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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이탈인가 양산인가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10. 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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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인권의 도발적 문제제기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한반도 정세가 전쟁접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요구하는 북한과 정전체제를 지키려는 미국의 군사적 긴장은 실제 무력충돌의 단계가 우려될 상황으로 증폭되고 있다.

“탈북자”가 문제다. 상생과 공영의 시대라는 21세기에, 한국사회 한복판에 버려진 탈북자는 우리사회의 인권실태를 되돌아보게 한다. 보수세력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사실관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북한인권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중요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는 탈북자 인권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순리이다. 

특히나 탈북자는 최근 이른바 “동까모” 사건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쟁점현안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동아일보에 의하면 이른바 “동까모” 사건에 연루된 탈북자 전영철은 북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행자금이 미국에서 제공됐으며 최종 승인도 미국이 내렸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전영철이 폭파 계획에 “괴뢰(국가)정보원 요원인 고동균과 심가 놈, 괴뢰군 기무사(령부)의 손기만이라는 자가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하였다.

북미간 대립상황이 첨예한 가운데 발생한 이른바 “동까모”사건은 한반도 정세의 위험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목숨 건 폭파공작에 내몰리는 탈북자들의 심각한 실태도 심각한 문제이다.

탈북자가 부풀려질 수 있는 애매한 법 규정

탈북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 탈북자의 법률상의 명칭은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1997.1.13시행. 이하 탈북자 지원법률)에서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이하 북한이라 한다)에 주소․직계․가정․배우자․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북한주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한을 벗어난 모든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를테면, 북한에서 해외출장을 나온 사람도 탈북자 지원법률에 의한다면,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북한이탈주민, 즉 탈북자가 되고 만다. 사실상 북한 영내를 벗어난 모든 북한주민을 “탈북자”의 잠재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한주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단 북한주민들을 북한영내에서 벗어나게만 한다면 그가 누구이던지 법적으로 “탈북자”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북한주민을 꼬드겨 중국으로 넘어오더라도 해당 주민을 탈북자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실제로는 중국을 오가는 북한주민은 매우 많다. 변경지역에서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북한주민은 중국에 나와있을 때에는 탈북자가 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남한행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위해 북한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중국에 나와있는 북한주민들과 한국에 입국한 북한주민들을 확실히 구분해 언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우리사회의 소수자 인권문제의 일환으로 탈북자 인권문제를 제기하므로 일단 탈북자를 한국사회에 입국한 북한주민에 한정시켜서 규정하고자 한다.

탈북자 양산 구조

한국사회는 탈북자를 양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먼저 중국에 나온 북한주민의 남쪽행을 강하게 유혹하는 탈북자정착지원금이다. 탈북자들은 한국딸을 밟을 경우, 3개월간의 하나원의 교육을 마치게 되면 초기정착금제도에 따른 정착금 지원을 받은 후 여러 지역의 지역적응센터로 가게 된다. 이 때 초기정착금제도는 아래 <그림 1>와 같다.



<그림 1> 탈북자 정착금 현황

정착기본금은 국내 입국 탈북자 모두에게 지급되며, 그 금액은 1인 가족의 경우 최하 600만원, 주거지원금 1,300만원을 포함할 경우 1,900만원 수준이다. 

1900만원은 한국사회에서 성인이 정착하기엔 태부족한 돈이다. 물론 정부가 제공하는 직업훈련을 받을 경우 수령액은 최고 2240만원으로 늘어나기는 하지만, 1년도 버틸 수 없는 액수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평생 북한에서 생활해 한국에서 경제활동 경험이 전무한 북한주민들에게 2240만원이란 돈은 천문학적 액수이며 중국사회에서도 꽤 큰 돈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관계로 실제 만주를 오가는 수많은 북한주민들은 누구나 이른바 2천만원이 넘는 정착지원금의 유혹 앞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이런 식으로 정착지원금을 뿌리다보니, 정착지원금을 노린 탈북브로커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2240만원이라는 상당한 거금으로 북한주민들을 끌어들인 다음 이남행 성사를 위한 소개비 명목으로 탈북주민에게 수백만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예로서 데일리서프라이즈가 2005년 3월 2일에 폭로하였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 탈북난민보호 운동본부에서 일어난 범죄행위를 들 수 있다. 이 운동본부의 한 보호국장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가족들을 북에서 데려다 준다는 명목 하에 선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와 함께 탈북자에게 의심할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실패한다면 돈을 돌려주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그는 여러 탈북자로부터 4억 원 이상의 돈을 받았다고 한다.

