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근혜 통일헌장은 제2의 국민교육헌장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4. 12. 23. 17:20

본문



통일준비위원회가 올 연말까지 <통일헌장> 초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통일헌장은 ▲공영통일 ▲평화통일 ▲열린통일 등 3대 기조, ▲민족과 이웃이 행복한 선진민주국가 ▲21세기 신문명국가 건설 등 통일 대한민국의 목표가 들어가며 통일의 원칙과 방법,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로 인식한다는 것, 그리고 주변국에 이익이 되고 세계평화에도 기여한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담을 계획이라고 한다. 또 통일헌장은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한다고 한다. 


수상한 통일헌장 추진


분단된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인 통일준비위원회의 통일헌장 제정 시도는 배경과 의도, 내용, 방법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사실상 <반통일헌장>이 될 수밖에 없으며, 유신독재 부활을 위한 기초작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드러난 통일헌장의 내용을 보면 과거 남북 정상 간 합의를 무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먼저 과거 남북 합의부터 인정,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이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의 기본 내용인 통일의 3대 원칙, 즉 민족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조차 무시하고 공영통일, 평화통일, 열린통일을 3대 기조로 제시했다. 민족자주와 대단결의 원칙을 열린통일로 대체한 셈인데 민족 내부 문제인 통일에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을 용인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목표도 <민족과 이웃이 행복한> 국가 건설로 제시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통일헌장을 제정해야 한다면 기존의 남북 정상 간 합의인 7.4남북공동성명,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내용을 집약하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통일준비위는 가장 중요한 세 합의는 완전히 무시하고 엉뚱하게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할 구상을 밝혔다.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통일방안의 공통성을 살리는 방안은 사라지고 다시 과거 일방적인 통일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북한이 동의할 리 없고 결국 남북이 통일방안을 다시 합의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통일 역사를 후퇴시키려는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진정 통일을 추진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집권 2년 동안 남북관계를 이런 식으로 관리해서는 안 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해 남북관계를 파괴한 <비핵·개방·3000>을 고스란히 계승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그 연장선인 <드레스덴 선언> ▲흡수통일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이 각종 발언들 ▲앞에서는 대화를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미국, 일본과 함께 대규모 공격적 군사훈련을 진행한 모습 ▲고위급접촉을 합의하고서 대북비방을 지속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용인한 점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부정하고 통일 지향적인 정당·단체·인사를 탄압하는 모습 등은 현 정부가 진정 통일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 


통일헌장 추진 의도는 유신독재 부활


그럼에도 굳이 통일헌장을 제정하려는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박근혜 정권은 국정기조와 통치방식에서 박정희 유신독재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따라서 유신독재 시절 통일헌장과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교육헌장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독재를 위한 기초이념작업을 일찍부터 시작해 그 결과물로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을 선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국민교육헌장선포 4주년 치사에서 ≪국민교육헌장이념이 시월유신의 기본정신과 그 기조를 같이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 헌장을 생활화하는 것이 곧 유신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첫 길≫이라고 밝혔다. 1973년에는 국민교육헌장을 ≪10월 유신의 실천강령≫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당장은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사실 집권 2년 동안 공약 파기, 총체적 대선 부정, 국정원 간첩 조작, 세월호 참사, 각종 세금 인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야당의 무능 때문에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한미관계가 흔들리고 있어 미국의 강한 지지를 받기 어려운 조건, 경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보수세력 마저 동요하는 상황, 집권층 내부의 갈등 심화 등으로 갈수록 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가 지속된다면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를 돌파할 카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남북관계에서 충격(그것이 긍정적 방향이든 부정적 방향이든)을 줘 정권재창출의 명분을 쌓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극도의 공안탄압으로 경쟁상대를 제거하고 보수층의 집결을 만드는 방법이다. 그리고 일각에서 이미 예견하고 있지만 개헌을 통해 정권 연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독재를 추진한 과정과 일치한다. 7.4남북공동성명으로 통일의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통일을 위해서는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며 유신헌법을 통과시키는 방식을 떠올려보자.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정부 비판 세력을 제거하자는 게 박근혜 정부의 구상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기초작업이 바로 통일헌장일 것이다. 마치 국민교육헌장이 유신독재의 기초가 되었듯이.


그런데 남북관계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통일 준비라는 명분이 국민들에게 먹혀들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사실 간단한 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는 통일은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점진적이고 평화적으로 하는 통일이 아니라 북한을 붕괴시켜 강압적으로 흡수하는 통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환상과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환상을 통일토크콘서트로 깨고 있으니 정부 입장에서 신은미, 황선 두 인물이 얼마나 눈엣가시겠는가. 


총체적 개입과 부정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12월 19일에 맞춰 일개 정당을 하루아침에 해산시킨 박근혜 정부는 이미 유신독재를 부활시켰다. 유신독재 부활 프로젝트는 갈수록 속도를 낼 것이며 그 완성은 개헌을 통한 영구집권이 될 것이다. 그리고 통일헌장은 실제 통일과는 무관하게 유신독재 부활의 기초, 명분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볼 때 해산되어야 할 것은 진보당이 아니라 극우권력임이 명백하다. (2014.12.23. 동북아의 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