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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장관 맥휴즈의 비공개 전선시찰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8. 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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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군사훈련이 아니라 전쟁연습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2012년 8월 20일에 시작된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라는 작전명칭을 가진 대북전쟁연습이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대북전쟁연습은 오는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주한미국군사령부 2012년 8월 21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본토 및 태평양 여러 지역에서 한반도 전선으로 수송된 병력 약 3,000명을 포함하여 30,000명 이상의 미국군 병력이 올해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 동원되었다. 장거리 수송작전으로 한반도 전선에 출동한 미국군 병력 약 3,000명은, 주한미국군사령부 2012년 8월 20일 보도자료에 인용된 제8군 부사령관 월터 골든(Walter M. Golden)의 말에 따르면, “현역과 예비역 및 주방위군 병력”이다. 

그런데도 미국 군부는 이제껏 그렇게 해온 것처럼 올해도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 “방어적 성격의 연례훈련”이라고 주장하였다. 만일 미국 군부가 30,000명 병력을 미국 본토에서 동원하였다면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역과 주방위군은 물론이고 예비역까지 동원하고, 게다가 장거리 수송작전으로 태평양을 건너 적진 바로 앞에까지 나아가서 대규모 공격전을 열흘 동안이나 맹렬히 연습하면서 무슨 방어적 성격의 훈련을 운운하는 것은 거짓말 중의 거짓말이다. 그 거짓말을 뒤집어보면,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야말로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9’는 말할 것도 없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 대북전쟁계획들까지 종합적으로 연습하는 침략적 성격의 전쟁연습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훈련(training)과 연습(exercise)의 차이를 지적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군사학에서 말하는 훈련이란 어떤 군사단위가 자기의 전략전술을 숙달하는 군사활동을 뜻하고, 연습이란 어떤 군사단위가 자기의 전쟁계획과 군사교리에 따라 실전과 유사하게 시행하는 군사활동을 뜻한다. 훈련과 연습을 이처럼 구분하면,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 군사훈련을 넘어선 전쟁연습이라는 사실이 자명하게 드러난다. 

미국군 홍보국(AFPS) 2012년 8월 24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사령관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은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 “현실적인 시나리오에 바탕을 두고, 범정부 차원에서 수행할 중요한 임무를 훈련”는 것이라고 언급하였으며, 다른 주한미국군 지휘관들은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서 군사지휘관들이 작전기획, 작전지휘 및 통제, 군사정보활동, 군수지원을 훈련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 보도자료에서는 훈련과 연습을 혼동하여 ‘을지 프리덤 가디언’을 군사훈련이라고 서술하였지만, 그들의 말에서 명백히 드러난 것처럼 그것은 군사훈련이 아니라 명백한 전쟁연습이다. 

미국 군부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 침략적 대북전쟁연습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전쟁연습상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 군사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공개를 피하는 측면도 물론 있지만, 다른 대북전쟁연습은 취재진에게 형식적으로나마 극히 일부 상황을 공개하였으면서도 올해 ‘을지 프리덤 가디언’은 철저한 보도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처럼 철저한 보도통제를 시행하는 바람에 이 땅의 대중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침략적 대북전쟁연습이 실시되고 있는지 마는지 너무 무관심하다. 

미국의 우주정찰위성과 대북전쟁연습 

미국 공군은 8억2,300만 달러를 들여 개발한 우주거점 우주정찰위성(SBSSS)이 2012년 8월 20일 마침내 정상가동을 개시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에 하나밖에 없고, 따라서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그 최신형 위성은 지상을 정찰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궤도를 정찰하는 특수위성이다. 미국은 이 특수위성을 가동함으로써 ‘우주거점 우주정찰체계(Space Based Space Surveillance System)’를 수립하고 우주작전능력을 더욱 강화하였다. 

우주거점 우주정찰위성은 지구궤도를 정찰하면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군사작전을 지원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우 강력한 성능을 지닌 특수정찰위성인 것으로 보인다. 

우주거점 우주정찰위성은 원래 2010년 9월 25일에 발사되었는데, 근 2년 동안 지구궤도를 돌다가 이제서야 정상가동을 개시하였다. 미국 공군은 그 위성을 발사하여 지구궤도에 올려놓고 나서도 약간의 기술적 결함을 바로잡으며 정상가동을 준비하는 바람에 2년이 지난 2012년 8월 20일에 가서야 정상가동을 개시하였다고 밝혔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거점 우주정찰위성이 정상가동을 개시한 날, 공교롭게도 이 땅에서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대북전쟁연습이 시작되었다. 미국이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특수정찰위성의 정상가동과 세계 최대 규모의 전쟁연습을 같은 날 시작한 것은 우연한 일이었을까? 우주거점 우주정찰위성 정상가동과 ‘을지 프리덤 가디언’ 시작이 시간적으로 일치한 것은, 미국이 이번 대북전쟁연습에 사상 처음으로 우주거점 우주정찰위성을 동원하였음을 말해준다. 그 내막은 아래와 같다. 

