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사태 전까지만 해도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의 중요한 한 축이었고 통합진보당의 노선과 정책은 한국 사회에 절실한 요구들로 인정받아왔다. 내부 사태로 인해 이러한 통합진보당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다.
대선승리를 위해 진보후보가 필요하다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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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가 예상대로 압도적 표차로 대선 후보가 되었다. 2012년 대선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근본부터 흔들리는 동북아 질서
이번 대선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체제를 건설하는데서 한국이 디딤돌이 될 것인가 걸림돌이 될 것인가를 가름하는 자리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후 연일 파격 행보를 보이며 적극적 세계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4월 15일 열병식에서 차량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고, 7월 25일에는 “우리에게는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문제를 푸는 방법도 있고 조선반도에서 전쟁의 화근을 송두리째 들어내어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는 방법도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단체합동성명을 통해 “미제와 괴뢰역적패당이 감히 서툰 불질을 해댄다면 그것은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며 천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그 절호의 기회를 우리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조국통일대전으로 이어 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미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국가로 성장한 중국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후에도 북한과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장성택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중공동지도위원회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북중 관계를 더욱 강화하였다. 일본 역시 10년 만에 북일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였으며 오는 29일에는 베이징에서 정부 사이의 공식 협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동남아 각국과 북한 사이의 외교도 활발하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치열한 마찰을 불러올 것이다.
이런 속에서 진행될 18대 대선은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향방을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만약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세력이 집권한다면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더욱 강화하여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 민족의 목소리를 키우고 주도력을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분단대결을 지향하는 세력이 재집권한다면 한-미-일, 북-중-러 라는 동북아 신냉전 질서를 구축하고 강대국 사이의 싸움에 끼어드는 꼴이 될 것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은 불완전하기는 했으나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평화를 앞당기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기간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 들어 남북관계는 초토화되었고 한국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집행하는 앞잡이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반도 문제에서 독자성과 주도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각한 전쟁위기였다.
이처럼 18대 대선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디딤돌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정권교체 실현의 필요조건, 야권연대
또한 이번 대선은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이 5년 연장되는가, 아니면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가 판가름하는 중요한 일정이다.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정권이며, 국가 주권과 국민들의 존엄을 팔아넘긴 친미·친일 사대정권이고, 발전하던 남북관계를 되돌리고 극단적인 반북대결정책으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 분단대결정권이다. 또한 재벌 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서민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은 반서민 정권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또다시 5년을 새누리당 정권 치하에서 고통 받아야 한다.
한편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 구성할 정권의 성격도 중요하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명박 정권 이전으로 단순히 돌아가는 게 아니다. 국민들은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물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까지 넘어서는 더욱 발전한 정권을 바라고 있다.
현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진보와 개혁을 아우르는 범야권 단일후보를 세우고 힘을 모아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또한 야권연대를 해야 새로운 정권의 성격도 더욱 진보적으로 만들어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다.
야권연대의 힘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올해 4월 총선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희망하면서도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도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실현되면 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은 5월 사태 이후 아직까지도 정상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당 지도부를 뽑았으나 강기갑 대표가 당 해산을 주장하고 유시민 전 대표는 탈당을 선언하는 등 당 내부 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진보 노선과 정책은 여전히 유효
문제는 통합진보당이 내부 문제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대선 날짜는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간다면 이번 대선은 진보세력이 참여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대선이 될 수 있다. 통합진보당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든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진보 노선과 정책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며 정권교체 후 새로운 정권이 추진해야 할 내용들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어 통합진보당이 대선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런 것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은 하루빨리 대선준비에 돌입해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 실현에 차질 없이 결합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에 참여했을 때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노선과 정책들이 새로운 정권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대선준비의 핵심은 대선후보 선출이다. 선거란 결국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출하는 것이므로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보가 있어야 한다. 진보세력들이 민주노동당을 만들어 각종 선거에 후보를 내기 시작하면서 진보적 의제들을 이슈로 만들 수 있었음을 상기해보자. 2010년 지방선거나 지난 4월 총선도 결국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이 후보가 있었기에 민주통합당과 공동정책을 합의하며 야권연대를 실현할 수 있었다.
물론 통합진보당 내 일각에서 당 내 상황이 어수선한데 무슨 대선후보 선출이냐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통합진보당 내부 상황은 쉽게 수습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당 내부 상황을 수습한 후 대선후보를 선출하기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사실상 대선후보를 선출하지 말자는 주장과 같다. 이는 통합진보당이 대선에서 진보정당으로서 역할을 포기하자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역으로 통합진보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서두르면 당 내 상황이 오히려 더 빨리 수습될 수도 있다. 당 내 정치세력 사이의 갈등이 어찌되었든 대선후보가 서면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하나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당 내 갈등도 어느 정도 봉합될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치유책은 될 수 없으나 대선까지 만이라도 당의 내분이 잦아든다면 대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고 당 내부 결집력도 강해질 것이다.
최근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증가하고 지지율도 낮아지면서 당의 대선활동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패배적인 입장이 늘고 있다. 그러나 5월 사태 전까지만 해도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의 중요한 한 축이었고 통합진보당의 노선과 정책은 한국 사회에 절실한 요구들로 인정받아왔다. 내부 사태로 인해 이러한 통합진보당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다.
많은 이들이 진정한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당을 찾아, 자주와 통일을 실현할 정당을 찾아, 한미FTA를 저지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며 재벌을 해체하고 제주 해군기지를 중단시킬 정당을 찾아 통합진보당에 이르렀다. 많은 이들이 개혁정당, 개혁인사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통합진보당은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지지하였다.
이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대중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시급히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당을 대선 준비 체제로 정비한 후, 야권연대를 통해 새누리당을 꺾고 진보적 노선과 정책이 반영된 정권교체를 실현해야 하겠다. (2012.8.21.)
* 팟캐스트 <주간 정세동향>을 들으시려면 아이튠즈에서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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