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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이후, 2012년을 여는 조건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9. 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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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명박 시대는 철저한 친미-친재벌, 철저한 반통일-반민주의 시대이다. 집권 직후 미국산 쇠고기 반대투쟁 과정에서 이미 명백히 드러났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외형상으로만 박정희 대통령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그 정책적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암흑천지로 몰아갔던 군부독재정권과 너무나 흡사하다.



위키리크스 전문에 의한다면 “이상득은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to the core) 친미, 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008년 5월 29일)고 하였다.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우리와 함께 헌신적으로 일하는 강한 친미주의자”(2009년 9월 24일자), “사실상 모든 주요 문제에 미국을 지원하는 성향”(2009년 11월 5일)이라고 평가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이명박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2008년 2월 25일에 취임한 이후, 한국사회를 극한 대결로 몰아가고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을 70년대 수준으로 후퇴시켜버린 이명박 시대가 MB집권 3년 7개월만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1. 남북관계의 변화조짐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하여 10.4 선언이 채택되었지만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은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의 원인을 두고 많은 사회적 논란을 낳은 천안함 침몰사건을 “북한의 행위”로 단정지었는데 이는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평소 얼마나 적대적이었는가 하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1) 적대정책 입안자들의 회전문 교체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인 대북적대정책은 청와대의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 통일부의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주도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관과 통일부장관의 대북적대정책도 대통령의 승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명박 정권은 유엔에서 망신을 당하면서까지 천안함 문제를 대북제재와 연결지으려 하였다. 곳간의 쌀이 썩어나가고 있어도 북한에는 단 한 톨의 쌀도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은 “놀부전”의 놀부를 무색케 한다. 북한 핵문제를 두고는 중국, 러시아와 외교마찰을 불사하면서까지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정치적 신임 아래 2년이 넘도록 장관자리를 유지하고 있던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8월 30일, 교체되었다. 후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내정되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말했듯, “대북정책의 결정권자는 대통령”이기에, 통일부장관의 교체가 곧바로 대북정책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현인택 장관은 대통령 통일정책특별보좌관으로 재임명되어 사실상 자리만 옮긴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북정책변화”에 대한 가능성도 낮다. 

이러한 자리 바꾸기는 대북정책의 일방인 북한의 관심을 끄는 데에도 실패했다. 북한 평양방송은 9월 4일 "현인택을 통일부 장관직에서 해임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대통령 통일정책특별보좌관 자리에 옮겨놓고 통일문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조종하도록 권한을 준 것"이라며 "민심의 격렬한 항의에 통일부 장관을 교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남조선 당국이 자주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민심을 우롱하는 또 하나의 기만극을 연출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또 "이것은 반공화국 대결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극도의 궁지에 몰린 처지를 회복하고 집권위기에서 벗어나보려는 교활한 술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끊임없는 논란과 갈등을 빚어낸 통일부장관이 경질되었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도 안팎의 강력한 대북정책 변화 요구를 언제까지 모른 채 할 수 는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다시 시작되는 남북교류

아니나 다를까 통일부장관 교체와 맞물려 남북간 왕래의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8월 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과정에서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이 거론되었으며 9월 15일에는 북한 원유공업성과 러시아 가즈프롬사 간 가스관 사업 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에 대해 지난 9월 8일 '추석맞이 특별좌담회'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9월 12일에는 음악가인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명훈 감독이 북한을 방문하여 북한국립교향악단을 지휘하고 은하수오케스트라를 만났다. 정명훈 감독은 “북한 음악가들이 잘하고 있다.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음악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저하고 똑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방북소감을 밝혔다. 정명훈 감독의 이번 방북은 순수하게 민간차원의 문화예술교류라고 하지만 정기적으로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연주하자고 제안한 점 등은 남북교류의 물목이 터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9월 21일부터 24일까지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회원인 7대 종단 대표단이 방북해 남북 종교인모임을 개최하고 백두산 평화기도회를 갖는다. 7대종단 수장의 방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북대표단에는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를 대표회장으로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 관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7대 종단의 수장들이 함께 한다. 이들은 23일 백두산을 등반해 백두산 정상에서 남북 종교인이 함께 ‘백두산 평화기도’를 가진 뒤 24일 중국을 거쳐 귀국한다고 밝혔다.

