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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기획종북②] 종북사냥의 첫 희생양, 이정희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2. 6. 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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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보수 세력이 가장 우려하는 건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찾아오는 것이다. 2012년 동북아의 격변기 속에서 평화와 통일의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그동안 전쟁 위기와 분단을 빌미로 기득권을 누려온 미국과 보수 세력은 대세를 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최근의 <종북> 논란이다. 최근 폭증하는 <종북> 논란은 대부분 기획작품이라는 점이 그 증거다. 21세기 신 매카시즘이라 할 <종북마녀사냥>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그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에 <동북아의 문>은 특별연재 <기획종북>을 준비하였다.


특별연재 [기획종북②] 종북사냥의 첫 희생양, 이정희


동북아의 문
http://namoon.tistory.com


지금 보수 세력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종북마녀사냥>의 첫 희생양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다. 지난 총선 당시 이정희 전 대표가 서울 관악을 선거구에 출마하기 위해 민주통합당과 야권단일화 경선을 할 무렵 사건이 터졌다. 시간이 많이 지난 사건이지만 지금의 <종북마녀사냥>의 출발점이자, 이후에도 유사한 성격의 사건이 반복되고 있기에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사건의 특징은 <종북마녀사냥>과 도덕성 시비가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정희 전 대표가 이른바 종북 주사파 조직의 조종을 받는 인물로 묘사하면서 공격했고, 한편으로는 문자메시지 파문이 일면서 도덕성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문자메시지 파문은 그 내용으로 볼 때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사건의 배경과 발단, 전개 과정에는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빈틈 많은 여론조사 방식


우선 당시 문자메시지 사건이 사실은 대다수 경선 후보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흔한 일이었다. 21세기 들어 후보 단일화가 선거에 유용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야권에서는 여론조사를 동원한 후보 단일화 경선을 자주 하게 되었다. 문제는 여론조사라는 게 빈틈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권 지지자들은 경쟁력 약한 야권 후보를 바라기 때문에 여론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여권 지지자임을 숨기고 일부러 경쟁력 약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권자 전체를 조사하는 게 아니다보니 여론조사 자체가 전체 여론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결할 수 없다. 특히 휴대전화가 아닌 집전화 여론조사의 경우 자영업자나 장년층 이상이 주 대상이 되기에 공정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전화 여론조사에는 빈틈이 많다


후보자들도 여론조사의 기술적 빈틈을 노려 도덕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사실 여론조사라는 게 법이나 제도로 정해진 게 없다보니 편법을 쓰더라도 문제 삼기 애매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조직력이 되는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를 빙자해 자신을 미리 홍보할 수 있다. 또 여러 사람들의 집전화를 특정인의 휴대전화로 착신 설정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당사자가 동의해줘야 한다. 심지어는 경선을 앞두고 집전화를 여러 대 설치하는 경우도 흔하다. 속칭 콜센터라고 한다. 열성 지지자 가운데는 자기 집에 전화를 수십 대나 추가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문자메시지 사건처럼 연령대를 속여서 응답하도록 하는 경우도 일반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편법들이 동원되는데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금지할지, 어디까지 도덕적 문제를 삼을 수 있을지 정리하기 어렵다. 당시에도 일부 선거전문가들은 ≪진보는 너무 순진하다, 남들은 안 들키게 잘만 하는데≫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대다수 후보들이 다양한 편법을 동원했는데 왜 이정희 전 대표만 발각된 것일까? 운이 없었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계속되는 의혹


문자메시지가 처음 공개된 것은 3월 19일 오후 7시 27분 서울대 내부 인터넷 게시판인 <스누라이프>를 통해서다. 자신을 국민참여당 당원이었다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이 당시 이정희 선본의 박모 국장 명의로 된 문자메시지를 갈무리해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국민참여당이 민주노동당과 통합하는 것을 두고 ≪종북이랑 연합≫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였고, 이정희 전 대표의 이름도 ≪리정희≫라고 표현하는 등 노골적인 색깔론을 펼쳤다.



