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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코리아가 되기에는 아쉬운 영화 <코리아>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8. 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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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통일은 정말 소중하다는 감정과 함께, 북한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된다. 통일을 이야기하면서도 <반북>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 장벽이 사실은 통일을 가로막는 진짜 장애물 아닐까?


통일 코리아가 되기에는 아쉬운 영화 <코리아>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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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이 여자단체전에서 우승을 한 역사적인 드라마가 영화로 나왔다. 문현성 감독의 영화 <코리아>다.



▲영화 <코리아> 포스터


남북이 힘을 모아 만리장성을 뛰어넘다


탁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지만 스포츠영화라고만 하기에는 더 무거운 주제인 분단과 통일을 다루고 있기에 더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특히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이전 정부들과 달리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전쟁까지 바라보는 최악의 상태가 되었기에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한 이 영화는 개봉 2주 만에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남북이 최초로 탁구 단일팀을 구성해 우여곡절 끝에 넘을 수 없어 보였던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다는 이야기다. 1975년 인도 캘커타 대회부터 2008년 광저우 대회까지 17번의 대회 가운데 16번의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던 중국의 만리장성이 단 한 번 무너졌는데 그게 바로 1991년 지바 대회였다. 남과 북이 힘을 모으면 못 넘을 장벽이 없다는 게 현실로 확인되었기에, 당시의 감동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감독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감동을 증폭하기 위해 다양한 각색을 시도했다. 실제로 당시 결승전의 1등공신은 현정화와 리분희가 아닌 북한의 유순복이었다. 두 차례 단식에서 덩야핑과 가오준을 꺾어 3:2로 단체전을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영화와 달리 현정화-리분희 복식조는 덩야핑-가오준 복식조에 패하였다. 물론 감독은 남북이 힘을 모은 복식조가 승리를 결정했다는 설정이 더욱 의미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 선수 유순복


억지 눈물이 감동을 저해한다


영화는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장치는 바로 북한 선수단의 긴급 철수다. 그냥 열심히 해서 이겼다는 밋밋한 줄거리보다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으나 가까스로 이겨냈다는 줄거리가 더욱 감동을 주기에 이런 인위적인 난관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선수단이 경기 중간에 철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그런 보도도 없었고 참가한 선수나 관계자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준결승전에 북한 선수가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했지만 실제로는 남북 단일팀이 변함없이 출전해 헝가리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북한 선수단의 철수가 오히려 영화의 감동을 반감시켰다는 점이다. 많은 평론가나 누리꾼들은 이 영화의 결정적 한계로 이 부분을 지적하였다. 한마디로 억지 눈물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세기식 신파극이다, 너무 뻔한 억지다, 노골적으로 눈물을 유도해 감동을 저해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영화 설정 상으로도 이 부분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영화에서 북한은 시종일관 대회의 승리보다는 남북이 하나 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래서 실력으로 따지면 리분희-유순복으로 복식조를 구성해야 하지만 현정화-리분희로 복식조를 구성해야 모양새가 좋다고 대표팀 감독에게 <강요>하기까지 하였다.



▲현정화-리분희 복식조 경기 장면


그런데 느닷없이 남북 선수들이 규정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어울린다는 이유로 경기 중간에 철수를 한다? 전 세계 앞에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반북의 장벽이 통일의 진짜 장애물


이 부분이 특히 안타까운 것은 단순히 전체적인 감동을 반감시켰기 때문만이 아니다. 북한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따기까지 나서는 난관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자면 얼마든지 다른 사건을 꾸며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북한이 지나치게 경직돼서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집단인 것처럼 설정했을까?


남북 선수들이 규정을 어기고 몰래 모여 생일잔치를 하고, 남북 선수들 사이에 연애감정이 싹트고, 한국 선수들이 몰래 양주와 도색잡지를 선물한 것들을 가지고 북한은 선수들을 철수시키고 귀국 후 처벌하겠다고 까지 한다. 또한 외국 감독에게 명함을 받은 걸 두고 망명 시도로 오인하기도 하였다. 이것만 보면 도대체 북한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에도 한국 군인이 북한 군인에게 도색잡지를 전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북한에 퇴폐문화를 전해주는 한국, 이런 설정이 반복되는 것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통일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일이다.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와 환경 속에서 교류도 거의 없이 반세기를 보냈다. 서로를 오해하기 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통일의 과정에서 남북은 서로의 부족함은 가려주고, 서로의 장점은 강조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화해하고, 친해지고, 믿음이 생겨 통일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마치 북한을 너무 경직돼 상종할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묘사하였다.



▲영화의 한 장면


게다가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도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래도 경기는 이겨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결국 북한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남북 선수들이 작별 인사할 시간도 주지 않고 서둘러 철수해버리는 것으로 영화는 결론을 맺는다.


이 영화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통일은 정말 소중하다는 감정과 함께, 북한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된다. 통일을 이야기하면서도 <반북>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 장벽이 사실은 통일을 가로막는 진짜 장애물 아닐까? (201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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