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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위치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3. 5.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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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민주당에게 진보정당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제1야당으로서, 중도정당으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엉뚱한 정체성 논란이 아니라 자기 자리를 지키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과감히 행동하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위치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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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만들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이사장으로 영입했다. 최장집 이사장은 평소 정당중심 민주주의를 강조한 인물로 안철수 신당 창당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13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에게 10월 재보선에서 ≪사람들을 구하면 도전할 것≫이라며 독자 정치세력화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쪽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안철수 발 정계개편도 가능한 것이다.



▲최장집 이사장


보수-중도-진보로 나뉜 정치권


한국 정치권은 크게 민족문제와 민주주의문제, 두 가지 기준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민족문제에는 미국과 일본의 간섭과 개입에 대해 자주적 입장을 취하는가, 사대적 입장을 취하는가 하는 문제와 함께, 북한을 화해와 협력,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가, 붕괴시키고 흡수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은 대체로 미국, 일본에 대해 굴종적이고 의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며 붕괴시키고 흡수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민주당은 대체로 미국, 일본에 대해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입장이며, 북한에 대해서는 화해와 협력의 대상, 시혜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진보당은 미국, 일본의 간섭을 거부하는 자주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북한을 통일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 GM 회장 민원 해결에 앞장선 박근혜 대통령


민주주의문제에는 정치·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가 하는 문제, 경제민주화의 문제, 즉 재벌에 대한 입장이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 노동자·농민·서민의 생존권과 자결권에 대한 입장 등이 있다.


새누리당은 독재정권 시기 집권당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언론을 장악하고 공안탄압을 일삼는 등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데 익숙하다. 또한 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치며 신자유주의를 맹신하고 있다. 민주당은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형식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경험도 있으나 완전한 정치·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또한 재벌이나 신자유주의에 대해 타협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노동자·농민·서민에 대한 입장은 보수에 가깝다. 진보당은 정치민주화는 물론 경제민주화까지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민족문제, 민주주의문제를 기준으로 새누리당은 가장 보수적이고 진보당은 가장 진보적이며 민주당은 중도정당이라고 크게 분류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분류는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민족문제, 민주주의문제에서 급격한 퇴행이 일어나자 민주당은 진보적 정책들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물론 이 과정에는 진보당과의 야권연대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안철수 신당의 위치는 중도보수?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경우 이 정당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까? 안 의원은 스스로를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고 표현했다. 즉, 민족문제에서는 보수, 민주주의문제에서는 진보에 가깝다고 자신을 평가한 것이다. 대선 기간에도 ≪나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라고 밝혔다. 또한 진보-보수의 구분을 거부하며 상식-비상식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


이렇게 보면 안 의원은 진보와 보수를 뒤섞은 중도 정치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안 의원은 보좌진을 민주노총 출신에서 새누리당 의원의 연구원 출신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안철수 대선캠프 기획에 관여했던 한 인사도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제3의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안 의원 측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유로저널 5월 7일자 <안철수, 진보는 단기 흡수 보수는 장기 포섭> 참조)


하지만 안 의원이 말하는 <경제는 진보> 혹은 <온건 진보>의 실체에 대해서는 비판적 지적도 많다. 정치민주화나 경제민주화, 노동자·농민·서민의 생존권적 문제 등 여러 쟁점 사안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을 두고 사실상 <안보는 보수, 경제도 보수>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말한 <진보>는 민주당을 뜻하며 <중도>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중간 지대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은 보수(새누리당)-중도 보수(안철수 신당)-중도(민주당)-진보(진보당)로 재편될 것이다. 즉, 안철수 신당의 등장은 한국 정치권을 전체적으로 더 보수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민주당은 최근 강령 보수화로 논란을 겪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차지할 중도 보수의 자리를 먼저 차지해 안철수 세력을 흡수하고 민주당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전략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까? 결론부터 말해서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자기 자리를 잃고 공중 분해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보수화는 답이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이른바 좌클릭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평가 자체가 잘못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선거 때마다 <중도강화론>을 단골메뉴처럼 들고 나왔다. 2008년에는 아예 당 강령에 <중도개혁주의>를 명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이 인기를 끌 때는 ≪1번 전쟁 2번 평화≫를 내걸었던 2010년 6.2 지방선거와 ≪무상급식≫을 내세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된 2011년 10.26 보궐선거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실 민주당은 말만 좌클릭을 하며 행동은 우클릭을 해서 신뢰를 잃었다. 국민들은 새누리당 정권과 대차게 싸워 진보적 정책을 관철시킬 야당이 필요하지 새누리당과 유사한 야당이 필요한 게 아니다. 새누리당이 선거 때만 되면 경제민주화니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같은 진보적 정책을 베끼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둘째, 안철수 지지층에 대한 분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보다 더 보수적이라서 국민들이 지지한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안철수 의원의 노선을 보고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참신함을 보고 지지하는 것이다. 즉, 민주당에 대한 환멸의 반대급부인 셈이다.


따라서 당 정책을 보수화하면 안철수 지지층이 민주당으로 쏠릴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될 수 없다. 안 의원 역시 민주당이 보수화된다고 해서 민주당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신이 공들여 만들어 온 <새 정치> 이미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당 외부 인사의 눈치를 보면서 당의 정체성을 바꾸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더 실망할 것이다.


셋째, 당 보수화는 민주당 내에서도 합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 강령 보수화에 대해 많은 민주당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


우상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진보적 정책, 좌파적 정책을 베껴서 당선됐는데 정작 원주인은 그런 정책으로 졌다고 평가한다. 이것이 말이 되나≫라고 질타했다. 김상희 의원은 ≪어느 대선 평가 토론회를 가더라도 우리의 정강·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들어본 바가 없다≫고 주장했고, 장하나 의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강령·정책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의원은 ≪표를 얻기 위한 정책 노선 변경은 오히려 민주당에서 등을 돌린 국민들의 등을 떠밀어 더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으며, 정치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점점 좌클릭하고, 민주당은 점점 중도쪽으로 간다고 하면 서로 차이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진보정당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제1야당으로서, 중도정당으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과 경찰의 축소 수사, 증거 인멸과 같이 정권의 정당성 자체를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무기력한 모습, 정부와 여당이 매일같이 북한을 자극하며 위기를 부추기는데도 이른바 <종북 논란>의 눈치를 보며 편승하는 모습, 종편에 나가서 유신독재로 노골적으로 회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칭찬하는 모습, 이런 것들이 국민들을 등 돌리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엉뚱한 정체성 논란이 아니라 자기 자리를 지키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과감히 행동하는 것이다. (2013.5.28.)


* 집필이 끝난 후 언론보도를 보니 최장집 이사장이 25일 <노동자의 벗> 강연에서 안철수 신당의 요체가 노동을 중심으로 하면서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당이라고 밝혔단다. 독일식 사민주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노조는 이미 항의집단화돼서 사실상 노동운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기존 노동운동을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했다. 안 의원이 생각하는 노동과 노동자가 생각하는 노동은 다른 개념인가?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당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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