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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10. 1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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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김정은 등장 2년> 김정은 리더십 연구 ③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10년, 9월 28일 조선노동당 제3차 당대표자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정치무대 전면에 등장하였을 때 서방진영은 한결같이 그의 젊은 나이에 놀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등극하자 서방진영의 공격적 평가는 더욱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젊은 지도자가 정치적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일각에서는 원로측근들이 정치를 맡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을 종합할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의 당, 정, 군을 완전히 관할하는 상태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전부터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2012년의 우주발사체 발사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전격공개에 이르기까지 북미대결의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관장하며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오늘날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의 대파국도, 사실상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판단착오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결과일 수 있다. 

2011년 12월 24일, SBS는 <미지의 후계자, 김정은 대장은 누구인가>에서 ‘마감발언’을 다음과 같이 달았다. “29살의 젊은 통치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단단한 초석 위에 서 있습니다.”

필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정치무대에 등장한 지난 2년간의 “김정은 리더십 연구”를 연재하고자 한다. 정부당국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국익”의 차원에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학계에서도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분석에 나서서 정부당국이 현실적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끔 견인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고 판단한다. 

1. 논문 집필에서 군사작전까지 
2. 대중 친화적 리더십 
3. 기성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 
4. 한미당국에 대한 강한 압박전술
5.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는 계승정치

3. 기성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행보 가운데 특징적인 점은 대북전문가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이다. 

공개연설을 통한 대중정치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의 조선인민군 열병식장에서 “최후의 승리를 항하여 앞으로”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공개연설을 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연설은 6월 6일, 소년단 창립 경축 연합단체대회에서도 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8월 25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영도 52돌 경축연회”에 참석해 연설한 내용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방영되었다. 

KBS 뉴스는 인터넷 앵커멘트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4월 15일자 연설을 놓고 “20분이 넘는 긴 연설!”이라며 이례적으로 느낌표를 덧붙였다. (http://news.kbs.co.kr/politics/2012/04/16/2463226.html) 이를 두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주민들에게 직접 국정 목표를 제시하고 협력을 호소하는 김일성식 연설정치가 본격화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평가하였다. YTN은 4월 15일의 연설을 두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 같은 모습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행보와 비슷하다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라고 보도하였다. 

특히 신문 머니투데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4월 15일자 연설 전문을 인터넷상에 게재할 만큼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리설주 부인을 동행하는 파격 

김정은 제1위원장의 파격행보는 단연 리설주 부인의 등장에서도 발견된다. 2012년 7월 6일,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 당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바로 옆에 리설주 부인이 앉은 모습이 7월 7일 조선중앙방송 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7월 25일,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 소식을 전하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오셨습니다”고 보도하면서 리설주 부인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이틀 뒤인 7월 27일, 연합뉴스는 리설주 부인이 지난 2005년, 아시아 육상대회 응원단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1989년생으로 올해 24살인 리설주 부인은 군 간부가 아닌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평양 금성2중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했다고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연합뉴스는 리설주 부인에 대해 “검은 원피스에 붉은 자켓으로 포인트를 주는가 하면, 목선이 드러나는 우아한 검정색 투피스, 노란색 물방울 무늬 원피스에 하이힐까지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했고 당당한 표정과 편안한 몸짓, 지근거리에서 남편 김정은과 나란히 걷는 모습은 거침이 없었습니다”라고 보도하며 “신세대 퍼스트레이디”라고 지칭하기까지 하였다. 

