수호동맹(EDL)이 극우 인종주의 세력의 주류다. (네덜란드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반이슬람‧반이민을 주장한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24석을 얻어 제3당으로 부상했다] 독일에서는 틸로 사라진 전 중앙은행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이민자들이 국가를 파괴하고 있다고 한탄했는데, 이 책은 압도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책을 비난했지만, 다문화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계몽주의자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이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독일인들과 스웨덴인들의 미국 이민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던 것은 역설적이다. 미국에서도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앵글로-색슨족의 순수성'이라는 바보같은 신화가 대통령과 주요 인물들에게까지 널리 퍼졌다.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면 더 공격적이 되는 이 [인종주의라는] 끔찍한 전염병보다는 차라리 소아마비를 완치시키기가 더 쉽다.

또 하나 시장 시스템에서 배제된 외부효과는 생물 종(種)의 운명이다.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위기는 납세자들에 의해 교정될 수 있지만, 환경 파괴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환경이 반드시 파괴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재계 지도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진보주의자들의 속임수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온난화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단기 이윤과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해야 하며, 만약 그들이 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할 것이다.

이 악순환은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싶다면, 기업의 돈과 선전으로 돌아가는 미국 의회를 한 번 보면 된다. [2010년 중간선거 이후] 새로 진용이 짜여진 미 의회는 대부분 기후변화의 영향을 부정하는 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이미 환경적 재앙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예산 투입을 중지시키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진심으로 기후온난화가 별 것 아니라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존 심커스(일리노이, 공화) 신임 환경소위원회 위원장은 신이 노아에게 또다른 홍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런 일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다면 그저 웃어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럴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웃기 전에 '효율적 시장 가설' 등의 광신자적 교의로는 현재의 경제위기[의 원인]를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을 가슴 속에 새겨야 한다. 15년 전,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시장이 가장 [답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은 '종교'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중앙은행과 경제 전문가들도 모르는 사이 경제적 근거도 없이 8조 달러의 부동산 거품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거품이 터졌을 때, 경제는 황폐화됐다.

무아셰르의 원칙이 지배적인 한 이런 일들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 다수 대중이 수동적이고, 냉소적이며, 소비주의에 빠지거나 약자에 대한 증오에 기우는 한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힘 있는 자들은 마음껏 하고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결과를 지켜봐야만 할 것이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곽재훈 기자(번역)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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