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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전쟁위기①] 일촉즉발의 세계정세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10. 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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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주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주변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적 갈등, 정치·군사적 갈등 할 것 없이 갈등의 양상은 전 방위적이다. 더군다나 최근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조치는 국제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이 달러를 무기한으로 방출하는 양적완화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위기의 골이 그만큼 깊고 별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미국의 세계적인 경제패권이 위협받고 있다. 오바마행정부가 미국경기만을 살리는 정책을 고집한 결과 주변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미국은 세계 패권을 고수하려고 한다. 중동지역에서의 반미시위, 일본의 우경화, 브릭스 국가들의 미국중심 경제 질서에 대한 불만 등 세계 곳곳에서 미국 패권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국은 패권유지를 위해 정치적 개입은 물론이고, 나아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하반기, 세계정세는 상당히 긴장된 국면이다. 

양적완화의 정치경제학 

9월13일 미국 중앙은행은 3차 양적완화(QE3)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매월 400억달러 규모로 주택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번 3차 양적완화가 기존 1, 2차 양적완화조치들과 다른 점은 그 기한이 무기한이라는데 있다. 고용상황이 개선될 까지 무기한으로 시중에 돈을 살포하겠다는 것이다. 돈 살포의 정해진 기간이 없으니, 사실상 최후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양적완화 조치들은 투기를 부채질해 상당한 부작용을 동반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미국과 여타 국가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2차 양적완화 때를 보면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곡물시장, 원자재 시장에 투기자금으로 몰려 들어가며 세계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물가상승 압력은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려 제3세계 국가들의 민생을 악화시켰다. 그 결과 튀니지의 청년 노점상 분신 사건을 뇌관으로 아랍 민중의 항쟁이 폭발했다. 미국 중동 전략의 핵심거점 중 하나인 이집트에서 친미정권이 무너지고 튀니지에서도 친미정권이 붕괴하였다. 미국의 중동 개입전략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달러가 대량으로 방출되자 달러가치가 떨어져,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달러가치가 하락함에 따라(달러대비 자국 돈의 가치는 커짐) 수출경쟁력 저하를 우려한 여타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며 환율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3차 양적완화의 효과가 다른 국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 봐야 한다. 물론 2차 양적완화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시가와 속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양적완화 조치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앤디 시에(중국명 셰궈중) 전 모건스탠리 경제분석가는 QE3는 상품가격을 통해 이른바 “신흥국”에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경고했다(아시아경제, 2012.09.27.). 

이러한 지점들은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 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반미시위로 들끓는 중동 



지금 중동·북아프리카 등에서는 ‘이슬람 모독 영상’ 때문에 연일 대규모 반미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9월 11일 리비아에서는 미국 영사관이 습격을 받아 미국 대사 등 4명이 살해된 사건이 일어났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테러리스트에 의한 공격이 자명하다”며 이번 사건을 테러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에 따라 미국은 해병대 50명과 토마호크 미사일을 실은 군함 2척을 리비아 인근 해상에 배치했다. 

이 사건을 두고 미 공화당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격하였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에서 핵문제로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 이란은 그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의지를 높이자 미국은 선전포고만 뺀 전쟁 전 단계의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걸프만에서의 해상 훈련과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이란 원유 판매에 대한 더욱 강경한 제재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밀작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프레시안, 2012.09.05.). 오바마 미 대통령은 9월 25일(현지시간) ‘제67차 유엔 연차총회’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발언하며, 이란 핵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시간이 무제한 주어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은 8월말 비동맹회의를 29명의 정상과 80명의 외무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치러 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고립시키고자 참가를 막아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비동맹회의 참가국들은 선언에서 이란의 평화적 핵에너지 권리보장,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조치 반대, 팔레스타인 지원을 위한 노력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제 이란과 미국과의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친미정권이 무너진 이집트와 미국과의 관계문제도 주목해 볼 지점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9월 13일(현지시간) 스페인의 한 케이블 TV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를 동맹으로도, 적으로도 간주하지 않는다”는 폭탄선언을 던졌다.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카이로 주재 미 대사관 앞의 반미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북아프리카 최대 공업국으로 미국의 중동 지배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이집트와 미국과의 관계가 그 동안의 우호적인 관계에만 있는 것은 아님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79년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맺은 평화협정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이 협정은 원래 이집트의 땅이었던 시나이 반도를 점령한 이스라엘이 이 지역을 다시 이집트에게 돌려주고, 이집트가 이 지역에 본격적인 군대를 배치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간의 전쟁을 봉합시킨,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동지역을 관리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협정이다. 

그런데 최근 시나이 반도에 무장단체들의 출몰이 심해져 이집트가 대규모 군대를 동원해야지만 진압할 수 있게 되자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더욱이 이집트 정권을 장악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스라엘에 반감이 있는 것은 물론 원래 자기네 땅이었던 곳에 군사를 배치하는 것도 제약하는 평화조약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칫 3차 양적완화에 대한 부작용은 중동무력충돌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이 이것을 빌미로 이집트에 성급하게 개입하려 든다면 중동지역에서의 갈등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아 갈 수 있다. 

댜오위다오 불씨에 기름 붓는 미국 



중동지역과 더불어 주목할 지역 중 하나는 중국과 일본이다. 일본 정부가 양국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한다면서 민간인으로부터 공식 매입함에 따라 중일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순시선과 대만 경비선 간 물대포 공격을 주고받는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고, 중국의 무력시위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해양감시선을 수시로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해역 인근에 보내고 있으며, 센카쿠를 사정권에 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푸젠성 내륙에 배치했다. 중국은 무인 정찰기도 운영할 방침이다. 

일본의 극우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아베 전 총리가 26일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되었다. 특히 자민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집권 민주당을 앞서고 있어 차기 총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 큰 문제는 이번사태가 중일간의 갈등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미국과의 분쟁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8월 21일부터 37일간 일본 육상 자위대와 미군 해병대가 괌 등에서 도서 방위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일 양국군이 합동으로 도서 상륙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군이 댜오위다오를 점령했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일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군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9월 17일 미국은 탄도 미사일을 탐지 및 추적하는 고성능 레이더 시스템을 일본에 추가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정부는 페네타 미 국방장관 방일 후 그동안 추락사고 등으로 논란을 빚던 미국 신형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의 배치를 승인했다. 중일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북아시아에 적극적으로 군비확장을 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는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가장 민감한 나라가 중국이다. 달러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그동안 환율문제로 계속 미국과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자 중국은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리우 밍캉 전 중국은행감독위원회(CBRC) 위원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자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군사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조치는 미중간의 관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상의 상황을 볼 때, 2012년 하반기 국제정세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의 갈등은 이제 정치적 갈등, 군사적 갈등으로 상승되고 있으며, 세계적 판도의 군사적 열점지대에서 충돌가능성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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