언론은 리설주 부인과 관련된 일화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SBS는 9월 18일자 기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9월 4일 평양 만수대지구 창전거리에 건설된 고층아파트 단지를 찾은 소식을 전하며 “그런데, 김 비서의 이번 만수대지구 방문을 더욱 부각시킨 것은 리설주의 행동이었다. 리설주는 입주민 가정을 방문하며 손수 빚었다는 만두를 가져가는가 하면, 부엌에서 직접 술잔까지 씻는 ‘파격’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정은 제1비서가 선물로 가져온 술을 가족들에게 따라주려고 하자, 리설주가 부엌으로 달려가 술잔으로 사용할 컵을 씻기 시작했던 것이다. 최고지도자 부인의 ‘황송’한 행동에 당황한 안주인이 황급히 부엌으로 달려갔음은 물론이다”라고 보도하였다. 리설주 부인의 행동을 SBS는 “‘황송’한 행동”이라고 표현하였다. 분명한 사실은 사전에 미처 예측하지 못한 파격적인 행보라는 점이다. 

리설주 부인에 대한 연이은 언론의 관심에 반북보수진영이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 반북보도매체인 코나스넷은 9월 13일자 칼럼에서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원고를 개재하였다. 칼럼에서 정용석 교수는 “‘리설주 마케팅’은 서울에도 점차 먹혀들어 가고 있다. 방송과 신문들이 연이어 멋쟁이 리설주에 관한 스토리를 쏟아내고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에 대한 호기심이 퍼져 가고 있다”라고 진단하며 리설주 부인과 관련한 남측의 여론을 우려한 것이다. 

부정적 사실관계도 구체적으로 묘사 

김정은 제1위원장은 사실관계를 상당히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도록 하고 있는 듯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4월 13일의 “은하 3호” 발사과정이었다. 4월 13일 오전, 북한은 은하 3호를 발사하였지만 궤도진입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북한은 발사 4시간여 만인 낮 12시 속보를 통해 “지구 관측 위성 광명성 3호가 궤도진입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현재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또한 KBS “남북의 창”은 9월 15일, 북한당국이 수해피해도 매우 즉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북한방송은 헬기까지 동원해 수해 상황을 신속하게 방송했고, 피해 규모를 자세히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5월 10일, 중앙일보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 만경대 유희장(놀이 공원)을 허술하게 관리한 간부들을 크게 질책했다”고 보도하였다. 오마이뉴스는 5월 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인용 보도하였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날 2계단 유희장의 ‘배그네(바이킹)’ 앞 구내도로가 심히 깨진 것을 보고 “도로포장을 마지막으로 한 것이 언제인가”라고 물으며 “도로관리를 잘하지 않아 한심하다”고 하였다. 오마이뉴스는 또한 “그는 또 유희장 구내의 보도블록 사이에 돋아난 잡풀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한 포기 한 포기 직접 풀을 뽑으며 다시 ‘이렇게 한심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말이 바로 이런 곳을 두고 하는 소리’라고 격한 어조로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부정적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 지적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논문에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4월 27일, 당, 국가경제기관, 근로단체 책임일군들과 진행한 담화를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전환을 가져올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형식으로 발표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해당 논문에서 “지금 지방들이 잘 꾸려져있지 못하고 도소재지들을 꾸린것을 보아도 지방별로 특색이 없습니다”라고 지적하며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지방도시계획을 주문하는가 하면 “지금 지방을 다니면서 보면 생땅이 드러난 곳이 많은데 보기에도 좋지 않고 바람이 불면 먼지가 일어 좋지 않습니다.”라고 하여 토지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또한 “해마다 장마철에 무더기비가 내려 큰물이 나면서 적지 않은 부침땅이 매몰되거나 류실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장마철 대책과 강바닥 파기, 제방쌓기 등 수해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군님의 유훈대로 논밭에 무질서하게 널려있는 전주대들을 다 정리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우리 나라의 논과 밭은 개간한지 오래고 비탈진 곳이 많기때문에 영양분이 비물에 씻겨내려가 척박하고 산성화되여있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벌거숭이가 된 산들이 많습니다”라고 구체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국토관리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모란봉악단의 공연 

김정은 제1위원장의 파격행보는 문화예술부문에서도 두드러진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지도하였다고 알려진 모란봉악단의 7월 6일 시범공연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라는 평가가 가능할 만큼 파격적이다. 

