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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반값등록금'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10. 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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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새누리당 대선 교육정책 비판


한국이 “가방끈이 길어야 대접받는 사회, 대학 간판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회”라는 데 대해 웬만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학벌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교육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통과의례’, ‘국민교육’처럼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입학하면 공부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어느 샌가 “1년에 천만 원”이 되어버린 ‘등록금 폭탄’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을 세 번 받았더니 졸업도 하기 전에 벌써 빚이 1000만원이 넘어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는 대학생들의 절규가 연일 한국사회를 달구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대학생들의 외침에 화답이라도 하듯 제 나름의 ‘등록금’ 정책을 제시했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 정책은 ‘등록금 총액의 반을 국가장학금으로 확충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등록금’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말았다. 새누리당의 정책이라는 것이 이미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다가 비판받는 정책들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2011년 ‘반값등록금 정책’이라고 내놓은 ‘국가 장학금’이, 일부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실질적으로 형편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이 내놓은 제 나름의 등록금 정책은 사실상 대학생들이 요구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탄의 대상이 된 것과 유사한 정책을 왜 굳이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무모하게 채택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립대학을 지켜야하는 박근혜의 운명 

새누리당이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박근혜와 ‘사학재단’ 사이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등록금 폭등의 주범이 ‘사학재단’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한국의 고등학교 중 40%, 전문대학 중 91%, 대학교 중 85%가 사립학교다. 그런데 사립학교의 운영을 책임져야 할 대다수 재단이 재정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등록금에만 의존해 학교를 운영해온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학재단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주식투자를 하거나 재단 이사들의 쌈짓돈으로 유용했다가 교육당국에 적발되기도 하였다. 

사학재단의 이와 같은 무책임함과 각종 비리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운영을 규정하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재단 이사회의 공익성을 강제하고 재단 회계를 투명하게 해야 ‘사학재단 비리’가 근절되고 등록금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2005년 한나라당 시절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최초 추진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당의 명운을 걸고’ 반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집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며 ‘사학법 개정 반대’여론을 주도했다. 



<그림 1> 2005년 12월,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에 나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오른쪽은 당시 서울시장 이명박. 



새누리당이 당시 사학법 개정에 전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 박근혜 대표가 영남대학교의 재단 이사장이었으며, 재단 이사 임명 등 영남대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학재단과 같은 배를 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승인을 거쳐 대구 영남대학교의 재단 이사장직을 맡게 된 바 있다. 대구 영남대학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7년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강제 통폐합하여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이다. 1980년, 이사장 취임 당시 박근혜의 나이는 놀랍게도 겨우 29세였다. 

박근혜가 이사장 및 이사직에 있을 당시 영남대학교는 대규모 부정입학, 재단부동산처분비리, 장학금비리, 영남투자금융비리, 영남의료원비리, 공사대금 유용, 회계장부 조작, 판공비 사적용도 사용 등 망라하기도 어려운 총체적 비리가 적발된 것으로 유명하다. 박근혜는 영남대학교 총체적 비리에 대한 비난여론으로 결국 1988년 11월 2일 이사직에서 전격 퇴진하고 말았다. 

박근혜는 영남대학교을 자신의 ‘사유물’로 대하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당시 박근혜의 퇴진 기자회견 내용에 잘 드러난다.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대를 잘 키워보려고 애써왔으나 신입생부정입학문제 등 최근의 사태가 돌아가신 분의 뜻을 빛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학교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교육을 위한 공익재단인 사학재단을 노골적으로 ‘사유물’처럼 대하는 박근혜의 인식이 과연 지금에 와서 바뀌었을까. 박근혜는 2009년 영남대학교 재단 정이사 7명 중 4명을 추천하며 화려하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영남대학교는 2009년 이른바 ‘박근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총장, 의료원장, 학장까지 한꺼번에 임명제로 전환되어 버렸다. 영남대와 박근혜의 관계는 여전하다. 

‘정수장학회’, ‘부산일보’와 함께 이른바 박정희의 ‘3대 장물’ 중 하나인 영남대학교를 향한 박근혜의 인식은, 그녀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투쟁에 전력을 기울인 이유를 알려준다. 