▲문제의 게시물


그런데 정작 이 게시물은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자 다음날 이정희 선본의 조모 보좌관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갈무리한 게시물이 또 올라왔다. 이번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갈무리 영상만 올렸는데 여러 번에 걸쳐 받은 문자메시지를 모아서 올렸다. 언론에 대서특필된 게시물이 바로 이 게시물이다.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는 어느 선본이나 다 돌린다. 하지만 연령을 속여서 답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아무한테나 돌리는 경우는 없다. 조모 보좌관은 논란이 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3차에 걸쳐 보냈다. 처음에는 100여 명에게만 보냈고, 두 번째는 그 가운데 일부에게만 보냈고, 마지막에는 그 가운데서도 추려 20여 명에게만 보냈다. 즉, 철저히 믿을 만한 열성 지지자들에게만 보낸 것이다. 그리고 박모 국장은 100여 명을 제외한 또 다른 지지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마 각자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에게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문자메시지가 다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약 문자메시지를 직접 받은 이가 공개한 것이라면 20여 명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알고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사람 가운데 실은 불만을 품은 이가 있었다는 것일까? 특히 박모 국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폭로한 이는 자신이 국민참여당 당원이었고 합당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리가 없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문자메시지를 입수해서 공개했을까? 또 언론은 서울대생들만 사용하는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수많은 글들(하루에 수백 건의 글이 올라옴) 가운데 어떻게 이 게시물을 알고 당일 바로 기사로 내보냈을까?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먼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훔쳐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어떤 사람 혹은 조직이 이정희 선본 실무자들 휴대전화를 감시했다. 어느 선본이나 여론조사 과정에서 편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정희 선본도 철저히 감시하다보면 분명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며칠을 기다리자 드디어 걸려들었다. 그 다음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게시판에 폭로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 사실을 언론사 기자에게 알려줬다. 언론은 신나게 기사를 썼다. 이 모든 내용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으니 정황만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시작된 종북마녀사냥


그리고 문자메시지 파문으로 이정희 전 대표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자 곧바로 <종북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종북 논란은 이정희 전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민주통합당 김희철 후보의 사무실 아래에서 시작됐다. ≪관악의 지역발전 종북좌파에 맡길 수 없다≫는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이 민주통합당 명의로 걸린 것이다. 김 후보는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없었다.



▲문제의 현수막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는 민주통합당이지만 당내 누구라고 이념적 색깔 공세를 한다면 동의하지 않습니다. 친북좌파니 종북좌파니 하는 말은 상대와의 공존을 거부하는 사악한 말입니다≫라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보수 세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월 22일 대표적인 수구 인사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종북·주사파의 특성상 이정희 대표는 (사퇴를) 판단할 권리조차 없다. 조직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가 24일부터 수일에 걸쳐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분석 보도를 쏟아냈다. 26일에는 조윤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이 ≪(경기동부연합은)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시작하는 그런 분들≫이라며 <종북마녀사냥>에 뛰어들었다.


도덕성 시비에 종북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정희 전 대표는 물론 통합진보당 전체가 극심한 색깔 공세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이정희 전 대표는 후보에서 물러났고 통합진보당은 원내교섭단체라는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총선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보수 세력의 <종북마녀사냥>을 선거 때면 늘 있는 북풍몰이, 색깔론의 일환이라고만 생각했다. 총선이 끝나면서 종북 논란도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5월 2일 조준호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문제의 ≪총체적 부정선거≫ 발언을 하면서 <종북마녀사냥>이 재개됐다. 이번에는 그 강도가 비교할 수 없었다.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모든 언론과 지식인, 정치세력들이 달려들어 마녀사냥에 나섰다. 총선 전에 이정희 전 대표를 대상으로 진행된 <도덕성 시비 + 종북마녀사냥>은 사실상 지금 자행되는 <도덕성 시비 + 종북마녀사냥>의 준비운동, 예행연습이었던 것이다.


종북 논란은 여전히 한국 사회 전반의 주요 쟁점이다. 보수 세력은 대선 전까지 이 문제를 계속 확대하면서 야권 전반을 공격할 것이다. 왜 수많은 야권 정치인 가운데 이정희 전 대표가 집중 공격을 당했을까? 통합진보당의 상징이자 야권연대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통합당 핵심 인사들은 보수 세력의 <종북마녀사냥>에 말려들어 통합진보당을 공격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국회 개원을 합의하면서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자격심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통합진보당을 향한 칼끝이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뻔한 이치를 왜 깨닫지 못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201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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