10월 4일에는 10.4선언 4돐을 맞아 남과 북, 해외의 정당, 단체 대표들과 각계 인사들이 폭넓게 참가하는 민족공동의 통일행사가 개최되고 행사는 10월 3일~4일까지 인천과 개성을 오가며 개막식과 남북선언 이행을 위한 평화통일대회, 공동토론회, 부문별 상봉모임, 평화음악회, 폐막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6자회담의 재개 분위기와 맞물려 동북아 안보위기를 개선하고 남북간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분명히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곧 이명박식 대북정책의 파산이며 남북관계는 대통령의 의지가 어떠하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무상급식의 연쇄도미노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무상급식 논란을 무리하게 주민투표로 가져간 끝에 서울시장직까지 내놓게 된 지금의 한나라당이 딱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야욕이 너무 컸던 데 있었다. 언론을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도 심심찮게 거론되던 오세훈 시장은 6.2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야권과 서울시정을 협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울시의회를 무력화시킨 채 한나라당의 서울시정책을 관철시키려 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안이 바로 무상급식안이었다. 사실 학교급식과 관련된 사업은 서울시장이 아니라 서울시 교육감이 결정할 사안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차기 대선에서 복지문제가 부각될 흐름이란 점과 더불어 현재 국가재정상 복지예산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자기가 나서서 무상급식안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만일 그가 국민여론을 분열시켜 무상급식안을 선별적 급식으로 전환시킨다면 보수진영의 확고한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의 선별급식안을 일제히 외면하였으며 다급한 오세훈 시장은 한나라당에서 일치하게 만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직을 주민투표와 연계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8월 24일의 주민투표 결과 오세훈 시장이 발의한 주민투표안에 찬성률은 25.7%에 불과, 개표에 필요한 33%를 채우기는 한참 부족해 주민투표안은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결국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내놓게 되어 정치권은 10월 26일에 서울시장 보선이라는 초대형 사안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반기 정국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 크게 요동치게 된 것이다. 

1)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의 날벼락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서울시장 보선을 치르게 되자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초상집 같은 처지이다. 반MB민심이 극대화된 현재, 서울시장 보선을 치른다면 한나라당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오세훈은 오늘로 끝”이라 선언하고는 자택까지 찾아온 오세훈 전 시장을 만나주지 않고 외면하였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창출하는데 필수적인 행정자리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인구 1000만의 대도시인데다 수도권의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사살상 수도권 유권자의 여론을 형성하는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런 노른자위 같은 서울시장직이 위태로워졌으니 한나라당의 2012년 총선과 대선 전망은 더욱 암울하게 되었다.

문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게 된다면 그 불똥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튀는 구조란 점이다. 

애당초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이 이토록 차가운 현실에서 2012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의 패배를 인정하고 있는 궁색한 처지였다. 대선이 1년 불과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대통령 선거의 길목에 2012년 4월 총선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진영은 지금 섣불리 한나라당을 장악하였다가 6개월 만에 2012년 “총선 패배”라는 역풍을 맞고 자중지란에 빠지느니 차라리 지금은 중립성향의 당지도부를 세워놓고 2012년 총선공천이나 최대한 받아놓았다가 2012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거나 박빙의 승부에 그친다면 그때가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적인 당 쇄신”을 외치며 전면적인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것이 차라리 승산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사실상 친박계의 의중으로 움직이는 정당이 되었지만 친박계는 외연으로 떨어진 척 하고 당대표는 친박계가 아닌 홍준표란 인물이 맡고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게 되었으니 친박진영의 2012년 구상이 흐트러지고 있다. 무엇보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다면 현재의 홍준표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며 2012년 총선공천을 지휘할 수 없게 된다. 가능성이 희박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굳이 발의해서 패배한 것도 모자라 서울시장 자리까지 내주게 된다면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친박계가 당권을 쥐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곧 2012년 총선 패배 책임을 박근혜 전 대표가 뒤집어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겉으로는 보수언론으로부터 “부동의 1위 후보”로 추앙받는 박근혜 전 대표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이상 그 속내는 매우 답답할 수밖에 없다. 

2) 안철수 새바람은 반MB민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어처구니 없는 사퇴 이후, 향후 서울시장이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하였다. 야권에서는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 8월 25일, 의원직을 사퇴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였으며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와 접전을 펼쳤던 한명숙 전 총리가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시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였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의 최규엽 소장이 출마를 피력하였으며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재선의 전병헌, 서울 시내 구청장을 5번(중구청장 1번, 송파구청장 4번)이나 지낸 김성순 의원과 두 차례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무릎을 꿇었던 이계안 전 의원 등도 “출마를 검토 중”이라며 문을 열어 놨다. 

