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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파격 행보는 <개혁개방> 조짐인가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8. 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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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0대로 추정되는 젊은 국가 지도자 부부의 국제적 행보는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북한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을 공개하자 세계 각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모란봉악단이 세계적 추세에 앞서서 전자악기들을 전면에 내걸면서 세계 명곡을 북한식으로 연주하고 북한 특유의 <주체창법>으로 노래하는 모습도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북한 파격 행보는 <개혁개방> 조짐인가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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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파격 행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파격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북한의 <태양절> 열병식에서 약 20분에 걸쳐 공개 연설을 한 것을 시작으로, 5월 9일에는 만경대유희장에서 직접 잡초를 뽑으며 간부들을 질책한 것을 그대로 언론에 보도하였고, 7월 6일에는 전 세계가 놀란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7월 25일에는 부인을 공개하고 능라인민유원지에서 놀이기구를 직접 타는 등 근래에 없던 파격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능라인민유원지를 찾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특히 모란봉악단 시범공연과 부인 공개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선중앙통신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주체조선의 새로운 100년대가 시작되는 올해의 문학예술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원대한 구상을 안으시고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모란봉악단을 친히 조직≫하였다고 밝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 창단과 공연 준비에 직접 관여했음을 공개했다. (<뉴스1> 7월 8일자 보도)


모란봉악단은 전기 바이올린, 전기 첼로를 중심으로 하는 등 독특한 악기 구성, 과감한 의상과 굽이 높은 킬힐(kill heel)로 눈길을 끌었다. 선곡 역시 서양 음악 비중이 더 높았고, 미국 영화 록키(Rocky)의 장면 가운데 미국 권투 선수가 소련 선수를 때려눕히는 부분이 배경에 등장했으며, 세계동화명곡묶음 연주에는 디즈니 캐릭터 탈을 쓴 사람들이 등장해 무용을 하는 등 파격의 연속이었다.



▲모란봉악단 공연 모습


또 7월 25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 참석을 전하면서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오셨다≫고 밝혔다. (<민중의 소리> 7월 26일 보도) 리설주가 김정은 제1위원장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언론들은 리설주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각종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한편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장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류훙차이 주북 중국대사와 놀이기구를 함께 타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의 신변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위험천만한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능라인민유원지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김정은 제1위원장 모습. 옆자리 인물은 류훙차이 대사


<개혁개방>의 조짐인가


이런 김정은 제1위원장의 파격 행보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은 다양한 해석을 늘어놓고 있다. 그 가운데 단연 쟁점은 북한의 <개혁개방>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기 위해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7월 25일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강성대국의 3대 요소(군사·사상·경제) 중 경제가 가장 미흡한 만큼 앞으로 경제 회생을 위해 개혁 조치들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국경제> 7월 26일자 보도)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파격 행보를 <개혁개방> 조짐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 8월 1일 통일연구원이 마련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북한이 지난 6월 말 내부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알려진 <6.28방침>에 대해 ≪국가의 공공재 투자와 경제자유화 조치가 아닌 개인생산성 향상과 자력갱생의 연장선≫이라며 경제개혁이 시작됐다는 일각의 해석에 쐐기를 박았다. (연합뉴스 8월 1일자 보도)



▲통일연구원 주최 전문가 토론회


또한 같은 토론회에서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 없이도 ≪향후 5년 내 북한이 급변사태를 맞을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서울신문 8월 2일자 보도)


북한 역시 7월 2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대답을 통해 ≪우리에게서 그 무슨 <정책변화>니, <개혁, 개방>이니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어리석고 미련한 개꿈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세계최첨단을 돌파하며 인민들이 현대문명과 사회주의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기 위해 새롭게 혁신하고 창조해나가는 것을 그 어떤 다른 불순한 것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원래 개혁이란 사회의 점증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사회 운동의 하나다. 어느 사회든지 부족한 부분은 있게 마련이기에 당연히 개혁은 존재해야 한다. 개방 역시 국가 사이의 교류, 협력을 늘리자는 것으로 오늘날 대다수 나라가 추구하는, 세계적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개혁개방>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동구권 붕괴로 상징되듯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개혁개방>은 사실상 체제 변화, 더 구체적으로는 자본주의화를 말한다. 중국 역시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을 제안한 이후 경제 영역은 상당부분 자본주의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정치 영역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데 서구 사회는 <민주화>나 <인권>을 명분으로 정치 영역의 <개혁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결과


이처럼 <개혁개방>의 원래 의미가 사라지고 체제 변질을 의미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통용되는 한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언론도 북한의 <개혁개방>이 ≪강대국 간섭을 반대하고 북한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주체사상의 근본 가치와 충돌하는 속성≫을 안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YTN> 7월 29일자 보도)


<개혁개방>이 아닌 <적극적 세계진출>


그렇다면 북한의 연이은 파격 행보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바로 북한의 <적극적 세계진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의 시범연주와 관련해 ≪민족 고유의 훌륭한 것과 함께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주체적 립장에 확고히 서서 우리의 음악예술을 세계적 수준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헤럴드경제> 7월 15일 보도)


이는 2010년 4월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 준공식에 보낸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친필명제>와 일맥상통한다. (<동아일보> 2010년 4월 14일 보도) 음악을 통해 세계 속에 진출하는 것은 북한 특유의 <음악정치>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인류 역사를 보아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가 사이의 화해와 교류를 위해 예술인들이 서로 상대국가에 가서 교차 공연하는 일은 흔하다.



▲북한의 포스터 (출처-중앙일보)


북한은 1998년 처음으로 <강성대국>을 국가적 목표로 제시한 이래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서 높은 목표를 내걸었으며 올해를 <강성국가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하였다. 북한은 이러한 <강성국가>의 표상에 맞게 적극적으로 세계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란봉악단이 세계 명곡들을 연주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부인과 함께 공개 활동을 하는 것은 모두 북한의 <적극적 세계진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한 ≪외교 및 국제기구대표, 임시대리대표, 부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해외 방문이나 해외 정상들의 북한 방문, 국제행사 등에서 리설주가 직접 영부인들을 상대할 것임을 시사한다.


2, 30대로 추정되는 젊은 국가 지도자 부부의 국제적 행보는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북한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인을 공개하자 세계 각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모란봉악단이 세계적 추세에 앞서서 전자악기들을 전면에 내걸면서 세계 명곡을 북한식으로 연주하고 북한 특유의 <주체창법>으로 노래하는 모습도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관람한 김정은 제1위원장과 리설주


한 가지 의문은 현재 북미 관계가 극도의 대결 상태에 있는데 북한이 국제 교류를 얼마나 활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주제를 벗어나므로 차후에 다루기로 한다. 다만 북한이 <적극적 세계진출>을 빠른 속도로 준비하는 모습을 통해 북한은 북미 관계가 머지않아 어떤 방식으로든 정상화되고 북한이 세계무대에 등장할 시기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적극적 세계진출>은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세계 질서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한의 파격 행보를 눈 여겨 보아야 할 이유다. (20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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