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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5·18을 인정하지 않는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3. 5. 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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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이 되는 날이다. 사람들에게 민중항쟁으로, 또 학살로 기억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의 퇴진과 계엄령 철폐를 요구하며 공수부대와 맞서 싸운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긍지 높은 역사다. 정부는 1997년 5월 18일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제정했으며, 2011년에는 5·18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5·18에 대한 폄하와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는 당시 학살된 시신 사진을 싣고 모욕하는 반인륜적인 게시물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한 종편 방송은 5·18을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무장폭동이라며 왜곡 보도하였다. 또 정부까지 나서서 5·18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기념행사 때 제창하지 않겠다고 하여 행사 파행이 예상되고 있다.

4·19혁명이나 1987년 6월 항쟁에 비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만 유독 폄하와 왜곡이 극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크게 세 가지로 짐작해볼 수 있다.

첫째,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시민들이 직접 총을 들고 진압군과 싸운 무장항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한 몸을 던져 피 흘리며 싸웠던 항쟁의 역사는 국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역사지만 권력층에는 감춰야 하는 역사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이들에게 시민들이 무장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항쟁군을 구성한 사람들이 광주시민이 아닌 북한 특수부대라는 황당한 주장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둘째,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보수 정당의 지지도가 매우 낮은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운동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5·18의 상징적 인물 가운데 하나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호남 지역은 지금도 보수 정당을 배척하고 진보개혁정당을 전폭 지지한다. 이런 이유로 보수 세력은 호남을 고립시키기 위해 5·18을 폄하하고 왜곡해 호남 주민들을 '빨갱이', '불순분자'로 몰고 있다. 일간베스트 등 인터넷 상에서 호남 주민들을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미국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준 역사적인 운동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 역사에서 독재와 친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5·18은 미국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뒤집는 계기가 되었다.

광주학살에 미국이 개입했음은 여러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1980년 5월 22일 미 국방성 대변인 토머스 로스는 "존 위컴 주한 유엔군 및 한미연합사령관은 그의 작전지휘권 아래 있는 일부 한국군을 군중진압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한국정부의 요청을 받고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있었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정책조정위원회는 '최소한의 병력을 사용해 광주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결론 내리고 오키나와에 있는 조기경보기 2대, 필리핀 수빅만에 정박 중인 코럴시 항공모함을 한국 근해에 출동시키기로 결정했다.

1980년 당시 경기도 포천 미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던 앨런 바필드(Ellen Barfield)는 2005년 "광주항쟁이 시작되자 주한미군 4만여 명이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고, 폭동 진압훈련도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는 신군부가 진압에 실패할 경우 주한미군을 직접 진압작전에 투입할 계획이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5·18을 통해 미국이 한국 국민이 아닌 군부독재의 편에 있음이 드러났고 이는 이후 여러 차례의 미 문화원 방화사건으로 이어져 한국 내 반미운동을 폭발시킨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미국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경계하는 이들은 반미운동의 신호탄이 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든 폄하하고 왜곡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세계 앞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다. 더 이상 5·18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행동이 요구된다.


*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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