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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1위원장의 계승정치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10. 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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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김정은 등장 2년> 김정은 리더십 연구 ⑤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10년, 9월 28일 조선노동당 제3차 당대표자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정치무대 전면에 등장하였을 때 서방진영은 한결같이 그의 젊은 나이에 놀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등극하자 서방진영의 공격적 평가는 더욱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젊은 지도자가 정치적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일각에서는 원로측근들이 정치를 맡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을 종합할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의 당, 정, 군을 완전히 관할하는 상태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전부터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2012년의 우주발사체 발사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전격공개에 이르기까지 북미대결의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관장하며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오늘날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의 대파국도,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판단착오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결과일 수 있다. 

2011년 12월 24일, SBS는 <미지의 후계자, 김정은 대장은 누구인가>에서 ‘마감발언’을 다음과 같이 달았다. “29살의 젊은 통치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단단한 초석 위에 서 있습니다.”

필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정치무대에 등장한 지난 2년간의 “김정은 리더십 연구”를 연재하고자 한다. 정부당국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국익”의 차원에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학계에서도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분석에 나서서 정부당국이 현실적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끔 견인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고 판단한다. 

1. 논문 집필에서 군사작전까지 
2. 대중 친화적 리더십 
3. 기성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 
4. 한미당국에 대한 강한 압박전술
5.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계승정치

5.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계승정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추대된 지 2년이 되었다. 작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서 이후 최고지도자로서 북한을 이끌어오고 있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방식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북한의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알기 위한 필수 공정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계승정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방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특징은 계승정치다. 북한은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이 후계자를 잘못 세워 무너졌다고 판단하고 앞 세대 지도자의 정치철학과 노선을 가장 잘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을 후계자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치철학과 노선을 얼마나 계승하느냐는 북한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는 단지 지도부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다. 

이는 국내 언론보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7월 29일자 YTN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면 “강대국 간섭을 반대하고 북한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주체사상의 근본 가치와 충돌하는 속성”을 안고 있어 주민들이 “정당성을 의심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였다. 계승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북한 주민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의미다. 

계승성의 상징적 표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습이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각종 논문과 담화, 연설, 그리고 각종 조치들을 통해 알 수 있다. 국내에 공개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든 논문과 담화, 연설 내용을 보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4월 20일 발표한 논문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이시다’, 4월 6일 담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우리 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높이 모시고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성해나가자’ 등에 이러한 내용이 집중되어 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노동당 총비서,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결정 ▲헌법과 당규약을 개정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추가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의 당으로, 당의 지도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결정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개편 ▲만수대 언덕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 건립 등의 조치를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계승한 후계자임을 분명히 했다. 

정책과 노선의 계승 여부 

그렇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기존 정책과 노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승하고 있을까? 북한의 기본 정치사상은 주체사상이며 이것이 구체화된 것은 선군정치이고 국가적 목표로 사회주의 강성국가가 제시되어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4.15 열병식 연설을 통해 주체사상, 선군정치, 사회주의 강성국가 노선을 그대로 관철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유영구 민족21 편집기획위원은 4월 22일 통일뉴스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는 4.15연설에서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의 길’을 추구할 것을 밝혔다. 자주·선군·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3대 노선은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사상적 기초 위에서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자주노선’은 북미 대결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4월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발사 당시 미국의 반대 입장에 대해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라며 강경히 대응하였고 이후 유엔 안보리의 규탄에 대해서도 2.29합의 폐기로 단호히 맞섰다. 최근 한미 사이에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확정되자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과 괌도, 나아가서 미국 본토까지 명중타격권에 넣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미국 본토 공격가능성으로 맞서며 자주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 방문을 시작으로 1월 한 달 동안에만 제169군부대, 제3870부대 및 공군 제354부대, 제671부대 등을 잇달아 방문하여 선군정치를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은 4월 27일, 국토관리사업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데 이어 평양 중앙동물원, 만경대유희장, 능라인민유원지 등 문화시설에 대한 방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사회주의 강성국가’의 목적으로 ‘인민생활향상’을 내걸고 있는 것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9월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6차 회의 결과도 의미심장하다. 이례적으로 1년에 두 차례 열린 최고인민회의였기에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이 경제개혁 관련 특별 결정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만 결정됐을 뿐 경제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의 기대와 달리 북한은 앞선 노선을 변경하는 ‘개혁개방’을 하기보다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쏟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독특한 정치방식도 계승 

동아일보사가 발행한 ‘2004년판 현대시사용어사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유의 정치방식으로 “인덕정치, 광폭정치, 선군정치, 과학중시정치, 음악정치”를 꼽았다. 이들 방식 역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북한은 이야기한다. 

국내 언론들은 ‘인덕정치’, ‘광폭정치’의 예로 북한을 몰래 빠져나왔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를 다시 초청해 포옹을 하는 모습이나, 그의 딸을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시킨 일을 꼽는다. 또한 탈북 여성 박정숙이 재입북하자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어주고 평양에 아파트까지 마련해주며 다른 탈북자들에게도 처벌하지 않으니 돌아오라고 하는 모습도 하나의 사례로 들 수 있다. 

또 열린북한방송은 3월 21일자 방송에서 중국에 9년이나 불법체류한 한 여성이 작년 말 국상 기간에 북한으로 돌아가 거액을 국가에 헌납했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민족적 양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 돈을 버느라 얼마나 고생했겠는가, 본인에게 그대로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2월 16일자 북한 언론들이 공개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필서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자강도 만포시 주민들이 군인들에게 쌀을 보내주겠다고 제안하자 성의로만 받고 쌀은 시민들, 어린 아이들에게 전달하라며 부결한 것이다. 

‘음악정치’의 대표적 사례는 모란봉악단이다. 북한 언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을 ‘친히 조직’하였고 직접 ‘지도’했다고 한다. 모란봉악단은 높은 기량을 가지고 국제무대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북한의 대외노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활동 방식의 계승 여부 

현지지도 중심의 활동 방식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식과 동일하다. 현지지도는 북한정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정치방식으로 지도자가 주민들 속에 들어가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종의 직접정치 방식이며 북한의 전통적인 정치방식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 역시 현지지도에 상당한 비중을 기울이고 있다. 

7월 2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6월 사이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모두 80회라고 한다. 이 가운데 4.15 열병식 같은 공식행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현지지도다. 이 가운데 군 관련 공개 활동이 28회(35%), 경제·산업 관련은 3회(4%), 주민복지 관련이 16회(20%) 등이다. 

이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철학이나 노선, 주요 활동방식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거의 동일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유사성은 심지어 외모나 목소리, 필체에서도 나타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외모가 젊은 시절 김일성 주석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옷차림 역시 양복 대신 닫긴 깃 인민복을 입는다. 4월 20일자 자유아시아방송은 보도에서 머리칼 모습, 말투, 손짓 등이 김일성 주석의 모습과 많이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또 4월 16일자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목소리를 비교 분석한 결과 발화율, 즉 발성 속도가 비슷하며 기본 성대 톤이 모두 129Hz를 나타내며 음색도 굉장히 비슷하다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2012년 1월 30일 통일뉴스는 보도를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서명 글씨체가 공개됐는데 글씨를 비스듬히 흘려 쓴 것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른바 ‘백두산체’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또 지금까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저작이 10여 편 발표되었는데 내용이나 형식, 문체 등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저작과 매우 흡사하여 문체만 놓고 보면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든 것을 계승하고 있어 유사점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일정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출처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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