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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논란의 와중에서, 진보통합의 원칙을 다시 짚어본다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6. 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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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정치연구포럼


6월 1일 진보통합정당 건설 합의로 진보대통합의 큰 전진을 이뤘으나 기대도 잠시, 또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통합의 흐름이 전진할수록, 고지의 목전에 이를수록 더 복잡하고 첨예한 갈등과 반발이 예상된다. 진보대통합을 반대하거나 바라지 않는 세력이 있고 그들의 작용이 끊임없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진보대통합에 대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진보통합의 원칙을 다시 짚어보고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는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1. 민주노동당이 원칙을 바로 세우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진보대통합을 대세로 만들고 통합정당 건설을 추동해온 힘은 민주노동당에 있다.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객관적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이 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자기의 힘을 키워 통합의 구심력을 강화하고 야권연대에서 진보세력의 위상을 높여왔기 때문에 오늘의 통합국면이 형성되었다. 민주노동당이 2008년 분열 이후 자기의 노선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지리멸렬했다면 오늘의 국면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분산된 진보세력은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냐, 오로지 독자노선이냐 하는 과거의 구도와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단순히 과거의 분열을 통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진보의 확장, 대통합의 가능성도 창출해내고 있다. 이제 진보대통합은 운동권만의 리그가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이고 광범위한 진보적 대중의 요구이며 야권연대의 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연초 단배식에서 올해를 통합과 연대의 해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하고 통합과 연대의 행보를 넓히며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꾸려냈다. 민주당은 자당 중심의 통합론을 주장했으나 진보통합으로 묶여가는 진보세력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진보신당 일각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한사코 반대했으나 결국 통합을 위한 최종합의문을 도출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민주노동당이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진보의 근원지이고 진보대통합의 중심지이다. 이것은 어떤 관념과 논리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나름의 진보를 주장하던 국민참여당이 진보통합 참여로 선회한 것 역시 이정희가, 민주노동당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통합을 주도하고 연대의 축이 되는 오늘의 현실에 마뜩치 않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소위 좌파적 지식인, 진보적 논객, 언론인들 일부가 그렇다. 그들 중 상당수 사람들은 2008년 분당 당시 민주노동당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진보의 분열과 사멸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민주노동당은 재기 불능일 거라 그저 예측한 사람도 많았다. 오늘 짐짓 진보통합의 대의에 호응해 통합 주장에 동참하지만 내심 당혹스러워하는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당시와 비교해 여론 환경은 많이 개선되었으나 ‘자주통일의 원칙, 계급적 원칙’을 고수하는 민주노동당 주도의 진보통합을 불편해하는 시각은 여전히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의 주도성을 약화시키거나 흔들려는 노골적인 언론플레이도 많이 보인다.

 

이런 조건을 타개하기 위해서 일일이 항의하고 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이, 진보통합정당이 커갈수록 이런 관심, 집착, 편견은 더 많아질 것이고 그 표현도 거칠어질 것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에 쏟아내는 유력 일간지, 인터넷 매체들의 선정적 문구들을 보라.

 

다만 민주노동당의 통일단결을 더욱 강화하며 진보통합의 중심다운 면모를 지키고 가꾸는 것은 원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중심은 선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튼튼한 원칙과 단결된 당의 체모, 대범한 정신과 솔선수범하는 실천을 통해 대중이 주위에 모이면 자연히 중심이 된다.

특히 민주노동당 내부의 정파간 갈등과 같은 사소한 문제에 연연해 당의 단결을 해치고 위상을 깎아먹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내 이파, 저파가 이렇게 저렇게 대립하고 있다는 식의 언론 보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 인사들의 언행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2. 통합은 투쟁을 동반한다

 

단결은 분열과의 투쟁 속에 이루어진다.

분열적 요소에 눈감고 무작정 대동단결하자는 것은 또 다른 분열의 시작이다.

현재 진보대통합에서 투쟁해야 할 주된 대상은 반북주의, 분열주의이다. 연북노선과 양립할 수 없는 반북노선이 들어설 자리는 진보정당에 없다. 전체의 이익보다 자파의 이익을 앞세워 당을 깨도 좋다는 식의 분열주의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진보통합정당은 향후 더욱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단결의 원칙을 강화하고 분열주의적 사상과 행각을 억제하는 당풍을 확립해야 한다.

 

과거 진보정당 분열의 원인을 저마다 편한대로 주장하지만 근본은 정치노선의 차이에서 기인된 것이다. 냉철하게 말해서 연북노선과 반북노선의 차이이다. 이런 차이가 정파의 대립을 낳고 거기에서 패권주의가 발생한 것이다.

북에 대해서 비판을 하건, 지지를 하건 개인적 견해야 다를 수 있지만 통일된 당의 노선은 연북통일로 가는 것이 옳다. 당의 노선이 ‘북한 정권 반대’ 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의 신념에 따라 반북진보정당을 만들건, 보수정당에 들어가건 도리가 없다.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공통의 합의사항이 아닌 일방의 ‘북한 권력승계 비판’ 견해를 담은 문구가 들어갔다. 적절치 않지만 합의가 타결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 일방의 견해에 모든 진보세력이 합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은 일부 세력이 주장하는 견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조승수 대표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치 그 문제에 대해서 공통된 인식을 가졌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현실 왜곡이다.

