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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60년③]휴전협정인가 정전협정인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3. 5.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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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처럼 남북교류 차원에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데도 군사정전위원회의 한 축인 미군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미군은 언제든 남북교류를 차단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남북이 금강산 육로관광 사업을 추진할 당시 유엔사는 정전협정 규정을 엄격히 적용,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관광객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방해하였다.


[정전협정60년③]휴전협정인가 정전협정인가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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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휴전협정인가 정전협정인가


1953년 7월 27일 조인된 정전협정의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영문으로는 <Agreement between the Commander-in-Chief, United Nations Command, on the one hand, and the Supreme Commander of the Korean People’s Army and the Commander of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 on the other hand, concerning a military armistice in Korea>다. 이를 줄여서 정전협정이라 부른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정전협정보다는 휴전협정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휴전과 정전은 대체로 혼용되지만 엄밀히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정전(停戰)은 <전투 행위를 완전히 멈추는 것>이며 교전 당사국들이 정치적 합의를 이룰 수 없어 전투 행위만 정지하는 것을 뜻한다. 교전 당사국 사이에 이견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제기관이 개입하는 경우 정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반면 휴전(休戰)은 <적대 행위는 일시적으로 정지되나 전쟁은 계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전쟁의 종료를 선언하는 강화조약(혹은 평화조약)의 전 단계다. 국제법상 휴전은 여전히 전쟁상태를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한국전쟁이 중단되면서 체결된 협정은 정전협정이라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정전협정에 정치적 합의 내용이 없으며 국제연합이 협정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박태균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이 정전협정을 반대했기 때문에 정전협정을 <제한된 휴전>의 의미로 보면서 국제법 위반 없이 전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휴전협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즉, <정전협정>보다 <휴전협정>이 더 호전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박태균, <정전협정인가 휴전협정인가>, ≪역사비평. 통권73호 (2005 겨울)≫, 역사비평사, 2005, p88~92)


그런데 영문으로는 정전을 truce, 휴전을 armistice라고 표현하는데 정전협정의 영문 명칭이 armistice로 표현된 것으로 보면 미국과 유엔은 정전과 휴전을 엄밀히 구분하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④ 누가 정전협정을 파기하였나


정전협정은 전문, 5개조, 63개항, 부록으로 되어 있다. 구체적 내용과 파기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참고로 정전협정 원문은 한글, 영문, 중문으로 되어 있는데 한글 원문은 북한이 보관하고 있다. 한국은 영문을 번역한 문서만 보관하고 있다. 한국군은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Preamble)은 정전협정이 ≪쌍방에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한 한국 충돌을 정지시키기 위해, 또 최종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할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최종 평화적 해결이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이 단일국가로 통일하는 것을 말한다. 즉, 통일할 때까지 한반도에 적대행위, 무장행동을 막는 게 정전협정의 목적이다. 그러나 적대행위, 무장행동의 수준이 갈수록 올라가는 현실은 정전협정이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1조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Military Demarcation Line and Demilitarized Zone)를 다루고 있다. 군사분계선만 설정하지 않고 비무장지대까지 설정하는 이유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지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 설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해상분계선이다. 군사분계선을 육지에만 설정(1조 2항)하는 바람에 지금도 동서해에는 분계선이 없다. 특히 동해에 비해 해안선이 복잡하고 섬이 많은 서해의 경우 잦은 충돌로 인해 사실상 분쟁수역이 되어 버렸다. 서해 경계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군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북한은 자체 해상군사분계선과 서해5도 통항질서를 선포하였다.


이 모든 논란은 사실 정전협정이 해상분계선을 설정하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분계선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가장 최근의 합의는 2007년 10.4선언에 나오는 서해 공동어로구역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10.4선언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아직도 서해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설정에서 특이한 부분은 한강 하구 수역(1조 5항)이다. 한강 하구는 유엔군과 북한군 어느 측도 통제권을 갖지 않으며 민간선박에 개방된 지역이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첨예한 대립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 수역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방치된 결과 엄청난 양의 모래가 쌓여 있어 건설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2007년 남북 정부는 10.4선언을 통해 한강 하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역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무산됐다.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가 필요(1조 7항)하다. 문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처럼 남북교류 차원에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데도 군사정전위원회의 한 축인 미군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미군은 언제든 남북교류를 차단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남북이 금강산 육로관광 사업을 추진할 당시 유엔사는 정전협정 규정을 엄격히 적용,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관광객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방해하였다. 북한은 이 사업이 남북 사이의 사업인 만큼 유엔사의 개입을 반대하였다. 그러자 제임스 솔리건(James N. Soligan) 판문점 장성급회담 유엔사측 대표 겸 유엔사 부참모장은 11월 28일 국방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인과 민간인이 비무장지대를 들어가거나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면 사전에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북한군의 입북 동의서도 있어야 하며 이는 금강산 육로 관광객에게도 해당된다≫며 ≪북측이 유엔군 사령부의 승인을 계속 배제하려 든다면 금강산 육로 관광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며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남북 교류협력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하였다. 다음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12월 중으로 계획된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작업을 포함해 남북 인원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든 행위는 유엔사의 사전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버스 운전사라도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면 유엔사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한국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는 12월 1일 금강산 관광객들의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통과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합의하여 5일 답사와 11일 육로 시범 관광이 겨우 실시될 수 있었다.


비무장지대의 출입 역시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민사행정, 구제사업 목적만 허용되며 동시에 천 명 이상 들어가 있을 수 없다(1조 9, 10항). 민사행정 경찰이 휴대할 수 있는 무기도 군사정전위원회가 규정한다. 현재는 반자동소총으로 제한된 상태다. 이렇게 볼 때 남북이 운용하는 전방관측소(GP:Guard Post)는 사실 정전협정 위반이다. 군사정전위원회 허가가 없음은 물론, 인원도 천 명을 훨씬 넘을 뿐 아니라 자동소총은 물론 박격포, 무반동포까지 배치했기 때문이다. 남북은 1960년대 들어 이런 GP를 구축하기 시작해 지금은 200여 개에 달하는 GP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계속) (20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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