<국방일보> 2012년 8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 예하 우주작전부장 앨런 레볼즈(Alan F. Rebholz)가 휘하 병력을 이끌고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 참가하여 한미 공군 우주협조팀을 구성하고 우주작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태평양공군사령부 우주작전부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군기지(Los Angeles Air Force Base)에는 세계 각국에서 쏘아올린 수많은 위성들이 떠도는 지구궤도를 감시하고 적국의 위성공격에 대처하는 우주우세체계비행단(Space Superiority System Wing)이 배치되어 있는데, 태평양공군사령부 예하 우주작전부는 바로 그 우주우세체계비행단에 배속된 태평양지역 우주작전단위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태평양공군사령부 우주작전부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 참가하여 북측의 위성항법체계(GPS) 교란공격과 같은 위성체계공격에 대응하는 우주작전을 연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군이 한반도 전선에서 벌이는 그런 우주작전연습을 뒤집어보면, 인민군이 지상에서 미국의 통신위성과 정찰위성을 공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인민군의 위성공격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레이저무기에 관한 단편적인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신동아> 1994년 5월호에 실린 관련기사에 따르면,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직속 ‘710연구소’에서는 약 250명 연구원이 레이저무기를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레이저무기는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지만, 위성공격에 가장 적합한 무기다. 인민군이 이미 1990년 초반에 250명 고급두뇌를 동원하여 레이저무기 개발사업을 추진하였으니, 그로부터 근 20년이 지난 오늘 인민군이 레이저무기 개발능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서 드러난 미국의 우주작전연습은 태평양공군사령부 우주작전부를 참가시킨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콜로라도주 피터슨 공군기지(Peterson Air Force Base)에 배치된 제3육군우주지원단(Army Space Support Team 3)도 참가시켰다. 제3육군우주지원단은 우주군 기능강화와 우주통제를 담당하는 미국 육군 우주 및 미사일방어사령부 겸 육군전략군사령부 예하 부대다. 제3육군우주지원단은 감시, 정보, 정찰, 지형분석, 환경점검, 우주자산활용에 특수위성체계를 사용한다. 이번에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 참가한 제3육군우주지원단은 북측의 미사일공격에 대처하는 미사일방어체계를 가동하는 연습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을지 프리덤 가디언’에서 미국 공군과 육군이 그처럼 우주작전을 실전상황과 똑같이 연습한 것은 미국군이 인민군과의 대결에서 우주작전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미국은 북측과의 군사대치상태를 우주작전분야로까지 넓혀놓은 것이다. 북측의 ‘선군혁명’과 미국의 전쟁전략 사이에 형성된 첨예한 대치전선은 거의 무한대로 확장되는 듯하다. 

미국 육군장관은 왜 비공개 전선시찰을 하였을까? 

소문도 없이 남측을 방문한 미국 육군장관(Secretary of the U.S. Army) 존 맥휴즈(John McHugh)가 ‘을지 프리덤 가디언’ 직전에 비공개 전선시찰을 하고 돌아갔다. 언론 취재망을 피해 전선을 시찰하고 돌아간 육군장관 맥휴즈의 비공개 행각은, 미국 육군 홍보국(ANS) 2012년 8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맥휴즈는 2009년 9월 21일에 제21대 육군장관에 임명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하원의원으로 재직하였다. 현역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 임명되는 육군장관직은 군정권을 행사하는 직책이다. 군령권은 육군사령관이 행사한다.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 임박한 시점에, 미국 육군장관이 한반도 전선을 시찰하고 대북전쟁연습 준비상황을 점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의 비공개 전선시찰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전선시찰과 대북전쟁연습 준비상황 점검을 마친 육군장관 맥휴즈는 2012년 8월 20일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육군사령부로 곧장 이동하여 태평양육군사령부 부사령관 로저 매튜스(Roger Mathews)를 만나 태평양지역의 지상군 작전상황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육군장관 맥휴즈와 부사령관 매튜스의 회담에서는 “태평양지역에서 우리의 새로운 전략적 재균형(new strategic rebalancing)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그가 남긴 그 한 마디 말만 가지고서는 그의 비공개 시찰이 무엇을 뜻하는지 밝혀내기 힘들다. 다른 정보를 첨부하여 그 내막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육군장관 맥휴즈가 올해 들어 시행한 군사행정에 관한 보도자료들 가운데는, 2012년 1월 23일에 그가 ‘일반명령 2012년 제2호’를 하달하였다는 보도자료가 눈길을 끈다. 그 명령서의 내용은 제8군사령부를 작전급 야전군본부로 지명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서울 용산기지에 있는 제8군사령부는 작전통제권이 없고 행정권만 있는 구성군사령부였는데, 올해 1월 23일부터 야전사령부로 전환된 것이다. 미국 군부가 제8군사령부를 행정사령부에서 야전사령부로 전환시킨 것은, 주한미국군 육군과 한국군 육군에 대한 연합작전통제권을 그 사령부에 맡겼다는 뜻이다. 이로써 주한미국군 육군과 한국군 육군은 제8군사령관 존 존슨(John D. John)의 휘하로 들어가 그의 작전통제를 받게 되었다. 

미국 군부가 제8군사령부를 행정사령부에서 야전사령부로 전환시킨 것은, 2012년 1월 5일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가 이례적으로 참석한 가운데, 국방장관 리언 패내타(Leon E. Panetta)와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가 미국 언론에 공개한 ‘방위전략지침(Defense Strategic Guidance)’에 따른 개편조치다. 여기서 말하는 ‘방위전략지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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