그러나 이 모든 움직임을 뒤덮는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안철수 원장은 9월 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2011 청춘콘서트’ 강연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국회의원과 다르게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며 “아직 결심한 단계는 전혀 아니다. 결심이 서면 제가 직접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해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그는 여야 정당에 들어가는 문제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이라며 출마할 경우 무소속으로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안철수 원장이 출마를 거론하자 그가 상당수 대중의 지지율을 빨아들이는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안 원장의 지지도는 고공행진 중이었다. 9월 6일 보도된 국민일보·GH코리아(지난 3일,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응답자 중 36.7%의 지지를 받았다. 중앙일보·한국갤럽(3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6명) 조사에서는 39.5%,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리얼미터(4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0명) 조사에서는 37.4%였다. 각 조사마다 2위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각각 17.3%, 13.0%, 14.2%)을 2배 이상 앞섰다. 범야권 단일화 여부도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안철수 원장의 무소속 출마를 가상한 3자 구도에서 그는 45.3~55.4% 지지로 1위였다.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의 양자 구도에서는 58.3~63.0%의 지지를 얻어 격차가 3배 가까이 됐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대중은 주로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는 젊은층들로, 잠재적 지지 성향이 반MB진영과 사실상 겹치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의 출현은 초기에 한나라당에게는 호재, 민주당에게는 악재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였다. 한나라당은 안철수 씨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ㆍ국가정보화전략위 위원으로 참여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앞장서는 등 국정운영에 협조적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을 들어 한때 고무되기도 하였다.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9월 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 원장의)출마 가능성이 90%는 되며 출마를 한다면 100% 무소속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안철수 원장이 출마하면 서울시장 선거가 3자구도로 전개되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9월 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자간 구도가 되면 우리는 좋다”며 반색했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은 9월 2일, 무소속 출마 의사를 확인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차이가 없다”면서도 “분명한 건, 국민정서상 한나라당은 아니다”라고 말해 한나라당 후보로 나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철수 원장은 나아가 “현 정부의 정치적 확장을 반대한다”며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웠으며 한나라당의 선거통으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의 관계도 “내가 아는 300명의 멘토 중 1인일 뿐”으로 거리감을 두었다. 

나아가 안철수 원장은 범야권통합을 위해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 양보하고 박원순 지지를 선언하였다.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던 후보가 지지율 5% 내외의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며 스스로 물러나자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은 대선주자급으로 껑충 뛰며 박근혜 전 대표를 넘어서기까지 하였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9월 6일 실시한 긴급여론조사 차기 대선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후보 박근혜 전 대표가 40.5%, 야권 단일후보 안철수 원장이 42.4%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기는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나라당은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당내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은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오세훈 전 시장을 지지했던 과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원순 후보에 맞설만한 외부인물을 수혈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철수 원장은 서울시장 출마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후보에게까지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3) 흔들리는 박근혜

이명박 정권의 연이은 실정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라는 두 가지 현상에 의해 “부동의 1위”라 거론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제 흔들리고 있다. 보수진영의 대표적 대선주자가 여론조사 결과 정치에 아직 입문도 하지 않은 안철수 원장이란 인물에게 여론조사에서 뒤졌다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적절한 대항마가 부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애당초 박근혜 전 대표의 진영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안정적으로 당선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국민들은 70년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데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을뿐더러 그의 측근들은 박 전 대표보다도 더 보수적인 인사들로 즐비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뉴라이트”라는 단체로 국민의 눈을 현혹시키고 “뉴타운정책”으로 부동산 투기바람을 불어넣은 측면이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진영은 2007년 대선 이후 지금까지도 “박정희의 딸”을 뛰어넘는 전략이 없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는 온갖 실정으로 만사지탄으로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같은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다는 점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2007년 대선이야 한나라당이 야당의 입장에 있었지만 이번 2012년 대선은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이어서 선거구도 자체가 변화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라는 점은 가산점이 아니라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 조건에서 반MB진영에서 단일후보만 나선다면 그가 누구이건 간에 박근혜 전 대표를 누르고 당선될 가능성이 현저하다고 할 수 있다. 

3. 승리의 해법은 진보통합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MB진영의 승리는 분명 가능하다. 그러나 반MB진영의 압도적 승리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친미보수정치세력들을 확실하게 제압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 이유는 반MB진영의 앞장에 선 정치권이 국민적 요구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어정쩡한 민주당

이명박 정권의 연이은 실정으로 광범위한 반MB정서가 확산되고 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국민들의 압도적 반MB정서에 걸맞는 정치대결이 펼쳐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반MB진영을 이끌어갈 정치권이 기성정치의 행태를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의 계파싸움이 횡행하면 국민들은 새 정치를 갈망할 수밖에 없다. “지리한” 통합 논의는 한나라당에 상당부분 어부지리를 안겨주게 된다. 

