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국민들 몰래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려다 실패하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일 군사동맹은 한국이 동북아 전쟁의 한복판에 말려들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동맹이다. 임기 말 최대의 사고를 치려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한일 군사협정의 문제점을 집중 파헤쳐본다.
[한일군사협정폐기①]한미일 삼각동맹은 미국의 오랜 꿈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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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지난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몰래 의결했다. 애초에 일본과 6월 안에 협정을 맺기로 약속하고 비밀리에 밀어붙인 것이다. 임기 중에 체결하되 늦을수록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해서 서두른 듯하다.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손을 잡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미국이 강력히 요구했다는 게 중론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한 한일 군사협정
2008년 12월 4일 주한 미대사관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2008년 9월 10일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미국이 한국에게 한일군사협력 체결을 촉구≫했으며 ≪9월 22일 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이 미 국방부 차관보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일 3자 대화에 참석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2012년 5월 21일 보도 <한일군사협정,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시작된 것> 참조)
또 2009년 4월 작성된 주일 미대사관 외교문서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한반도 위기사태 발생할 경우 자국민 대피시키기 위해 자위대 항공기와 선박이 접근하도록 한국정부의 허가, 공항과 항만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그 핵심은 군사협력 제도화에 있다며 양국 간 군사협정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에 따라 3달 뒤 열린 한미일 차관보급 안보대화에서 미국 대표가 한국 대표에게 정보보호 협력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한 기본 요소라고 압박했다는 내용까지 외교문서에 들어 있다.
나아가 ≪한미일 삼자안보대화는 한국의 국가안보 측면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는 게 한국 관료들의 대체적인 의견≫임에도 ≪한국이 삼자대화에 참여하는 이유는 오로지 미국의 강력한 압력과 이명박 대통령이 강력한 삼각 안보동맹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셋 KBS 뉴스9 제작 <한일 군사협정 미일 압력 때문> 참조)
실제로 2011년 3월 1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우리는 (한미일) 3자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야심에 찬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3자 협력의 제도화는 앞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초점이자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국 및 일본의 외교장관을 만날 때의 대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2012년 7월 5일 칼럼 <한일 군사협정 파문의 진짜 배후는…> 참조) 여기서 <3자 협력의 제도화>란 한미일 3자 사이의 군사협정 체결을 의미한다.
▲한일 연합훈련 장면
특히 미국은 올해 6월 14일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담(일명 2+2 회담) 공동성명에서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하여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한미 공동성명에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명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여기서 <메커니즘>이란 표현은 앞에서 나온 <제도화>와 일맥상통한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한 60여 년의 세월
왜 미국은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일까? 바로 한미일 삼각동맹의 완성을 위해서다. 한미 군사동맹, 미일 군사동맹은 완성되었지만 한일 군사동맹이 없는 탓에 한미일 삼각동맹은 아직 불완전한 상태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막대한 국방비를 아끼기 위해 지역 군사블록을 형성하고 해당 지역 국가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해왔다. 대표적인 게 유럽의 나토(NATO)와 동북아의 한미일 삼각동맹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북한, 중국, 러시아 견제가 주 목적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각국의 역할이 어떻게 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주한미군, 주일미군을 보유한 미국은 전체 지휘와 공군, 해군을 맡을 것이다. 일본은 군사기지 제공과 병참지원을 주로 맡을 것이다. 한국군은 육군 중심으로 최전방 전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군대 편제가 그러하다. 주한미군, 주일미군은 공군, 해군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한국군은 육군이 지나치게 비대하다. 또 일본은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에서 미군의 보급, 중계, 발진 기지 역할을 담당해왔다. 미국은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본은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는 동안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한 시기는 사실 한국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한미일 삼각안보체제> 항목을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미국은 한국·미국·일본을 단일한 정치적·군사적 동맹체로 묶는 지역통합 전략의 달성을 목표로 1952년 <미일안보조약>과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한·일 간의 관계 정상화를 적극 추진시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달성시켰다≫고 나온다.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
실제로 미국은 1960년대 한일 국교정상화에 강한 압박을 가하였다. 1964년 1월 케네디 법무장관과 러스크 국무장관이 방한하여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을 빨리 타결하라고 요구했으며, 9월에는 윌리암 번디 국무성 차관보가 방한하여 ≪미국은 한일국교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의 반일감정은 미국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실용주의와 개인주의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민족적 자존감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일 것이다. 국민들의 거센 저항 속에서 한일 국교정상화를 밀어붙이기는 했으나 강한 반일감정으로 인해 한일 군사동맹은 쉽게 체결되지 않았다.
지금 한미일 삼각동맹이 절실한 이유
그런 와중에 한국에 뼛속까지 친일, 친미임을 자랑하는 대통령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연말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기라도 하면 기회는 물 건너 갈 수 있다. 아니, 바뀌지 않더라도 새 정부가 초반부터 부담되는 일은 꺼릴 것이다. 임기 말에 재빨리 추진하고 정권 넘겨주는 게 가장 무난하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 들어서 미국 경제 위기의 타개책으로 국방비 감축이 등장했다. 국방비는 줄여야 하는데 미국의 영향력은 유지하고 싶다. 이러니 동맹국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초 새로운 국방노선으로 아시아·태평양 중시정책을 제시했기에 한미일 군사동맹 완성은 미국에게 시급한 현안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배경이 있는데 바로 심각한 한반도 전쟁위기다. 한미일 3국은 6월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공격형 합동 군사훈련들을 연이어 진행하면서 정세를 격화시켰고 이에 대해 북한도 강경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전쟁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전쟁 준비를 다그치기 위해 절실한 게 바로 한미일 삼각동맹의 완성이다. 지금처럼 한미, 미일 두 개로 분리된 지휘체계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특히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완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협조가 절실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초기단계에서 한국과 일본이 이를 요격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일 삼각동맹의 핵심 고리를 미사일방어체제에서 찾기도 한다. (프레시안 2012년 6월 18일 칼럼 <미국은 왜 한일 군사협정에 집착하나?> 참조)
▲MD의 일부인 패트리어트 PAC 2+
이처럼 미국이 조속한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요구하면서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을 서두르는 모습을 통해 한반도 전쟁위기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위한 추가 시도가 있을 것임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미일 삼각동맹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이 북한만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완성은 곧 동북아 신 냉전체제의 돌입과도 같다. 왜 우리가 강대국들의 대결장 한복판에 자진해서 뛰어들어야 하는가. 미국이 요구하니까? 대통령이 뼛속까지 친미라서? (2012.7.6.)
* 팟캐스트 <주간 정세동향>을 들으시려면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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