이처럼 끈끈한 새누리당과 사학재단의 관계를 보면, 새누리당이 내놓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 ‘속 빈 강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등록금 장사’ 길 터준 새누리당 

다음으로 새누리당이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는 새누리당의 일관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새누리당의 교육 정책은 그 전신인 민자당 이래 별로 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자당은 바로 지금의 등록금 폭탄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다. 민자당은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5년 당시 이주호 현 교과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관련 인사들로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대학의 설립·정원·학사운영 등 3대 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대학설립자율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을 자율화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민자당의 주장이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시작이었다. 

민자당과 김영삼 정권은 ‘대학 자율화’를 위해 건물, 용지 확보 비용 등의 기준만 갖추면 조건 없이 대학 설립을 허용해버렸다. 얼마 전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자율화 3단계 조치’를 통해 대입 정원을 조정할 때 참고 기준을 ‘교원 숫자’ 한 가지만 남기고 모두 삭제해버렸다. 

각종 ‘자율’이란 미명하에 시행된 “대학자율화 조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설립의 자율화’로 ‘자고 나면 대학이 생긴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았고, ‘정원 자율화’로 대학마다 입학정원을 늘렸으며, ‘운영 자율화’로 등록금 인상의 족쇄가 풀렸다. 

대학 자율화 조치 이후 본래 재정이 부실했던 대학들은 오로지 등록금에만 의지해 학교를 운영하려고 들었고, 그나마 재정이 탄탄한 일부 사립대들까지 등록금 인상 대열에 합세하였다. 사학재단 인사들에게 ‘등록금 못 올리면 손해’라는 인식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민자당으로부터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대학교로 장사하는 시대를 열어놓은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반성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등록금 폭탄을 만들어 낸 주범인 새누리당과 그 대선 주자인 박근혜에게서 제대로 된 반값등록금 대책을 기대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보편적인 복지를 거부하는 새누리당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이 내실 있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새누리당이 보편적인 복지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차별 없는 복지’를 반대했던 사례는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무상급식 거부’다. 2010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민들의 무상급식 조례 요구,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을 이른바 ‘포퓰리즘’으로 폄훼하여 촉발된 무상급식 논란은 결국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끝나고 말았다. 새누리당의 선택적 급식 정책은 “부자 아이들도 마땅히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에 밀려났다. 당시 ‘무상급식’ 논란은 한국 사회에 광범위한 복지 요구를 불러일으켰으며,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대선 이슈 중 하나이다. 

새누리당은 의료비용 절감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국민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국민들의 외침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였다. 갈수록 늘어나는 각종 의료비로 시름하는 국민들에게 공공보험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절실한 요구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당장 돈이 없다’, ‘의료서비스의 질이 악화된다’며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히려 병원이 서로 경쟁을 하고 시장이 개방되어 외국 병원이 더 들어와야 ‘의료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것으로 주장한다. 

국민들이 받는 의료의 질이 향상되려면 병원들이 ‘시장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보험이 확대되고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새누리당이 엄살을 떠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들이 바라는 의료 시장화, 개방 정책과 정 반대이기 때문이다. 공공보험이 확대되면 ‘○○생명’ 등 사적 보험 시장이 자연스레 줄어들고, 외국 병원을 유치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로 포장된 특권층만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새누리당의 복지정책 전반에 깔려 있는 인식은 ‘선택적 복지’이며,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를 ‘보편적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경쟁’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새누리당의 사고방식이 더해지면, ‘의료’나 ‘교육’ 등 공공 서비스 정책은 민영화, 시장화를 통해 ‘경쟁’을 강화하는 일변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에게는 등록금 정책도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하나의 ‘경쟁 강화 도구’일 뿐이다. 새누리당은 임계선을 넘어버린 등록금을 ‘보편적으로’ 낮추는 대신 학생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장학금’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등록금이 너무나 비싸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 지 오래지만, 새누리당의 사고방식은 어제나 오늘이나 복지부동이다. 이것이 새누리당이 ‘반값 등록금’정책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이유다. 

새누리당에 기대할 것 없어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새누리당은 대학생들의 보편타당한 요구인 ‘반값등록금’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정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생들은 새누리당이 마치 학생들의 고충을 잘 해결해줄 수 있다고 환상을 갖거나, 심지어 새누리당이 제시하는 ‘경쟁적 방식’의 ‘장학금 확충’을 옹호하기도 한다. 

등록금을 현실적으로 낮추는 문제는 예비대학생을 자녀로 둔 한국의 모든 가정을 거대한 학자금 빚더미에서 구해내는 중대한 문제다. 2012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대학생들의 투쟁과 그들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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