대표적으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에 당당히 맞설 대신 총선과 대선의 표계산에 분주한 나머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농성으로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하였던 “희망버스” 탑승을 거부하였다가 진보개혁진영 전반에서 비판적 시각이 일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농성장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민주당은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에 휘말린 곽노현 교육감을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검찰의 수사발표만 믿고 사퇴를 종용하였다가 이후 여론이 비판적으로 흐르자 발언을 번복하기도 하였다. 

2) 답보상태의 진보통합 논의 

진보정당의 통합논의도 안타깝게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전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 빈민연대, 전국빈민연합, 빈민해방실천연대, 전국여성연대, 진보교연, 한국청년연대 등 단체들이 결집하여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구성하였으며 지난 5월 31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잠정)합의문”을 발표하였다.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는 <5.31최종합의문>에 따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이하 ‘새통추’라 칭한다.)”를 구성하고 통합논의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민참여당도 7월 19일, 5.31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수용하면서 논리상으로 진보통합의 대상이 늘어나게 되었다. 문제는 진보신당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일부에서 국민참여당을 진보통합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3) 국민참여당을 허락해야 하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8월 27일 전국 만 19세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야권 중 민주당을 제외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통합해 하나의 정당이 된다고 할 경우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36.5%, 야권 3당 통합 정당 19.8%, 민주당 19.2%, 자유선진당 3.2%, 기타 0.1%, 모름/무응답 21.2%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당구도에서 지지율을 물었을 때는 한나라당 37.8%, 민주당 26.2%, 민주노동당 4.5%, 자유선진당 2.7%, 국민참여당 1.4%, 진보신당 0.9%, 창조한국당 0.2%,모름/무응답 26.3%로 나타났다. 

현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의 3당 지지율은 도합 6.8%에 불과한데 이들이 통합을 이루게 되면 지지율이 19.8%로 3배 가까이 상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민들이 같은 편끼리 대립하는 정치방식을 떠나 “함께하는 정치”, “서로 이해하는 정치”를 펼치기 바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가 안착화될 때 진보정당은 광범위한 대중을 품어안아 명실상부한 대중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진보통합당의 후보와 민주당의 후보가 확고한 정책연합에 기초한 후보단일화를 논의할 바탕이 마련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2012년 대선도 진보-민주세력이 연합한 선거를 치른다면 한나라당을 꺾고 진보진영과 민주진영간의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진보대통합을 통해 2012년 차기정권에서 진보적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구현될 가능성도 열리는 것이다. 



물론 통합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진보통합의 기준과 주인은 당연히 “진보정치세력”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진보정치세력은 누구일까? 진보란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오늘의 사화체제가 유지 온존되는 것을 거부하고 보다 더 발전된 내일을 위해 힘쓰는 정치세력을 진보정치세력이라 표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참여당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가 5.31 합의문을 전격 수용하고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통합논의의 5대 선결조건까지 이행한 마당에 국민참여당이 진보통합의 대상인가 여부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일단 “입”을 통해 본다면 국민참여당의 입장은 최근 진보적으로 선회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진심, 곧 “진정성”이다. 국민참여당이 행동으로 진보적 활동을 보여주었다고 하기엔 소속 정당의 경력이 너무 짧고, 그렇다고 당내 몇몇 인사의 발언만 믿고 그 정당을 “진보”라고 덜컥 믿어버리는 것도 석연치 않다.

이 경우 “진정성”은 “구체적 실천”을 통해 살펴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 실천은 그야말로 진보정당답게 진보적 대안과 담론을 얼마나 제대로 펼쳐가는가의 여부이다. 압도적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참여당 출신 인사들이 참여정부 시절의 정치방식을 고집한다면 통합진보정당에서 국민참여당이 설 자리는 자연스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진보정치세력이 다소간의 부담과 우려를 감안하면서까지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을 품어 안으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분명한 이상 국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믿고 거기에 의거해서 통합진보정당의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정당을 구성하지 못하면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민주당의 전횡을 막기 어렵게 되고 야권선거연합도 그만큼 불협화음을 떨치기 어렵게 된다. 2012년 총선과 대선 국면이 아슬아슬한 승부로 펼쳐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메아리치는 지금, 진보정당은 미욱한 역량을 극복하고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민들을 믿고 진보통합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 길만에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한국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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