합의문을 비틀고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자고 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자신의 견해야 어떻건 간에, 진보통합정당의 중심 당론이 6.15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연북노선이라는 것을 동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진보의 통합보다 자파의 이익이 더 중요하면 죽으나 사나 자파 중심의 정당을 만들면 된다. 그런데 통합된 진보정당 안에 교묘하게 분열주의적 씨앗을 심으려는 시도에 대해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6월 16일 진보신당 김종철 동작당협위원장은 진보신당 게시판에 ‘연방제 통합방안’이라 할 만한 의견을 제시했다. 독자파를 고수했던 그는 갑자기 모두가 함께 움직일 방안을 찾아보자며 조건부 합의문 통과를 제안했다. 합의문을 통과시키되 통합정당에서 양당 당원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며 당론도 각각 내는 운영방안을 조건으로 하자는 것이다. 각각의 당론은 다수파, 소수파가 아니고 대등한 1/2당론으로 하자고 한다. 하나의 당, 두 개의 조직, 두 개의 당론이라... 이게 하나의 당인가, 두 개의 당인가.

과연 통합을 하자는 것인가. 언제건 때만 되면 짐싸들고 다시 나갈 조건을 만들어놓자는 것 아닌가. 이렇게 분열이 뻔한 당이면 뭐하러 온갖 어려움 감수하면서 통합정당을 건설하겠는가.

이런 움직임은 진보통합정당 건설이 막을 수 없는 대세인 조건에서 통합의 내부를 뒤틀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어쨌건 들어온다니 얼씨구나 반갑다고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다.

 

 

3. 진보의 문호는 개방하되 내용은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연석회의 합의를 전후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가 몇 차례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을 넘어 두 대표가 통합에 대해서 논의했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이 아니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선호하고 실제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과 분석이 이어졌다.

진보신당의 조승수 대표와 노회찬 전 의원 등이 이정희 대표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이정희 대표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관계는 이미 이정희 대표의 발언과 최고위원회 회의록 등을 통해 다 밝혀졌고 대부분의 보도나 의구심에 찬 비판들은 다소 지나친 억측과 과장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이정희 대표에게 ‘행동에는 때가 있으니 미칠 파장과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신해달라’고 주문을 하는 모양새다.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떠들썩했지만 결과는 별 게 없다.

 

이정희 대표가 진보신당의 합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국민참여당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는 설이 가장 악의적인데, 이런 근거없는 의구심을 당내 논란에 그대로 끌어들여오는 온당치 못한 현상도 있는 것 같다.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접촉에 관한 언론 보도가 갑자기 쏟아진 것은, 어떤 다른 세력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개입한 것일 수 있다. 민주당 측에서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을 수 있다는 정황도 있다. 민주당이 현재 진보통합의 분위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없지도 않다.

물론 추측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이런 저런 정치적 술수가 판을 치는 것은 사실이고 진보정당이 이런 정치판에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당의 단결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함이 첫째다. 그리고 언론의 보도나 외부의 말들이 아니라 당 대표와 공식기구를 통해서 확인된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경위야 어찌되었건 진보세력은 국민참여당의 진보통합 참여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서 진보세력이 국민참여당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필요는 없다.

민주당에 기대를 접은 다수의 진보성향 대중은 진보정치세력이 유력한 대안세력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그들은 진보양당, 국민참여당으로 지지층이 갈라져 있는데 이대로는 민주당의 독선에 대응키 어렵다는 것을 공히 인식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진보세력의 실력이 미약해 어쩔 수 없이 민주당에 대한 소극적 지지로 돌아서기도 한다.

진보성향의 대중, 그 중에 특히 대도시의 고학력, 중산층 사람들은 국민참여당에 상당수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역시 국민참여당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지향과 요구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지향과 정서를 감안하지 않고 국민참여당은 진보가 아니라고 단칼에 잘라버리면 진보정당이 경직되고 편협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논의의 장은 유연하게 열되 진보의 원칙은 양보 없이 관철해나가는 것이 옳은 방법론이다.

논의의 장을 열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진보정당이 제시하는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 더욱 명백해질 것이고 더 많은 진보적 대중들이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국민참여당은 근본적으로 진보의 알멩이, 내용이 부실하다. 정책이 모호하거나 절충적이고 모순되게 드러나기도 한다. 국민참여당이 어떤 진정성을 가지고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논의가 어디로 귀결되건 진보정당이 이것을 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진보대통합의 기세에 걸맞게 기존의 한정된 세력을 규합하는 것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진보통합정당에 새롭게 동참할 수 있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확장시켜나가는 것이 좋다.

 

진보정당과 진보세력 내부에서 국민참여당 문제에 대해 논의를 보다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011년 6월 17일

희망정치연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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