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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국가연합(UNASUR: 우나수르)의 성과와 브라질의 역내 외교정책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9. 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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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조(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주지하다시피 먼로독트린은 지난 두 세기 동안 중남미에 대한 외부 열강의 개입을 반대함과 동시에 이 지역을 미국의 ‘뒤뜰(backyard)’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언문이었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5월 27일 남미국가연합(우나수르)은 ‘21세기 남미의 국방전략’을 주제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미나를 마치면서 “남미 자체적인 안보 독트린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투로 푸리셀리 아르헨티나 국방장관은 미주기구(OAS)의 안보시스템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면서 “남미국가연합은 미주 상호원조협정 등 OAS의 모든 안보 장치들을 재검토할 것”이라면서 말했고, 브라질의 국방장관은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의 개입 없는 남미를 위한 남미의 독자적인 안보 독트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글은 산하 기구에 남미의 독자적인 안보전략 및 경제 등 전반적인 통합문제가 현재 진행형으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미국가연합의 실체적 경과와 전망을 살펴보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브라질의 역내 외교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남미국가연합(UNASUR: 우나수르)


  2008년 5월 23일에 남미대륙 12개국은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남미국가연합’을 탄생시켰다. 남미공동시장(Mercosur: 메르코수르)과 안데스공동체 12개국이 EU형의 국가연합을 목표로 기구를 창설한 것인데, “남미를 하나로”란 슬로건으로 독립전쟁을 수행한 시몬 볼리바르의 오랜 꿈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나 대륙중심의 정치적, 경제적 결집체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그리하여 “남미문제는 남미 스스로 해결한다”는 기치를 내걸었으며, 금융, 인프라, 에너지, 사회구호, 교육 등 분야에서 남미 국가들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산하기구로 남미지역 각국의 국방정책 조율 및 방위산업통합과 군사적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할 남미안보협의회를 설치하는가 하면 별도로 추진돼온 남미은행은 향후 남미 지역성장과 개발을 위한 금고역할을 해왔다.

남미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흐름의 한복판에는 브라질이 자리 잡고 있다. 브라질은 남미대륙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토면적과 2억 명 가까운 인구, 세계 10위로 평가되는 경제력 등에서 남미 지역의 리더가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가 빛을 잃어가고 있고 100년 만에 최악이라는 세계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개도국의 위상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점은 남미 지역이 국제사회의 다극화 체제로 진입하는 데에 청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실제로 이 당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남미통합을 위한 브라질의 책임론을 제시하면서 “남미통합은 브라질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남미대륙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와 국내총생산(GDP),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서 “브라질은 남미통합을 위한 책임을 명백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룰라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남미안보협의회 참여를 약속받은 것을 계기로 유럽연합(EU)을 본뜬 남미국가연합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남미국가연합이 결성되기까지 남미국가들은 수많은 실험과 도상연습을 거쳤다. 1980년대 민주화 시대에 들어와서 앙숙이었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화해를 했고, 나아가 1991년에 남미공동시장이란 경제통합체를 결성했다. 불완전한 관세동맹으로 자유무역지대에 가깝지만 두 국가는 외환위기 등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재구조화와 무역통합을 이뤄내었다. 남미공동시장은 불완전한 통합체이지만, 그것이 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할 것이다.


창립총회에서 룰라는 “통합된 남미는 전 세계를 상대로 정치적 체스판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우리들은 3억 이상의 인구가 성장과 사회통합을 통해 혜택을 보고 있는, 남미공동시장과 안데스공동체의 성공적인 통합과정을 바탕으로 국가연합을 정초할 것이다”, “금융과 에너지 통합, 인프라, 도로망과 철도망의 개선, 사회 및 교육 정책의 협력 등과 같은 우선성이 높은 혁신적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룰라는 또 지역은행과 공동통화를 언급하면서,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음을 말했다.


남미국가연합은 유럽연합과 비견되는 현 상태의 통합단계를 지시하는 명칭이 아니라, 향후 추구해야 할 목표지점이라는 점을 주시해야한다. 현 상황 및 단계에서 국가연합으로 통합되기 까지 거쳐야 할 단계는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진행상황과는 별도로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의 태도일 것이다. 즉, 남미대륙의 자립이 강화되고, 중국, 러시아, 이란 등과 같은 국가들이 이들과 교류의 폭을 넓히자, 미국도 일종의 경계태세에 들어가면서 남미국가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리하여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남미의 자율성이 제고되는 것을 약화시키려고 한다. 만약 브라질이 공동안보 장치까지 마련한 경제통합체의 맹주가 된다면 미국의 영향력은 더 빨리 잠식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남미국가연합의 출범 직후 미국은 1950년대 이래 처음 있는 군사적 조치로서 카리브해와 남대서양에 제4함대의 배치를 결정하는 심리적 압박 전술까지 행사하고 나섰다.


