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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한국경제 돌파구를 여는 개성공단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10. 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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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12년 1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섰다. 북측 근로자 통근버스도 200대가 넘었다고 한다. 지난 2004년 말 본격적인 공장가동 이후 7년 4개월만이다. 가동 기업체도 2005년 18개 업체에서 2012년 123개로 증가하였다. 통일부 통계에 의하면, 개성공단은 2012년 6월 생산액이 4289만 달러로,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단절 선언인 ‘5.24조치’가 발효된 2010년 6월 2645만 달러에 비해 무려 62%나 성장했다. 세계 경제가 어렵고 남북관계가 냉랭한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공단이 가진 잠재력이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실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를 대비하며 2005년부터 2010년 9월까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생산활동이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먼저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현재 한국 내 협력업체가 약 6,000여개에 달하고 이들 사이의 거래규모만 연평균 48억 달러나 된다. 개성공단 업체들과 남측 기업들 사이의 연계가 깊다보니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생산 활동이 한국 경제 전체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효과, 생산유발효과는 47억 4368만 달러에 달하고, 부가가치는 같은 기간 동안 13억 7817만 달러에 이르렀다. 취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북측 근로자가 1만 명 늘어날 때 개성공단과 연계를 맺고 있는 남측 기업의 고용도 5천 명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이 이미 한국 경제와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북관계 전면 단절을 선언했던 이명박 정부도 개성공단만큼은 전면적으로 가동 중단시킬 수 없었다. 대선 후보들이 앞 다퉈 개성공단의 발전방안에 대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만큼 개성공단이 가진 잠재력과 영향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여전히 ‘저임금’을 활용한 중소기업 수출단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각에서 향후 개성공단을 노동집약적 공단으로 계속 활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유턴(U-turn) 특구’ 전략이다. 

‘최저임금 63.8달러’만큼이나 저평가된 “유턴(U-turn) 특구” 계획 

남북관계가 단절되어 개성공단 개발이 지체되고, 한국 중소기업의 현황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현대경제연구원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최근 개성공단에 대한 대안으로 이른바 ‘유턴(U-turn) 특구’를 제시하고 나섰다. ‘유턴 특구’는 “중국ㆍ베트남 등지에서 다시 돌아오는(유턴, U-turn) 중소 제조업체를 위해 개성공단을 이용하자”는 개념이다. 

이 같은 개념이 제시되는 이유는 개성공단 사용 비용이 베트남 딴뚜언 공단이나 중국 청도공단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개성공단 노동자의 월 최저임금은 월 63.8달러로 중국 청도공단의 33%, 베트남 딴뚜언공단의 67%에 불과하다. 토지 가격도 ㎡당 39달러 수준으로 청도 100~200달러, 딴뚜언 200~260달러보다 현저히 낮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의 비용이면 한계에 봉착한 중소 제조업체들이 개성공단을 “사막의 오아시스”로 여길 만하다. 그러나 북한이 특혜 수준으로 책정한 개성공단 최저임금과 토지비용은 앞으로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이 중국과 합의한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최저임금은 80달러 선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심이다 보니 벌써부터 구인난도 발생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2월 현재 123개 입주기업의 수요를 파악한 결과, 2~3만 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개성공단에 노동집약적인 입주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다면 자연히 임금 인상 압력도 거세질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른바 ‘유턴’전략이 ‘수출로 먹고살자’는 낡은 성장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노동력에 기초한 단순 가공, 그리고 수출로 이어지는 한국 경제 성장 전략은 이미 서민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 기초한 ‘유턴 특구’ 대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임시방편일 뿐 ‘민족의 부강 번영을 이루기 위한 대안’과는 거리가 멀다. ‘유턴 특구’ 주장은 ‘63.8달러 최저임금’만큼이나 개성공단을 저평가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동북아분석팀장의 보고서에 따르면, 본래 개성공단은 2012년까지 총 면적 2000만평에 전기전자, 의료 정밀기계, 자동차 부품, 생명과학, IT분야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분야의 2000개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북이 애초에 합의한 개성공단 개발계획은 위와 같은 큰 방향만 제시되어 있을 뿐 여전히 많은 부분을 물음표로 남겨두고 있다. 이를테면 2000개의 기업을 외국기업, 재벌계열사, 혹은 중소기업 중 무엇을 중심으로 유치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또 애초 계획이 구체적이었다 하더라도 개발이 중단된 이후 변화된 남과 북의 경제상을 개발 계획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향후 개성공단을 어떻게,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인 셈이다. 

한국 경제 문제점을 타개할 실마리, 개성공단 



그렇다면 개성공단이 남과 북에 모두 이익이 되고, 문제점 해결에 도움이 되는 공단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성공단이 가진 잠재력을 “대외 의존 경제, 재벌 경제, 1%를 위한 경제”로 압축되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타개할 원동력으로 만들고 남과 북에 모두 이익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제시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향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위탁 가공 후 외국에 수출하는 기업보다 북한 기업과의 합영, 합작을 우대해야 한다. 북한 기업과의 합영, 합작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한국 기업은 북한 내수용품을 생산하는 기업과의 합작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에서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체제라는 점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음으로 북한 내수용품 제조업체와의 합영 합작은 북한 내 원자재를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내수 중심의 합영 합작’ 원칙으로 ‘유무상통’을 전면화하고 8000만 경제공동체의 내수 기반을 마련하며 대외의존경제를 탈피할 단서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경제의 자립성이 탄탄해진다. 

