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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식량주권 시대, 이제는 통일농업이다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9. 2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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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연구소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는 추석이 다가왔다. 이전부터 추석은 봄부터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영글어 수확을 앞둔 시기라 가장 풍요로운 때였다. 하지만 추석의 의미가 무색하게도 현재 서민 가계들은 차례상에 올릴 음식가격 걱정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 [그림1]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상추대란, 먹거리 물가가 서민의 어깨를 짓누른다. <출처 : 경기신문, 2012.08.30.> 

물가부담이 서민가계를 옥죄고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물가는 얄밉게도 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품목들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특히나 먹거리 물가는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듯이 상당한 수준이다. 

구조화 되어가는 곡물가격 폭등 

이러한 현황에서 최근 들어 물가불안 요인으로 농산물 가격이 주목되고 있다. 당장 태풍의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곡물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남미,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수출국에서의 극심한 가뭄으로 밀, 콩, 옥수수 등 3대 곡물의 작황이 곤두박질친 데다 투기자본의 투기행각으로 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의 농산물 가격 폭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다. 2000년대 들어 중국, 인도 등 인구대국들의 경제성장으로 축산 사료 등 곡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고유가 영향으로 옥수수 등이 원료로 사용되는 이른바 “바이오연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며 세계적으로 곡물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곡물가격의 급등 및 평가’(2012.08.01)에 따르면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경작면적이 줄어드는 데다, 최근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마저 줄어 생산성도 둔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투기자본들은 곡물가격 상승 조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투기에 뛰어들며 곡물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이미 주기적으로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곡물가격 폭등의 주기도 짧아지고 있고, 그 상승폭도 더욱 커지고 있다. 곡물가격의 폭등이 구조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 [그림 2] 2000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국제곡물가격. 식량대란이 머지 않았다. <종합곡물지수(S&P GSCI) / 자료 : Bloomberg 재인용 : 한국은행(2012.08.01), ‘국제곡물가격의 급등 및 평가’> 

위와 같은 사실들은 농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어느 시기보다 ‘식량 안보’, ‘식량 주권’이 중요한 때이다. 언제 곡물가격이 폭등해 경제에 충격을 줄지, 특정 나라가 식량을 무기로 사용할지, 투기자본들이 식량을 가지고 어떤 장난을 칠지 알 수 없다. 곡물가격 급등은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2008년과 2010년에 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때 튀니지, 이집트 등 국가 소요사태가 일어난 나라들도 많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식량공급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적인 곡물가격 급등과 그로부터 생겨날지 모르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MB정부의 농촌 파탄 정책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암울하다. 한국은 곡물자급률(2010 양곡년도 기준)이 2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하위며, OECD 평균인 110%에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6.8%의 자급률도 순전히 쌀(자급률 104.6%)농사 덕택이며,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은 3.7%에 불과하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옥수수 (0.8%), 밀 (0.8%), 콩류 (8.7%)의 자급률은 특히 열악하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연간 곡물 수입량은 약 1500만톤 규모로 무려 세계 5위 수준이다. 세계적 곡물가격 급변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식량안보’, ‘식량주권’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구조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무분별한 FTA로 곡물자급률을 더 떨어뜨리며 농촌을 파탄내고 있다. 한미FTA는 결국 농촌을 포기하고 자동차 수출로 살아보자는 것이다. 한미 FTA에 이어 한중FTA까지, 농업시장을 죄다 개방해버리면 한국 농촌은 유지될 수 없다. 무분별한 FTA는 결국 농업 포기정책이다. 

정부의 ‘식량안보’ 대응은 황당하게도 해외농지를 확보하는 등 해외로부터 식량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해외농지 확보는 비현실적이다. 식량안보가 대두하는 마당에, 해외농지 계약가격도 당연히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업의 파탄과 식량대란이 눈앞에 다가오는 실질적 위험이 되었다. 

옥수수는 남으로, 쌀은 북으로! 

그렇다면 농촌을 살리고, 식량안보 대책을 마련할 방도는 무엇일까? 쌀을 단순한 식량에서 전략무기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쌀 자급도 절대적으로 쌀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빵과 밀가루 음식을 선호한 데 따른 우연한 결과일 뿐이다. 국제적 곡물폭등이 나타난다면 언제 쌀 수요가 늘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한국의 쌀농업 기반을, 당장 수요가 없다고 해서 줄일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적으로 부단히 늘려나가야 한다. 