EU와 달리 국가 간 국력 격차가 심하여 즉, 경제적 비대칭성이야말로 통합을 이루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지만, 어쨌든 남미대륙 차원에서 거대한 인구를 포괄하는, 미완의 경제적, 정치적 통합체로 탄생한 남미국가연합은 국제정치와 경제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줄 것이다. 이같이 통합된 남미는 미국과 유럽 등 기타 열강의 갈등과 분열을 이용하여 자신의 레버리지를 최대한 높이려 할 것이다.



2. 브라질의 역내 외교정책


남미국가연합 창설 주도를 전후한 룰라정부의 외교정책노선은 그 전제조건으로서 우선, 노동자당(PT)의 주문을 갖고 있었다. 즉, 노동자당은 국제사회에서는 주권국가로서 브라질이 제대로 대접받고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것과 사회주의의 국제적 공조를 통해 남남협력을 강화하라는 것이었다. 룰라대통령도 외교정책은 브라질이 미래의 강대국이자 개도국의 수장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룰라정부의 외교노선은 기존의 선진국중심의 외교에서 남남외교의 강화, 남미공동시장의 강화와 확대라는 남남외교가 첨가되었다. 지역적으로는 남미의 남미공동시장 중심, 국제적으로는 개도국 중심의 외교는 노동자당의 강령에 충실한 반면 룰라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적 경제정책과는 원칙적인 면에서 충돌하게 된다. 그러나 노동자당중심의 이상외교는 학계와 사회단체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이와 같이 룰라외교정책은 이전 카르도주 정부의 외교정책과 큰 차이가 있었다. 룰라외교는 노동자당(PT)의 강령을 기반으로 학자들의 이론을 융합한 것이었고, 이러한 이론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룰라외교는 상당히 논리적이었다. 그리고 그 성격은 적극적이면서도 품격을 따졌다. 이렇듯 카르도주 정부와 차별화되는 이론적이며 이상론적인 외교정책은 외교실무가들에게 상당한 방향전환을 강요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브라질 외교정책에서 처음으로 브라질사회나 외교관들 사이에 브라질 외교정책에 대한 의견이 발생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외교정책이 룰라가 재선에 도전한 2006년 대선에서 선거이슈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외교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브라질에서 외교정책의 기조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룰라정부의 셀소 아모림 장관은 이러한 다양한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룰라의 외교 전략을 수립했다. 아모림 장관은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전 카르도주 정부가 신자유주의에 기초하여 수립했던 외교 전략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즉, 국제사회에서 미국중심의 선진국 편에서 외교를 하다 보니 개도국간의 협력도 소원해졌고, 중남미에서도 브라질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룰라정부의 외교정책을 밝혔다.


룰라의 신외교정책은 기존의 서방 강대국중심의 외교에서 남남강대국을 중심으로 거점외교를 세워나가는 것이었다. 즉, 사회․경제의 발전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야 하며, 남남협력은 상호의존적이어야 하며, 일부 주요 국가들과는 전략적 파트너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구체적으로 상호의존적인 남남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이며, 이를 기점으로 남미국가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남미공동시장은 관세동맹으로서 미국이 추진했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의 협상에 그룹으로 대응하는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남미공동시장을 통한 블록협상은 현재 진행 중인 유럽공동체와의 남미공동시장-EU FTA 협상에도 사용되었다. 전략적 파트너관계는 브라질이 특별한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와 동반자관계를 맺는데 사용했다. 브라질은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관계를 지역별로 선정했다. 이러한 국가로는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남아시아의 인도,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북아시아의 중국, 북유럽의 러시아 등이었다. 이들 국가들을 중심으로 협력블록을 형성하여 국제사회에서 공조체제를 형성했다. 즉, 룰라정부의 외교노선의 특징은 전략적 파트너들과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를 중심으로 블록을 형성하면서 한편으로는 남남협력의 외교전선을 구축하는데 있었다.(20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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