김지성 탈북난민구출연합 회장은 2011년 2월 16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탈북 브로커가 약 2백여 명 활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영내를 벗어난 주민”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한 데 이어 탈북자 정착 지원금을 만들고 1인당 최대 2240만원의 금액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 정착지원금을 노린 탈북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게 되는 탈북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앞선 <그림 1>에 의거하더라도 탈북자 관련 법안, 정착지원금, 탈북브로커의 탈북시스템이 완성된 2000년대 후반이 되자 탈북자는 급격히 늘어나 연간 3000명에 육박하게 되었다. 

남한 입국 탈북자, 이탈인가? 양산인가?

그러한 관계로 남한 입국 탈북자를 “경제난 때문에 북한을 떠난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아래 <그림 2>에 의하면 북한의 경제가 매우 힘들었던 1990년대 중후반에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는 연간 100명이 채 안 되는 규모였다. 이 시기, 상당수 북한주민이 만주와 연변지역을 오고 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시절 탈북자는 정작 얼마되지 않는다. 

그런데 2000년 이후, 북한경제가 (+) 성장에 진입해 경제난 때문에 만주일대에 일시적으로 나온 북한주민의 수가 현저히 감소할 무렵에 남한 입국 탈북자는 오히려 증가하기 시작한다. 점차로 늘어나던 남한 입국 탈북자 수는 2006년에 연간 2000명을 돌파하더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매년 3000명에 육박하는 남한 입국 탈북자가 양산되고 있다. 2000년도 이후 입국 수가 전체의 95%에 달할 정도다. 



<그림 2> 연도별 탈북자 입국 현황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하던 90년대에는 정작 얼마되지 않던 탈북자들이 2000년대 들어 집중적으로 한국땅을 밟기 시작하였으며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자 더욱 큰 규모로 늘어났다는 통계자료는 국내 유입 탈북자가 북한내부의 경제사정에 의해 발생하는 요소보다 남북관계와 남측의 대북정책에 오히려 더 크게 영향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당수 탈북자는 희생자

탈북자는 이제 다른 의미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 

2006년 7월 17일, 월간중앙 8월호가 국내거주 탈북자 2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전체의 54.6%나 되는 응답자가 '처벌이 없으면 북한으로 돌아가는 생각도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아무리 고등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남측에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탈북자 가운데 집을 가진 사람은 전체의 3%에 불과하며 44%에 달하는 탈북자가 한국사회 내에 친구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탈북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126만9000원으로, 전국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271만원의 47% 수준에 불과하며 일반 국민들 가운데 3.2%수준인 기초생활 수급률도 탈북자 계층에서는 54.4%로 큰 비중을 나타낸다. 

남한이 좋아 북한을 버리고 내려왔다고 알고 있는 탈북자의 54%는 오히려 북한으로 되돌아간다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런 측면에서 상당수 탈북자는 무분별한 탈북양산 시스템에 의한 피해자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들의 조사결과가 말해주듯, 그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하며 상당수가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른바 “귀순용사”라 부르던 80년대 냉전식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진정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를 생각한다면, 원하는 탈북자들에 한해서는, 이른바 “자유송환제도”를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탈북자 인권문제. 우리사회의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항목이다. 

* 위 원고는 2012 통일논문경연대회에 제출한 덕성여대 참가팀의 "통일시대 탈북자 문제의 해결방안"(2012) 원고를 참조하였습니다. 


*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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