모란봉악단은 우선 악기선정이 파격적이다. 통일학연구소의 한호석 소장은 모란봉 악단을 두고 전자바이올린 3명, 전자첼로 1명, 전자건반악기 2명, 전자기타 2명, 피아노 1명, 드럼 1명, 색소폰 1명, 성악가 5명을 포함하여 모두 16명으로 구성된 전자악단이라고 분석하였다. 전자기타와 베이스기타가 기본이 되는 서양식 전자음악과 전혀 다른 악기구성이다. 한호석 소장은 또한 “화려한 무대조명을 역동적으로 비추면서 때때로 레이저조명도 동원하였고, 공연무대 바닥에서 위로 쏘는 불꽃장치까지 등장하였다.”며 확연히 달라진 북한의 공연형식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달라진 공연형식보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모란봉악단의 공연에서 미국 대중노래를 비롯한 외국노래들이 연주되었는데 가장 파격적이었던 부분은 영화 ‘록키(Rocky)’의 주제곡이었던 빌 콘티(Bill Conti) 작곡의 ‘이제 곧 날아오르리(Gonna Fly Now)’가 연주되었던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공연 가운데에는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를 비롯한 각종 디즈니 만화캐릭터들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란봉악단의 공연 전체가 미국풍이었던 것은 아니다. 공연에는 ‘아리랑’, ‘예쁜이’, ‘그 품 떠나 못살아’ 등 북측 경음악들도 선보였다. 

모란봉악단의 공연은 해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하다. 한국경제신문은 9월 6일, “중국에서 '북한판 소녀시대'로 불리는 모란봉악단 5중창의 공연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며 중국의 반향을 전했다. 기사에 의하면 모란봉악단의 동영상은 중국에서 게재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46만회를 넘기고 1천2백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연이은 유원지 건설 

김정은 제1위원장의 파격행보는 도처에서 이어지고 있다. 1월 8일, 조선중앙TV는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에서 놀이기구에 탑승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습을 방영하였다. 7월 25일, 릉라인민유원지 준공식장에서도 김정은 제1위원장은 중국 류훙차이 대사, 평양 주재 영국 대사관의 바나비 존스 등과 함께 놀이기구를 탑승하기도 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유원지 행보도 파격적이다. 대성산 유원지, 만경대 유희장, 청년개선공원, 릉라인민유원지, 중앙동물원, 평양민속공원 뿐만 아니라 문수물놀이장, 창광원, 인민야외빙상장 등 각종 유원지 건설이 한창이다. 재일 조선신보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각지의 유원지를 통일적으로 관리하는 “유원지 총국”을 신설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9월 13일, “‘김정은 시대’ 北엔 놀이공원 개발 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당국이 평양뿐 아니라 각 지방에도 놀이공원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북한은 자강도의 강계청년유희장, 함경남도의 함흥청년공원, 강원도의 원산청년공원에 설치된 놀이기구를 현대화하고 평양의 놀이공원을 모범을 각 도에도 놀이시설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라고 보도하였다. 

소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방식이 파격적이란 데 대해서는 남측의 언론들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물론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연설, 부인동행, 부정적 현상 비판 등을 북한에서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미 김일성 주석을 통해 취해졌던 모습들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1970년대 초기 논문을 살펴보면 부정적 현상에 대해 비판하는 대목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행보는 최근 북한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행보였기에, 대북전문가들과 남측 국민들에게 새로운 파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방식이 북한주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가 하는 점이다. 경향신문은 9월 14일, S&P의 한국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S&P는 등급 상향 조정 이유로 ‘북한 리스크’ 축소를 들었다. 북한의 원만한 권력 승계로 갑작스러운 붕괴 등 급변 위험이 감소했다고 본 것이다”라고 보도하였다. 서방세계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방식을 일단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파격행보는 서방진영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 2012년의 북한을 서방진영에 알리는데 역할을 하였다. S&P로 하여금 “원만한 권력승계”라는 평가를 이끌어낸 김정은 제1위원장. 그의 파격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출처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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