두 번째로, 개성공단에 유치할 산업은 경공업 중심에서 점차 첨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테면 의료정밀기기, 신소재 개발, 자동차 부품, 소프트웨어, 대체에너지 개발, 생명 공학 같은 분야가 해당될 수 있다. 첨단 산업을 장려해야 더 많은 부가가치가 발생되고 남과 북에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된다. 

세 번째로, 개성공단에 입주할 기업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을 우대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산업분야에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우선 입주시켜 우량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문제는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문제이자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임금과 토지임대료 등에서 엄청난 특혜를 제공받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선정함에 있어서 중소기업을 우대하여 재벌 중심 경제를 탈피할 단서를 마련할 수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원칙을 반영한 개성공단 개발은 “대외 의존 경제, 재벌 경제, 1%를 위한 경제”를 “자립성 튼튼한 경제, 중소기업으로 발전하는 경제, 노동자 서민이 잘사는 경제”로 변화시킬 주춧돌이 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북한 경제의 상황이다. 만약 북한 경제가 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처럼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 위와 같은 계획은 실현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북한 경제의 변화상을 볼 때 ‘2000개 첨단분야 중소기업 육성’ 계획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 

실현 가능성 높이는 북한 경제의 변화 

먼저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보면 북한 정부 예산 수입 내역 2005년 3885억 원(북한 원)에서 2012년 5739억 원으로 47.7%, 연평균 7%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북한 정부의 예산이 증가한다는 것은 사회 전체 구매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다. 또 잡지 민족21이 노동신문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의하면 북한 공업총생산액이 “2010년 11월 말까지 2009년 같은 기간에 비하여 1.3배 장성(30% 성장)”했다고 한다. 노컷뉴스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최근 들어 평양시내 전기사정이 상당히 좋아져 24시간 전기 공급체제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보도 내용들은 북한 산업이 일정한 성장궤도에 올랐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변화상은 휴대전화 가입자 폭증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2011년 11월 14일 보도에 의하면, 북한 휴대폰 가입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이집트 ‘오라스콤’사는 2011년 9월 말 현재 북한주민 3G 가입자가 “1년 전 30만 명에서 현재 8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경제의 성장은 기존 남북합작기업의 실적으로도 반영되고 있다. 2000년부터 북한의 승용차량 생산, 구매, 중고차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평화자동차’는 그 동안 한 해 300대 내외의 판매 실적을 올리다가 2009년 판매량이 급증하여 1000대를 넘은 데 이어 2012년 2000대 판매 목표로 영업 중이라고 한다(그림 3). 북한 경제의 구매력 상승이 자동차 판매 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평화자동차’는 북한 조선민흥총회사와 7:3 합작을 통해 설립된 대표적인 ‘남북합작기업’이다.

 

물론 이와 같은 몇 가지 사실이 북한 경제의 모든 사정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경제 사정이 일정하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단지 현재 개성공단 입주업체들과 한국 중소기업들이 이명박 정권의 5.24 대북봉쇄조치로 인해 북한 내수시장을 겨냥한 대담하고 장기적인 합작, 합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남북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의 미래도 밝다. 2009년 9월 21일에 있은 평양 국제상품전람회에서는 북한 CNC 정밀공작기계인 ‘연하기계’가 출품, 전시된 바 있으며 2012년 9월 25일 열린 평양 국제상품전람회에서는 자체 개발한 태블릿PC를 공개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 태블릿PC는 북한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리눅스 기반의 OS가 깔려있다고 한다. 북한 IT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남북 합작기업은 이미 씨앗을 뿌렸다. 대표적으로 2004년부터 삼성전자가 북한의 우수 IT인력을 활용한 합작투자를 시작하여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2000개 첨단분야 중소기업 육성’ 전략은 한반도 통일 경제, 민족 공리공영의 실마리를 마련해준다. 중소기업 중심의 창조적 기술 혁신, 고용 창출, 내수 활성화로 경제의 자립적인 토대가 튼튼해지고 서민을 살리는 경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개성공단’으로부터 시작되는 전면적인 남북 경제협력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개성공단 2, 3단계 개발과정은 향후 10.4 선언에서 합의된 해주 경제특구, 서해 평화협력지대 등 전면적 남북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해 줄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성공단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의 주춧돌이자 대안을 마련할 산파라 볼 수 있다. 

야권 대선 후보들이 앞 다퉈 남북 경협을 부르짖고 있는 조건에서 현재 남은 문제는 단 하나, 전면적인 남북 경제 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의 대북 경제 봉쇄조치다. 지금도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미국의 봉쇄조치로 인해 컴퓨터 등 사소한 전자 장비도 북으로 들고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결보다 협력, 분단보다 통일을 확고히 지향할 수 있는 대통령만이 적대적인 북미관계로 얼룩진 남북 경제협력을 복원하고 본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다. 개성공단을 명실상부한 민족경제의 ‘대안’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정권을 기대해본다.


*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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