이 대목에서 통일농업에 주목하게 된다. 

북한의 식량사정은 이명박 정부의 추산을 따른다 하더라도 550만톤이 필요한 데 북한의 자체생산능력이 450만톤으로 100만톤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남북이 전면적인 농업협력에 진입하게 되면 우리 농업은 연간 100만톤 이상의 곡물수요를 확보하게 된다. 

쌀을 대북협력용으로 활용하며 쌀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농업이 살 길이다. 대북협력을 위해서는 정부가 국내 농민들로부터 쌀을 수매해야 하니 농가소득 확보에 직접적 도움이 된다. 

더구나, 북한의 식량사정은 쌀에 옥수수, 감자를 섞은 잡곡 위주인지라 북한의 쌀 수요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쌀 생산량은 통일부 추산 연간 220만톤 수준인데 대략 남측국민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쌀을 소비하려면 연간 350만톤 가량의 쌀이 필요하다. 즉, 북한에는 매년 130만톤 남짓의 상시적인 쌀 수요가 있다. 아울러 북한은 연간 150만톤 가량의 옥수수와 150만톤의 감자, 40만톤의 고구마를 생산하고 있다. 

반면 남측은 매년 막대한 곡물을 축산사료용으로 수입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에도 905만 9000톤의 옥수수를 수입했는데 이는 대부분 가축사료용 옥수수였다. 

매년 100만톤의 옥수수를 북한으로부터 제공받는 대신 100만톤의 쌀을 북한에 보내주면 어떻게 될까? 

남북의 곡물사정은 동시에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 비교적 고품질인 태국산 5% 도정 백미는 2012년 수출항 선적가격 기준으로 톤당 565달러에 거래되었다. 옥수수의 국제거래가격은 톤당 320달러 수준이다. 대략적으로 100만톤의 옥수수가 57만톤의 쌀과 같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남측은 당장 옥수수 수입량을 900만톤에서 800만톤으로 줄일 수 있다. 한편 100만톤의 즉각적인 쌀농사 수요가 형성된다. 북한주민들은 쌀과 잡곡을 섞어먹던 식탁이 흰 쌀밥으로 바뀌어 그들의 오랜 숙원이 풀리게 된다. 

물론 옥수수보다 쌀이 더 비싸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 즉 쌀 33만톤에 해당하는 비용은 한국정부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남측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기 연간 30만톤-50만톤 수준의 쌀을 북한에 협력해왔다. 

북한의 식량난이 결정적으로 풀리는 동시에 남측의 농업경쟁력이 살아나 민족농업의 전도가 확연히 열리게 된다. 농업파탄이 아니라 사회적인 귀농바람이 불어 실업상태의 청년들이 농촌을 찾을 수도 있다. 농촌의 사회적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 내수경제가 활성화되며 도시인구과밀현상이 해소되고 농업사회구조의 노령화까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북 쌀 협력규모를 더욱 늘려도 된다. 앞선 글에서 소개했던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남측의 식량을 맞교환하면 한국의 농업수요는 크게 증대된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식량대란에 대비할 수 있으며, 지하자원을 들여오는 광공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와 같은 남북농업협력은 전반 작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농업은 지리적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북측기후․지형에 맞는 작물(예를 들어 호두, 산나물 등)과 남측기후․지형에 맞는 작물(쌀)을 고려하면 생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 [그림 3] 남북농업협력의 가능성은 우리가 이미 지난 정부에서 느꼈던 바 있다. 

국제곡물거래시장의 가격급등은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에 비해 남북간의 농업협력은 6.15 공동선언, 10.4선언 지지이행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충분히 안정적으로 지속시켜 갈 수 있다. 

무엇보다, 평화공존 수준의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힘쓸 것이 아니라 완전통일을 이뤄야 농업회생도 빨라진다. 남측의 쌀은 북으로 가고 북측의 150만톤의 옥수수, 200만톤의 감자, 고구마는 남으로 내려와야 한다. 

남북간의 농업 교류는 단순히 북한에 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당장 우리 농가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고, 효율적인 식량안보 대책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한반도 전체를 고려한 통일농업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http://urisociet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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